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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집값 원상회복” 문 대통령 발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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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3호]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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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집값 원상회복” 문 대통령 발언의 진실

김원중  부동산학 박사·건국대 겸임교수 

▲ 지난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시민들이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서민들이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오른 집값은 원상회복돼야 한다.”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금의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더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 모든 경제정책의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대통령은 집값이 내려야 하는 이유로 서민들이 느끼는 위화감을 지목했다. 그렇다면 서민들이 위화감을 느끼면 강남 집값은 떨어져야 하는가?
   
   
   정책 실패를 투기꾼의 잘못으로
   
   서민들은 한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강남에서 살 수도 없고 설령 살라고 해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비싼 물가 때문에 가성비가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살고 있지 않고, 살 계획도 없는 사람들의 눈높이를 기준 삼아 집값이 내려야 한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평가한다면 대통령은 사회주의자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주택을 매입하는데 자그마치 15개 서류를 구비하라는 것은 주택매매허가제에 버금가는 조치이다. 현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그토록 싫어했다던 권위주의 정권의 통치 스타일을 버젓이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완장’을 차면 선량한 사람도 권위주의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만들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 “저금리 상황에서 과잉 유동성이 전 세계의 부동산 가격을 급등시켰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또한 유동성 자금이 혁신산업 등 미래 성장 분야로 흐르지 않고 단기 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단했다. 국토부 장관은 1100조원이 넘는다는 시중 유동자금이 집값 급등을 일으켰음을 시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130조2000억원어치의 국채를 발행한다. 작년보다 28%(28조5000억원) 증액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할 목적으로 2009년 63% 증액 발행한 뒤 최고의 증가율이다. 정부는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물가와 집값을 끌어올릴 돈을 시장에 계속 풀고 있다. 정부는 집값 급등의 원흉으로 투기꾼을 탓하지만 정부 또한 집값 급등을 일으킨 당사자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병행하지 않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좀비기업과 물가상승만을 일으킬 것’이라는 의견은 무시한 채 ‘돈 풀기’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 풀기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은 집값 거품 등의 형태로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되돌아간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요가 많은 서울에 주택공급을 해달라는 시장의 요구는 무시한 채 수요 억제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시즌 2’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답습
   
참여정부의 주택정책은 집값 안정과 투명한 시장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책 목표의 실현 방안으로 실거래가 신고, 종합부동산세 신설, 재산세 강화 등을 도입했다. 참여정부는 집권 후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18번의 가격 안정 대책을 발표했듯이, 수십 차례의 크고 작은 가격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그 대책은 첫 번째 규제인 2003년 5월 23일 조치부터 2007년 1월 31일 대책까지 끈질기게 지속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버블 세븐’으로 불렸던 7개 지역(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양천구, 분당, 평촌, 용인)의 집값 폭등으로 끝났다. 특히 신경을 썼던 강남의 아파트값이 집권 기간에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아이러니하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2007년 여름 세미나에서 “노무현 정부가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수요가 많은 곳에서 재건축 규제 등 공급을 틀어막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강남 3구 등 인기 지역의 집값 상승은 국지적 수준의 수급 괴리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하고, “정부의 투기 억제책이 오히려 집값 급등을 부채질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가 2011년 발표한 사업체노동실태현황을 보더라도 강남구는 3만9902개 사업체, 61만2544명의 종사자가 근무하고 있다. 서울시 25개 구에서 주거 수요가 가장 많다. 인접한 서초구, 송파구를 합치면 강남 3구의 사업체 수와 종사자의 수는 각각 서울 전체의 24%(8만6810개)와 31%(120만1038명)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최근 자료를 보면 강남 3구의 집중도는 오히려 강화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19년 발간한 보고서(서울시 직장인의 출퇴근 트렌드 변화)에 따르면 직장인이 거주하는 상위 자치구는 2008년 동대문>송파>서초>은평구에서 2018년 송파>관악>강동>강남구 순으로 변했다. 2018년 직장인들의 송파구, 강남구 거주 비중은 2008년에 비해 확실히 늘어나고, 서울시 전체적으로 봐도 강북의 거주 비율은 확연히 줄고 강남 비중이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직장이 강남 지역에 많아서 강북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직장인의 51%는 거주하는 자치구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데, 출근시간 21분, 도보를 이용한 출근은 전체의 3분의 1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 비싼 주거비를 감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직주근접을 선호하는 비중은 증가하는데 직주근접은 주거비를 끌어올린다는 사실이다.
   
   제대로 판단을 하는 정부라면 기업체가 집중되어 수요가 많은 곳에 주택이 최대한 많이 들어설 수 있도록 용적률을 완화하고, 남아도는 상업시설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용적률 등 규제를 풀어줄 생각이 결코 없는 듯하다. 집값 폭등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를 보자.
   
   
   집값 폭등 캘리포니아주의 교훈
   
   캘리포니아 경제는 지금 호황이다. 구글 등 미국을 대표하는 IT 기업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억만장자가 넘쳐나는 캘리포니아 전체 인구(약 3900만명·2014년 기준)의 20%가 주거 부족과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캘리포니아주의 홈리스는 2018년 대비 16.4% 급증했다. 주택부족과 ‘미친 집세’가 원인이다. 캘리포니아의 주거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자 50개 주에서 제일 가난해 집세가 무척 저렴하고 홈리스가 제일 적은 미시시피, 루이지애나주가 차라리 낫다는 자조감 섞인 푸념까지 나온다.
   
   캘리포니아주는 진보를 자처하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다. 주 정부부터 카운티 정부까지 모든 레벨의 지방정부를 민주당이 꽉 잡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현재는 오직 단독주택만 지을 수 있는 토지에 공동주택 건설을 허용해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자는 법안(Senate Bill 50)을 부결시켰다. 부결된 법안은 역세권 근처의 거주인구가 많은 단독주택 용지를 다세대나 임대 아파트를 건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도시의 과밀화를 용인하는 법안이므로 주변 집주인들이 반길 사항은 아니었던 것이다. 법안이 부결되자 각계의 비난이 빗발쳤다. 겉으로는 정의를 부르짖던 진보 정치인들이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내 동네는 안 된다’는 님비현상에 사로잡혀 캘리포니아의 만성적인 주택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비난이었다.
   
   문제는 유권자인 집주인들이 신규 주택 공급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주인들은 신규 주택 공급이 자신의 집값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차인 또한 이기적이긴 마찬가지다. 임차인들은 임대료를 적게 지불할 속셈으로 정치인들에게 임대료 통제를 요구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정치인들은 오직 자신의 재선과 정치적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밥값’을 하지 않는 것이다. 주택부족을 해결하고 주거비를 낮추려면 신규 주택이 많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체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단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지난 1월 16일자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 집값이 급등하는 원인은 까다로운 도시계획 규제와 집주인들의 님비현상에 있다”고 보도했다. 건축 규제가 주택 소유자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고밀도 개발을 막아 공급을 방해하고 주거비 급등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주거비는 1970년대 국내총생산의 8%를 차지했으나 최근 GDP의 11%를 차지할 정도로 치솟았다. 이코노미스트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의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해 주택을 지으면 세계 1위 미국의 국민총생산이 4% 증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8년 기준 미국의 GDP가 20조5000억달러이므로 이것의 4%라면 8000억달러(약 940조원)나 되는 엄청난 규모의 부가가치를 불과 3개 도시의 건축 규제를 완화해서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미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부동산 가격은 지역경제의 반영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런 뒤 “수도권 집중, 강남 집중은 우리나라 경제 활동의 중심이 모여 있기 때문에 수요가 집중돼서 집값이 올랐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집값 상승에 대한 원인 진단은 정확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의 현실 인식은 여기까지다. 그는 지난 정부 시절보다 현재 주택공급이 많다고 자랑하며 현 정부의 치적으로 내세웠다. 사실 지금 입주물량이 많은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 주택 인허가를 많이 내준 덕분이다. 본인이 지금 하고 있듯이 도시정비사업 등을 옥죈다면 몇 년 뒤 공급 부족으로 집값 폭등이 닥칠 것이라는 뻔한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것 같다.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듯이 현 정부는 인구가 급증하던 굴뚝산업 시대의 관행화된 규제에 익숙해 도심 수요 억제 정책의 문제점을 모르는 듯하다.
   
   
   주택예산 확대하고 시장원리에 맡겨라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은 ‘주거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고시한 공공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는 실제 공사비의 70% 수준이다. 건설사업자는 임대주택을 지으면 지을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 겉으로는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해 주거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불구덩이 속으로 주택건설사업자의 등을 떠밀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종 언론 매체에 임대주택의 부실공사가 심심찮게 보도된다. 정부가 주택 분야에 배정하는 예산 또한 인색하다. 2019년 국토부는 전체 예산(43조2000억원)의 96%를 교통, 물류, 수자원에 쏟아부으면서 주택 분야에 배정한 예산은 고작 0.8%(1378억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주거복지를 챙기고 싶다면 서민들을 위한 주택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중산층 이상을 타깃으로 하는 민간주택 시장은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 미국, 영국, 독일을 포함한 자본주의 국가 그 어디에서도 금리 인상을 통해 집값을 잡으려 했지 주택 시장에 직접 개입한 전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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