한국의 수출 기지인 부산 신선대 컨테이너 부두. ⓒphoto 뉴시스
한국의 수출 기지인 부산 신선대 컨테이너 부두. ⓒphoto 뉴시스

2019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그래도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려왔던 경제성장률이 통상 2%였다. 때문에 경제성장률 1%대 추락이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가 받게 될 충격이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취업자 수 감소와 고용률 하락 등 고용지표의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크다. 사실상 성장률 추락 방어를 명목으로 그동안 쏟아부은 천문학적 규모의 나랏돈으로 인해 재정건전성 악화도 발등의 불이 됐다. 소비 둔화와 재고 확대가 불러올 투자 축소 등 경제동력 위축 역시 우려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대외 관점 변화 역시 심각해질 수 있다. 당장 한국 주력 산업의 위축과 성장성 하락이 가시화할 경우 관련 기업들의 신용평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주요 대기업들의 신용평가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이고 장기적 성격을 가진 해외 자본의 한국 투자 감소와 시장 이탈 역시 피하기 힘들어진다.

‘0.4%’ 3분기 성장률 충격

최근 커지고 있는 경제성장률 1%대 추락 우려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10월 24일부터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2분기 대비 0.4% 성장했다’는 발표가 기폭제가 됐다. 시장 전망과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한은의 2019년 3분기 경제성장률 0.4% 발표에 자본시장과 경제학자들, 또 몇몇 경제연구소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말하는 경제성장률 2%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쏟아진 것이다.

이대로라면 2019년 마지막 4분기, 3개월(10월부터 12월까지) 동안 경제성장률이 1% 이상 되어야만 올 경제성장률 2% 선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취재에 응한 경제학 전공 교수들과 경제관련 연구소 관계자들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에도 경제성장률 -0.4%라는 쇼크를 경험한 후, 2분기에 1%로 급등한 기억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올 2분기 1% 경제성장률 급등은 사실 1분기 마이너스성장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크다. 더구나 기저효과와 함께 마이너스 성장 충격에 놀란 정부가 천문학적 재정을 2분기에 집중적으로 쏟아붓는 등 대규모 재정 지출에 따른 정부 부문에서의 성장률 견인 성격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2분기 정부가 예산 집행 속도를 높이면서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급격히 올라갔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4분기에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수출 부진 추세가 더욱 깊어진 상태고, 설비 등 민간 투자 감소세는 심각하다. 소비 축소가 재고 확대로 이어지면서 내수 부문에서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기저효과를 노리기에는 상황이 암울하다.

‘돈 풀기’를 통한 정부의 성장률 견인 역할도 한계에 와 있다는 지적이 크다. 당장 2분기처럼 집중적인 대규모 재정 확대가 쉽지 않다. 당장 예산의 압박도 있지만, 자칫 재정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 영역에서 단기간에 경제성장률을 1%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경제 하강 추세를 뒤엎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10월 중순 한국은행은 스스로 올해 경제성장률 2%가 쉽지 않다는 암묵적 신호를 내놓았다. 지난 10월 16일 기존 1.5%이던 기준금리의 1.25% 전격 인하가 그것이다. 이미 7월 기준금리를 내렸던 한은이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0.25% 인하한 것은 결국 한국 경제의 성장성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것과 다름없다. 물론 디플레이션 우려 등 다른 표면적 이유들도 있지만 투자 위축과 성장세 둔화, 저성장 압박을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해외 IB·신평사 이미 1%대 전망 쏟아내

한국 경제를 향한 성장률 1%대 경고는 최근 갑자기 불거진 게 아니다. 올해 봄부터 2019년 경제성장률 1%대 추락 가능성이 제기돼온 게 사실이다. 국내외 경제 관련 국제기구와 연구기관, 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들이 올 초부터 동시다발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눈에 띄게 하향 조정한 것이다. 올 3월 4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세계 거시전망 2019~2020’ 보고서를 통해 기존 2.3%이던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2.1%까지 급락시킨 것이 결정타가 됐다.

어쨌든 무디스 이후 국내외 경제연구소(원) 등 연구기관과 투자은행, 신평사들을 중심으로 2019년 1%대 경제성장률 전망이 속속 등장했다. 골드만삭스·BoA-메릴린치·JP모건체이스가 1.9%, 노무라증권·씨티그룹·모건스탠리가 1.8%, ING그룹은 심지어 1.6%의 전망치를 내놓았다. IB들만이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1.7%로 전망하기도 했다. 자본시장, 세계 주요 기업은 물론 각국 정부의 경제운용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조차 지난 10월 1일 기존 2%이던 2019 한국 경제성장률을 1.8%로 떨어뜨렸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관련해 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이들이 지난해 말보다 올해 초, 올해 초보다 봄과 여름, 여름보다 가을 등 시간이 갈수록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짧게는 1~2달, 길면 4~6개월 간격을 두고 마치 릴레이를 하듯 경쟁적으로 2019년 성장률 전망치 하락 수정에 나서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BoA-메릴린치·HSBC·JP모건·UBS·골드만삭스·노무라·바클레이즈·씨티·크레디트스위스 등 9개 글로벌 IB의 2019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을 집계하면 이런 우려를 읽을 수 있다. 이 9개 글로벌 IB들의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올해 5월 말 기준 2.3%였다. 이것이 6월 말 2.2%, 7월 말 2.1%, 8월 말 2%로 가라앉더니 급기야 9월 말 1.9%가 됐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2%가 무너진 것이다.

사실 기자 역시 이미 지난 4월 ‘201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었다. 주간조선 4월 29일자(2555호) ‘경제성장률 1%대로 추락?’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성장률 문제가 본질적으로 경쟁력 문제”임을 지적했다. 당시 수출주도형 경제 구조를 지닌 한국 경제의 성장률 급락과 1%대 경제성장률 가능성에 대해 “주요 산업들이 경쟁력과 성장성이 한계에 직면해 있고 내수마저 취약한 상황에서, 추경과 유동성 확대 등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 같은 보조적 방편으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성장률 하락을 막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IB들과 경제 관련 연구기관들이 올해 여름과 가을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수정’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0월 24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감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지난 10월 24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감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정부 예상보다 취업자 6만여명 줄어

한국의 경제성장률 1%대 추락이 현실화됐을 때 우려되는 상황이 여럿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가뜩이나 골치를 썩이고 있는 취업과 고용 문제다. 취업 시장은 더 좁아질 것이고, 자칫 기존 일자리마저 사라지는 고용 악화가 우려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24일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경우 취업과 고용 상황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자료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전망한 성장률 2.4~2.5%(7월 3일 기획재정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보다 0.5%포인트 낮은 1.9~2%로 성장률이 굳어질 경우 고용률과 취업자 수 모두 정부가 기존에 제시했던 수치보다 대폭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성장률이 1.9%대 수준일 경우 정부가 제시한 전망치와 비교해 실제 취업자 수 증가폭에서 6만2000명이 줄게 되고, 고용률은 0.15%포인트가 부족해진다.

현대경제연구원 신유란 연구원은 “2010~2018년까지 확인된 경제성장률과 취업·고용 추세를 분석하면 정부 전망치보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더 감소하고 고용률 하락도 발생하게 된다”며 “1.9%대보다 낮아지면 취업과 고용 시장이 좀 더 나빠질 개연성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2.4~2.5%를 전망하며 취업자 수가 20만명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성장률이 1.9%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의 고용탄성치(GDP가 증가할 때마다 고용을 얼마나 창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 결국 이 수치가 클수록 경제 성장에 맞춰 함께 취업자수 역시 증가하게 된다)가 0.46이다. 쉽게 설명하면 경제가 1% 성장하면 고용률이 0.46% 증가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 고용탄성치를 2019년 성장률 1.9%대에 대입하면 실제 취업자수 증가폭은 13만8000명에 그친다. 정부가 말한 20만명보다 6만2000명이나 줄어드는 것이다.

고용률 악화도 마찬가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성장률이 2.4~2.5%일 때는 고용률이 66.8%이지만, 이것이 1.9%대로 떨어지면 66.6% 정도가 된다고 내다봤다. 신 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반올림을 감안해 0.15%포인트의 하방 압력이 발생한다”며 “고용률 역시 기존 정부 전망치 대비 하방 압력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장률 추락에 재정건전성 악화 악순환

성장률 1%대 충격은 민간 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 경제에서 투자와 소비 등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은 심각하게 위축돼 있다. 성장률 1%대는 이렇게 위축된 민간 투자와 소비를 더 악화시킬 개연성이 크다. 성장하지 못하는, 또 성장성이 낮은 시장으로 전망된 곳에 투자가 확대되거나 집중되기 힘들다. 당장의 수익성은 물론 미래의 수익과 성장 확보가 투자의 핵심 목적인 민간 부문이기에 성장성이 떨어지는 시장의 투자 매력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 경제는 이 경제적 논리에 따라 민간 영역의 경제가 잔뜩 움츠러든 상태이다. 민간 영역이 움츠러들고 있는 만큼 성장률 방어를 위해 정부가 쏟아붓는 재정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민간 부문과 정부 부문, 둘 사이 경제 성장 기여도 변화가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2017년 1분기 민간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87%에 이른다. 반면 투자와 소비에서 정부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23%에 불과했다. 2017년 1분기만 해도 투자와 소비 등 민간이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는 뜻이다.

이 상황이 2019년 2분기부터 역전됐다. 올 3분기 민간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21.7%에 불과하다. 반대로 정부 부문 성장 기여도가 78.3%로 치솟았다. 사실상 돈을 풀지 않는 민간 부문을 대신해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었다는 뜻이다. 정부가 투자와 소비를 확대해 더 악화될 수 있었던 경제성장률 추락을 그나마 막아온 셈이다.

재정을 투입해 투자와 소비를 확대하는 등 성장 기여자로서의 정부 역할은 지난 2분기에는 유효했다. 물론 2분기의 경우 1분기에 발생한 –0.4%라는 충격적 역성장의 기저효과가 큰 상태였기에, 대규모 재정 확대 카드를 꺼낸 정부의 성장률 방어가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3분기부터 이 약발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에 응한 경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내용이 있다. 정부 역할의 한계다. 수출주도형 구조인 한국 경제에서 성장의 핵은 결국 민간 부문이라는 것이다. 민간 부문이 생산과 수요 확대, 고용 창출의 주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부 재정 확대를 통한 성장률 방어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경제성장률 1%대 충격은 이런 민간 부문의 투자와 소비를 더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앞서 말한 대로 성장성이 낮은 시장에서는 민간 부문의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다. 낮은 성장성은 소비 부진과 이에 따른 재고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키운다. 결국 경제 활력의 위축이 더욱 깊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자칫 악순환 문제에 빠질 수 있음에도 외형적 성장률 방어를 위해 정부는 재정 확대 카드를 지속해 쓸 수밖에 없고, 중앙은행 역시 확장적 통화 정책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재정건전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상황인식 부족과 정부 낙관론

현대경제연구원 홍준표 연구위원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 경제성장률 급락 이유에 대해 외부적 문제의 영향이 더 크냐, 내부적 문제 때문이냐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어떻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부터 고민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민간이든 정부든 그동안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아오던 우리의 경쟁력이 축소되고 있는 실상을 빨리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 2%를 지키느냐, 1%대로 떨어지느냐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현재 악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의 본질은 아니다”라며 “성장률 추세가 너무 빠르고 급하게 떨어지는 것, 그리고 이 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2017년 3% 이상이던 경제성장률이 급락했다”며 “이런 급락세를 잡을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경제도 회복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세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 내부에서 사라진 노동유연성, 한국 산업과 경제에서 절대적 역할을 해온 반도체 경기 악화,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적 문제가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은 대표적 요인들이다. 무엇이든 이 중 하나라도 빨리 해소되거나, 우리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경제성장률 악화 문제가 내년에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소비·고용 등 경제 관련 각종 지표와 경제성장률 악화가 확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와 국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2%대를 지킬 수 있다는 식의 언급을 했다. 정부의 경제 운용에 희망을 키운다는 의미에서 낙관론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을 냉정히 분석하고 대안을 보다 촘촘히 짜내야 할 시점에 낙관론을 앞세우는 건 더 큰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 경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분석하고 혹시라도 나타날 수 있는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일 방안을 찾아낼 냉정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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