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훈 아이오앤코코리아 대표는 “인도 등 여러 나라로 K뷰티 시장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photo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전재훈 아이오앤코코리아 대표는 “인도 등 여러 나라로 K뷰티 시장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photo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시계가 자정을 가리켰다. 지난 11월 11일, ‘광군절(光棍節)’이 됐다. 중국의 최대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 계열 쇼핑몰들에 일제히 주문이 쏟아졌다. ‘광군’은 중국어로 독신을 뜻한다. 즉 중국에서 11월 11일은 본래 ‘독신자의 날’이다. 그런데 알리바바그룹 때문에 쇼핑축제일로 굳어졌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셈이다.

쇼핑축제에 한국 화장품도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했다. 그 뒤엔 아이오앤코코리아 같은 ‘크로스보더 무역업체’가 있었다. 아이오앤코코리아(이하 아이오앤코)는 화장품에 특화된 풀필먼트 서비스업체다. 글로벌 뷰티 유통 플랫폼 ‘AFS MALL’을 통해 주문을 받아 AFS WORKS(물류 대행)에서 맞춤형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세계 여러 나라에 있는 바이어들이 구입하길 원하는 여러 브랜드의 한국 화장품들을 AFS MALL에서 주문하면, 제품을 확보해 원하는 장소로 보내주는 식이다. 만약 아이오앤코 같은 업체를 통하지 않는다면 바이어들은 각 화장품회사에 따로 일일이 연락해 주문해야 한다. 물류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세관 통과도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지난 11월 19일 서울 청담동의 사무실에서 전재훈 아이오앤코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마주 앉자마자 직접 참여해본 광군절이 어땠는지 물었다.

“2015년 회사를 설립한 후 올해로 네 번째 맞은 광군절이었다. 알리바바와 함께 파트너로 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알리바바 리테일팀에서 이제 직매입을 한다. 직접 판매품을 구성해 쇼핑몰에 노출하는 식이다. 알리바바는 직매 파트너를 상당히 까다롭게 고른다. 지금까지 중국의 여러 전자상거래 바이어들에 납품한 이력을 인정해준 것 같다. 30곳의 바이어들이 있다. 지난 8월부터 광군절을 준비했다. 물류창고를 두 배로 넓혀 만전을 기했다. 준비한 물량 50억원어치가 1시간이 안 돼 완판됐다. 알리바바와 함께 일해본 건 좋은 경험이 됐다. 결과도 성공적이다. 오배송률은 0.3% 미만, 파송률도 0.1% 미만으로 기록됐다.”

아이오앤코는 지난해까진 주로 중화권에 서비스를 했는데 올해부터는 AFS MALL을 통해 영업 국가도 넓혔다고 한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방글라데시, 미국 등 50여개국, 600여 바이어들에게 화장품을 보내주고 있다. 이들이 아이오앤코 같은 일종의 중개무역회사를 이용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다양성과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이커머스 회사들은 상품의 다양성을 중시한다. 트렌드가 빨리 바뀌기 때문에 다품목을 한 번에 컨트롤하기를 원한다는 얘기다. 한국에 등록된 화장품 브랜드만 2만여개다. 각 브랜드가 100종류의 화장품을 생산한다고 하면, 200만종류의 제품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 중에 각 바이어들이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확보해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일종의 ‘직구마켓’이라 가격경쟁력도 있다.”

2만여개 브랜드 각축하는 K뷰티

현장에서 느끼는 ‘K뷰티(Korea-beauty)’, 즉 한국식 화장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상당히 여러 나라에서 K팝이나 드라마 등 한국 문화를 통해 한국 여성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얼마 전 인도를 다녀왔다. 인도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인기가 높다. 한국 여성의 화장법이라든가 패션에 관심이 상당히 많더라. K뷰티는 하나의 카테고리가 됐다. 짧은 기간에 시장이 갑자기 커졌다. 그에 맞춘 마케팅 전략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탄탄한 브랜드 관리 없이 외형만 키워놓은 기업도 일부 보인다. 생산을 먼저 대량으로 해놓고 시장에 밀어내는 식이다. 이게 2018년까지는 유효했던 방법인데 올해부터는 잘 안 통한다. 제품군이 엄청 늘어나면서 해외 바이어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아졌다. 이젠 단순히 K뷰티가 아니라 다른 상품과의 명확한 차별점이 있어야지 살아남을 수 있는 단계로 들어섰다.”

사드 등 중국과의 경색 국면이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전 대표는 “수치로만 보면 K뷰티에 그렇게 큰 영향이 있진 않았다”고 했다. “그것보다는 브랜드가 늘어나니까 매출이 분산된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전체 물동량은 급증하는데, 브랜드는 그걸 못 느끼는 식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일종의 변칙 ‘K뷰티’도 등장한다. 한국에는 플래그스토어만 만들어놓고, 중화권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식이다. 한국에선 잘 모르는 브랜드인데 중화권에서 연 100억원씩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이 꽤 많다. 중국인이 한국에 아예 회사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실질적으론 중국인이 만든 회사인데 ‘메이드 인 코리아’로 원산지를 꾸미는 거다.”

전 대표에 따르면, 아이오앤코는 중화권 마케팅을 대행해주기도 한다. 한국에선 인기 있는데 해외에선 별 인지도가 없는 제품이나 신생 제품들의 중화권 마케팅을 대행해준다는 것이다. 베이징, 홍콩, 미국에 팀원들을 두고 이들이 인플루언서를 직접 검증한다고 한다. “중국에는 인스타그램 대신 ‘샤오훙슈’가 있다. 이용자가 약 3억명이다. 20~30대 화이트칼라 여성이 많다. 샤오훙슈는 사진 기반 소셜미디어에 커머스, 즉 상거래 기능을 합해놨다. 지난해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알리바바에서 투자도 받았다. 샤오훙슈에서 활동하는 일종의 파워블로거 격인 ‘왕훙’을 선발해 마케팅에 활용한다.”

중국판 인스타 샤오훙슈의 왕훙 마케팅

전 대표는 각 국가별로 선호하는 제품이나 브랜드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중화권에선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나 LG생활건강의 ‘후’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좋아하는 반면 인도에선 여성의 얼굴 털을 제모하는 크림을 찾는다는 것이다. “국가마다 원하는 제품군이 조금씩 다른데 전체적으론 샴푸, 린스 등 헤어제품과 보디용품, 치아미백용품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이제는 주문을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주문을 예측하려 한다.”

전 대표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 “IT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엔 미국의 IT기업인 쓰리온도 인수했다. 물류관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각 나라별 창고의 실시간 재고를 관리할 수 있는 창고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현장에서 창고를 관리하는 분들과 물건을 공급해주는 벤더사들 모두 쓸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개발 중이다. 또 하나는 화장품에 관한 빅데이터 수집이다. 화장품이 어느 나라에서 얼마만큼 팔리는지 한곳에 모아놓은 데이터가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사실 ‘감’으로 영업을 많이 했다. ‘이 제품은 이 나라에서 인기 있을 것 같아’라며 추측하는 식이다.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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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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