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의 애터미파크. ⓒphoto 애터미
충남 공주의 애터미파크. ⓒphoto 애터미

국내 토종 1위 직접판매(Direct Selling) 기업인 애터미가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애터미는 2009년 창업한 글로벌 직판시장의 후발주자다. 하지만 창업한 지 불과 10년 만인 2019년, 한국을 비롯한 14개 해외법인에서 글로벌 매출 1조5000억원(약 12억달러)이란 기록을 세웠다. 직판기업의 매출과 곧장 직결되는 회원수도 국내 340만명을 비롯해 전 세계에 610만명에 달한다. 애터미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중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중국 직판시장 규모는 대략 2513억위안(약 43조원)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세계 1위 암웨이가 1995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것을 비롯해 허벌라이프, 뉴스킨 등 글로벌 직판기업들도 각각 1997년과 2003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터를 다지고 있다. 암웨이는 ‘안리(安利)’, 허벌라이프는 ‘캉바오라이(康寶萊)’, 뉴스킨은 ‘루신(如新)’이란 중국 이름으로 영업 중이다.

‘아이둬메이(艾多美)’란 이름을 선택한 애터미의 중국 시장 진출은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애터미의 지난해 국내외 시장을 합친 글로벌 매출액은 12억달러(1조5000억원)가량. 반면 세계 최대 다국적 직판기업인 암웨이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은 84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달한다.

10년 만에 1조 매출 직판기업

사실 중국 유통시장은 글로벌 유통 강자들의 무덤과 같은 곳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 역시 13억명이란 숫자 하나만 믿고 중국 유통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뛰쳐나왔다. 대기업보다 유통 역량이나 인적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국내 직판기업으로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힘에 부치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직판시장에서 세계 1위 암웨이를 거의 따라잡은 애터미의 저력을 무시할 수만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애터미가 국내에서 올린 매출은 9707억원으로, 1위 한국암웨이(1조2799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애터미 관계자는 “지난해(2019년) 국내에서 올린 매출은 약 1조800억원(공정위 기준)으로, 수출 물량까지 합하면 한국암웨이(1조2000억원 추정)를 근소하게 추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직판시장의 관련 법 체계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인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은 판매방식에 따라 ‘직소(直銷)’와 ‘경소(經銷)’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직소는 직접판매 또는 방문판매, 경소는 전통적인 대리상 판매를 뜻한다. ‘불법 피라미드 판매’에 해당하는 ‘전소(傳銷)’는 ‘전소금지조례’라는 규정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직접판매 또는 방문판매에 해당하는 ‘직소’의 경우도, 단순 방문판매만 허용하고, 후원 방문판매나 다단계 판매는 허용하지 않는다. 지역별로 별도 영업허가를 받아야 하고 취급품목 역시 건강식품, 화장품, 주방용품, 개인위생용품, 보건기구, 소형가전 등으로 제한된다. 애터미의 한 관계자는 “직소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상무부와 공안부 등 9개 중앙부처의 심사를 의무적으로 통과해야 하고 심사를 받는 데만 약 2년이 걸린다”고 했다.

애터미는 1단계로 전통적인 대리상 판매에 해당하는 ‘경소(대리상)’ 자격으로 중국 시장에 먼저 진출한 뒤, 차후 직소면허를 얻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애터미는 이미 3년 전부터 중국 직판시장 공략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차례차례 진행해왔다. 2017년에는 산둥성 옌타이(烟台)의 현지 공장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칫솔과 주방용품, 친환경 유아식기, 위생비닐 등을 생산하는 생산라인도 구비했다.

애터미가 직소 자격 획득에 노력을 기울이는 까닭은 해당 면허를 취득할 경우 소비자 신뢰가 급격히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서다. 중국 유통시장에서는 품질이 조잡한 자국산 소비제품보다 외자계 직판기업이 판매하는 일상용품에 대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2~3선 도시(중소도시)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강하다.

상품 다양화를 위해서도 애터미의 중국 진출은 불가피하다. 애터미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소위 ‘글로벌 소싱, 글로벌 판매’를 뜻하는 ‘GSGS(Global Sourcing Global Sales) 전략’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제품을 발굴해 전 세계로 판매하는 것이다. 김대현 애터미 대표는 “한 5년 후에는 중국 현지에서 물건을 조달하는 규모가 50%를 넘게 될 것”이라며 “향후에는 중국 현지에서 발굴한 제품을 미국 등 전 세계로 수출도 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시장이 급속히 위축된 것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금도 중국 곳곳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강력한 이동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접촉이 어려워졌음에도 온라인 비(非)대면 도구를 이용하면 소비자들과의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회사 측 생각이다. 한 회사 관계자는 “중국은 전 국민의 90% 이상이 ‘위챗(웨이신)’ 등 온라인 형태로 소통을 하고 있다”며 “온라인 소통과 결제가 한국보다 훨씬 발달해 있어서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중국 토종 직판기업의 급성장도 애터미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굴소스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중화권 최대 식품기업 중 하나인 ‘이금기(李錦記·LKK)’ 산하의 직판기업 ‘무한극(無限極·인피니투스)’은 중국 직판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다. 1992년 창립한 기업으로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몸집을 급속하게 불렸다. 무한극은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암웨이를 추월했고, 2018년 기준 글로벌 매출도 45억달러(약 5조5300억원)에 달했다.

2018년 말 중국에서 터진 ‘췐젠(權健) 사태’도 걸림돌이다. 췐젠이란 중국의 대형 직판기업이 건강기능식품 허위 과장광고 및 관련 법규 위반으로 중국 감독당국의 철퇴를 맞은 사건이다. 췐젠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본사가 있는 톈진(天津)에서 ‘톈진췐젠’이란 프로축구단을 운영할 정도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중국 시장 1위인 토종 기업 ‘무한극’에 이어 2~3위권에 랭크된 회사였다.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앞세워 공략

하지만 췐젠 사태가 터지면서 중국의 감독당국이 동종 업계를 대상으로 유사한 피해 사례를 전수조사해, 허베이성을 기반으로 하는 화린(華林)이란 기업이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췐젠 사태의 여파는 중국 현지에서 합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암웨이, 허벌라이프 등 외자계 기업으로까지 밀려왔다. “췐젠 사태의 여파로 중국에서 신규 직소면허 발급 역시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 애터미 관계자의 설명이다.

애터미 측은 국내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투톱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은 애터미의 1, 2위 주력상품이기도 하다. 애터미의 최대 주력상품인 건강기능식품 ‘헤모힘’의 경우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했다는 입소문 덕에 동종업계에서 5년 연속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공정거래위에 따르면, 해당 상품의 2018년 기준 매출액은 1819억원에 달했다. 애터미 김대현 대표는 “중국에서 한국 상품의 선호도가 높은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키워드

#기업
이동훈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