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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불붙은 기준금리 논쟁, 5월28일 한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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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609호] 2020.05.25

다시 불붙은 기준금리 논쟁, 5월28일 한은의 선택은?

▲ 지난 4월 9일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 photo 뉴시스·한국은행
기준금리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세계경제를 본격적으로 강타하고 있다. 그 여파가 미국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한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 실태가 드러나며 ‘기준금리를 낮추라’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재정 확대를 통해 돈 쏟아붓기에 나서고 있는 정부, 또 단기 수익성을 추구하는 시장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등 자본시장 일각에서 “성급한 전망일 수 있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5월 28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외에서 나타난 금리 인하 압력
   
   투자와 소비 악화를 넘어, 심각해진 고용 문제와 자금 압박이 커지고 있는 기업들의 상황이 이미 한국 경제가 침체 속으로 빠져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충격이 4월 이후 본격화하면서 장기 침체에 대한 우려마저 키우고 있다. 더구나 이미 1분기에 수십조원의 추경(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한 정부가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여기저기에 쏟아붓고 있지만 경제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수치화된 각종 경제지표들의 추락세가 깊어지는 것은 물론 국민이 실제 느끼는 체감 경제 역시 모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되고 있는 이 같은 경제 침체 분위기가 한국은행을 향한 기준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 내부의 압력만이 아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이하 연준)를 향해 노골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미국발 금리 인하 압력도 함께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크지는 않지만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선택한 유럽 국가들도 있고, 중국 역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5월 초 그동안 명목상으로나마 유지해 왔던 ‘유동성 확대 자제’ 기조를 이제는 포기하는 듯한 신호를 내놓았다.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와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논란까지,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이런 요인들이 5월 중순 한국 기준금리 문제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일시휴직자 두 달 연속 100만명 증가
   
   기준금리 논란에 가장 크게 불을 지피고 있는 한국의 경제 상황부터 살펴보자. 경제 진단과 분석에 참고가 되는 각종 경제지표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그중에서도 빠르고 깊게 추락하고 있는 대표적 지표가 고용이다. 이미 지난 3월 통계에서 취업자 수는 2019년 3월 대비 19만5000명이 줄었다. 11년 전인 2009년 5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감소한 수치였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4월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지난 5월 13일 기재부와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9년 4월과 비교해 취업자 수가 무려 47만6000명이나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을 넘어, 외환위기 때인 1999년 2월 이후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더 심각한 부분도 확인되고 있다. 신분상 취업자로 분류되고 있지만, 휴업과 휴직 등의 이유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일시휴직자들 관련 통계다. 일시휴직자는 고용의 질 악화는 물론 고용 주체인 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처해 있는 실태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또 향후 실업자 확대 가능성 등 고용 상황 악화 가능성을 전망해 볼 수 있는 수치이기도 하다. 이 일시휴직자가 지난 4월 148만5000명에 이르고 있다. 1년 전인 2019년 4월과 비교해 113만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미 지난 3월에도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일시휴직자가 126만명이 증가한 상태였다. 일시휴직자가 두 달 연속 100만명 이상 증가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일할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구직 단념 등 일을 하지 않고 ‘쉬는’ 인구, 즉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무려 1699만1000명에 이르고 있다. 2019년 4월과 비교해 1년 만에 83만1000명이 증가한 수치다. 20년 전인 2000년 이후 최대 증가다.
   
   한 국가의 경제 성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15~29세 사이 청년층의 고용 악화도 심각해지고 있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2019년 4월과 비교해 24만5000명이 감소했고, 고용률 역시 40.9%로 하락했다. 취업 등 상당수 고용 관련 지표들이 1990년대 말 한국 경제 최악의 상황으로 불리는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될 만큼 심각하게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유동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기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하면 고용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프라인 소비 하락을 온라인이 만회 못 해
   
   고용만 문제가 아니다. 소비 상황도 심각성을 더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5월 15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 5월호’, 이른바 그린북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GDP 대비 민간소비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4.7%나 내려앉았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민간소비 감소폭은 더 커진다.
   
   악화되고 있는 민간소비 실태에서 주목할 부분은 ‘소매 판매 부문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는 점이다. 소매 판매 부문의 급격한 악화는 소비와 관련해 지표상 나타나고 있는 수치보다 국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체감하는 소비 실태가 더 좋지 않은 상황일 수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 소비 매출은 2020년 3월과 비교해 19.9% 급증했다. 반면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은 각각 14.7%와 0.9% 내려앉았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내용이다. 그런데 문제는 민간소비 행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소비 총액이 급감했다는 사실이다.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줄어든 매출 등 민간의 소비량이, 매출이 급증했다는 온라인 시장으로 온전하게 이전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국내 카드 (사용)승인액 현황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올해 4월 카드 승인액 규모가 5.7%나 낮아졌다. 한 달 전인 3월 역시 4.3%나 줄어든 상황이었다. 카드 승인액, 즉 카드를 통해 발생하는 소비가 두 달 연속 급락한 것이다.
   
   소비시장이 점점 더 악화돼 가고 있는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는 또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올해 초부터 급락하고 있다. 기준이 되는 ‘100’이 올해 2월 무너지며 96.9로 내려앉았고, 3월에는 2월보다 낮은 78.4로 추락했다. 다시 한 달 뒤 4월에는 이보다도 낮은 70.8까지 급락했다. 이 지표가 3개월 연속 추락하고 있을 만큼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역시 더 악화되고 있는 경제 상태에 대해 우려 수위를 높이는 분위기다. 기재부는 공식 자료인 ‘5월 경제동향’에서 “내수 위축으로 고용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수출 감소폭이 증가하는 등 실물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한 달 전에는 “내수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관련 고용지표가 크게 둔화되고 수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 실물경제 어려움이 확대되는 모습”(4월 경제동향)이라고 표현했다. 얼핏 5월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재부가 한 달 만에 ‘고용지표가 둔화를 넘어,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임을 인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4월 “실물경제 어려움이 확대되고 있다” 정도로 진단했던 경제 상황을 5월 들어 “실물경제의 하방 위험 확대”로 바꿔놓았다. 해석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지만 사실상 ‘침체 상태’로도 이해할 수 있는 ‘하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우려 수위’를 높인 것이다.
   
   
   트럼프의 ‘마이너스 금리’ 압박
   
   기준금리를 둘러싼 미국 등 대외 상황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Fed)을 향해 기준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다른 국가들이 마이너스 금리의 혜택을 받고 있는 한 미국도 이런 ‘선물’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공개하며 ‘마이너스 금리’를 압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5월 13일 “마이너스 금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긴 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에 던져놓은 마이너스 금리를 통한 유동성 확대 메시지가 강렬한 상황이다. 제롬 파월 의장과 연준의 위원들이 이 압박을 떨쳐낼 수 있을지, 또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미국 시장을 넘어 세계 자본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바로 연준에 영향을 미쳐 미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선택할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더구나 미국 내부는 물론 전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선택이 도박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미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확대로 달러가 쏟아져 나오는 중이고, 연준 역시 ‘코로나19 사태 안정 때까지 사실상 무제한·무기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상태다. 사실상 달러가 무제한으로 기업과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무제한·무기한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으로 직접 쏟아져 나오고 있는 달러의 구체적인 회수 시점과 방안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동원해 달러 유동성을 더 확대한다면 향후 부작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시점 역시 손쓸 시간조차 갖지 못할 만큼 빨라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연준의 ‘마이너스 금리’ 선택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제 마이너스 금리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이것이 미국 실물경제 회복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 역시 크다. 이미 미국 정부의 재정 확대와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직접 시장과 기업에 달러를 대거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회복을 이유로 마이너스 금리(금리 인하)를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이 한국의 기준금리 문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 경제 상황이 악화되며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실업급여 설명회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photo 뉴시스

   고민스러운 기준금리 인하 카드
   
   5월 말이 가까워지며 확대되고 있는 기준금리 이슈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떨까. 취재에 응한 경제 전문가 대부분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기자와 접한 경제 전문가 상당수가 특히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시점” 또는 “통화 정책의 핵심인 기준금리 카드가 무의미해질 수 있는 시점”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서울대 경제학부 김소영 교수는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이 0.75%인 기준금리를 0.5%로 낮춘다고 나아질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상황이 악화될 수 있지만 그것이 기준금리를 0.75%에서 0.5%로 낮추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여전히 코로나19 영향권 안에 있는 지금, 기준금리를 내려봐야 침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경기 부양 효과가 없다면 금리 (조정) 여력을 남겨 두었다가 코로나19 영향이 약화됐을 때 금리 인하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통화 정책일 것”이라고 했다.
   
   만약 기준금리를 5월에 낮춘다면 인하폭이 0.25%포인트 정도다. 이 정도면 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지금보다는 상황을 좀 더 기다려 본 후 인하 여부를 결정해도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규모라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말했다. 박 실장은 “한국은행이 생각하는 기준금리 하한선은 미국의 금리보다는 높은 쪽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한국 간 기준금리 차가 좁게는 0.5%포인트인데, 이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아래로 더 내리지 않는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만약 한국은행이 0.75%인 기준금리를 조정한다면 한 번 정도 내릴 수 있겠지만 5월을 포함해 이른 시기에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최근 한 달 사이 미국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파월 연준 의장과 연준 간부들이 ‘적어도 현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낸 상태”라며 “미국 기준금리가 향후 몇 달 사이 마이너스 금리로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결국 미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박성욱 실장의 분석이다.
   
   박 실장은 “그럼에도 ‘내린다’면 한 번 정도의 인하 여력이 있을 것”이라며 “이것을 언제 사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싶다”고 했다.
   
   
   “유동성 확대 부작용만 커질 가능성”
   
   익명을 전제로 취재에 응한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수익을 좇는 시장의 일각에서 분명 금리 인하 기대가 강한 게 사실”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경제를 고민한다면, 이미 한국 시장에 풀려 있는 유동성 규모를 고려했을 때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 부작용을 키울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난 4월 9일 이주열 총재는 “금리로 대응할 정책 여력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재정 건전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수십조원에 이르는 1~2차 추경을 동원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그럼에도 체감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고, 각종 지표들이 추락을 거듭하는 등 한국 경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유동성 확대에 따른 부작용도 조금씩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이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은 더 분명한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 또 확실한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구체성도 갖춰야만 한다. 5월 28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통위가 안 그래도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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