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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4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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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자사고·특목고 폐지가 몰고 올 ‘8학군 집값’

김원중  부동산학 박사·건국대 겸임교수 

▲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photo 뉴시스
교육부는 최근 외고(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자율형사립고)를 모두 폐지(이하 특목고 폐지)하고 대학 정시모집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외고 출신 조국 전 장관 딸의 부정입학, 입시비리 논란이 입시제도 변경 논쟁으로 파장이 커지더니 순식간에 ‘국가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이 뒤집어졌다. 이번 결정을 두고 진영은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특목고 폐지에 찬성한 쪽은 특목고가 고등학교를 성적순으로 줄 세웠으므로 폐지는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한 반면, 반대 진영은 특목고 폐지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획일화·평준화하려는 잘못된 신념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누구 말이 옳은가. 정부가 이미 특목고 폐지를 발표했으니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전문가들과 후대 역사가의 몫이 될 것이다.
   
   문제는 특목고가 폐지되고 정시모집이 확대되면 8학군이 있는 강남 집값은 천정부지로 뛸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예상대로라면 장관 취임 후 줄곧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뛴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의 노력이 졸지에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집값을 떨어뜨리기는커녕 붕붕 날아가버리면 악재 중의 악재를 맞닥뜨린 꼴이 된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의 임대료는 계속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시 ‘우리마을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치동 상가의 월세는 3.3㎡당 16만8400원으로 강남 최고였다. 역삼2동(13만5900원), 압구정동(13만4600원)을 크게 앞질렀고 2분기 월세는 전 분기(14만2400원) 대비 2만6000원이 올랐다. 이 발표는 특목고 폐지 이전인 올해 2분기까지의 자료를 가지고 작성한 것이므로 앞으로 상가 임대료는 더 오를 전망이다. 그렇다면 주택 가격도 상가 임대료처럼 더 오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학군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몇 편의 논문에서 찾아보자.
   
   
   학군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
   
   학군 제도는 학교의 위치, 특성 및 통학거리를 고려해 여러 구에 속하는 학교들을 묶어서 관리하는 제도다. 1968년에는 중학교 학군제를, 1974년에는 고등학교 학군제를 실시했는데 현재 서울에는 총 11개 학군이 있다. 이 중에서 전통적인 명문 학군은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이다. 최근 서초구 반포·잠원동, 송파구 잠실동이 신흥 명문 학군 반열에 올라 서울의 명문 학군은 5개로 늘어났다. 이들 ‘5대 명문 학군’의 공통점은 유명 학원가를 끼고 있다는 점인데 그중에서도 8학군은 명실상부한 최고 학군이다.
   
   8학군은 정부가 1970년대에 강남 개발을 활성화하려고 강북의 명문 학교를 반포, 서초, 압구정, 영동, 개포 지역에 강제이전시키면서 탄생했다. 그후 8학군은 우수한 학군을 의미하는 대명사가 됐다. 실제로 8학군의 ‘우수성’을 증명한 조사가 있다. 2015년 교육부가 실시한 ‘전국 중학교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국 100대 중학교에 서울의 42개 중학교가 포함되었는데 그중에서 8학군에 속한 강남구·서초구의 중학교는 23개였다. 송파구의 5개 중학교를 더하면 강남 3구는 전체의 66%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이 바로 학령 자녀를 둔 부모들이 예나 지금이나 강남에서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는 배경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연령별 전입 수요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학군 수요(초등학교 입학을 앞둔)는 전세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중학교 학군 수요(중학교 입학을 앞둔)는 매매가격에 영향력을 준다. 이 같은 결과는 학생 부모의 연령과 경제력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30대 중후반의 비중이 큰데, 30대는 내 집 장만이 쉽지 않아 학군이 양호한 지역으로 이사 갈 때 전세로 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중학교 입학 자녀를 둔 부모들은 40대 이상이 다수다. 이 나이 때는 내 집을 장만하는 비율이 높아 명문 학군으로 이주한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해서 거주할 것을 고려한다. 집을 매입할 경제력도 있고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도 집을 매입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중학교 학군 수요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다.
   
   그런데 김구회·김기홍·김재태의 연구(‘학군 이주수요가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2016)에 따르면, 중학교 학군 수요가 있더라도 모든 ‘5대 명문 학군’ 지역의 부모가 집을 매입하지는 않는다. 목동(강서학군)과 중계동(북부학군)에서는 매입보다 전세 조건으로 전입하는 가정이 더 많았다. 중학교 학령 자녀를 둔 부모들이 명문 학군으로 이사 갈 때 집을 매입하는 현상이 위 지역에서는 적다는 뜻이다. 이는 8학군을 제외한 여타 학군에서는 집값에 대한 중학교 학군 수요의 영향력이 작다는 의미다. 그곳의 생활인프라가 만족스럽지 않아 자녀가 학교 다니는 동안 세를 얻어 살지언정 집을 살 정도의 가치는 없다고 판단한다는 얘기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1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집값과 사설학원 수의 관련성
   
   건국대 진영남 박사는 학위논문(‘교육환경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실증분석’·2006)에서 사교육 기회가 많은 8학군의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모두 강세였으며 명문대 진학률이 높았음을 밝혀냈다. 또한 그는 자치구의 사설학원 수와 자치구가 편성하는 교육보조금이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규명했다. 먼저 사설학원 수가 집값에 미친 영향력을 살펴보자. 2002년 기준 서울의 사설학원은 1만2344개였고 그중 15.4%인 1900개가 강남구·서초구에 위치했으며 송파구까지 합치면 3041개(24.6%)가 강남 3구에 몰려 있었다. 비강남 지역에서 총 학원 수의 5%가 넘는 학원이 있던 자치구는 강동구·노원구·양천구에 불과했다. 사설학원이 8학군에 밀집됐음을 알 수 있다.
   
   각 자치구가 편성한 교육 예산 규모의 차이 또한 구별 교육 격차를 심화시켰다. 2003년 현재 강남구, 중구가 편성한 교육보조금은 각각 47억원, 27억원이다. 반면 금천구, 강북구는 겨우 5200만원, 1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자치구의 경제력 격차가 자치구의 재정부담 능력 차이를 반영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학생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치구가 교육보조금을 많이 주면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줄어 교육여건이 개선되고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진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해당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부창렬(‘학군 프리미엄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분석과 해석’·미발표·2004)의 연구에서 강남구·서초구의 명문대 진학률은 3.54%·3.44%로 나타나 서울시 평균 명문대 진학률(1.29%)과 비교해 월등히 앞서는 1·2위를 기록했다. 결국 자치구가 부자일수록 사설학원이 많을수록 명문대 진학률이 드높은 명문 학군이 되고, 명문 학군 수요는 다시 집값을 끌어올리는 지렛대 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서울대 김경민 교수(‘초중고등학교 수요가 서울시 구별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2010)는 학군 수요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그는 초등학교 학군이 중학교·고등학교 학군보다 집값에 더 큰 영향을 줬음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그 이유로 학부모들은 1990년대 중반까지 강남구·서초구의 고등학교를 선호하여 거주지로 강남을 선택했으나 특목고 졸업생들이 2000년부터 배출되면서 선호하는 고등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특정 지역으로 이사 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굳이 이사를 가지 않더라도 전철망이 촘촘히 연결되어 교통이 좋기 때문에 집에서 통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목고가 등장한 뒤 학군을 고려한 거주지는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일 때 결정한다고 보았다. 김 교수는 그 근거로 2001년 기준 서울시 각 자치구의 초등학교 3학년생이 중학교 3학년생이 될 때까지의 전년 대비 동일연령의 인구증가율 변화를 살폈다. 강남구·양천구에서 동일연령 인구증가율이 가장 크게 나타난 시점은 초등학교 5~6학년 때였고, 서초구에서는 4학년에서 5학년으로 진학하는 시점에 인구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동일연령 증가율은 고학년이 될수록 증가한 뒤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진학하는 시기에 감소하고, 중학교 2학년 때 다시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 요약하면 초등학교 고학년 때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하는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특목고 폐지가 현실화한다면 일부는 지금처럼 초등학교 고학년 때 8학군으로 전입하겠지만, 나머지는 1998년 특목고 도입 이전에 그랬듯이 고교 입학을 앞두고 전입하는 가정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 경우에 주택 매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전세 수요는 지금보다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대구대 임석희 교수(‘사회적 양극화와 공간적 특성’·2002)는 한국의 사회적 양극화는 직업, 임금소득 외에 집값과 생활인프라 시설의 격차로 인해 공간적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회적 양극화의 공간화 과정에는 자산소득 격차를 확대하는 강남 3구의 높은 집값이 큰 역할을 하지만 8학군이라고 알려진 양호한 교육환경이 더 큰 영향을 줬다고 비평했다. 교육환경이 빈부의 사회적 격차를 만들고 나아가 지역 간의 공간적 격차를 만든다는 뜻이다.
   
   
   공간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
   
   문재인 정부는 출범한 뒤 2년6개월 동안 17번의 부동산 대책을 펼쳤다. 그 사이 강남 주요 아파트 가격은 최대 15억원이 올랐고, 서울 집값은 평균 20.41% 상승했다. 집값을 때려잡으려고 규제를 하면 할수록 집값은 더 오른 셈이다. 이쯤 되면 원인 진단이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최고의 엘리트들이 포진해 있다는 청와대는 왜 원인 진단을 잘못했을까. 그 책임은 정부의 모든 정책을 조정하고 지휘하는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 시장, 구체적으로는 현 정권이 그토록 떨어뜨리고 싶은 강남 집값이 특목고 폐지 결정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지 못하고 어설픈 정책을 발표한 셈이다. 그는 지난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진보와 보수 경제이론을 모두 잘 아는 ‘양손잡이 경제학자’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정책에서 성과를 내도 부동산이 불안하면 꽝”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렇게 유능한 사람이 어떻게 특목고 폐지가 몰고 올 부동산 시장의 파란을 짐작하지 못했을까. 만약 집값 상승의 부작용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획일화, 평준화된 교육을 20년 만에 다시 시행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자신이 지난 10월 내뱉은 발언을 스스로 부정한 꼴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고대하던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해법은 간단하다. 강북을 강남과 같은 생활인프라를 갖춘 주거지역으로 만들면 된다. 이것만이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고, 강남과 강북의 교육 격차와 공간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 수많은 규제를 통해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거나, 역세권 주변에서 찔끔찔끔 보여주기 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특목고 과정이 만들어졌던 1998년 이전으로 되돌린다면 강남 집값은 달리는 호랑이 꼬리에 불이 붙은 것처럼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이다. 한번 달아난 호랑이는 결코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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