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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88호] 2019.12.23

2020 세계 경제 최대 복병은

홍익희  세종대 교수ㆍ‘월가 이야기’ 저자 

▲ 우버테크놀러지가 상장된 지난 5월 10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주식 거래를 하고 있다. 우버는 심각한 손실에 허덕이고 있다. photo 뉴시스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누구는 둔화가 지속될 것이라 하고, 누구는 반등이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또 누구는 위기가 닥칠 것이라 하고, 또 누구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한다. 누구 말을 믿을 것인가?
   
   문제는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풍조가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경제는 사회과학이다. 과학적 객관성이 확보되고 데이터에 의해 검증되고, 검토되고, 전망되어야 한다. 세계 경제 전망의 경우 비교적 이를 잘 지키는 집단이 바로 국제기구들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UN) 등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상승국면 전환 예고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내년도 세계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악재들은 많다. 미·중 무역전쟁, 경기부진 장기화, 투자위축, 디플레이션, 소비수요 감소, 불확실성의 증대 등이 그것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초유의 디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리에게도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하지만 IMF는 달리 말하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3.0%에서 내년에는 3.4%로 치고 올라간다고 ‘상승국면’을 전망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경기부진으로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신흥개도국들의 반등이 이를 상쇄시키고도 남는다는 이야기이다.
   
   IMF의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은 내년도 선진국 성장률은 올해와 같은 1.7% 선에 머무를 전망이지만, 신흥개도국들은 올해 3.9%에서 내년에는 4.6%로 드라마틱하게 반등할 것이란 예상에 기초하고 있다. IMF의 지난 10월 전망치에 의하면, 중국은 내년에도 고전이 예상되나(올해 6.1%→내년 5.8%), 인도(6.1→7.0%), 브라질(0.9→2.0%), 러시아(1.1→1.95%), 아세안 5개국(4.8→4.9%) 등은 상승전환을 전망하고 있다.
   
   특히 IMF는 세계교역증가율이 올해 1.1%의 저조한 성장에서 내년에는 3.2%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우리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에는 희망적인 전망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인지 IMF는 한국 경제 성장률을 올해 2.0%에서 내년 2.2%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WTO 역시 내년도 세계무역성장률을 올해(1.2%)보다 높은 2.7%로 추정했다.
   
   이러한 상승 전망은 IMF만이 아니다. 세계은행 역시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올해 2.6%에서 내년 2.7%로 미약하나마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OECD와 UN도 마찬가지로 각각 올해 2.9%와 2.7%에서 내년 3.0%와 2.9%로 상승전환을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 기구들이 모두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상승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내년 세계 경제 전망치를 올해보다 0.3% 높은 3.2%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년도 세계 경제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글이나 방송을 보면 이들 국제기구 보고서에서조차 부정적인 단면만 추려내어 그럴듯하게 전체를 포장하는 왜곡을 보게 된다. 분명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요소들은 많다. 하지만 경제는 심리이기도 하다. 아니 중요한 심리전이다. 경제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힘을 실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아나는 생물이다. 적어도 왜곡은 하지 말아야 한다.
   
   올해 우리 국내 경제는 세계 경제보다도 더 빠르게 활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 수출 부진이 있다. 올해 우리 수출은 전년대비 10%나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원인은 많다.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의 여파가 예상보다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경기와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서 우리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평균 40%나 급락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 감소액 600억달러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 수출 감소액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올해 우리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몇 가지 고무적인 현상이 보인다는 점이다. 우선 수출다변화 현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대중 수출비중이 줄어들고(26.8→24.8%), 인도·베트남 등 신남방 지역의 수출비중(19.1→20.4%)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 목매고 있던 우리 수출 시장이 베트남 등 아세안 시장으로의 확산과 더불어 인도 시장으로 넓혀지고 있어 명실공히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고질적인 대일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 중국 칭다오항의 컨테이너들. photo 뉴시스

   2차전지 등 한국 수출은 내년 반등 전망
   
   게다가 내년에는 기대해도 좋은 몇 가지 청신호들이 있다. 우선 반도체 가격 하락이 마무리되어 반도체 부문 수출이 최소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 문제뿐 아니라 수요 증대도 예상된다. 5G 통신 도입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PC 등의 수요가 일제히 증가할 전망이다.
   
   또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종료되는 2차전지와 전기차 분야에서 우리 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간 정부보조금에 의지했던 중국 제품들이 이제는 시장에서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로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2차전지 시장은 향후 반도체 시장을 능가하는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여 우리의 수출효자상품이 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5G 통신시스템을 갖춘 폴더블폰 출시에 힘입어 우리 스마트폰 수출이 깜짝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폴더블폰은 미국 정부의 규제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 등이 안 되어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는 고전이 예상된다. 그리고 미국의 인텔이나 애플은 아직 5G 시스템과 폴더블폰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슬라이드폰 등 새로운 형태, 새로운 디자인의 폴더블폰 출현으로 우리 스마트폰이 내년에 얼마만큼이나 깜짝 실적을 낼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이밖에도 바이오헬스 품목의 수출 증대가 예상되며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소재부품산업의 국산화를 통한 수입대체 효과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올해 수출이 워낙 안 좋았다 보니 다른 품목들도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 등에서는 우리나라의 내년 수출증가율을 3% 내외로 조심스럽게 보수적 전망치를 내놓고 있으나 필자가 보기에는 10% 이상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출의 증가가 국내 경기를 견인하리라 본다.
   
   느닷없는 경제위기는 경제성장률이나 수출규모 변화로부터 오지 않는다. 위기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부터 시작된다. 내년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은 올해보다 더 커질 공산이다.
   
   미국 연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년 두 번 ‘금융안정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2019년 11월에 발간된 하반기 보고서에 의하면 ‘금융 안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충격’ 부문에서 3가지를 언급했다. △유럽발 위험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경제에서 비롯된 위험 △미국 경제성장의 예상치 못한 현저한 둔화 등이다.
   
   먼저 ‘유럽발 위험’이란 유럽의 급격한 경기침체나 재정위기는 미국 금융시스템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마이너스 금리가 심화되면서 유럽 은행들의 부실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예대 마진’, 즉 예금이자와 대출이자 간의 차액 축소로 인한 은행 부실화는 유럽만의 문제는 아니고 우리를 포함한 세계 모든 은행들의 문제이다.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경제에서 비롯된 위험’이란 중국과 신흥국들의 부실이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경우 과다한 기업부채,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 부동산 가격의 빠른 조정, 미·중 무역전쟁의 확대 등이 모두 위험요소들로 중국에 위기가 닥치면 이는 곧바로 미국의 문제이자 세계의 문제로 비화된다고 보았다. 또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되는지 여부도 살펴야 한다. 그리고 홍콩 시위의 결말 여부, 헤지펀드 공격, 홍콩달러의 페그제 붕괴 등 홍콩 외환시장에 변화가 닥친다면 이는 곧 중국의 문제와 직결된다. 다행인 것은 내년에 미국 대선이 있어 무역전쟁이 당분간 크게 덧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또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로 신흥국에서 달러가 빠져나가 외환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 이제 세계 외환시장은 한 울타리 안에 묶여 있어 신흥국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주변국으로 쉽게 번질 가능성을 갖고 있어 세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증대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경제성장의 예상치 못한 현저한 둔화’란 외부충격으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세계가 모두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일례로 저금리 시대를 맞아 주요국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국채금리의 하향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외부충격으로 미국 국채시장에 변동성이 생긴다면 곧 미국의 시중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면 달러표시 채권을 많이 발행한 중국 기업들의 연쇄부도가 발생해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세계의 문제가 된다.
   
   연준 조사에 응한 응답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요소는 △향후 1년 내지 1년 반 사이의 무역과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시장유동성이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이란 긴장, 브렉시트, 홍콩사태, 북핵 등 지정학적 충격의 위협 △미국과 중국 등 부채뿐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시장구조 등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업 부실채권의 증가를 가장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세계적으로 부도위험이 있는 기업의 부실채권이 2021년에 19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았다. 선진국 기업부채의 40%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혀 신흥시장뿐 아니라 선진국의 금융 안전성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절반 수준의 경제위축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특히 미국에서 과도한 레버리지론 차입을 통한 인수·합병(M&A)이 늘어나 기업신용도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저금리 정책이 기업부채를 과도하게 증가시켜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경고이다.
   
   
   한국, 중국 이어 두 번째 취약그룹에
   
   신흥시장에 대해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취약그룹으로 ‘터키, 한국, 브라질, 인도’를 지정해 이들 나라의 은행들이 취약한 자산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한국의 은행들이 거론된 것에 유의해야 한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 기업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게 IMF의 판단이다. 세계의 70% 지역에서 통화완화 정책이 진행되어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이 세계적으로 15조달러에 달한다고 IMF는 분석했다. IMF는 일본과 미국의 증시도 과대평가됐다면서 지난 4월 이후 미국 증시의 펀더멘털이 악화됐지만 주가는 상승했다고 평가해 급격한 주가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밖에도 현대 금융시장은 탐욕으로 물들어 있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높은 곳이다. 평소에 금융시장 변동성을 알려주는 지표들, 예를 들면 일명 공포지수라 불리는 변동성지수(VIX) 등에 관심을 갖고 이상징후가 관찰되면 상황에 맞추어 남들보다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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