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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95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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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먹튀’ 론스타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채이배  국회의원·공인회계사 

▲ 지난해 11월 21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론스타 고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photo 뉴시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부당하게 세금을 징수했다며 2012년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를 제기했다. 이 소송의 최종 심리는 2016년 6월 종료됐지만 판정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르면 올해 안에 판정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소송에는 국민 세금 5조3000억원이 걸려 있다. 그런데 정부의 부실한 대응으로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많은 독자들은 ‘언제 때 론스타인데, 아직도 그 얘기인가?’ 할 것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때가 17년 전인 2003년 10월이다. 이때부터 2012년 1월 최종적으로 지분을 매각하고 떠날 때까지 론스타와 관련된 법적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아직도 한국 국민의 세금을 탐하는 ‘먹튀’의 대명사로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블랙머니’가 소환한 팩스 5장의 진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블랙머니’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과정을 다루고 있다. 물론 영화는 픽션이다. 하지만 확실한 팩트가 하나 존재한다. 바로 의문의 팩스 5장이다. 이 팩스는 2003년 7월 21일 9시55분 외환은행에서 금융감독원으로 보내졌다. 이 5장에는 일반적인 공식문서가 갖추고 있는 표지커버, 제목, 보낸 사람, 받는 사람 등 기본적인 내용은 없고, 외환은행의 2003년 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6.16%로 부실은행이 될 것이라는 내용만 담겨 있다.
   
   영화에서는 이 문건을 작성하고 보낸 은행 직원과 받은 금감원 직원이 나오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이 문건이 처음 공개된 시점은 2006년 3월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다. 외환은행은 이 팩스의 존재에 대해 2005년 8월 사망한 외환은행 허모 차장이 작성한 것이라고 석연치 않은 해명을 했다.
   
   실제 외환은행의 2002년 말 BIS비율은 9.31%, 2003년 3월 말은 8.48%였다. 팩스가 보내진 날 열린 이사회에는 2003년 말 추정 BIS비율이 10%라는 자료가 제출된다. 이러한 숫자는 모두 기업회계기준, 은행업 회계처리기준 등에 의해 정상적으로 작성된 것이다. 하지만 ‘의문의 팩스’에 적혀 있는 BIS비율 6.16%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순자산가액 검토보고서)에 나온 숫자로 일반적인 회계처리기준을 따르지 않은 추정치이다. 이 팩스의 문제는 여기 있다. 1998년 2월 경영개선 권고를 받은 후 꾸준한 경영개선 노력으로 2002년 4월 경영정상 판정을 받은 은행이 2003년 4~5월 실시한 실사 결과 2003년 말로 부실화될 수 있다고 추정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상적으로 돌아가던 은행이 스스로 실사를 의뢰해서 자신은 부실은행이 될 것이라고 한 것이다. 필자도 당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BIS비율 6.16%를 검증하기 위해 외환은행을 감사했던 삼일회계법인 옛 동료를 만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헛수고였다.
   
   이외에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외환은행의 매각 과정은 전반적으로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2002년 4월 취임한 이강원 행장은 영업신장 등을 위해 자본확충(3000억~5000억원 규모)을 추진하였다. 그러다 같은해 7월 재정경제부가 조흥은행 매각 등을 이유로 이를 보류시키면서 제동이 걸렸다. 9월에는 갑자기 주가가 하락하면서 액면가 이상 유상증자가 어려워졌고 결국 유상증자를 포기했다. 그러고 곧바로 론스타가 등장한다. 외환은행이 유상증자를 포기한 9월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할 의사가 있음을 전달한다. 5000억원이 필요하다던 은행에 무려 3배가 넘는 1조5000억원을 투자해 경영권을 모두 인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1년간 정부와 외환은행은 론스타의 투자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2003년 7월 이강원 행장 등 경영진은 스스로 은행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실사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이다. 즉 부실은행이 될 것이니 론스타에 팔아야 한다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어느 나라의 공무원이었나
   
   감사원은 ‘정부가 43.17%의 지분을 보유한 외환은행을 매각하면서, 대주주 역할을 해야 하는 재경부 등은 손을 놓은 채 이강원 행장 등 경영진에만 매각작업을 추진한 것은 잘못된 과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감사원의 지적은 주주였던 정부가 아니라 경영진이 사익을 위해 은행을 매각하는데 정부가 손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이강원 행장은 론스타로부터 행장 연임을 약속받았으나, 매각작업 완료 후 바로 해임되자 별도의 퇴직위로금 15억8400만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안을 은행 경영진의 독단적 결정만으로 진행할 수 있었을까. 따지고 보면 경영진뿐 아니라 재경부, 금융위, 금감원 공무원들의 의사결정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결론 먼저 말하면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으로, 외환은행 대주주가 된 것부터가 불법이었다. 결국 금융 관료들은 속았거나 눈을 감은 셈이다. 은행법에서는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의 의결권 주식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게끔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정의하는 비금융주력자는 여러 조건이 있으나, 대표적으로 동일인(같은 지배하에 있는 특수관계인) 중 비금융회사인 자의 자산총액의 합계액이 2조원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은 금융회사지만 삼성그룹의 비금융회사들(삼성전자 등)의 자산총액 합계액이 2조원 이상이므로,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은행의 주식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론스타는 2003년 9월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신청’(주주 자격심사)을 하면서 동일인 중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 합계액은 7662억원이라고 신고했다. 그런데 이 합계액에는 당시 론스타의 국내 회사인 스타타워 자산총액 6148억원과 해외 회사인 USRP 자산총액 6814억원을 누락했다. 두 자산총액이 더해졌다면 론스타의 자산총액 합계는 2조624억원이 된다. 이럴 경우 론스타는 비금융회사들의 자산총액 합계액이 2조원을 넘어가는 비금융주력자가 되어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다. 론스타의 거짓말에 금융당국이 속은 것이다.
   
   또한 론스타가 제출한 자료에 누락된 회사들이 있다는 것은 2007년과 2008년 주주 자격심사에서 확인됐다. 2007년에는 론스타가 제출한 서류에 일본에 2개의 비금융회사(호텔업·골프장업)가 확인됐고, 2008년에는 3개의 비금융회사(호텔업·골프장업·예식장업)의 존재와 자산총액까지 확인됐다.
   
   금융위는 이러한 사실을 철저하게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금융위는 2009년과 2010년 2년 동안, 6개월마다 하는 주주 자격심사를 네 번이나 실시하지 않았다. 2010년 말이 되어서야 밀렸던 네 번의 심사를 한꺼번에 실시했다. 이때도 론스타는 2007년과 2008년에 이미 확인된 일본의 비금융회사에 대한 내용을 누락해 서류를 제출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2011년 3월 이 엉터리 자료에 근거해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대중에게 론스타가 비금융회사라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2011년 5월 KBS가 론스타의 일본 골프장업 회사 보유 사실을 보도한 후였다. 2014년 2월에는 시민단체들의 정보공개청구소송으로 금융위로부터 받아낸 자료에서 확인됐다. 수년 동안 한국의 금융당국은 론스타가 은행을 지배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감추고 오히려 궤변을 통해 론스타를 옹호했다. 처음 외환은행을 매각하겠다고 결정한 외환은행의 경영진과 이를 방관한 정부, 그리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운영할 수 있게 한 금융당국의 공무원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일하는 자들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론스타는 장기간 은행을 경영할 전략적 투자자가 아니었다. 펀드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돌려줘야 하는 기간이 정해진 사모펀드였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2년3개월 만에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하였다. 2006년 1월 시티은행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한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파기를 반복했다. 국민은행과는 2006년 3월 계약을 체결했다 11월에 파기했다. HSBC와는 2007년 9월 계약했다가 2008년 9월 파기했다. 2010년 7월에는 호주뉴질랜드은행과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매각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2010년 11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2012년 1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2006년부터 시작한 매각작업이 만 6년이 꼬박 걸린 이유는 2005년 시민단체들이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자격에 대해 문제를 삼으며 법정 분쟁으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국회, 감사원, 검찰 등 수많은 행정·사법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럼에도 6년 동안의 외환은행 매각과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심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론스타는 결국 4조6000억원의 이익을 거두고 한국을 탈출할 수 있게 됐다. 이 또한 결국은 금융당국의 봐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민단체의 고발을 수사하던 검찰은 2006년 9월 외환은행 자회사인 외환카드의 주가조작 혐의(허위 감자설 유포)를 포착하고, 2007년 1월 외환카드에 대한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이사와 론스타 및 외환은행을 기소했다. 2011년 10월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은 론스타에 벌금 250억원을 확정했고, 유 전 대표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같은 달 금융위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박탈했고, 외환은행 지분을 강제매각하라고 명령했다.
   
   금융 관련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은행법에 따라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론스타가 과도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금융위가 징벌적 매각명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여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하나금융지주와의 인수계약을 그대로 승인하였다.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의 봐주기로 론스타는 8년2개월 동안 약 4조6000억원의 이익을 남기고 한국을 탈출했다.
   
   
   론스타의 ISDS 신청과 한국 정부의 부실대응
   
   론스타의 먹튀 행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론스타는 2012년 12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신청하였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금융위가 매각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거나 방해하여 원래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적은 이익을 얻었고, 이에 대한 과세 역시 부당하여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 정부에 약 5조30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국가소송을 담당하는 법무부를 주축으로 금융위, 국세청, 기재부, 외교부, 국무조정실 등과 분쟁대응단을 구성했다. 막대한 국민세금이 걸린 국제소송이니만큼 국민적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이 소송과 관련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소송 진행사항이 외부에 알려지면 소송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국익을 위한다는 이유로 국회 역시 해당 부처에 관련 질문을 하는 것조차 금기시했다. 대신 실력 있는 법률 및 통상 전문가들로 소송에 대응하라면서 예산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황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KBS 보도에 의하면, 한국 정부가 ISDS 소송 과정에서 제출한 서류에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였다는 문제를 확인하고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포기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는 ISDS의 소 제기를 각하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정부가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또한 한국 정부는 ‘2011년 지분매각 당시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번 문건에서는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즉 이미 한국 정부는 론스타를 봐주기로 했으니 더 이상 론스타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이 두 가지 모두 론스타에 유리한 내용으로 한국 정부 스스로 승소 요인을 걷어찬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 앞서 론스타의 먹튀가 가능했던 것은 외환은행의 경영진, 재경부, 금융위, 금감원 등 여러 곳에서 불법·편법을 용인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의사결정을 했던 관료들은 아직도 해당 부처에 남아 있거나 더 큰 권력층이 되었다. 반면 지금 ISDS를 대응해야 하는 관료들은 이들의 후배이고, 과거의 잘못을 따져 물을 위치가 아닌 것이다. 흔히 경제부처의 관료를 ‘모피아’라고 부른다. 다른 어느 부처보다 조직의 이익과 조직의 논리로 뭉쳐 있는 관료조직이다.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론스타 먹튀 행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이라도 17년 전 일부터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강원 전 행장은 왜 투자유치에 나섰고, 갑자기 왜 론스타가 등장했는가? ‘의문의 팩스’는 누가 왜 작성했고, 누가 정상은행을 부실은행으로 조작했는가? 매각 과정에서 재경부, 금융위 관료는 왜 손놓고 있었는가? 론스타 인수 과정에서 은행 주주 자격심사와 관련해 왜 금융 관료 등은 속았는가? 수년 동안의 주주 자격심사는 왜 그리 허술하게 진행되고, 금융 관료들은 왜 진실을 감추었는가? 마지막 론스타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금융 관료들은 왜 론스타를 봐줬는가? 너무 많은 의문점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나서든, 정부가 나서든 과거를 밝히고, 형사책임을 지우지 못하더라도 도덕적 책임, 인사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
   
   지금 진행되는 ISDS의 정부 대응은 왜 그리 부실한지도 따져야 한다. 지금 ISDS를 대응하는 관료들이 선배들을 보호하고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민세금 5조3000억원을 날린다면, 이는 엄연한 배임이고 직무유기이다. 분쟁대응단의 업무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ISDS 대응 과정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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