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26일 경기 안산취업지원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26일 경기 안산취업지원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로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캄캄한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제 경제 기관과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세계 경제가 올해 최악의 상황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에서 실업 대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넷째 주(22~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64만8000건을 기록했다. 노동부가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7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65만건보다 무려 10배나 많다. 지난 3월 셋째 주(15~21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328만3000건)의 두 배나 된다. 단 2주 사이에 10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에서 실업 대란이 발생한 것은 코로나19로 국민의 90%가 재택 대기령으로 집에 머물면서 실물경제가 완전히 마비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발생하기 전, 주간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20만건 안팎이었다. 콘스탄스 헌터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월 말에 실업자가 2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대공황(Great Depression·1929~1933) 때보다 더 심각한 실업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실업률이 1933년(25%)보다 높은 32.1%까지 치솟을 것이며 4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4월 말 실업자 2000만명 전망

게다가 미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되면서 앞으로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보일 것이 확실하다. 이 때문에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갈수록 하향 조정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이 -6%와 -24%를 각각 기록할 것이라면서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은 -3%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미국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에서 -10%로,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4%에서 -25%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3%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도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3%와 -2%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가 이처럼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이면서 세계 경제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S&P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0.40%로 급격하게 낮췄다. 무디스도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5%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1.1%로 대폭 내렸다. 세계 주요 금융사 450개가 가입한 국제금융협회(IIF)는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4%에서 -1.5%로 낮췄다.

한국 경제도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최악의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국제 경제 기관과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코로나19의 늪에 빠져 있다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제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의 -1.6%와 외환위기가 벌어졌던 1998년의 -5.1%뿐이었다. 피치는 지난 4월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3월 발표한 전망치 0.8%에서 1%포인트 하향한 것이다. 피치는 1분기와 2분기에는 -0.3%와 -3.0%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상반기에 경기침체에 빠진다는 의미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GDP가 감소하면 기술적 경기침체로 규정한다. 피치는 그나마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1.4%포인트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S&P는 지난 3월 23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6%로 제시했다. S&P는 지난해 말 2.7%를 제시했다가 3월 초 1.1%까지 낮췄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마이너스까지 수치를 내려잡았다. 무디스는 3월 25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4%(3월 9일)에서 0.1%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경제연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3.0%로 내다봤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4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4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노무라증권의 한국 경제 시나리오

특히 국제 경제 기관 중에서 일본계 노무라증권이 내다본 한국 경제의 시나리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3월 30일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본(base)’ ‘좋은(good)’ ‘나쁜(bad)’ 등 3단계의 시나리오에 따라 제시했다.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는 경우를 ‘기본 시나리오’로 가정하고, 이 경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6.7%로 전망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5.5%)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노무라증권은 2분기부터 한국의 수출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올겨울에 주요국에서 2차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노무라증권은 4월까지 코로나19 확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을 ‘나쁜 시나리오’로 가정하고, 이 경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2.2%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라증권은 세계 경제가 대규모 실업 사태와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등에 따라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면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일 것을 ‘좋은 시나리오’로 가정하고, 이 경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5.5%로 전망했다. 문제는 노무라증권의 어떤 시나리오를 보더라도 한국 경제는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지난 2월 생산·소비·투자 등에서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 3월 31일 발표한 ‘2020년 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무엇보다 생산과 관련한 지표들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 생산은 -3.8%(이하 전월 대비 기준)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10.2%)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제조업 생산 활기를 보여주는 제조업 가동률은 2009년 3월(69.9%) 이후 최저 수준인 70.7%까지 떨어졌다. 가동률이 70%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경제위기 때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3.5%로, 2000년 관련 지수 개발 후 최저치였다.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을 합한 전(全) 산업 생산은 -3.5%로, 구제역 사태 때인 2011년 2월(-3.7%)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비 분야도 마찬가지다. 소비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6.0%로 2011년 2월(-7.0%) 이후 가장 낮았다.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회복 흐름을 보였던 설비투자도 -4.8%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99.8로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2009년 1월(-0.7%포인트) 이후 11년1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지난 2월은 중국과 한국만이 코로나19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았고 유럽과 미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벌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3월 지표는 2월보다 훨씬 참혹할 것이 뻔하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 언제 수습될지도 불확실하다. 일각에서 내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 중개인들이 주가 하락 폭을 체크하고 있다. ⓒphoto NYSE
미국 뉴욕 증시 중개인들이 주가 하락 폭을 체크하고 있다. ⓒphoto NYSE

“기존의 모든 정책 되돌리는 것이 최선”

특히 기업들은 자칫하면 주요 국가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줄도산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54로 전월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들의 3월 체감 경기는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추락했는데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모두 악화한 모습을 보인 것이 특징이다. 제조업 BSI의 경우 56을 기록해 전월(65)보다 9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 BSI는 2009년 3월(56)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기업 규모별로도 대기업(-7포인트), 중소기업(-12포인트), 수출기업(-9포인트), 내수기업(-10포인트) 등이 일제히 전월 대비 하락했다. 매출·채산성·자금사정 등이 일제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현재 매출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경영 애로사항으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27.5%)과 내수 부진(2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를 모른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는 셈이다. 내수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비제조업 업황 실적 BSI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56)보다도 떨어졌다. 도·소매업(-14포인트), 정보통신업(-21포인트), 과학·기술(-20포인트) 등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점은 한국 경제가 코로나19에 앞서 이미 심각한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명목 경제성장률은 OECD 36개국 중 34위에 그쳤다. 2017년 16위에서 18계단이나 주저앉으며 57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도 뒤졌다. 산업 생산은 19년 만의 최악, 제조업 생산 능력은 48년 만의 최대 하락을 기록했으며, 3년간 118만개의 풀타임 일자리가 사라졌다. 수출이 15개월 연속 감소하고, 기업 투자는 해외 탈출 러시를 이뤘다. 자영업과 서민경제가 싸늘하게 식었으며 국가 재정은 급속도로 부실화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세계 경제는 호조였지만 소득주도성장 등 반(反)기업·반(反)시장·친(親)노동 정책을 추진하면서 세계 경제 흐름을 타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주 52시간제 강행과 최저임금 과속인상, 탈(脫)원전 정책 등으로 한국 경제를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 만들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은 이미 무너졌고, 중소기업들도 한계선상에서 허덕이고 있었으며, 대기업까지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를 내세워왔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경제석학들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혹평하고 있다.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income-led growth) 정책은 소득주도빈곤(income-led poverty) 정책”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과거 성공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로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단기 공공 일자리 마련 등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기업 및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상 등 기존의 모든 정책을 되돌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양극화 해소의 해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 미국 뉴욕대 교수도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 수요를 감소시켜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일러 코언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정치적 목적에서 출발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침을 놓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미국 뉴욕대 교수도 “문재인 정부가 견지하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지적처럼 한국 경제는 지난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DP 성장률이 2.0%를 가까스로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한국 경제의 GDP 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진 1980년(-1.7%),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2009년(0.8%) 등 3차례에 불과했으며 모두 경제위기 국면이었다. 실제로 경제성장을 주도해야 하는 수출과 투자가 동반 부진에 빠졌다. 수출은 전년 대비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5년 0.2% 성장 이후 가장 낮았다. 건설, 설비투자는 각각 전년 대비 3.3%, 8.1% 감소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1998년 7.0% 감소한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질 GDI는 GDP와 실질무역 손익의 합이다. 이게 마이너스라는 건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나쁘고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9%를 기록하며 2013년 1.7%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지난해 정부소비는 전년 대비 6.5% 늘어나 2009년 6.7%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정부주도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최악의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치명타를 맞은 것이다. 기저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대부분 숨졌듯이 한국 경제도 같은 신세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한국 경제에 과거의 위기들보다 더 크고 깊은 상처를 낼 것이 분명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은 파산 위기를 맞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유럽 각국 및 중국의 경제는 순항했다. 이 덕분에 한국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여 무역강국으로 다시 부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과 중국 등 각국 경제도 엄청나게 어려운 상황에 빠진 만큼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하기 위한 기댈 언덕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축을 극복하기 위해 100조원 규모의 기업 구호 긴급자금을 투입하기로 했고, 전체 국민 가운데 소득 하위 70% 가구에 4인 기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현금살포 대책은 총선만을 노린 것이기 때문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기존의 정책을 계속 고수할 경우 한국 경제는 말 그대로 ‘폭망’할 수도 있다.

아무튼 코로나19 사태 이후 문 대통령은 한국 경제를 망친 ‘주역’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으려면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의 경제정책을 모두 폐기하는 등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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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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