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초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크게 하락했다. ⓒphoto 뉴시스
지난해 8월 초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크게 하락했다. ⓒphoto 뉴시스

펀드는 한국 금융가에서 대표적인 국민 재테크로 불리는 투자 상품이다. 특히 투자자가 낸 돈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는 가장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펀드로 불린다. 이런 주식형 펀드의 2019년 1년 성적표는 어땠을까. 2019년 주식시장이 열린 1월 2일부터 폐장일인 12월 30일까지, 지난 1년 동안 운용된 주식형 펀드를 모두 조사해 이들의 수익률과 순위를 확인했다. 기자는 2019년 증권사와 은행들이 실제 판매하고,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운용 중인 총 836개 주식형 펀드의 지난 1년 운용 실태를 조사했다. 이 836개 펀드에는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와 함께 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해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한 ETF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주식형 펀드 성적표 공개에서 기자는 총 836개 펀드 중 264개의 ETF를 수익률 순위 산정에서 제외했다.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ETF를 직접 사고파는 과정에서 짧은 시간 막대한 양의 급격한 매수·매도 현상이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자칫 잠깐이라도 기준가를 벗어나는 수익률 왜곡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운용 방식과 펀드의 성격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이런 수익률 오류와 왜곡 현상을 최대한 방지하고, 펀드별 정확한 수익률 실태와 성적을 확인하기 위해 264개의 ETF는 순위 산정에서 제외했다. 투자자가 증권사·은행 등 금융사에서 가입 가능하고 국내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가 운용하고 있는 총 572개의 일반 주식형 펀드를 대상으로 수익률 실태를 파악했다. 이 중 수익률 상위 30개와 하위 30개 등 2019년 최고와 최악의 주식형 펀드 60개의 순위를 공개한다.

참고로 일반 주식형 펀드는 총 자산의 최소 60% 이상을 반드시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금융권과 투자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일반 주식 펀드·배당주 펀드·연금펀드·중소형주 펀드·인덱스 펀드’와 삼성그룹펀드처럼 특정 그룹이나 산업 주식에 투자하는 ‘섹터 및 테마 펀드’ 등이 포함된다. 572개 주식형 펀드에 대한 정보는 시장 평가사인 KG제로인의 자료를 활용했다.

수익률 1위 설정액 52억짜리 초소형 펀드

한국 시장에서 투자자가 실제 가입하고 투자할 수 있는 주식형 펀드는 앞서 말한 대로 ETF를 제외하면 총 572개(모펀드 기준)다. 이 572개 주식형 펀드 중 2019년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펀드는 ‘하나UBS대한민국 1자(주식)ClassC1’이다. 수익률이 28.6%이다. 운용설정액이 52억원에 불과한 아주 작은 초소형 펀드지만 지난해 코스피 상승률 7.67%보다 훨씬 높은 28%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며 투자자들을 즐겁게 했다.

설정액은 52억원이지만 주식과 파생상품 등 실제 투자에 사용되고 있는 순용자산은 48억원이다. 전체 운용자산 중 0.69%를 유동성, 즉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고 99.31%에 이르는 자산을 주식과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수익률만 좋은 게 아니다. 수익률 조사기간을 늘려 2018년 이후 2년 동안의 수익률도 3.4%로 상위 50개 펀드 중 1위다. 2017년 이후 3년 동안의 수익률 역시 33.4%로 역시 상위 50개 펀드 중 1위다. 작지만 강한 생명력을 보이고 있는 펀드다.

수익률 2위 펀드는 ‘한화2.2배레버리지인덱스종류A’다. 2019년 수익률은 27.39%. 특정 주식이 아닌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인덱스 펀드이지만 파생형 펀드이자, 또 다른 지수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재간접 투자로 수익률을 키우는 형태의 펀드다. 한화2.2배레버리지인덱스 펀드는 코스피200 지수의 움직임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된다. 눈여겨볼 점은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인덱스이지만 ‘레버리지’를 적용해 코스피200 지수가 변동하는 폭의 2.2배로 펀드의 수익률이 오르내린다는 점이다. 이런 레버리지로 상승 시장에서는 2배 이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 시장에서는 하락률이 2배를 넘는 상황도 벌어진다.

참고로 코스피 지수가 17% 넘게 폭락했던 2018년까지 수익률 산정 기간의 범위를 넓히면 이 펀드의 운용 실태는 전혀 달라진다. 2018년 1월 2일부터 2019년 12월 30일까지 2년 동안 한화2.2배레버리지인덱스 펀드 누적 수익률은 -22.57%로 처참하다. 즉 2019년 1월에 이 펀드에 가입한 가입자라면 27% 정도 수익을 올렸지만, 이보다 앞서 2018년 1월 가입한 투자자는 2019년 12월 30일 기준으로 오히려 -22% 넘는 손해를 본 것이다.

이 펀드는 2019년 1년 수익률 순위는 2위이지만, 2년 누적 수익률은 512위로 최하위권이다. 추종하는 기준 지수보다 수익률이 2.2배씩 움직이게 설계된 레버리지 효과가 이렇게 큰 수익률 편차를 만들어낸 것이다.

수익률 3위 주식형 펀드는 ‘KB스타코리아레버리지2.0(주식-파생)A’로 지난해 26.13%의 수익률을 올렸다. 코스피200 지수에 더해 KBAM유동지수(CD)를 감한 벤치마크를 이용하고 있다. 이 펀드 역시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지수의 하루 변동 폭의 2배씩 오르내리게 만들어진 레버리지 펀드다.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나면서 2019년 26.13%의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펀드 역시 수익률 산정 기간을 2018년까지 넓히면 레버리지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2018년 1월 개장일부터 2019년 12월 폐장일까지 2년 누적 수익률이 -18.68%로 암담하다. 2019년 한 해는 좋았지만, 2018년 수익률이 엉망이었다는 뜻이다.

2~8위까지 강세 레버리지 펀드

수익률 4위도 추종 지수 대비 수익률이 2배씩 오르내리게 설계된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주식-파생)ClassA’다. 지난 1년 동안 25.97%가 올랐다.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 펀드는 한국 투자시장에서 손꼽히는 대형 펀드다. 지난해 말 설정액 7290억원에 운용순자산이 7890억원에 이른다. 대형 펀드 중에는 수익이 가장 높다. 2019년 대형 펀드들의 수익률이 대체적으로 저조했던 것과 비교해 25%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점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다.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둔한 대형 펀드들 중 수익률이 좋았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코스피200 지수 하루 등락률의 2배씩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고, 특히 지난해 12월 급등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 투자비중이 컸던 영향이 절대적이다.

펀드 수익률이 코스피200 지수 하루 등락률의 2배씩 움직이도록 설계된 레버리지 펀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로 만들어진 파생상품과 관련 선물 지수 상품에 투자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그런데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 펀드는 이런 일반적인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상위 5개 투자종목 중 지수 관련 파생상품이 아닌, 개별 주식인 삼성전자의 투자비중이 가장 높았고, SK하이닉스 주식도 상위 5개 투자 종목에 들어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에 직접 투자한 것이 수익률 상승의 주요 이유다.

5위는 ‘미래에셋인덱스로코리아레버리지2.0자(주식-파생재간접)종류A’로 수익률이 25.84%를 기록했다. 거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치고는 규모가 작다. 운용설정액이 지난해 말 기준 79억원, 순운용자산은 85억원에 불과하지만 많은 마케팅·홍보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미래에셋의 다른 유명 대형 펀드들을 모두 제치고 2019년 한 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6위는 2019년 25.55% 수익을 낸 ‘한국투자두배로1(주식-재간접파생)A’이고, 7위와 8위는 ‘IBK2.0배레버리지인덱스(주식-파생)C’와 ‘삼성KOSPI200 2배레버리지1(주식-파생재간접)A’로 각각 25.25%와 25.04%의 수익을 올렸다. 6~8위 모두 레버리지 펀드다.

9위는 23.31%의 수익을 올린 ‘KTB VIP스타셀렉션자(주식)종류A’이고, 10위는 ‘KTB VIP밸류연금저축자(주식)종류C’다. 2019년 한 해 수익률이 23.27%다. 취재 결과 2019년 코스피 지수 상승률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린 주식형 펀드는 300여개에 이른다.

수익률 최악은 NH농협 주식형 펀드

2019년 코스피 지수 상승률(7.67%)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리며 투자자들을 즐겁게 한 주식형 펀드가 있는 반면, 투자자들이 낸 돈을 허공에 날려 버린 주식형 펀드들도 수두룩하다. 투자자들의 속을 새까맣게 태운 2019년 수익률 최악의 펀드들을 살펴보자. 2019년 수익률 최악의 펀드 1위는 ‘NH-Amundi코스닥2배레버리지(주식-파생)ClassA’로 수익률이 -25.65%로 폭락했다. 2019년 1월 2일부터 이 펀드에 거치식으로 돈을 넣어 두었다면 1년 만에 투자한 돈의 4분의 1 이상을 까먹었다는 뜻이다. NH농협의 주식 투자 실력을 민망하게 만들고 있는 대표적인 펀드다.

코스닥150 지수 하루 변동폭의 2배씩 수익률이 아래위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졌다. 지난해 코스닥 지수는 -0.86%가 하락하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이 펀드는 코스닥 하락률보다 훨씬 심각한 -25.65%로 추락했다.

NH농협과 외국계 아문디가 합작한 NH아문디자산운용이 만들고, NH농협 전국 지점을 통해 2018년 2월부터 팔고 있는 이 펀드의 상태가 더욱 심각한 이유가 있다. 2019년 12월 30일을 기준으로 NH-Amundi코스닥2배레버리지 펀드가 운용된 1년11개월간 누적 수익률이 -57.74%라는 점이다. 채 2년이 안 되는 운용기간 동안 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수익률 최악의 펀드 2위는 2019년 -25.63%를 기록한 ‘한국투자코스닥두배로(주식-재간접파생)A’다. -0.02%포인트라는 간발의 차이로 한국투자신탁이 최악의 펀드 1위 운용사 불명예를 모면했다. 역시 코스닥 시장에 투자한 레버리지 펀드다. 이 펀드 역시 2019년 수익률보다 최초 설정 이후 지금까지 누적 수익률이 더 심각하다. 2018년 1월 말 등장해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펀드로, 설정 후 2019년 12월 말까지 누적 수익률이 무려 -66.29%로 한심한 상태다. 2018년 1월 말 이 펀드에 가입해 1억원을 납입 후 거치식 투자를 선택한 사람이 있다면, 현재 이 투자자가 건질 수 있는 돈은 3300만원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최초 설정일 기준 채 2년이 안돼 투자금 3분의 2를 날렸다는 뜻이다.

2년간 투자자 돈 ‘3분의 2’ 까먹은 펀드

최악의 수익률 3위는 -18.76%를 기록한 ‘미래에셋코스닥150레버리지1.5 1(주식-파생재간접)종류C’이고, 4위는 -18.12%의 ‘삼성코스닥150 1.5배레버리지(주식-파생)S’였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최대 자산운용사 1위 삼성자산운용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가 수익률 최하위권으로 추락하며 체면을 구긴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코스닥150레버리지1.5 1 펀드’와 삼성자산운용의 ‘코스닥150 1.5배레버리지 펀드’ 모두 2년 누적 수익률 역시 -40%대를 기록해 또 한 번 체면을 구겼다.

최악의 수익률 5위는 ‘BNK KOSDAQ150분할매수목표전환1ClassA’로 -15.28%의 저조한 수익률에 허덕였다. 6위부터는 레버리지 펀드가 아닌 일반 주식형 펀드로 확인됐다. 6위와 7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헬스케어 관련 주식과 파생상품에 투자한 ‘미래에셋연금한국헬스케어자 1(주식)종류C-P’와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자 1(주식)종류F’로 각각 -13.51%와 -12.8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8위는 2000년대 중반 중소형주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리며 투자자들을 대거 끌어모았던 ‘유리스몰뷰티자(주식)C/C’다. 2019년 수익률이 -12.82%로 답답한 상태다. 재미있게도 유리스몰뷰티자 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이는 최근 몇 년간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 무려 300%가 넘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성적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9위는 -12.12%의 ‘유리스몰뷰티v3목표전환(주식)C/A’고, 최악의 수익률 10위는 -11.58%로 추락한 ‘키움 코스닥SmartInvestor목표전환 2(혼합-재간접)A’였다.

아쉬운 대형 펀드와 코스닥 투자 펀드

2019년 주식형 펀드 시장의 큰 특징은 코스피 지수 관련 레버리지 펀드들이 초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반대로 코스닥 지수 관련 레버리지 펀드들은 투자자와 운용사 모두에 최악의 한 해가 됐다. 수익률 최악의 펀드 하위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코스닥 지수 관련 레버리지 펀드였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7.67% 오르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중소형주보다 대형주들이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대형주들을 별도로 모아 놓은 코스피200 지수가 각광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피200 지수의 하루 등락폭보다 1.5~2.5배씩 위아래로 더 크게 움직이게끔 설계된 레버리지 펀드들의 수익률이 두드러졌던 것이다. 코스피 지수의 상승이 레버리지라는 높은 위험성을 완화시키며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설정액과 운용순자산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대형 펀드들이 극도로 부진했던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2019년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 100위 안에서 설정액이 3000억원을 넘는 펀드가 단 2개뿐이었다. 반면 수익률 하위 100위 안에는 7개나 있다.

2019년은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 모두 지수가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름에는 1800포인트대 추락을 걱정할 만큼 코스피 시장이 좋지 못했지만, 12월 2200포인트 기대감을 키울 만큼 지수가 상승하기도 했다. 이런 시장에서 설정액과 운용자산이 큰 대형주 펀드들은 시장 급락과 급등에 따른 변화에 즉각적으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대형 자본이 급등락 시장에서 빠르게 움직일 경우 자칫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고, 개별 주식은 물론 지수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대형 펀드들의 수익률은 상당히 좋지 못했다.

그렇다고 설정액과 운용순자산이 적은 소형 펀드들이 잘한 것은 아니다. 소형 펀드들의 경우 수익률 편차가 매우 크다는 특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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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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