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굳게 잠긴 쌍용차 경기도 평택공장. ⓒphoto 뉴시스
문이 굳게 잠긴 쌍용차 경기도 평택공장. ⓒphoto 뉴시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하나인 쌍용차는 지난 3월 한 달간 사전상담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차값 1.5% 할인혜택을 제공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동차 내수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승용차에 붙는 개별소비세(출고가의 5%)를 3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으로 70% 인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출시 신차에 붙는 인하된 개소세가 1.5%인데, 쌍용차는 여기에 1.5% 할인혜택을 추가해 사실상 개소세를 100% 면제해준 것이다. 하지만 개소세 전액 부담에도 쌍용차가 지난 3월 한 달간 국내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6860대에 그쳤다. 전년 동월 대비 37.5%나 감소한 수치다.

게다가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지난 4월 3일 쌍용차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그룹은 지난 1월 산업은행의 지원을 요구하면서 자체적으로 쌍용차에 23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급변하자 투자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2017년 65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쌍용차는 2018년 642억원, 2019년 2819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예병태 쌍용차 대표는 지난 4월 6일 사내 게시판에 “2009년 법정관리 이후 최악의 비상시국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해외판매 막힌 완성차 5사

코로나19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부품사를 비롯해 판매 및 사후서비스(AS), 자동차 금융(보험 등)과 같은 전후방 산업과 함께 움직인다는 측면에서 국민경제는 물론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일례로 마힌드라그룹의 2300억원 투자 중단에 이은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나오는 쌍용차 평택공장은 고용인원만 5000여명에 달한다. 2018년 문을 닫은 한국GM 군산공장의 근로자가 2000명가량이었는데, 이보다 더 큰 충격파가 닥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완성차 업계 지원을 위해 내놓은 정부의 대책이 승용차 개별소비세 70% 인하 정도에 그쳐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업계 5위 쌍용차는 지난 4월부터 코란도, 티볼리, 렉스턴과 같은 주력 차종 36개월 무이자할부에 구매자가 직접 내야 하는 취득세(비영업용 기준 2%) 최대 150만원 지원카드까지 꺼내든 상태다.

그나마 개소세 70% 인하 조치 덕분에 쌍용차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3월 한 달간 내수가 반짝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3월 기준으로 현대차는 국내에서 전년 동월 대비 3% 증가한 7만2180대를 판매했고, 기아차와 한국GM은 각각 15.3%, 39.6% 내수 판매가 증가했다. 특히 르노삼성은 내수가 83.7%나 급증했다. 구매 희망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판매점 방문 자체를 꺼리는 상황에서 거둔 나름 의미 있는 성과다. 개소세 70% 인하 조치에도 별반 효과를 못 본 곳은 내수만 전년 대비 37.5%나 감소한 쌍용차가 유일했다.

하지만 문제는 꽉 막힌 해외판매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수출 등 해외판매 비중이 내수보다 월등히 높다. 일례로 현대차의 수출 및 해외판매 비중은 70%를 웃돈다. 반면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당분간 수출시장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3월 개소세 70% 인하 조치로 인한 내수의 반짝 반등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급감했다. 가장 물량이 많은 현대차의 해외판매가 26.2% 급감한 것을 필두로, 기아차가 -11.2%, 한국GM이 -20.8%, 르노삼성이 -57.4%란 성적을 받았다. 한국GM의 경우 그간 효자 노릇을 한 CKD(반제품) 수출마저 전년 동월 대비 8.7% 감소했다. 완성차 5사(社) 가운데 쌍용차만 유일하게 수출이 14.3% 증가했지만, 물량(2485대)이 워낙 적어 대세를 돌리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완성차 5사는 지난 3월 내수와 해외를 아울러 현대차가 -20.9%, 기아차가 -6.4%, 한국GM이 -11.8%, 쌍용차가 -31.2% 등 모두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3월 한 달간 내수와 수출을 포함한 전체 실적이 개선된 곳은 내수판매 급증(83.7%)이 수출 감소(-57.4%)를 상쇄한 르노삼성이 유일했다. 르노삼성은 지난 3월 판매가 전체적으로 9.5% 증가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로서는 해외판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당분간 내수로만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3월 실적으로 내수회복 효과가 입증된 승용차 개소세 70% 인하 조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사치성 소비재에 붙던 ‘특별소비세’에서 이름만 바꾼 개별소비세는 1998년 외환위기 때부터 내수침체 기미만 보이면 뽑아들던 ‘헌 칼’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1년6개월 동안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30%가량 인하해 왔다. 승용차 개소세가 원상회복된 약 두 달가량을 제외하면 추가 인하 폭은 40% 정도에 그치는 셈이다.

최대 인하 한도를 100만원으로 설정해둔 상태라서 실제 돌아가는 혜택에도 한계가 있다. 개소세에 추가되는 교육세(개소세의 30%)와 부가세(개소세와 교육세를 합친 금액의 10%) 등을 모두 포함해도 최대 인하 혜택은 143만원에 그친다.

2000㏄ 이하 징수액이 더 많아

이에 당분간 내수에 의존해 버텨야 하는 완성차 업계 생존을 위해 승용차 개별소비세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368만대. 과거에는 자동차가 사치성 소비재였는지 몰라도, 지금은 인구 2.19명당 1대를 굴릴 정도로 보편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승용차에는 사치성 소비재에 붙는 특소세의 후신인 개소세가 부과된다. 컬러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까지 붙던 개소세는 2015년 일괄폐지된 바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정부가 거둔 개별소비세는 약 10조4510억원이었다. 이 중 승용차에서 거둔 개소세가 9767억원가량인데 2000㏄ 이하 중소형 승용차에 부과된 개소세가 5520억원가량으로, 2000㏄ 이상 대형 승용차에 붙은 개소세(4359억원)에 비해 더 많았다.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의 한 관계자는 “3월부터 6월까지 승용차 개별소비세 70% 인하 조치로 인한 세수감소분은 4700억원 정도”라며 “세수감소분은 개소세 및 교육세, 부가세가 모두 포함된 금액”이라고 했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별소비세를 3월에서 6월까지 한시적으로만 인하해주다 보니 대기 순번이 밀려 차를 6월 안에 못 받는 고객들로부터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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