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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5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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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주택거래허가제는 이미 시행 중이다

김원중  부동산학 박사·건국대 겸임교수 

▲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지난 1월 8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급매물과 반전세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photo 뉴시스
‘집을 판 뒤 매도 대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소명하라.’
   
   북한, 중국에서 나오는 정부 지시가 아니다. 바로 지금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부동산 매도 자금 사용 계획을 밝히라는 요구는 헌법이 보장한 사적자치의 원칙(개인의 재산에 관한 사항을 각자의 의사에 따라 처리)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반헌법적이고 퇴행적인 행위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지난 1월 청와대 정무수석이 도입을 주장했다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 여론이 냉담하게 반응하자 당정은 한목소리로 이 제도의 도입을 부인했다. 그러나 사실 이 제도는 정무수석이 주장하기 이전에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부동산 실거래집중조사가 그것으로 과거 군사독재 정권도 하지 않았던 고압적이고 오만한 통치행위이다. 이에 따라 집을 사고 팔 때 부동산 자금조달계획, 자금사용계획 등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국민들의 반발이 극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3월부터 부동산 자금출처 조사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과 수도권 규제지역은 3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이 대상이고 지방 비규제지역에서는 6억원을 넘는 주택이 해당된다. 서울의 아파트 값이 3억원을 넘고 과천·분당 등 수도권 규제지역의 아파트도 대부분 3억원을 초과하므로 사실상 서울과 수도권의 모든 아파트 거래를 전수 조사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와 관련된 업무 프로세스를 보면 국토부는 조사 대상을 정해 관할 구청에 대상자를 통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매도자가 자금사용계획을 공개하지 않으면 구청은 국세청, 경찰 등에 고발하는 형식이다. 정부 시책에 ‘불경한 자’를 징벌 차원에서 괴롭히는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12·16 대책은 주거비 급등의 주범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12·16대책은 9억원 초과 주택이 초점”이라고 언급했다. 더 나아가 “9억원 이하 주택의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생기면 더욱 강력한 추가 대책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자금출처 조사는 12·16 조치 시행으로 9억원 이하 집값이 일제히 9억원을 향해 치닫고, 수원·용인·대전 등 비규제지역의 집값이 널뛰기하자 빼든 강력한 추가 대책인 셈이다. 자금출처 조사는 1970~1980년대 군사정권이 토지와 집값 상승을 차단하려고 즐겨 썼던 단골 메뉴다. 강산이 4~5번은 바뀌었을 시간이 흘렀건만 정부가 시장을 대하는 태도는 변한 게 없다. 아니 오히려 퇴보했다. 정부는 시장을 투기꾼이 판치는 세상으로 규정해버린 듯하다. 규제를 해야 해결된다는 관료주의적 사고가 팽배한 것이다.
   
   그렇다면 12·16대책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을까? 12·16대책은 1주택 보유자가 비과세 혜택을 누리려면 2년 이상 거주를 의무화시켰다. 그 결과 가뜩이나 부족한 전세 물량이 감소했다. 또한 9억원 초과 주택의 전세 대출을 전면 금지했는데 현재 서울 전체 아파트의 중위(중간) 가격은 9억원을 넘는다. 9억원 초과 주택이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많은 상황에서 전세 대출 금지는 9억원 초과 집주인들이 주택을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전환시켜 반전세 열풍이 일어나도록 부채질했다.
   
   반전세 열풍의 시발점은 역시 강남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집을 팔아 은행에 예금하거나 원금마저 까먹을 수 있는 주식투자를 하느니, 주택을 보유한 채 늘어나는 세금(재산세·종합부동산세) 증가분을 임차인들에게 떠넘기는 전략이 유리한 것이다. 정부가 생각하지 못한 허점을 집주인들이 찌른 격이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는 말이 허풍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결국 정부의 12·16대책은 전세시장의 동맥경화를 일으켜서 물량부족을 만들었고 주거비 급등을 초래하고 있다. 불 보듯 뻔한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청맹과니나 다름없다.
   
   물론 국토부가 자금출처 조사를 하게 된 배경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시중에 돈이 엄청나게 풀린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도 없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제 주체(가계·기업·정부)가 빌려 쓴 엄청난 규모의 대출금에 대한 이자 부담이 늘어나 가처분소득, 소비가 줄어 경제가 더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릴 수 없으니 수요를 눌러 집값을 잡으려는 셈법이다. 주택공급을 하려는 생각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 정부는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변명하겠지만 오직 수요 억제에 골몰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책이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다. 전세가 귀하신 몸이 되고 반전세가 일반화되면 다급해진 정부의 다음 조치는 무엇일까?
   
   
   다음 조치는 전월세 규제?
   
   정부는 전세금과 월세 인상률 규제로 대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임대료 규제는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데다 이것만큼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얻기에 좋은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대료 규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켜 주거비를 더 올려놓을 것이다. 필자가 본지 제2578호(‘전월세상한제는 정답이 아니다’)에서 밝혔듯이 임대료를 제한하면, 단지 규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거주 중이었던 임차인만이 혜택을 누린다. 집주인들은 규제 시행 전에 집세를 대폭 올릴 것이므로 아직 집을 얻지 못한 사람들은 주거비 폭탄을 맞는다. 규제의 폐단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임대료 규제는 주택 임대업의 수익률을 떨어뜨려 신규 사업자의 진출을 가로막아 공급을 줄이게 만든다. 또한 기존 사업자들은 비용을 줄이려고 주택 관리를 소홀히 해 노후 주택을 양산할 것이다. 정부의 예측과는 달리 규제를 하면 할수록 주거비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몇몇 시민단체와 좌파 학자들이 집값을 잡는 수단으로 즐겨 언급하는 재산세의 인상도 부작용을 초래하기는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18년 말 제출한 보고서(‘부동산 보유세의 세부담 및 경제적 효과 분석’)는 “이자율이 높을수록 집값 상승률은 낮았고, 재산세율을 올려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즉 재산세를 올리면 높은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유는 재산세를 올리는 시점에는 집값 상승률을 일회성으로 낮추지만 그 뒤부터는 재산세율이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증명된 사실이다. 이런 부작용을 알기에 기재부 산하 기관이 제시한 해법은 금리인상이었다. 그렇다면 금리인상과 금융규제를 통해 집값을 누그러뜨린 유럽의 선진국 노르웨이 사례를 보자.
   
   
   노르웨이는 어떻게 집값을 잡았나
   
   노르웨이는 인구가 526만명에 불과하지만 1인당 GDP가 7만1497달러(2016년 기준)로 세계 3위의 부자 나라다. 이 나라는 1990년에서 2010년까지 집값이 매년 10% 이상 올랐다. 북해에서 유전과 가스전을 발견해 경제가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2008년 가을 터진 세계 금융위기는 노르웨이의 주택가격을 더욱 오르게 했다. ‘헬리콥터 벤’이라고 불렸던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위원회(FRB) 의장이 2011년부터 통화를 찍어내 뿌리기 시작했을 때 노르웨이가 속한 유럽연합 역시 양적완화를 개시했다. 그래서 2010년 이후 노르웨이의 집값은 매년 25.9%(2010년~2013년 3분기), 31.5%(2013년 4분기~2019년 3분기)나 폭등했다. 그 결과 2018년 오슬로의 단독주택 가격은 2002년 대비 184% 상승했다. 이 같은 가격 급등은 탄탄한 경제성장과 저금리의 결과물이었다. 노르웨이가 36개 OECD 회원국 중에서 덴마크, 네덜란드에 뒤이어 3번째로 소득대비 부채(DTI)가 높은 나라가 된 이유다. 현재 노르웨이의 DTI 비율은 231%로 1995년 대비 2배가 됐다.
   
   노르웨이 정부는 막대한 가계부채가 경제에 큰 부담을 주자 2017년 초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조였다. 대출 기준이 강화된 뒤 매수자는 수도 오슬로에서 기존 주택을 구입할 때 집값의 최대 60%(신축은 매입가의 최대 85%)를 빌릴 수 있다. 노르웨이 국민들은 이것마저도 부당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우리의 대출규제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노르웨이 정부는 금리도 올렸다. 2015년 0.75%였던 정책금리를 2019년 말 1.5%까지 올렸다. 1인당 GDP 기준 한국(3만3000달러·2018년)보다 2배 이상 잘사는 나라지만 정책금리는 우리와 같다. 기준금리를 올린 탓에 현재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97%로 1년 전의 2.55%보다 0.42% 올랐다. 그 결과 수도 오슬로의 주택가격은 2019년 1월에서 9월까지 연율 기준 3.7%(전국적으로는 평균 2.35%) 상승에 그쳤다. 2019년 4분기에는 집값이 드디어 전국적으로 0.8% 떨어졌다. 대출 기준 강화와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집값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은 노르웨이 정부에 건설 규제를 완화하라고 권고한 상태다. 향후의 급격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주택공급이 용이해져야 한다는 취지다.
   
   국내 연구기관에서도 LTV, DTI 등의 주택금융규제 강화는 주택거래 감소, 주택가격 하락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정부가 금융규제를 강화하면 거래감소(7.9%), 가격하락(5분의 1 수준), 세수감소(3.4%)를 낳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산연은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없애려고 내놓는 정책이 서울과 지방의 차별적 시장여건을 고려하지 않았고, 수요자의 주거이동을 제약하는 대출 규제 등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국민 경제 측면에서는 주택시장 위축에 따른 파급 효과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주택건설업계는 고사 직전이다. 지방의 열악한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 탓에 2018년 전국에서 부도 처리된 종합건설업체 10개 중 9개는 지방 건설사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는 중개업소, 이삿짐센터, 인테리어업체 등 수많은 관련업계 종사자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규제가 불러올 부정적 파급 효과는 숙고하지 않은 채 정부의 공권력 행사가 만들어낸 정책 참사다.
   
   
   주택공급업에서 탈피 주택산업 육성을
   
   2014년 기준 건설업은 10억원을 투자했을 때 10.5명을 고용하며 14.5명의 취업을 발생시켰다. 타 산업보다 고용 및 취업률이 높다. 그렇지만 국토부는 여전히 주택건설을 주택공급업으로 분류하고 주택건설업체 대표를 하찮은 ‘업자’로 취급한다. 공권력의 전형적인 갑질이다. 인공지능시대가 도래하여 스마트홈은 곧 대세가 된다. 정부는 신산업기술을 접목해 주택공급업을 주택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LH는 중동, 남미 등에서 스마트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LH가 건설한 스마트도시에 국내 건설업체들이 스마트홈을 건축하여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내에서 스마트홈 주택을 많이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할 일이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분양가 상승은 감내하고 분양가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 올해 100세가 된 이 시대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공산주의자는 자꾸 평등을 이야기한다”면서 “자유 없는 평등은 지옥”이라고 비판했다. 왜 국민들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모두 다 낡은 집에서 살아야 한단 말인가? 첨단기능을 장착한 새 집이 낡은 집보다 비싼 것은 당연한 사실 아닌가? 오늘도 녹물이 나오는 낡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 불렀던 동요를 되풀이해서 부르고 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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