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지난 8월 차세대 기종으로 신규 도입한 에어버스 A321-NEO. ⓒphoto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8월 차세대 기종으로 신규 도입한 에어버스 A321-NEO. ⓒphoto 아시아나항공

‘전 노선 에어버스 321-200, 320-200 기종 운항’.

요즘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저가항공사(LCC)인 에어부산이 홈페이지에 걸고 있는 배너광고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또 다른 저가항공사 에어서울 역시 ‘에어서울 전 노선 에어버스 321 운항’이란 배너광고를 내걸고 있다. 에어부산의 경우 유럽의 에어버스가 생산한 A320-200(8대)과 A321-200(18대)을 주력 기종으로 쓰고 있다. 에어서울 역시 에어버스 321-200(7대)을 운항 중이다.

최근 잇따른 보잉 항공기의 기체결함 문제로 매각을 앞둔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 LCC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문제가 터진 항공기는 동체균열이 발견돼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국토교통부 등 전 세계 항공당국이 긴급점검을 실시한 B737-NG(Next Generation) 계열 항공기와 앞서 잇따른 추락사고로 전 세계적으로 운항이 정지된 B737-MAX 8이다.

특히 B737-800, B737-900 등 B737-NG 계열 항공기는 전 세계 항공사들이 중단거리에 주력으로 삼고 있는 기종 중 하나라서 파장이 크다. 국내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각각 45대와 26대 등 모든 항공기가 B737-NG 계열이다. 이스타항공 역시 지난 3월 운항중지된 B737-MAX 8(2대) 외의 모든 항공기가 B737-NG 계열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을 비롯 그 계열 LCC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운항이 정지된 B737-MAX 8을 비롯해 B737-800과 B737-900 등 B737-NG 계열의 항공기를 단 한 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주로 중국과 일본 등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하는 항공기를 에어버스 계열의 A320-200(7대), A321-100(2대), A321-200(16대), A321-NEO(1대)로 꾸리고 있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에어버스 계열의 항공기를 주력 기종으로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이 보잉 사태의 최대 수혜자”란 말도 나온다.

자연히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 LCC들은 최근 국토부의 B737-NG 계열 항공기에 대한 운항중지 명령도 고스란히 피해갔다. 국토부는 최근 B737-NG 계열의 국적기를 대상으로 1, 2차에 걸쳐 긴급점검을 실시한 결과 모두 11대에서 동체균열이 발견돼 운항정지 명령을 내렸다. 운항정지된 항공기는 대한항공 B737-900(5대), 진에어의 B737-800(3대), 제주항공의 B737-800(1대), 이스타항공의 B737-800(2대) 등이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경우 지난 3월 B737-MAX 8 항공기 2대가 운항이 정지된 데 이어, 대체기종으로 선정한 B737-800 2대마저 운항이 정지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보잉 계열 항공기 운항정지 명령에서 예외가 된 항공사는 국내 취항 중인 8개 여객항공사 중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4개사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은 보유 중인 항공기 26대 모두가 B737-NG 계열인 B737-800이라 향후 추가점검 결과에 따라 마냥 사태를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과거 B737-400, B737-500 등 B737-NG로 세대교체를 단행하기 전의 B737-클래식 시리즈 항공기를 16대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항공기 교체를 진행하면서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하는 기종으로 B737-NG 대신에 에어버스 계열의 A320, A321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버스의 A320 시리즈(A321 포함)는 보잉의 베스트셀링 모델이자 최장수 모델인 B737 시리즈에 경쟁하기 위해 만든 모델이다. A320 시리즈는 B737 시리즈와 함께 전 세계 항공사들이 중단거리용으로 가장 애용하는 항공기다.

아시아나는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중대형 항공기 역시 보잉 대신 에어버스를 주로 채택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중 가장 많은 기종도 에어버스의 A330-300(15대)이다. 현존하는 항공기 중 가장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A380-800도 모두 6대를 보유하고 있다.

차세대 중장거리 항공기로 도입한 항공기도 에어버스의 A350-900 기종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보잉 항공기는 B777-200ER(9대), B747-400(1대), B767-300(7대)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 보잉 계열의 B737, B747, B777, B787 등을 주력 기종으로 삼고 있는 대한항공과 전혀 다르다.

제주항공 소속 보잉 B737-800(위), 이스타항공 소속 보잉 B737-MAX 8. ⓒphoto 각 항공사
제주항공 소속 보잉 B737-800(위), 이스타항공 소속 보잉 B737-MAX 8. ⓒphoto 각 항공사

보잉 B737만 보유한 제주항공

자연히 매각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항공업황이 좋지 않은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거진 보잉 사태로 몸값이 더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자 입장에서도 최근 잇따른 보잉 B737 시리즈 항공기에서 터진 안전 문제에 대한 리스크를 부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적격 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이름을 올린 업체는 ‘애경(제주항공)-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강성부 펀드)-뱅커스트릿PE 컨소시엄’ 세 곳이다. 지난 11월 7일부터 본입찰이 시작됐는데, 이 중 항공 경험이 있는 애경(제주항공) 컨소시엄과 자금력이 앞서는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2파전 양상으로 진행 중이다.

특히 전 항공기를 B737-NG 계열로 보유 중인 제주항공은 최근 보잉 사태로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난 터라 에어버스 위주의 항공기를 갖춘 아시아나항공을 더 탐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은 항공기 기종을 통일해 운영 및 부품, 조종사 훈련 경비를 절감하는 전통적인 저가항공사의 성공방정식에 맞춰 자사의 모든 항공기를 그간 가장 안전하다고 정평이 난 ‘B737-NG’로 통일해왔다. 제주항공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최대 LCC인 사우스웨스트항공과 라이언에어도 B737-NG 단일기종 전략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최근 보잉 항공기에 치명적인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계란(항공기)을 한 바구니(보잉)에 담는 대신 에어버스 등으로 기종을 다변화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부산 김해공항을 이륙해 서울 김포공항으로 가던 중 기체이상으로 긴급회항 사태를 일으킨 제주항공 소속의 항공기도 B737-800 항공기였다.

애경(제주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 항공사(에어부산·에어서울)를 인수한 뒤 국내 최대 항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치면 대한항공을 제치고 국제선 45%, 국내선 48%를 점유한 국내 최대 항공그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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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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