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30일 한 해 주식시장을 마감하고 폐장했다. ⓒphoto 뉴시스
2019년 12월 30일 한 해 주식시장을 마감하고 폐장했다. ⓒphoto 뉴시스

2019년 한 해 코스피지수는 156.63포인트, 7.67%나 상승했다. 얼핏 7%대 중반 상승률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2018년 코스피가 -17.28%, 426.45포인트나 폭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7%대나 상승한 2019년 주식시장이 꽤 준수해 보일 정도다.

하지만 우리와 경쟁관계이거나, 세계 경제와 자본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요 경제국들의 2019년 시장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22% 넘게 오른 다우존스지수와 각각 29%와 35%나 상승한 S&P500지수와 나스닥 등 미국 시장은 물론 상하이지수와 유로스톡스50 등 중국과 유럽의 주요 지수들 역시 20%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한국에 무역보복을 감행하며 갈등을 키운 일본 역시 니케이225가 18%나 올랐고, EU 탈퇴를 두고 경제·정치적 혼란이 커지고 있는 영국 역시 대표 지수인 FTSE100가 12%나 상승했다. 러시아, 브라질, 호주, 캐나다 등 우리 시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신흥국과 선진국 주요 시장 거의 대부분이 지수가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2019년 한국 주식시장은 답답함 그 자체다.

코스피 1년 동안 7.67% 상승

오히려 “7%대 상승도 그나마 선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5일 단 하루 코스피지수가 -2.56%(51.15포인트)나 급락하며 1946.98포인트로 내려앉고, 8월 7일 1909.71포인트까지 몰락하며 시장에서는 “1800포인트대 추락을 막기 힘들다”는 암울한 전망이 쏟아지기도 했었다. 2018년에 이어 다시 마이너스 상태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연말 회복됐다. 코스피 시장 비중만 22%에 이르는 삼성전자와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몇몇 특정 대형 종목으로 외국인들이 몰려들며 이들 주가가 폭등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3903억2100만원어치와 3523억3200만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이 덕분에 12월 3일 4만99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가 12월 27일 5만6500원으로 한 달 동안 13.22% 급등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7만8700원에서 9만6000원으로 22% 가까이 폭등했다. 한국 주식시장 비중이 26~28%에 이를 만큼 절대적이고, 지수 견인력이 큰 이 두 주식이 12월 폭등하며 전체 지수가 최소 2~3% 이상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2019년 주식시장은 외형상 7%대 상승 성적표를 받았지만 12월 한 달 동안 돈이 쏠리며 주가가 폭등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실제 지수 상승률은 이보다 더 낮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답답했던 지난해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주가 폭등을 이어가며 투자자들을 열광시킨 주식들이 있다. 20~30%를 넘어 100% 이상 주가가 오른 주식, 심지어 1000% 넘는 ‘이상 폭등’ 주식도 있다. 반대로 주가가 폭락해 투자자들의 속을 새까맣게 태운 주식들도 여럿이다. 특히 하락률이 -50%를 넘어 반토막 나버린 주식들도 속출했다.

어지러웠던 2019년 코스피와 코스닥, 양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준 주식은 어떤 것들일까. 기자는 수정주가를 기준으로 2019년 시장을 살펴봤다. ‘수정주가’란 감자 또는 액면분할 같은 상황이 발생해 주가가 인위적으로 변동된 주식들과, 이런 상황이 없었던 주식들 간 주가를 비교 가능하도록 보정한 것을 말한다.

폭등한 ‘안희정 테마주’ 이원컴포텍

이 기준으로 2019년 최고의 수익률 1위 주식은 코스닥 등록사 이원컴포텍이다. 고정형 차량 시트와 에어시트, 내장제를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에 납품하고 있는 차량부품 회사다. 이원컴포텍의 주가는 2019년 1년간 무려 1370.09%나 폭등했다. 2019년 1월 2일 1170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12월 30일 무려 1만6030원이나 솟구친 1만7200원으로 폭등했다. 현대차그룹에 단순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에 불과하고, 성장성이 떨어지는 제조업 기반 기업의 주가가 1년 동안 1300% 넘게 폭등한 것에 대해 업계와 시장 전문가들이 고개를 저을 정도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해 최대주주는 물론 대표이사도 수차례 바뀌었고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 내부 경영도 혼란스러웠다.

이원컴포텍 주가의 이상 폭등 이유는 주력 사업이 아닌 ‘바이오 사업’에 있었다. 이 회사가 앞으로 바이오 사업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떠돌았고, 실제 사업 다각화 명목으로 ‘의약품과 의료용품 제조·판매, 유전공학적 기법을 이용한 신기술과 신제품의 지적재산권 획득’이란 내용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돌려 말했을 뿐 ‘바이오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감을 급등시켰다. 여기에 미국 토머스제퍼슨의대 교수로 알려진 스콧 월드만(Scott A. Waldman)씨를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로 선임했다는 내용이 경제지들을 중심으로 홍보되며, 신약 개발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이런 소문과 바이오 테마에 개미들이 몰려들며 주가가 폭등했다.

이원컴포텍의 실태는 어떨까. 현재 확인 가능한 재무 상태는 엉망이다. 2017년 한 해 매출이 362억원이었고 영업적자와 당기순적자는 각각 16억원과 38억원에 이른다. 2018년 매출은 440억원이지만 역시 순적자가 17억원에 이른다. 주가가 폭등한 2019년 2·3분기 역시 계속 적자다. 순적자 행진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바이오 테마 열풍과 각종 소문은 이 회사 주가를 지난해 상승률 1위로 끌어올렸다.

이원컴포텍은 얼마 전까지 ‘정치테마주’로 불렸다. 수행비서 성폭행으로 대법원에서 3년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됐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고향인 충남 논산에 있다는 이유였다.

미디어플랫폼·그래핀 열풍

2019년 주가상승률 2위는 코스닥기업 키네마스터다. 2019년 1월 2일 2575원에 불과하던 주가가 12월 30일 1만3000원으로 솟구쳤다. 주가가 404.85% 폭등한 것이다. 키네마스터는 유튜브로 대표되는 영상·미디어 플랫폼과 온라인 영상 콘텐츠 시장의 성장과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키웠다. 원래 사명은 넥스트리밍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팔던 회사였다. 지난해 3월 키네마스터로 이름을 바꾸며 모바일 동영상 편집 앱 개발·서비스 회사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내용을 홍보했다. 유튜브 열풍이 불고, 이 시기 몇몇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이 모바일 동영상 편집 시장에 대한 추천을 쏟아내며 이 회사 이름을 언급했다.

이런 상황이 되자 키네마스터의 주가가 상승했다. 하지만 키네마스터 역시 급등한 주가와 달리 경영 실태는 좋지 않다. 2018년 매출이 128억원에 불과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무려 31억원에 이르는 적자였다. 2019년 1분기와 2분기 역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다. 그나마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흑자였을 뿐이다. 부실한 경영과 재무상태에도 키네마스터는 지난해 400% 넘게 상승했다.

3위는 주가가 404.64%나 폭등한 코스닥기업 국일제지다. 2019년 1월 2일 1185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4795원 상승하며 5980원으로 치솟았다. 국일제지는 매출 400억원대에 불과한 중소형 제지사다. 제지는 내수산업이자 장치산업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이 매우 낮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시장이 형성돼 있어 중소형 제지사의 입지가 넓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형 제지사인 국일제지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이유는 국일제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 국일그래핀에 있다. 지분 100%에서 알 수 있듯 국일제지와 국일그래핀은 사실상 하나의 몸통이다.

바로 이 국일그래핀이 시장의 관심을 키운 것이다. 첨단 신소재인 그래핀(graphene) 분야에서 국일제지가 국일그래핀을 통해 수익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투심을 자극했다. 4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급등한 주가는 11월 19일 821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국일제지의 경영실태 역시 그리 좋지 못하다. 2018년 23억원에 이르는 순적자를 기록했고, 2019년에도 2분기 202억원, 3분기 18억원의 적자였다. 이런 상황에도 주식시장에 불어닥친 그래핀 테마가 국일제지의 주가를 폭등시켰다.

2019년 대박 주식이 2020년 쪽박주로 반전

4위는 363.49%나 주가가 급등한 케이엠더블유(KMW)다. 지난해 1월 1만1025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1년 동안 4만75원이 오르며 5만1100원으로 폐장했다. 케이엠더블유는 이동통신사 기지국에 달리는 안테나 등 각종 무선통신장비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다. 4G 중심이던 통신시장이 지난해 초부터 5G로 전환되며 수혜 기업으로 거론됐던 곳 중 하나다.

이런 전망은 케이엠더블유의 경영 실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2018년 매출 2963억원에 영업적자와 순적자가 각각 262억원과 313억원에 이를 만큼 실적이 좋지 못했다. 그런데 2019년 통신사들이 4G망을 5G망으로 전환하며 실적이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2019년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48억원과 214억원에 이르렀고, 2분기와 3분기 흑자 폭이 더 커지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분기별로 500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 주가 상승률 5위는 코스피 상장 대양금속이다. 2019년 1월 3620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12월 30일 1만5050원으로 315.75% 상승했다. 대양금속은 M&A 이슈가 주가 폭등의 원인이다. 2012년 워크아웃에 빠진 후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채권단이 대주주로 M&A를 이끌었다. 채권단이 M&A를 추진하자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각종 소문과 이슈가 1년 내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 12월 11일 이엑스티 컨소시엄이라는 곳에 매각됐고, 주가가 1만8250원으로 오르며 정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1년간 315.75%나 폭등했던 대양금속 주가는 현재 이상한 상황을 맞고 있다. 12월 30일 1만5050원이던 주가가 2020년 1월 2일과 3일 주식시장이 열리자 하한가를 맞으며 순식간에 7400원으로 51%나 폭락했다. 2019년 300% 넘게 오른 주가가 2020년 단 이틀 만에 반토막이 났다. 대양금속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몇몇이 채권단에서 받은 주식을 장외시장에서 바로 팔아 차익을 챙긴 게 드러났고, 기존 최대주주로 M&A를 이끈 채권단과 새 최대주주가 된 컨소시엄 간 대양금속 주식 매매 가격에 대한 의문도 커지는 실정이다. 대양금속의 1월 8일 현재 주가는 5870원으로, 불과 4일 전(거래일 기준)인 2019년 12월 30일 대비 61%나 폭락했다. 2019년 대박 주식이 2020년 순식간에 반토막이 나며 대표 쪽박 주식으로 돌변했다.

6위는 271.94%가 오른 오이솔루션, 7위는 에이치엔티로 259.87%가 올랐다. 8위부터 10위는 코스닥 업체 클래시스(246.39%)와 코스피 기업인 체시스(244.67%), 남영비비안(232.79%)이 차지했다.

횡령·임직원 범죄·수사가 쪽박주 공식

이렇게 주가가 폭등한 주식이 있는 반면 투자자들의 속을 태우며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쪽박주’로 전락한 주식들도 수두룩하다.

2019년 수익률 최악의 주식은 코스닥 기업 리드다. 무려 -93.34%나 폭락했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90% 이상 폭락한 주식은 리드가 유일하다. 리드는 디스플레이 장비를 만들어 파는 곳으로, 지난해 1월 2일 주가는 1만1300원이었는데 12월 30일 753원까지 폭락했다. 사실 리드의 주식은 지난해 10월 30일 거래가 중지됐다. 즉 현재 주가 753원은 거래중지 직전 종가인 지난해 10월 29일 주가다. 만약 거래가 중지되지 않았다면 -93.34%보다 더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리드의 주가는 2019년 1월부터 추락했다. 1만1000원을 넘던 주가가 1월 말 6300원대로 2월 말에는 3300원대로 폭락했고, 8월에는 1000원대로 무너졌다. 그리고 10월 700원대로 몰락했다. 공시 번복, 사채원리금 미지급, 자금 부족, 심지어 전·현직 임직원들의 수백억원대 횡령과 검찰 수사 등이 이어지며 주가가 폭락했다.

수익률 추락 2위는 -87.66%의 퓨전데이타이고, 3위는 -83.04%의 에스모 머터리얼즈, 4위는 나름 대기업 계열 바이오 기업으로 불리던 코오롱티슈진이다. 코오롱티슈진 주가는 2019년 1월 2일 4만3150원으로 시작했지만 12월 30일 8010원으로 -81.44%나 폭락했다. 사실 코오롱티슈진의 현 주가 8010원 역시 지난해 5월 28일 종가다. 5월 29일 거래가 중지됐기 때문이다.

코오롱티슈진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홍보하며, 신약·바이오 테마 열풍의 대장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허상이었다. 신약 허가 과정에서 제조성분을 속인 것이 드러나며 이른바 ‘인보사 사태’를 일으켰고, 고위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실적과 재무상태도 사실은 엉망이다. 2018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340억원이 넘는 적자였고, 2019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적게는 108억원에서 많게는 141억원에 이르는 적자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환자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기망한 행위들이 드러나며, 대기업 계열사 신약과 바이오 기업으로 포장됐던 코오롱티슈진이 몰락했다.

투자자 기망에 몰락 코오롱티슈진·신라젠

최악의 주식 5위는 -81.18% 폭락한 지스마트글로벌, 6위는 -80.2% 추락한 신라젠이다. 신라젠 역시 코오롱티슈진과 마찬가지로 바이오 테마 열풍의 허상이 불러온 대표적 쪽박 주식이다. 개발 중이라던 신약의 임상 중단과 실패, 고위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가 폭락 전 대량 매도한 의혹, 검찰 수사 등이 이어지며 주가가 폭락했다.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은 개미투자자들의 손실이 컸던 대표적인 쪽박 주식이란 오명을 남겼다.

최악의 주식 7위는 -80%가 폭락한 한류AI센터이고, 8위부터 10위는 차례로 이에스브이(-79.86%), 폴루스바이오팜(-79.62%), 포티스(-78.91%)이다.

2019년 최악의 수익률에 빠진 주식들은 경영실태와 영업실적이 엉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바이오 등 각종 테마로 포장돼 특히 개미들을 빨아들였고, 임직원들이 각종 범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곳도 적지 않았다. 누군가 일으킨 소문과 테마에 부풀려졌던 주가가 손쓸 겨를도 없이 한순간에 폭락한 경우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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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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