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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호] 2020.05.04

美 부동산 시장을 통해 본 ‘포스트 코로나’ 경제 전망

김원중  부동산학 박사·WJ부동산연구소 대표 

▲ 미국 마이애미의 한 여성이 실업급여 신청을 하러 관련 기관을 방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세상의 관심은 온통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에 쏠려 있다. 국내외 언론이 거의 매일같이 관련 보도를 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려면 최소 2~3년이 걸릴 것이라는 소식이다. 백신 개발은 미국, 영국 혹은 중국에서 내년 상반기에 가능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구촌 70억 인구가 모두 접종할 백신을 과연 생산할 수 있는가라는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매년 생산되는 백신은 10억정이다. 천연두, 홍역 예방주사 등 전 세계에서 상용 중인 모든 백신의 생산량을 더한 수치다. 기존의 백신 생산시설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해 지구촌 주민들에게 접종한다면 코로나19는 조기에 퇴치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지금까지 만들던 백신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데 이는 다른 질병으로 인한 인류의 사망률을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제약회사를 보유한 영국이 코로나19 백신 인체 대상 임상시험과 별도로 영국 남부 지방에 벌써 백신 생산 공장을 짓기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일으킨 세상의 변화가 너무나 생경해서 서구인들은 지금의 모습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시절과 자주 비교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으킨 일상의 변화가 수천만 명이 죽었던 세계대전에서 겪은 고통만큼 크다는 뜻일 게다. 그러면 코로나19 사태가 지구촌 경제의 중요한 축인 소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스페인은 지난 4월 27일 기준 사망자 2만3190명으로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사망자 수가 많다. 케임브리지대학이 코로나19 사태 전후 스페인 소비자들이 사용했던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거래 내역을 이용해 작성한 논문 ‘고해상 거래 데이터를 이용한 코로나19 위기의 추적’(Tracking the Covid-19 crisis with High-Resolution Transaction Data)은 코로나19 사태가 만들어낸 스페인 사람들의 소비 성향 변화를 극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식료품 소비 18%에서 60%로 폭증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스페인의 2대 메이저 은행 BBVA와 공동으로 이 은행의 직불카드·신용카드 거래량 14억건을 가지고 코로나19 전후의 소비 행태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기간은 2019년부터 스페인 전역에 자가격리(lockdown) 조치를 내린 지난 3월 14일을 거쳐 4월 초까지다. 분석 결과 자가격리 조치가 시행된 뒤 식료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격리 조치 이전 18%에서 격리 조치 이후 60%로 폭증했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big-box stores)의 카드 사용은 소폭 늘었는데 백화점 등의 매출 증가는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 발생한 비대면 상거래일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술집과 레스토랑 매출은 15%에서 4%로 급락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실증연구에서 우리는 코로나19가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를 크게 탈바꿈시켰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5만6500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확진자 수 역시 가장 많아 전 세계 확진자 3명 중 한 명은 미국인이다. 미국이 코로나19의 핫스폿이 된 셈이다. 코로나19는 미국의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부동산 관련 각종 분석 발표가 많고 검색이 용이한 미국 부동산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특히 글로벌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시장의 흐름을 보면 우리 부동산 시장의 앞날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미국의 전체 근로자 수는 1억5900만명인데 4월 중순 기준 2300만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이 중에서 3분의 2가량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해서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보도도 있다. 직원들을 고용한 기업 입장에서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과 사무실 임대료는 비용이다. 기업 또는 자영업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임대료, 담보대출 원리금을 납부하지 못해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면 그 후유증은 금융권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연방정부는 채무자의 채무 불이행으로 발생하는 부실자산의 경매 실행을 60일간 유예하는 조치를 내렸다. 각 주정부 또한 임차료를 납부 못 한 임차인의 강제추방을 금지하는 조처를 취했다. 최근 뉴욕시 의회는 주택 임차인들이 월세를 납부하지 못하더라도 집주인의 임차인 추방과 밀린 월세 징수를 금지하는 법령을 입안하고 있다. 이는 상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관련 법령이 통과되면 2021년 4월 말까지 1년간 시행할 계획이다. 대다수의 미국 가정이 3개월을 생활할 수 있는 비상금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한 조치인 것이다. 단 예외는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임차인이 상당한 수준의 소득손실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법원이 인정한다면 임차인은 보호를 받지 못한다.
   
   
▲ 코로나19 사태로 텅 비다시피 한 뉴욕 맨해튼 거리. photo 뉴시스

   미국 800만 주택임대사업자의 어려움
   
   현재 미국에서 주택임대업을 하는 개인 사업자는 약 800만명이다. 대규모로 주택을 소유하고 임대업을 영위하는 대형 부동산투자회사와는 달리, 적게는 집 한 채에서 많게는 10채를 갖고 있는 이른바 구멍가게 수준의 집주인들이 많다. 코로나19가 미국에서 급속히 확산하면서 개인 주택임대사업자들이 주로 타격을 받고 있다. 대규모로 임대아파트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보조금과 세금 감면을 받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들은 연방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수령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사업자들을 위한 구제방안은 전무하다. 코로나19가 뉴욕시를 강타하기 전부터 이미 주택 매매가격은 떨어지고 임대료는 빠르게 상승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축 주택의 공급 부족으로 주택 시장의 회복은 다른 분야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단독주택 시장의 빠른 회복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단독주택의 집주인들은 앞으로 임차인을 선정할 때 임차인의 직업을 보고 계약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안정적인 분야로 평가받는 의료, 공공 및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임차인을 선택해 임차계약의 중도해지 위험을 비껴가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는 리테일이다. 투자은행 UBS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 2025년까지 미국에서만 10만개의 몰(mall)이 문을 닫을 거라고 전망했었다. 코로나19로 리테일 분야는 거의 괴멸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국 쇼핑몰 면적의 30%는 백화점이 사용하고 있다. 이 중 10%는 코로나19가 들이닥치기 오래전부터 경영위기에 봉착한 시어스백화점과 제이시페니(J.C.Penny)아웃렛 등이 단독 입점해 있다. 문제는 시어스백화점 등이 적자를 못 견디고 폐점할 때 발생한다. 한때 리테일 산업의 챔피언이었던 백화점, 아웃렛 매장을 유치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도시가 확장됐는데 쇼핑몰이 사라지면 종사자들과 각종 기반시설은 무용지물이 될 거라는 우려가 많다. 같은 유통업계이지만 백화점과는 달리 유럽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노드스트롬(Nordstrom)처럼 가족기업이면서 하이엔드에 특화되어 시장 기반이 탄탄한 리테일 강자들은 경기침체를 잘 견뎌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류의 복고 소비가 일어날 것
   
   반면 온라인 유통업계는 코로나19의 수혜주다. 대표 기업은 역시 전자상거래업계 공룡 아마존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1달러를 사용하면 34센트는 아마존의 매출로 잡힌다. 아마존이 전체 온라인 쇼핑에서 34%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는 얘기인데 지난 1월의 점유율 42%보다는 떨어진 수치다. 예상과 달리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이 소폭 하락한 것은 아마존의 주력 상품이 신선식품이 아니어서 소비자들이 식료품에 특화된 타 사이트로 빠져나갔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아마존 주가는 역대 최고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의류업계 또한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는 의류업계의 생산망을 무너뜨렸는데 중국 등 해외 생산망에 의존한 탓이다. 1년 내내 예정되었던 각종 패션쇼는 모두 취소됐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19는 소비자들의 패션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패션감독 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바네사 프리드먼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소비자 기호가 곧 바로 반영되는 패스트 패션의 인기가 뜨거워 신상이 출시되면 곧장 사 입는 것이 대세였다”고 지적한 뒤 “만일 코로나19로 셧다운이 한두 달 더 지속된다면 패스트 패션을 버리고 옷을 제대로 차려입는(get dressed) 복고 열풍이 일어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몇 달에 걸쳐 자가격리를 당한 사람들이 ‘보복성 쇼핑’ 차원에서 의류 쇼핑 패턴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코로나19 홍역을 심하게 앓고 있는 미국의 업계 현황이다.
   
   
▲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료품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사진은 뉴욕 맨해튼의 한 식료품점. photo 뉴시스

   요식업·항공업계 고전 불가피
   
   현재 각국 정부는 비즈니스 재개의 필수 조건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표현되는 2m 간격의 물리적 거리 두기는 기업 또는 사업자에게 방역 및 보건위생 활동을 추가해 비용을 급증시킬 것이다. 레스토랑을 사례로 들어보자. 레스토랑은 기존에 촘촘히 붙어 있던 테이블을 2m 간격으로 떼어 놓든지 혹은 징검다리처럼 사이사이 테이블을 비워 놓고 손님들을 접대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영업공간 활용률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식당 운영에 필요한 필수 인력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결국 별로 남는 게 없는 장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스토랑, 호텔 등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체는 코로나19 사태 진정 후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고객에게 낮은 요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영업을 쉰 입장에서 영업마진이 적더라도 매출 확대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호텔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호텔이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 보건위생이 매우 강조되는 시점이므로 소비자들은 믿음직한 업체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어떨까. 항공기 좌석의 절반 이상을 비워둔 채 장사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승객 사이의 2m 간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기장을 포함한 승무원은 코로나19 이전과 동일한 인원으로 운항할 것이다.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탑승객이 준다고 해서 비행기의 연료소모량이 감소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래저래 항공업계는 상당 기간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근로자들이 일터로 복귀하더라도 경기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상당 기간 좋지 않을 것이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완료되어 지구촌의 모든 사람이 백신 주사를 맞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켜가면서까지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특히 세계적으로도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은 50대 이후의 중장년층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그 정도는 뚜렷하다. 50대 이후 연령층의 코로나19 사망률은 20~40대와 비교해 현저히 높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확진자 및 사망자 데이터가 이를 설명한다. 질본의 데이터를 보면 확진자 중에서 40대의 사망률은 1%대이지만 50대의 사망률은 6%이고 60대로 가면 14%로 급상승한다. 결국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많은 중장년층이 소비를 꺼리는 분위기가 계속되는 한, 즉 백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소비가 대폭 늘어나지 않는 기간이 지속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주거 부문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주거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경기에 대한 탄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분야별로 경기에 대한 온도 차는 다르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시장이 경기 변동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연방 및 주정부 차원에서 임차인 퇴거를 금지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주택임대사업을 하는 개인과 기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여름 서머스쿨과 가을 학기 시즌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유입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동일한 상황이다. 필자가 주간조선 2557호(‘외국인 전용 기숙사 누리관은 왜 실패했는가’)에서 언급했듯이 한국 대학의 주 수입원은 중국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학생들의 등록금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공유주거업체 역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기업과 장기 주거 계약을 맺거나 장기 거주 임차인을 주로 상대하는 숙박업체는 단기 거주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스트하우스보다는 상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재난기본소득 명목의 가구당 100만원 지급과는 별도로 주요 산업과 영세 상공인 등을 살리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1,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23조9000억원을 이미 마련했고 올 6월에는 총 30조원의 3차 추경을 마련한다는 소식이다.
   
   
   코로나19 이후에 들이닥칠 진짜 문제들
   
   문제는 코로나19가 진정된 뒤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금 당장은 인플레이션 위험은 없다. 불확실한 경기 전망과는 별도로 세계 원유 가격이 폭락한 덕분이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가능해진 배경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되면 상품 가격은 급등할 듯하다. 전염병 사태로 심하게 망가진 공급망이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자율은 당분간 초저금리에 머물 전망이다.
   
   경제활동이 재개되더라도 경제 펀더멘털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 상태로 곧바로 돌아갈 수는 없다. 국내외에서 발생한 영업손실 때문에 기업들이 기초체력을 회복하려면 절대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곧바로 금리를 올릴 수 없는 배경이다. 문제는 경기가 회복하면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안정되면 집값을 포함한 자산가격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집값이 주춤하다고 해서 정부가 주택공급을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인 경제전문가 최운열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민주당의 핑곗거리가 사라졌다”며 “21대 국회는 전적으로 민주당에 무한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180석의 거대 여당이 된 만큼 원하는 정책은 모두 시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앞으로 집값이 폭등하면 그 책임은 집권당에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지난 정권을 탓할 수 있는 핑곗거리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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