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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1호]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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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박원순의 ‘부동산 공유제’가 공염불인 이유

김원중  부동산학 박사·건국대 겸임교수 

▲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18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고율의 세금 부과와 전세대출, 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핵심이다. 이 대책이 발표된 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시행하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 “1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어 싼값에 집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의 주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 부동산 임대차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전해달라”는 요구까지 덧붙였다. 그는 서울시가 임대차 권한을 갖는다면 베를린시가 하듯 ‘최소 거주기간 5년 보장’과 임대료 규제를 통해 ‘주민 주거권’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과연 그의 주장은 오랜 고민 뒤에 나온 결단이고 실현 가능할까?
   
   먼저 박 시장이 쓴 ‘부동산 국민공유제’라는 용어가 적절한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유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첫째 사유(私有)의 반대 개념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소유’라는 의미의 공유(公有)가 있다. 둘째 ‘두 사람 이상이 한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뜻의 공유(共有)가 있다. 그가 주장한 공유는, 국가나 지자체가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첫 번째의 공유(公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용어에 ‘국민’을 덧붙인 목적은 국민이 부동산의 사용자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 추론이 사실이라면 그의 발언은 명백한 언어유희, 말장난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국민이 부동산을 공동으로 소유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소유할 수 있는 것처럼 왜곡된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문제는 만약 그가 말하는 부동산 국민공유제가, 소유권은 국가나 지자체에 있고 국민은 오직 부동산을 사용만 할 수 있는 권리인 ‘사용권’을 갖는 것이라면, 북한과 중국의 부동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부동산을 국유화하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교역규모 세계 10위권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국유화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국유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그의 발언은 스스로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을 모른다고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국유화
   
   박 시장은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전체의 92%인 싱가포르를 성공사례로 들면서 국유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와 현재 서울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싱가포르가 본격적으로 국유화를 시작했을 때의 상황은 그저 가난한 어촌에 불과했다.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국이 될 때 영국에서 토지를 양도받았다. 당시 40%였던 국유화 비율은 국가의 지속적인 매입을 통해 토지 국유화 수준을 90%까지 끌어올렸다. 그런데 싱가포르가 독립하기 전까지 국민총생산의 대부분은 싱가포르 주둔 영국 해군기지에서 발생했다. 영국 해군의 선박 수리와 군인들이 사용할 생필품 납품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거의 전부였다. 그만큼 가난했고 단순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토지 국유화를 시도해볼 만한 시절이었다. 그런 과거의 싱가포르와 이미 글로벌 대도시로 성장한 서울의 차이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그곳에서 성공한 결과만 보고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시도는 너무나 단순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게다가 박 시장은 1000억원을 가지고 시범사업을 해보겠다고 한다. 2018년 기준 서울의 토지 가액이 793조100억원인데(‘소유자 거주지별 토지소유 가액현황’·통계청), ‘코끼리 비스킷’ 같은 1000억원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도대체 모를 일이다. 정부의 권한을 넘겨받아 자금을 마련한다고 했으니 중앙정부의 권한 양도와 재원조달 가능성은 논외로 하자.(이것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가장 단순한 예만 들어도 그의 계획이 얼마나 단선적인지 알 수 있다. 만약 서울시가 부동산 국유화 사업을 실시한다면 개발, 관리 업무를 수행할 공무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 인력은 공무원을 새로 채용하거나 산하기관인 SH공사에서 뽑을 텐데 이들에게 줄 월급 등의 경상비는 어디서 마련하겠다는 것인가? 국유화 사업에 사용할 1000억원에 인건비와 운영경비가 포함된다면 ‘차 떼고 포 떼고’ 남는 쌈짓돈 얼마를 가지고 부동산을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박 시장의 주장대로 부동산을 국유화하더라도 관리의 효율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생산성이 낮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민간부문과 달리 경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최광 교수는 1997년 보고서(‘공공부문 생산성 제고를 위한 연구’)에서 ‘공무원의 낮은 생산성’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국가인재개발원장이 “삼성은 프로축구팀, 공무원은 조기축구회 같다”고 발언한 것처럼 공무원들의 업무 생산성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4개 국가 중 25위를 기록했다.
   
   공공부문의 생산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산업별 고용의 특징과 시사점’)는 “2018년 공공행정 부문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겨우 1.9%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2013년 초 2.3% 증가율을 보인 뒤 계속 수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공공부문의 취업자 증가율은 5.6%를 기록해 타 산업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생산 증가율은 정체하는 사이 취업 증가율은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박 시장이 ‘부동산 국유화’ 사업을 하겠다는 말은, ‘신이 내린 직장’인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 외에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발언으로 짐작된다.
   
   지난해 12월 영국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이 참패한 것은 철도·전기 같은 공공서비스 기업을 다시 국유화하겠다는 공약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권력욕에 눈이 멀어 비현실적인 공약을 남발하자 유권자들이 준엄하게 심판한 결과다. 박 시장은 ‘노이즈 마케팅’ 덕분에 적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에는 성공한 듯하다. 다수의 언론매체가 그의 발언을 취급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의 발언이 현실성이 없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서둘러 발표했다는 징후가 많다는 것이다. 베를린시처럼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단적인 사례다.
   
   
   베를린시의 임대료 규제
   
   베를린시의 임대료 규제는 유럽에서 제일 세고 강력하다. 베를린시는 블록 단위로 주거지역을 나눈 뒤 주택의 크기, 건축연도 등을 기준으로 임대료를 조사한다. 이렇게 얻은 ‘평균 임대료’는 기준가격이 되고, 임대료가 평균 임대료보다 10% 이상 높으면 불법이 된다. 그런데 이처럼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의 정책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임대료가 내려가기는커녕 오히려 매년 빠른 속도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시가 규제를 강화하자 주택 공급이 감소한 탓이다. 임대료 급등에 분노한 시민들은 베를린시 정부에 과거 민간자본에 매각했던 공공주택을 다시 사들이고 ‘기업들의 임대주택 운영 금지’를 요구하는 집단 시위를 벌였다. 이것이 바로 베를린시 의회가 지난해 가을 급진적인 임대료 규제법을 비준한 배경이다. 통과된 법령은 최소 5년의 임대차를 보장하고 2013년을 기준으로 임대료 규제 유무를 결정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즉 2013년 이전에 지어진 집은 연 1.3%를 넘는 임대료 상승이 금지되지만, 2013년 이후에 건축된 주택은 규제가 전혀 없었다. 신규 주택 공급을 유도하기 위한 발상인 것이다.
   
   그런데 공급자인 주택개발업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연 1.3%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임대료 동결과 같다고 평가했다. 임대료 규제법은 의회가 최초로 법령을 통과시킨 2019년 6월 이후의 임대차 계약에도 소급 적용되는데 심지어 6월 이전부터 거주하는 임차인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임대료 규제법은, 베를린시가 임대료가 높다고 판단하면 집주인은 이미 받았던 임대료를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정도로 ‘파워풀’한 것이다.(다만 얼마까지를 ‘높은’ 임대료로 간주할 것인지는 아직 결론내지 않았다.) 법령은 임차인이 계약을 체결한 뒤 시 정부에 집주인이 부당하게 임대료를 올렸는지를 조사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담았다. 만일 집주인이 법정 인상률(연 10%)을 초과해 세를 받았으면 환급도 가능하다. 집주인들에게는 ‘고난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물론 새 법령에서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리모델링은 임대인들이 집세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베를린시는 리모델링 명목으로 시설을 개선하더라도 임대료 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월 임대료 인상률은 임대면적 기준 제곱미터당 0.5유로(652원)를 넘을 수 없다는 조건을 넣은 것이다. 집주인들이 리모델링을 임대료 인상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규제법령이 통과되자 베를린시에 거주하는 161만 세입자(전체 190만가구의 85%)는 열렬하게 환호했다. 반면 임대주택 운영으로 먹고사는 기업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기업들은 신축 주택에 대해서는 임대료 규제가 전혀 없는데도 벌써 주택 신축 포기를 선언하고 있다. 규제가 시행될 경우 2013년 이전에 건설된 임대주택의 운영 수지가 악화될 것이 분명해 자금압박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베를린시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한 규제법이 성공한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박 시장이 간과한 것이 있다. 베를린의 임대주택 시장은 기업이 움켜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들은 임대주택 재고의 95%를 소유, 운영하고 있고, 개인이 갖고 있는 임대주택은 5%도 되지 않는다. 전체 임대주택 재고의 불과 5%(16만5000호·2010년 기준)를 갖고 있는 서울시와는 정반대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좋은 의도로 추진한 임대료 규제법이지만 실제로 실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연방정부는 곧바로 베를린시가 연방법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중앙정부는 베를린시의 임대료 규제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고, 중앙정부가 소송을 건다면 법원은 ‘지자체의 분수를 넘어서는 행위’로 판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즉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임대료 규제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베를린시는 소수의 기업들이 대부분의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절대다수인 시민들의 임대료 급등, 주택 부족에 대한 불만을 달래고자 과격한 임대료 규제법을 통과시킨 셈이다. 시 의회가 비준한 임대료 규제법은 2020년 베를린시 지자체 선거의 승부를 가를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 집값 급등의 원인
   
   치솟는 집값 때문에 전 세계가 아우성이다. 이런 현상은 서울, 베를린뿐만이 아니라 현재 모든 대도시들이 겪는 홍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단지 몇 개의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의 집값이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잘못된 통화정책에서 비롯된다. 각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목으로 막무가내로 돈을 찍어 시중에 풀었다. 그 결과 경기를 떠받치는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시중에 자금을 많이 풀어놨지만 산업구조 급변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에 생산적인 분야로 돈이 흐르는 대신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으로 몰려들어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것이다. 한국이 ‘자본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혹은 ‘부동산 사유화를 허용해서’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시장 상황은 들여다보지 못한 채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시행될 부동산정책을 도입하겠다는 박 시장의 생각은 어설프다 못 해 무모하다. 무턱대고 판을 벌이는 실험으로 후손들이 값비싼 복구비용을 치르는 정책을 시행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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