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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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례 없이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막론하고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구조조정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 대기업 임직원들 역시 좌불안석이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인사교육담당 부서들 역시 임직원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이노핏파트너스’도 기업 임직원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및 컨설팅 기관이다.

이노핏파트너스를 이끄는 사람은 윤정원 대표다. 윤정원 대표는 CEO 및 임직원 교육기관‘IGM세계경영연구원'에서 B2B(기업 대 기업) 사업부문 총괄본부장 겸 교수를 지냈다.

2017년부터는 한양대 경영대학 특임교수로 산하 ‘핏(FIT)센터’를 이끌다가 지난해 ‘이노핏파트너스’라는 법인을 별도로 만들었다. ‘이노핏’은 임직원 교육 및 컨설팅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뜻의 ‘핏(FIT)’에 ‘혁신’이란 뜻의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결합해 만든 말이다.

지난 3월 27일 서울 용산구 아스테리움에 있는 이노핏파트너스에서 만난 윤정원 대표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의‘디지털 변혁(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수요는 더 늘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개 불황기에 기업들이 현금확보와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홍보비’와 ‘교육비’ 등인데, 평범한 위기 때와 달리 ‘재택근무’ ‘언택트(비접촉·비대면) 소비’ 등이 늘면서 디지털 변혁에 대한 필요성은 오히려 더 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도 언택트 소비가 급증하면서 ‘쿠팡’ 같은 온라인몰은 오히려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거치면서 중국에서 ‘알리바바’ ‘징둥(京東)’과 같은 신흥 IT기업이 출현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윤 대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14개 기업들과의 미팅이 줄줄이 취소됐지만, 7개 기업은 마스크를 쓰고 상담을 강행할 정도로 ‘디지털 변혁’을 주제로 한 임직원 교육 및 컨설팅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IGM세계경영연구원과 한양대 FIT센터 시절부터 기업 임직원 교육 및 컨설팅 업무를 해왔기에 윤 대표가 만든 프로그램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도 여전히 많다. 국내 100대 기업 중 한양대 FIT센터 시절부터 디지털 인재육성 심화프로그램에 참여해온 기업은 현대차, 현대건설, 하나금융그룹, NH농협금융지주, 서울교통공사 등 19곳에 달한다.

‘디지털 변혁’에는 보수적으로 알려진 공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서울 시내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부터 분기당 40명씩 모두 120명의 1~3급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변혁’ 교육을 실시했다. 한때 ‘KT 회장’ 후보로 거명된 IT전문가 김태호 초대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이끌던 시절이다. 서울교통공사만큼 광범위한 ‘빅데이터’를 갖고 있는 기업은 국내에 손꼽힐 정도로 드문데, 그 활용 방안을 고심하던 김 전 사장이 임직원 교육을 윤 대표에게 맡긴 것이다.

2017년 당시는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양대 지하철 공사의 합병으로 일부 인력이 남아돌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터라, 임직원들을 디지털로 재무장시켜 생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 결과 서울교통공사는 디지털 기반 혁신 실행이 66.5% 증가했다고 한다. 윤정원 대표는 “디지털 변혁 교육으로 보수적인 공기업을 바꾼 성공 사례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디지털 변혁, 사회운동처럼 해야”

윤 대표는 “‘디지털 변혁’은 단순히 몇몇 프로그램을 바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노핏파트너스는 현재 국내 유명 대학의 교수진, 연구기관, 전문가 등 42명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임직원 대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양대 FIT센터만 이끌던 시절에는 직원채용이나 교수진을 활용하는 데 적지 않은 제약이 있었다고 했다. 반면 이노핏파트너스라는 별도 법인을 만든 후에는 제약이 덜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임직원들의 교육 참여를 극대화하는 것도 이노핏파트너스의 특징이다. 윤정원 대표는 “과거에 임직원 교육을 하면, 경영혁신 사례로 미국 ‘구글’의 사례만 발표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각 기업이 처한 상황과 인력여건, 경영환경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 구글의 사례는 현실감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에 이노핏파트너스는 교육 최종보고서도 임직원들이 직접 작성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업(業)에 대한 이해도가 내부인들만큼 깊지 않은 제3의 기관에서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업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은 임직원들이 직접 문제해결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으면, 이를 보고받는 CEO들의 만족도가 훨씬 더 높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CEO 레벨까지 직접 올라간 보고서도 109개에 달한다”며 “근사하지 않을지 몰라도 우리 기업이 우리 기업다운 답을 내는 것이 정답”이라고 했다.

윤 대표는 “불황에도 임직원들을 해고하기 쉽지 않은 국내 환경에서 임직원들의 ‘디지털 변혁’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의 존립위기에서 ‘디지털 변혁’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는 CEO들과 달리,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디지털 변혁’에 대한 막연한 저항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윤 대표는 “디지털 변혁에 대해 ‘모르니까’라는 것과 ‘내 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노핏파트너스에서는 교육 및 컨설팅 계약을 하는 기업과 부서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역량 진단’이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디지털 변혁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수치화, 계량화해보는 테스트다. 정작 테스트를 실시한 뒤 나온 결과에 경각심을 느끼는 기업과 부서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디지털화가 앞선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미국의 IT기업인 ‘델(DELL)’은 한국 기업의 디지털화에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기업 임직원들의 디지털 변혁을 촉진하면 ‘기술의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윤정원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도 더 이상 경영혁신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디지털 변혁’을 사회운동처럼 실시해서 누구나 ‘디지털 기술’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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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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