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낙마 1개월 만에 검찰에 소환됐고, 부인 정경심씨는 14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런 가운데 ‘조국펀드’로 불리는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Co-link PE·이하 코링크) 관련 의혹들이 ‘조국 사태’의 핵으로 떠올라 있다. 코링크는 외형상 조국 교수 5촌 조카 조범동씨(구속)가 총괄대표, 그 밑의 보험사 영업사원 출신 이상훈씨가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과 투자 등 각종 사업을 기획·운영해온 것처럼 꾸며져 있다. 하지만 이 사모펀드의 실제 주인이 정경심씨라는 의혹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정씨가 투자자 신분을 넘어 코링크의 각종 사업과 이권, 사모펀드 경영과 수익 회수에까지 깊이 개입하는 등 사실상 사주(社主)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정씨의 코링크 실소유주 의혹을 키우는 증거와 정황들도 현재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국 전 장관 일가를 시작으로 코링크를 거쳐 WFM과 IFM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들의 사업구조와 수익회수 실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 코링크가 인수해 직접 경영권을 행사해온 WFM에서 수십억원의 돈을 받아간 ‘다인스(DAINS)’라는 기업이 드러났다. 2차전지 사업 장비 납품을 이유로 WFM에서 다인스로 건너간 돈은 현재 확인된 것만 54억원이다. WFM에서 다인스로 54억원이 건너가는 과정은 이미 주간조선 2019년 10월 7일자 기사 ‘조국펀드 자금 종착지는 다인스?’를 통해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조국펀드’와 연결된 다인스가 2017년 6월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증자에 나섰고, 이때 발행된 우선주 전부를 금융위원회 산하 준정부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사들였다는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조국 민정수석 되고 1개월 뒤 증자
다인스는 애초 자본금 5000만원짜리 ‘소렌텍’이란 이름의 회사였다. 2014년 7월 말 ‘다인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다인스는 이후 2016년 4월 말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며 나섰다. 당시 중소·영세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며 대표적인 테마성 사업으로 불렸던 탄소섬유 등 탄소 관련 사업이었다. 하지만 기술과 연구개발 능력, 양질의 전문인력 보유 여부와 규모 등 다인스의 탄소 사업 관련 구체적인 내용들이 아직까지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다인스의 사업과 관련해 현재 확인된 건 이 회사가 그동안 시중에 주로 내다팔았던 게 탄소섬유 및 탄소 관련 제품이 아니라 미용용 사포의 일종인 발각질제거기 같은 단순 미용용품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다인스가 조국펀드로 불리는 코링크, WFM·IFM 등과 본격 연결된 게 2017년이다. 그런데 이때 다인스가 우선주를 통해 증자에 나서는 등 독특한 형태로 지분이 변동한 사실을 확인했다. 애초 자본금 5000만원이던 다인스는 2014년 7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총 4번의 증자로 자본금을 1억7468만2000원으로 늘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인스는 ‘보통주’ 발행을 통해 자본금을 늘렸다. 그런데 2017년 6월 증자는 이전과 전혀 달랐다.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 그것도 일반적인 우선주가 아닌 ‘상환전환우선주(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res)’를 이용해 자본금을 늘렸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안정성·수익성 면에서 보통주나 다른 우선주들보다 보유자(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주식으로 꼽힌다. 우선주이기 때문에 발행 기업은 매년 보통주보다 훨씬 많은 배당금을 보유자에게 지급한다. 또 이 주식은 발행 전 회사가 보유자(투자자)에게 우선주의 유효기간(시점)을 약속해준다. 유효기간이 되면 보유자가 보유한 우선주를 ‘되사가라(상환권)’고 회사에 요구할 수 있다.(약속 시점보다 일찍 되사갈 것을 요구할 수 있게 발행된 경우도 있다.) 이렇게 상환권을 행사하면 보유자는 액면가(또는 발행가)에 해당하는 투자금 전부를 돌려받게 된다. 또 채권처럼 보유 기간만큼 미리 정해진 이자(율)도 받게 된다.
이밖에도 상환전환우선주에는 약속한 시점이 되면 보유자가 갖고 있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꾸어주는 전환권, 기업 청산·인수합병(M&A)처럼 회사가 문을 닫게 돼 잔여재산이나 매각대금을 분배해야 할 상황이 되면 보통주보다 유리한 권리를 갖는 ‘우선권’ 등 다양한 옵션도 포함돼 있다.
다인스는 이런 우선주를 2017년 6월 5만주, 총 2500만원어치를 발행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2500만원이라는 규모가 작아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2017년 6월 기준 다인스 전체 지분 100% 중 무려 12.52%에 이르는 규모다. 만약 다인스가 상장되거나, 매출 등 기업 규모를 빠르게 부풀려 장외시장에서 주식 가치를 높게 인정받게 되면 적은 돈을 투자하고도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배에 이르는 투자차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즉 2500만원으로 12.52%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건,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투자 구조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조건 좋은 다인스의 상환전환우선주
당시 다인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 조건을 보자. 다인스는 이 우선주에 대해 매년 최소 12%(액면가 기준 최저배당률)의 현금 배당을 약속했다. 만약 약속한 배당금을 못 주는 해가 발생하면 다음 연도에 액면가 기준 최소 12%의 배당금을 주고, 여기에 직전 연도에 못 준 배당금까지 누적해 주기로 했다. 배당금을 현금으로 안 주거나, 액면가 기준 12%보다 낮게 줄 수 없도록 못을 박은 것이다.
다인스의 상환전환우선주 존속기간(유효기간)은 10년으로 이 기간이 끝나면 보통주로 자동전환된다. 2017년 6월 발행했으니 2027년 6월, 보통주 5만주로 바뀌게 된다. 만약 이 우선주 보유자(투자자)가 보통주로 바꾸지 않고 돈으로 상환을 요구하면, 다인스는 이 우선주 발행일을 기준으로 만 3년 후부터 ‘돈으로 바꿔주겠다’는 상환권리도 보장했다. 보유자가 투자금 상환을 요구하면 다인스는 ‘이 요구가 있는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투자금 전액을 현금으로 돌려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또 보유자가 우선주 매입 명목으로 다인스에 돈을 납부한 날(주금납입일)부터 투자금 상환이 이루어진 날까지의 기간 동안 연 4.44%(복리)로 계산한 합계 금액(해당 연도에 이미 지급된 배당금이 있다면 이 부분 차감)까지 현금 지급을 약속했다. 다인스는 보통주와 똑같이 상환전환우선주 1주당 의결권 1표까지 부여했다. 다인스는 총 6번 증자를 했는데 2017년 6월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그 이전 4번의 증자와 이후 한 번의 증자에서 상환전환우선주 등 어떤 형태의 우선주도 발행한 사실이 없다.
다인스는 ‘조국펀드’로 불리는 코링크, 또 코링크가 인수해 직접 경영한 WFM, 역시 조국펀드와 연결돼 있는 IFM 등과 사업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2차전지 사업을 이유로 수십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돈이 WFM에서 다인스로 이동하는 등 이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심지어 정경심씨를 중심으로 조국펀드가 연루된 각종 불법 행위로 의심되는 일들이 집중적으로 벌어졌던 시기인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다인스와 IFM, 두 회사는 주소지까지 동일했을 정도다.
시점 시점마다 연결되는 묘한 관계들
이 구조는 결국 ‘조국펀드에 연루된 사람들과 기업들의 행보, 그리고 다인스의 행보를 함께 짚어볼 필요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 사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업 관계와 거액의 자금이동이 우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조국 교수와 조국펀드에 연루된 자본·기업들이 보인 행보, 그리고 다인스의 행보를 동시에 살펴보면 특정 시점들이 묘한 관계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인스가 상환전환우선주라는 독특한 형태로 증자에 나선 2017년 6월 기준 앞뒤 시점인 2017년 상반기와 2018년, 그리고 조국 사태가 폭발한 2019년까지의 상황을 살펴보자.
다인스의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1개월 전인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조국 교수는 2017년 5월, 문 정부 출범과 함께 정권의 핵심권력으로 꼽히는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를 차지했다. 조 교수가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고 약 1개월 후 다인스는 전체 지분의 12.52%나 되는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했고, 누군가 이를 모두 사줬다. 이로부터 다시 4개월 뒤인 2017년 10월, 조국펀드로 불리는 코링크가 WFM을 인수했다. 이 인수 직후 작은 영어교육업체이던 WFM이 뜬금없이 ‘2차전지 관련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2차전지 사업은 당시 자본시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테마로 광풍을 일으켰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2차전지 사업 육성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코링크의 WFM 인수는 이 발표 직후였고, 인수 직후 경영권을 장악한 코링크가 WFM을 앞세워 2차전지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코링크의 WFM 인수 불과 한 달 뒤인 2017년 11월, 이번에는 코링크와 자금·지분 관계로 밀접히 엮여 있는 IFM이 등장했다. ‘WFM의 2차전지 음극재 개발과 양산 공동사업자’라며 IFM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2017년 11월, 이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이상한 사실 하나가 확인됐다. 당시 다인스의 주소지와 IFM의 주소지가 ‘전라북도 전주에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 정부출연기관 소유 건물 5층’으로 동일하다는 것이 취재 결과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약 7개월 후인 2018년 6월, 조국펀드가 주도하던 WFM의 2차전지 사업에 다인스가 등장했다. 당시 WFM과 IFM이 뜬금없이 ‘2018년 6월부터 IFM을 대신해 다인스가 WFM에 2차전지 음극재 관련 생산장비를 납품하게 된다’고 한 것이다. 정경심씨와 조국펀드로 불리는 코링크에서 시작된 구조 속에서 다인스라는 이름이 처음 부상한 것이다.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이유로 그동안 WFM이 IFM에 줬던 거액의 돈이, 이때부터 IFM이 아닌 다인스에 본격적으로 건너갔다. 똑같은 주소지를 쓰던 IFM 대신 등장한 다인스가 WFM에서 받아간 돈이 2018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단 8개월 동안 무려 54억원이었다.
“신용보증기금이 증자 지분 다 가져갔다”
이런 다인스는 2017년 6월, 당시 기준으로 전체 지분 중 무려 12.52%나 되는 상환전환우선주를 왜 발행했고 누가 이 주식을 가져간 걸까. 취재 결과 금융위원회 산하 준정부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당시 발행된 다인스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모두 보유 중인 것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다인스 측은 2017년 6월 상환전환우선주 발행과 증자는 조국 교수 일가 및 조국펀드, 또 WFM 등과 상관없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다인스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2017년 6월) 당시 상환전환우선주는 그쪽(조국펀드·WFM·IFM, 조국 일가 등)과 상관없다”며 “그것은 신보(신용보증기금)에서 가져간 것”이라고 했다. 다인스 관계자는 “신보가 유망 중소기업 투자를 하고, 지원하지 않느냐”며 “(다인스가) 기술력도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으니까…”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자금 쪽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고, (그래도) 성장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그거를 위해 신보에서 들어온 거지 (2017년 6월 상환전환우선주는) 그것(조국펀드와 WFM 등 조국 관련 자본과 기업들)과는 상관없는 거다”라고 했다. 그는 “신보가 (5만주) 다 가져갔다”며 “주주명부에 신보로 돼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신용보증기금 측에 취재 취지와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다인스의 상환전환우선주 (5만주) 보유 여부”를 묻자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자료를 보고 확인한 것”이라며 “예전에 보증투자를 하면서 투자하는 조건으로 (다인스의) 주식 취득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신용보증기금 측도 다인스 지분을 갖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신용보증기금의 다인스 지분(우선주) 투자와 보유 내용 취재 중 ‘다인스 지분 인수 시점’과 관련해 짚어봐야 할 이상한 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다인스는 조국 교수가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고 1개월 뒤인 2017년 6월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했고, 신용보증기금이 모두 가져갔다. 다인스 측 역시 “당시 우선주는 신용보증기금이 모두 가져갔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다인스의 모든 증자 내역이 기재된 공식기록물에도 인수자(투자자) 이름이 등장하지 않지만 ‘우선주 발행이라는 증자 내용’과 ‘2017년 6월’이라는 시점이 분명하게 나온다. 기자가 이를 확인했다.
신보 주장이라면 ‘발행도 안 된 주식 인수한 꼴’
그런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 신용보증기금은 이런 사실과는 다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다인스는 2014년 설립된 회사로 (신용보증기금이) 여기 일부 투자를 하면서…”라며 “(다인스 지분 인수 시점이 2014년) 이후이기는 하지만, (조국)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을 무렵(2017~2019년)은 아니고 그 훨씬 이전(에 인수한 것)”이라고 했다. 신용보증기금이 다인스 지분을 인수해 보유한 건 맞지만, 조국 교수가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직후, 또 정경심씨가 코링크를 통해 불법성 짙은 투자와 사업을 벌이던 시기인 2017년에 인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신보가 다인스 지분을 2017년에 인수한 게 아니냐”는 기자의 세 차례 질문에 모두 “네, 그렇다”며 “2017년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인수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보의 다인스 지분 인수 시기와 조국 교수 일가가 사모펀드를 활용해 투자와 사업을 벌였던) 시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용보증기금의 다인스 지분 인수·보유 ‘시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017년 5월 조국 교수가 청와대 민정수적 자리를 차지하며 권력의 핵으로 부상한 시기를 전후해 부인 정경심씨를 중심으로 사모펀드 코링크와 WFM 등이 동원된 불법적 형태의 각종 투자와 사업들이 대거 벌어졌다는 의혹과 증거들이 쏟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조국펀드와 엮여있는 WFM·IFM 등과 2차전지 사업으로 연결된 다인스가 상환전환우선주라는 독특한 구조의 주식을 앞세워 증자에 나선 것이다. 더구나 정부 정책 자금을 집행하는 준정부기관 신용보증기금이 이를 모두 인수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신용보증기금 측은 취재가 이어지자 투자 시점을 다시 정정하기도 했다. "2017년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인수한 것"이라는 당초 입장에서 "2017년 6월이 맞다"고 밝혀왔다.
신용보증기금은 정부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이곳으로부터 단순 보증을 넘어 자금 지원과 지분 인수 등 실제 투자를 받았다는 건 실적 등 외형적 평가요소들과 무관하게 기업의 가치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다인스 관련 질의 답변할 수 없다”
기자는 신용보증기금 측에 “보통주·우선주 등 어떤 형태의 다인스 지분을 갖고 있는지, 보유 중인 지분 규모와 투자 금액이 얼마인지, 다인스 지분 인수가 다인스 측 제안이었는지 신용보증기금 자체 결정이었는지, 다인스 지분 인수를 누가 결정했는지, 투자 조건은 무엇인지, 투자 당시 다인스 재무 상태와 실제 사업 실태 파악 및 현장 실사는 어떻게 진행했는지” 등을 질의했다. 하지만 신용보증기금 측은 “질의 내용 상당수가 기업 개별 정보로 판단했다”며 “투자와 관련한 일반적 내용은 말해줄 수 있지만, 다인스 지분 인수와 보유에 관련된 질문에는 답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