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로 개발된 세종시는 주변 지역 인구까지 빨아들이며 베드타운이 됐다. ⓒphoto 뉴시스
혁신도시로 개발된 세종시는 주변 지역 인구까지 빨아들이며 베드타운이 됐다. ⓒphoto 뉴시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2월 11일 한국은행이 향후 돈을 찍어서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이 세계 최저 출산율을 경신한다는 UN 전망을 근거로 일본처럼 양적완화(Quantitive Easing)를 시행해 대응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언론이 한국의 낮은 출산율을 주목한 이유는, 저출산이 고령화와 맞물려 사회보장 예산을 급증시켜 정부의 재정적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투자가 짐 로저스는 지난해 초 “2050년경 일본은 범죄대국이 될 것”으로 예측한 뒤 그 원인으로 인구감소를 지목했다. 일본 경제는 인구감소와 막대한 재정적자 때문에 결딴나서 나라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에 따르면 2060년 일본의 65세이상 인구는 40%에 육박한다. 충격적인 것은 한국의 노년부양비율이 일본과 ‘도긴개긴’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2030년 5216만명으로 최대가 되지만 2060년에는 1992년 수준인 4936만명으로, 820만명(16%)이 감소한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총알처럼 빠르게 늘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와 장기성장 전망(2015년)’ 보고서에서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545만명에서 2060년 1762만명으로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불과 50년 만에 65세 이상 인구가 2.23배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노년부양비율(생산가능인구 대비 고령인구의 비율)은 2010년 15.2%에 불과했으나 2060년 80.6%까지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 결과 2014년 한국의 노년부양비율은 OECD 32개 회원국 중에서 27번째로 낮았지만, 2060년에는 일본, 스페인과 함께 세계 ‘톱 3’에 들어간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인구고령화는 부동산 시장에 밀접한 영향을 준다. 고령화는 작은 주택에 대한 수요는 만들어내지만 토지 수요를 줄인다. 고령화사회에서 가계의 지출구조는 변화하여 부동산, 자동차 등의 내구재 소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미래의 의료비 지출에 대비하려고 소비를 하지 않아서다. 국제통화기금이 2014년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이유로 고령화를 지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는 수도권·광역시 지역이 비수도권 지역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수도권의 고령화 속도는 8~17년이 걸리는데 수도권과 광역시는 불과 6~8년 사이에 고령화된다는 예측이다. 일본이 겪은 경험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인구가 줄면 부동산 수요도 줄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구감소가 심한 지역일수록 그 부작용은 더 크다. 그렇다면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지방 부동산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현 정부가 출범한 뒤 2년6개월(129주) 동안 서울 강남의 신축 아파트값은 최고 15억원이 오르고 92주 동안 매주 상승세를 보였는데 과연 지방은 어땠을까. 출산율이 낮아지고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특히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이 분야 선배인 일본의 경험을 토대로 앞날을 진단해보자.

지방소멸을 먼저 경험한 일본

일본은 지난 20년 동안 근로인구가 1000만명 이상(전체인구의 14%) 감소했다. 베이비부머인 ‘단카이세대’(1947〜1949년에 태어난 약 800만명)가 2012년부터 은퇴를 본격화한 뒤 상황은 악화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20년 동안 일본 노령인구는 지금보다 20% 더 늘어나 최악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심지어 기초지자체의 약 절반인 869개가 2040년경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단카이세대는 그들의 부모 세대보다 인구가 2배 많다. 1980년대 시작된 일본의 주택 구입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은 당시 30대의 단카이세대였다. 1980년대는 ‘메이드 인 재팬’ 제품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던 호시절이었다. 일본에 들어온 차고 넘치는 달러는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초기의 주택 수요는 거품이 없었으나,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 탓에 공급과잉이 나타났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1980년대 중반에 미국과의 무역, 통화전쟁에서 패배한 뒤 엔화가치의 급등으로 경기침체에 빠져버려 가수요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더욱이 단카이세대의 자녀들인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0~1974년 출생)는 부모 세대보다 연간 출생인구가 60만명 적어 절대수요도 줄었다. 모타니 고스케(藻谷浩介)는 그의 베스트셀러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2016)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절대인구가 아니라 경기 사이클이 부동산 수요를 만든 것으로 착각하는 오판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했다. 부동산의 과잉공급은 주로 도쿄, 오사카에서 나타났다. 단카이세대가 도쿄, 오사카의 대학에 진학하고 여기서 취업을 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지방 경제에서 의료·복지·버스·수도·교육 부문은 허리 역할을 담당한다. 지방 경제는 인구가 줄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데 인구감소가 심한 곳에서는 수도요금이 급등했다. 홋카이도 비바이시(美唄市)는 2015년 10월부터 수도료가 30% 인상했다. 아사히신문(2015년 9월 7일자)은 ‘2014년 4월 기준 수도요금의 지역별 차이가 심해 군마현(群馬縣) 나가노하라마치(長野原町)는 3510엔일 때, 효고현(兵庫縣) 아코시(赤穂市)는 367엔으로 약 10배의 격차가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지역에서 4배의 격차를 나타낸 가가와현(香川縣)은 비용절감을 위해 수도사업을 하나로 통합했다. 인구감소가 만들어낸 지자체의 생존전략인 것이다.

도시가 살아남으려면 최소한의 공공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인구가 줄어 세수가 계속 감소한다면 도로, 교량 등의 공공시설을 유지·관리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오랜 기간 재정적자와 인구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이 2000년대 초 지방 거점도시의 ‘선택과 집중’ 정책을 시작한 배경이다. 산촌을 포함해 모든 지역의 인구감소를 억제할 수 없으니 ‘똘똘한’ 거점도시를 선택한 뒤 집중 개발하여 지방소멸을 막자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규정한 ‘지방 중추 거점도시’는 인구 20만명 이상 도시 중에서 주간·야간의 인구 비율(주간 인구를 야간 인구로 나눈 값)이 1 이상인 도시다. 낮의 활동인구가 야간 인구보다 많은 도시를 의미한다.

정부가 거점도시를 선택해 ‘올인’하기로 결정했으므로 거점도시보다 작은 지자체는 인구감소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도시 맞춤형으로 내놓은 대책은, 시청 같은 공공시설을 중심에 두고 시가지를 정비하며 흩어져 있던 의료시설을 시가지에 집중시키는 것이었다. 멀리 떨어진 마을은 거점 역할을 하는 상점과 진료소를 걸어서 갈 수 있는 범위로 모아놓고, 각 시설을 연결하는 버스를 운행하여 생존 가능한 도시를 만들었다. 대도시가 거주자의 이동거리를 줄여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좇아 수직적 개발의 ‘콤팩트 시티’를 만들듯이, 거점도시를 ‘콤팩트’하게 만들자는 발상이다. 행정·의료·복지 서비스 시설을 집적시켜 정부의 지출을 줄이고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것이 바로 일본 지방 정책의 결정판이다.

일본 총무처(우리의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는 그의 저서 ‘지방소멸’에서 인구 20만명의 지방 도시를 지탱하는 산업으로 연금, 공공서비스업과 해당 지역의 특화 기업을 지목했다. 이들 산업은 지역 경제에서 각각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지방 경제는 고령자가 줄어들면 연금으로 버티던 편의점, 주유소 등이 망하고 이어서 의료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쇠퇴한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가장 큰 소득원은 연금인데 고령인구가 줄면서 연금이 감소하고 소도시의 경제가 붕괴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지방의 서비스산업은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현실이다. 서비스산업은 소비자가 많아야 유지되는데 대도시가 생산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 경제의 축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무라연구소는 인구감소, 고령화, 상속 등에 따른 자산 이전으로 일본은 2030년까지 지방의 금융자산은 감소하고, 도쿄 등 대도시의 금융자산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고령의 노부모들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자녀들에게 자산을 증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지방 금융기관들은 현재 초비상 상태다. 자산 유출률이 무려 25% 이상인 지역이 다수 존재하는 현실에서 자산 유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의 지방 상황은 어떤가.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의 지방소멸’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3463개 읍·면·동 가운데 소멸위험 단계 지역의 수는 2013년 1229개(35.5%)에서 2018년 1503개(43.4%)로 5년 동안 274개(7.9%)가 늘었다. 소멸위험을 겪고 있는 읍·면·동은 26만2000명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연령별 유출의 대다수는 20대와 30대다. 일본 사례를 보면 지방을 떠난 젊은이들은 결코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지방 인구가 줄 수밖에 없는 이치다.

한국 정부가 이런 상황은 들여다보지 않고 지방 인구의 유출을 막겠다고 벌인 사업이 바로 혁신도시 개발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건설교통부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제출한 ‘혁신도시입지선정지침’에 따르면, 혁신도시는 수도권과 대전, 충남을 제외한 각 시도에 1개씩 건설하고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은 혁신도시로 옮기도록 강제했다. 그래서 수도권 소재 113개 공공기관(이전 인원 4만681명)은 10개 혁신도시(계획인구 26.7만명)로 이사했다. 2012년 혁신도시의 기반 조성이 마무리된 뒤 공공기관 및 종사자 등이 이전하면서 혁신도시는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의 지방소멸 보고서

그런데 혁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자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원도심(혁신도시 소재 시·군) 및 주변 지역 인구가 혁신도시로 몰려든 것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원도심에서 이사한 인구는 전체 전입인구의 59.3%인 반면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이주한 사람은 겨우 19.5%에 그쳤다. 그리고 혁신도시로 이사한 사람들의 64%는 거주 목적이었다. 따라서 혁신도시는, 정부가 거창하게 목표로 삼았던 수도권 인구 분산은 이루지 못한 채 주변 지자체의 베드타운을 만든 셈이다.

대표적 사례가 광주광역시다. 광주는 나주혁신도시의 입주가 본격화되고 전남 도청 소재지가 무안으로 이전한 뒤 광주시 전출이 전입을 압도했다. 혁신도시는 아니지만 세종시도 마찬가지다. 세종시는 입주가 시작된 뒤 대전시를 포함한 주변 지역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고 대전 또한 전출이 전입보다 많아 살림이 쭈그러들고 있다. 이 지경이 되자 정부는 혁신도시-원도심-주변 지자체 사이의 거주여건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원도심과 주변 지자체의 생활 SOC 확충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국민 세금으로 모든 지방의 생활 인프라시설을 신축하고 개선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일본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2017년 기준 광역시를 제외한 전체 시급 도시는 77개(세종시 제외)이고, 인구 20만명 이하의 소도시는 총 33개(42.9%)이다. 소도시는 대도시에 얼마나 근접한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국토 발전이 대도시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석회 대구대 교수는 논문 ‘지방소도시의 인구감소 및 성장과 쇠퇴의 특성’(2019)에서 지방 소도시의 성장은 대도시와의 근접성보다는 ‘해당 지역의 고용 규모’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지방 소도시는 성장형·정체형·쇠퇴형으로 구분된다. 성장형 도시는 공공기관이 이전했거나 대기업의 공장이 몰려 있는 지역으로 나주·서산·당진시가 대표적이다. 나주시처럼 혁신도시 사업의 수혜주로 공공기업들이 옮겨왔거나, 서산·당진시처럼 대기업의 생산공장이 밀집되어 인구, 세수가 증가한 기업도시가 해당된다.

마스다 히로야는 ‘균형 잡힌 국토 발전’은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이상이므로 일찌감치 포기하고 ‘도쿄와는 다른’ 지역적 특성을 살려나가는 것만이 지방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7~2008년 일본 총리를 지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역시 비슷한 취지로 지방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서 ‘댐’의 역할을 하는 거점도시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놨었다. 일본이 2000년대 초부터 거점도시 중심의 지역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방에서도 정답은 주택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뒤 2년6개월 동안 지방 집값은 장장 105주 연속 하락했다고 한다. 지방 주택 시장이 작살난 것이다. 누가 지방 주택시장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을까. 원흉은 현 정부가 집권 2달 뒤 내놓은 ‘8·2 대책’이다. 그중에서 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60~70%에서 40%로 낮추고, 주택담보대출을 차주당 1건에서 세대당 1건으로 강화한 조치가 ‘쥐약’이었다. 이 규제는 분양받은 새집에 입주하기 위해 헌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아 시장을 마비시키고 집값 하락을 일으켰다. 사이즈가 작은 중소도시가 정부 규제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 셈이다.

인구감소 시대에 지방에서 부동산을 산다면 지역 거점도시에서 사야 한다. 거점도시가 되려면 명문고가 있는 교육도시가 필수다. 그리고 인근에 산업단지나 공공기관이 있어야 한다. 여수, 여천, 광양에 둘러싸인 전남 순천이 이에 해당한다. 혁신도시는 주의가 필요하다. 김천은 혁신도시이지만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서 거점도시는 될 수 없다. 지방 거점도시에서도 무난한 투자 대상은 역시 아파트다. 기업들이 많아 돈이 돌고 인구가 증가하거나 현상 유지를 하고 있어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적다.

물론 거점도시라고 해서 모든 아파트가 ‘무사’하지는 않다. 입지는 기본이고 아파트의 브랜드가 중요하다. 아파트의 ‘네임밸류’는 경기하락 국면에서 매각을 할 때 값어치를 발휘한다. 상가 투자는 임차인 위험이 있으므로 차선책이다. 상가는 운영수익률의 높고 낮음에 따라 자산가치가 결정되는데 임차인을 잘못 만나 공실이 발생하면 가격하락과 원금손실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상가 투자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높은 땅값 때문에 시행사가 책정하는 분양가가 너무 비싸고, 쿠팡 같은 온라인 유통업체에 치여서 오프라인 매장이 버티기 힘든 영업 현실에 있다. 지방에서의 상가 투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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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부동산학 박사·건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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