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의 한 주유소. ⓒphoto 뉴시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주유소. ⓒphoto 뉴시스

국제유가(油價)가 코로나19발(發)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과 같은 하락세라면 셰일산업의 줄도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근 무너진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OPEC+’(OPEC과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 협의체)가 역대 최대치인 하루 97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하는 데 합의했지만, 며칠 뒤 유가는 18년 만에 최저 수준인 배럴당 18달러 선(4월 17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 급락을 불러온 이번 ‘오일쇼크’는 크게 네 가지 요소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첫째는 생산국들의 원유 보유량 과다에서 온 것이다. 둘째는 이로 인해 석유시장 수급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같은 거대 세력이 맞붙으면서 석유를 정치적 공격무기로 삼는 바람에 유가는 더 곤두박질쳤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몫을 했다.

‘셰일혁명’이 가져온 급락 현상

미국은 ‘셰일혁명’이라고 불리는 시추 기술 개발을 통해 셰일오일 시장을 성장시키고, 글로벌 석유산업의 판도를 쥐는 데 성공했다. 주도권을 쥔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나섰고, 이는 급격한 셰일오일 공급 과잉 현상으로 이어졌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석유에 대한 수요는 줄고 있는 형국이었다. 석유 생산량은 늘었지만 지금에 와서 OPEC+가 석유 생산량을 줄인다 해도 무너진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변 국가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이 에너지를 놓고 지정학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석유 업계에 가격 전쟁을 부채질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지정학적 이권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코로나19 창궐은 유가를 더 끌어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국경 봉쇄에 나섰고, 항공기 결항이 잇따르면서 석유에 대한 수요가 막혀버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동안에 석유 수요량이 하루 평균 300만~400만배럴이면 충분하다고 예측한다. 반면 석유는 지금도 한참 동안 사용할 만큼 충분히 생산됐기 때문에, 각국이 감산에 나선다 해도 가격을 잡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유가, 각국 이동 해제가 관건

최근의 유가 동향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머지않아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당분간은 배럴당 20~23달러로 소폭 상승하여 이 구간을 몇 개월에서 반년가량 유지할 것이다. 유가 안정세에는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국가 간 이동 제약이 해제되는 것을 기점으로 다소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수요가 늘면서 배럴당 25~30달러 선은 유지할 수 있다. 이후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배럴당 30~40달러 선으로 회복할 것이다.

만약 미국 석유회사들이 생산량 줄이기에 합의하고, 달러가치까지 하락해주면 배럴당 50~60달러까지도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 이 정도 가격이 유지되어야 지금의 석유산업이 지속 가능하다고 본다. 희망고문일 수 있지만, 석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면 그때는 석유산업 발전이 제재를 받을 것이다. 대신 신에너지 생산과 재생에너지 산업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중국은 추가 비축 안 하나

이처럼 석유 가격이 낮은 상황이라면 중국과 같은 석유수입국들이 석유를 더 사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당초 업계 관측만큼 공격적으로 석유를 확보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석유 가격이 급락하기 전 석유를 충분히 사들였고, 현재 최대 비축량의 60%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음력 설)과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공장이 문을 닫고, 항공편이 결항하는 상황에서는 지금의 보유량도 언제쯤에나 소진할 수 있을지 모른다. 중국은 비축유를 조속한 시일 내 소비하거나, 석유를 보관하기 위한 유조차(油槽車)를 추가 구매해야만 추가 비축이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지금의 국제유가가 지속된다면 중국의 국영석유기업(SOE)들이 배럴당 30~40달러의 선에서 석유 선물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이른바 ‘물타기’에 나설 수 있다. 현재 중국 SOE의 원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50~60달러다.

지금의 유가 급락 파동을 단순 가격 하락의 시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유가가 지금처럼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이 산업과 관련한 민간 회사들이 줄줄이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고 나아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 정유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작은 민영 회사들은 이윤을 낮춰가며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 민영 회사들이 낮은 값에 석유를 사오는 것이 당장은 이익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적 수요 약세와 과잉생산으로 인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 판매로 이어질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유가 하락 현상을 전략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향후 경제성장을 위한 에너지 독립이 필수라고 믿는다. 신에너지 부문 성장이 지속될 수 있게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과 같은 비(非)산유국들이 신에너지 연구 개발에 집중한다면, 코로나19로 발목 잡힌 경제를 회복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GDP 증가에도 보탬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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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청위 장강경영대학원(CKGSB) 교수·시노펙 전 회장 / 유마디 장강경영대학원 한국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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