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에서 유래한 단어 ‘밈(meme)’이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유행어나 신조어가 밈이 될 수는 있지만, 꼭 그것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밈에는 대개 ‘참고할 만한 맥락’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최근 가장 화제가 된 밈은 가수이자 배우 비의 ‘깡’ 밈이다. 2000년대 가장 성공한 남자 솔로 가수이며 배우인 비는 종종 여러 비판에 시달리곤 했다. 그 경향은 최근 들어 더 심해졌는데 노래와 작품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2019년 2월에 개봉한 비 주연의 ‘자전차왕 엄복동’(이하 ‘엄복동’)은 본격적인 밈의 시작이었다. ‘엄복동’은 개봉 전부터 완성도가 낮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급기야 주연배우인 비는 개봉 이틀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술 한잔 마셨습니다.… 영화가 잘 안돼도 좋습니다. 하지만 엄복동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진심을 다해 전합니다. 영화가 별로일 수 있습니다.(후략)’

밈이 생겼다. 김치찌개를 만들어 놓고 ‘술 한잔 마셨습니다. 요리가 잘 안돼도 좋습니다’라고 게시물을 올리는 식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5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엄복동’은 전국 17만명의 관객만을 모았다. 이를 두고 ‘엄복동’을 영어로 했을 때 한 글자씩 따온 UBD(Um Bok Dong)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겼다. 1UBD는 약 17만이다. 네티즌들은 온갖 것을 UBD로 환산하기 시작했다. 1700만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명량’은 100UBD를 채워 ‘만점’을 받았다. 계산해 보니 2019년 5171만명인 대한민국 인구는 약 300UBD로, 공교롭게도 국회의원 정원인 300명과 꼭 들어맞는다. UBD는 신빙성까지 얻었다.

UBD는 ‘깡’으로 번졌다. 비가 2017년 발매했던 미니앨범 ‘MY LIFE愛’에 실렸던 노래 ‘깡’은 발매 당시에도 다소 유치한 듯한 가사와 과장된 안무, 시대에 맞지 않는 의상으로 혹평을 받았었다. 그런데 2019년 말 들어 한 고등학생 유튜버가 ‘1일 1깡 여고생의 깡(Rain-Gang) cover’라는 영상을 올리면서 다시금 화제에 올랐다. ‘커버’란 보통 기존 가수의 노래나 춤을 모방해 다시 구성하는 작품을 일컫는데, 이 유튜버는 비의 ‘깡’에서 혹평을 받았던 우스꽝스러운 안무, 과장된 의상을 유머러스하게 커버했다.

금세 화제가 되었다. 유튜버가 명시한 ‘1일 1깡’은 패러디 좀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해봐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깡’ 안무를 흉내 내고 ‘필수 요소’를 정리하는 네티즌의 수가 순식간에 불어났다. 밈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평소 비가 비판받았던 부분, 예를 들자면 익살스럽게 과장된 제스처들과 한껏 힘이 들어간 춤사위 같은 것들이나, 한류 스타로 떠받들어져 왔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밈을 활용하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밈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비의 ‘안티’라고 볼 수는 없다. 밈이 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익명성과 불명확함

밈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함께 생겨났다. 밈이 없으면 인터넷 세계는 작동하지 않는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비의 ‘깡’ 밈은 밈을 촉발시킨 사람을 비교적 찾기 쉬웠지만 거의 대부분의 밈은 ‘어디서’ 생겨난 것인지 추적하기 쉽지 않다. UBD를 처음 쓴 사람이 누구인지 지금에 와서는 알 수가 없다. 한동안 대유행한 ‘사딸라’ 밈도 마찬가지다.

‘사딸라’는 2002년 방영되었던 드라마 ‘야인시대’ 84화의 한 장면에서 나온 밈이다. 당시 김두한 역할로 분장했던 배우 김영철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미군을 상대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달라고 우격다짐식으로 협상에 임하는 장면이었다. 협상 과정이 다소 허술하게 묘사가 되었는데 극중 김두한은 막무가내로 “사딸라(4달러)”를 외쳤다. 맞은편에 앉아 어이없어하던 미군 준장은 30초도 지나지 않아 “좋아, 4달러”라고 쉽게 합의해 준다. 그리고 김두한은 “오케이, 땡큐, 오케이, 4딸라!”라고 외친다.

이 허술한 협상 과정은 드라마 방영 15년이 훌쩍 지나서 다시 화제가 됐다. 무엇인가를 ‘사달라’고 외치는 대신 ‘사딸라’라고 적는가 하면, 드라마 장면을 패러디한 새로운 영상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배우 김영철이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 역을 맡아 많은 유행어를 배출한 것과 접목시켜 “누가 사딸라 소리를 내었는가”라고 합성 게시물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패스트푸드 브랜드 ‘버거킹’은 아예 사딸라(약 5000원) 햄버거 세트도 만들어 김영철을 광고에 등장시켰다.

사딸라 밈을 처음 만들어 공유하기 시작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다. ‘사딸라’만 들어서는 그 밈이 왜 재미있는지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최소한 ‘야인시대’의 해당 장면을 봐야 하고, 김영철 배우가 그간 연기해 온 작품의 극중 역할을 어느 정도 알아야 공감할 수 있다. 사실 그런 밈이 많다. 누가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지만,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불명확함’이 밈에 있다.

애초에 밈이라는 게 그렇다. 밈의 대상이 된 인물들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한 채로 밈이 되어버렸다. 밈을 만들어낸 사람들도 밈에 별다른 의미를 붙여 만든 것이 아니다. 그저 ‘사딸라’라는 말이 재미있고 응용하기 쉬워 밈이 된 것이다. 영화 ‘타짜’에 곽철용 역으로 나와 나와 “묻고 더블로 가” “화란아, 나도 순정이 있다” 등의 대사를 찰지게 소화해 개봉 10년이 넘어 다시금 밈이 된 배우 김응수의 사례도 그렇다. 저 대사들이 어떤 의미가 있거나, 영화를 해석하는 어떤 맥락이 있어서 밈이 된 것이 아니다. 그저 밈이 될 요소를 찾던 네티즌들에게 발굴돼 이리저리 활용되며 밈이 된 것뿐이다.

그러니 밈이 왜 재미있는지를 묻는 것 역시 의미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밈으로 느끼는 재미는 깔깔 웃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참여와 공유, 재생산에서 오는 희열에 가깝다. 무슨 재미가 있는지,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해석하려 할수록 별 소득 없이 물러날 때가 많다.

개그 프로그램 대신 풍자

예외는 있다. 대부분의 밈은 의미불명일 때가 많지만 종종 인터넷 이전의 사회에서 유행했던 개그 프로그램이나 마당극 따위에서 재현되던 풍자의 역할을 대신 할 때도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펀쿨섹좌’라고 불리는 일본의 환경상 고이즈미 신지로를 둘러싼 밈이 그렇다. 그에게 펀쿨섹좌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 전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당시 그는 “기후변화와 같은 큰 규모의 문제를 다룰 때에는 즐겁고(fun) 쿨하고(cool) 섹시해야(sexy) 한다”고 발언했다. 이 문장에서 사용된 단어 ‘펀’ ‘쿨’ ‘섹시’에 인터넷에서 누군가를 치켜세울 때 쓰는 ‘좌’라는 접미어를 붙여 펀쿨섹좌라는 별명이 탄생했다.

그의 독특한 발언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뉴욕에서 고이즈미 환경상은 일본 역시 환경 문제에 대해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기자들에게 말했다.

“지금처럼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지금처럼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버릇은 이미 그의 취임 기자회견에서부터 있었던 일이다. 취임 전 그의 공약 중 하나는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던 일본 후쿠시마현의 오염된 토양을 현 밖으로 옮겨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제염처리장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현 밖으로 옮길 수 있다고 약속한다면 그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질문이 나왔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싱긋 미소 지으면서 덧붙였다. “그것이 약속이니까.”

이 발언들이 화제가 되자 금세 인터넷에서는 밈이 만들어졌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진 팀의 팬들이 등장해 밈을 던진다. ‘진다는 것은 이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싱긋 웃는 고이즈미 환경상의 ‘움짤(움직이는 사진)’이 덧붙여지면 금상첨화다. 웃기다는 댓글이 줄이어 달린다.

이 밈이 풍자적인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밈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펀쿨섹좌 밈이 한창 반응을 얻을 때면 으레 댓글이 달린다. ‘이런 인물이 일본의 차기 총리감이라서 다행이다.’ 펀쿨섹좌 밈은 그 자체로도 재미를 주지만, 반일(反日) 감정에 근거한 조롱이 섞여 있다면 한층 더 즐겁게 느낄 수 있다.

다른 정치인에 대한 밈도 마찬가지다. 2014년 6월 4일 치러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던 고승덕 후보가 만들어낸 ‘미안하다’ 밈이 대표적이다. 지방선거 유세가 한창 진행 중이던 당시 고승덕 후보의 딸이 직접 페이스북에 아버지는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서 자질이 없다”는 글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되었다. 선거 전날 고 후보는 유세 도중 딸에게 사과하겠다며 손을 들어 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길게 외치면서 지은 표정과 자세는 밈이 되어버렸다.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도 않았으면서 교육감 후보로 나섰느냐는 유권자들의 비판은 조롱 섞인 밈으로 승화되었다. 고 후보를 찍은 사진이 갖가지 모습에 합성됐고 음성은 아예 유튜브 음악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2017년 5월 귀국 길에 공항에 도착한 김무성 당시 바른정당 국회의원이 수행원에게 캐리어를 밀어 내면서 만들어낸 ‘노룩패스’ 밈이나, 같은 해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가 “누굽니까”라고 내지른 일성(一聲) 같은 밈들은 예전이라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패러디했을 법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TV 대신 인터넷에서 밈으로 활용된다. 그러면서 밈은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가 담겼던 책 ‘YS는 못 말려’는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50만부 이상 팔리면서 전 국민이 공유하는 ‘YS 밈’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인터넷 밈은 다르다. 밈의 존재 자체도 알지 못한 채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밈의 특성 때문이다.

주류에 편입되는 순간 소멸

밈은 사실 대중문화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애초에 밈을 보고 웃으려면 맥락을 알아야 하는데 그걸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렵다. 밈이 가지고 있는 냉소적인 부분은 모든 대중이 공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데 밈이 확산하면 할수록 주류 미디어에서는 밈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비의 ‘깡’ 밈을 다시 떠올려 보자. 비는 아예 주말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리고는 “1일 3깡은 기본이다”라거나 “연예인은 광대”라는 태도로 조롱 섞인 밈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비 ‘깡’ 밈을 알던 사람들은 한편에 가지고 있었던 조롱 섞인 밈에 대한 불편함을 덜어버리는 계기가 되었고, 모르고 있었던 사람들은 뒤늦게야 밈을 찾아보면서 비의 관대함을 호평했다. 덩달아 주류 미디어에서 비 ‘깡’ 밈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왜 비 ‘깡’ 밈이 생겨났는지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졌고, 기업에서는 광고에 밈을 활용하려 애썼다. 모두가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하자, 오히려 밈이 시작되었던 인터넷에서는 밈이 소멸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문화심리학자인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를 밈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꼽기도 했다.

“디지털 콘텐츠가 그렇듯 밈 역시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의지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거기에 ‘의도’가 개입되기 시작하면 밈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김영철의 ‘사딸라’도, 김응수의 ‘묻고 더블로 가’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밈에 대해서 알게 되고 미디어에서 다루기 시작하면서 광고로 만들어지는 순간 밈의 생명력은 줄어든다. 그 속도는 매우 빠르다. 늘 새로운 것을 찾는 미디어 업계의 사람들에게 유행하는 밈이란 놓치기 힘든 일이다. 그러니 밈이 생겨났다 싶으면 곧바로 주류로 편입시키려 시도한다. 그런데 그 순간 밈은 소멸한다.

밈에 이름이 붙고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기본적으로 밈은 맥락을 아는 사람들끼리 낄낄 웃고 즐길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고 공감하는 밈은 대중적인 유행일 뿐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밈을 발굴하는 누군가가 나타날 때까지 밈은 잊힌다.

오래 살아남는 밈의 비결

그러나 간혹 오래 살아남는 밈이 있다. 벌써 10년 가까이 인터넷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부먹 대 찍먹’ 밈이 그렇다. 탕수육을 어떻게 먹느냐를 둘러싸고 생긴 밈인데, 소스를 완전히 부어서 먹는 쪽은 ‘부먹’이고 그때그때 고기를 소스에 찍어 먹는 쪽이 ‘찍먹’이다. 이 밈을 활용할 때는 진지한 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는 핀잔은 통하지 않는다. 누가, 언제부터 시작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부먹이냐, 찍먹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밈은 끊이지 않고 반복된다. 대통령 선거 후보나 아이돌에게 묻기도 한다. 스마트폰 인공지능 역시 이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비슷한 밈 중에는 ‘민초’ 밈도 있다. 민트초코를 줄인 말인 ‘민초’ 밈은, 민트초코 맛을 좋아하는 사람과 민트초코 맛을 싫어하는 사람끼리 나뉘어 끊임없이 다투는 흐름으로 진행된다. 딱히 서로에게 근거는 없다. 그저 “민초를 좋아하다니 인간도 아니다”라거나 “민초를 좋아한다니, 맛잘알(맛을 잘 아는 사람)이네”라며 입씨름을 벌인다.

이 밈들은 주류에 편입되기도 한다. 민초 밈이 번지자 식품업계에서는 슬며시 민트초코 맛을 곁들인 음식을 내놓기 시작했다. 민트초코 맛 아이스크림이 출시되고 빙수가 만들어졌다. 이쯤이면 으레 ‘변질되었다’며 밈이 사그라들기 마련이지만 민초 밈은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이유는 이 밈들이 ‘놀이’의 영역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놀이가 된 밈은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를 한국 프로야구를 둘러싼 밈이 보여준다. 왜 한국에서는 야구가 다른 프로 스포츠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지를 알려면 밈을 보면 된다. 야구에는 갖가지 밈이 있다. 야구팬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모든 밈을 미처 알 수 없을 정도다. 요즘 가장 유행하는 밈 중 하나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든 지든 ‘욕하는 것’이다. 큰 점수 차로 이기면 ‘나눠서 좀 칠 것이지’라고 욕하고, 적은 점수 차로 이기면 ‘꾸역꾸역 이긴다’고 욕한다. 적은 점수 차로 지면 ‘처음부터 못하든가 져버렸다’며 욕하고, 큰 점수 차로 이기면 곧바로 심한 욕설을 퍼붓는다.

이 욕하는 밈은 점점 진화한다. 야구 관련 스마트폰 앱을 내놓은 개발사에서는 ‘야구 스트레스 검사’를 실시해 준다. ‘과민성 야구 증후군’ ‘역류성 야구염’ 같은 진단명을 받은 야구팬들은 팀을 해체하라는 둥, 이럴 거면 배트를 손에 놓으라는 둥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털어놓으며 경기를 관람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야구에 대한 애정이 적다거나 팀의 안티인 것은 아니다. 그저 이것은 놀이에 가까운 밈이다.

곳곳에서 야구 밈이 등장하다 보니 야구 규칙은 잘 몰라도 야구팬들의 놀이가 흥미로워 야구를 접하는 사람들도 많다. 딱히 응원하는 팀이 없더라도 야구 밈만 즐기기도 한다. 밈을 즐기려면 그 뒤에 숨겨진 맥락을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야구팀의 역사와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야구에 대한 관심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놀이가 되지 못한 밈은 빠르게 소멸한다. 밈의 본래 속성을 떠올리면 그게 일반적일지도 모른다. 딱히 의미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이 없다고 해서 별다른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저 때에 맞게 즐길 만한 것을 찾다 보니 밈이 생겨난다. 그래서 밈은 떠오르고 소멸되고, 다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겨나는 것을 반복한다. 경계는 없다. 오래된 것도, 새로운 것도 모두 다 밈이 될 수 있고, 누구든 어떤 상황이든 밈이 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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