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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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코드는?

개발자를 키워내는 코딩 부트캠프(bootcamp). 말 그대로 신병훈련소처럼 단기간 집중 교육으로 비전공자도 개발자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미국도 개발자 수요가 급증하는데 공교육이 제대로 공급을 못 해주면서 부트캠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개발자 구인난에 시달리는 스타트업에 부트캠프가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일하는 데 학위는 필요 없다. 학력 대신 실력을 보겠다.” 테슬라 CEO 엘런 머스크는 최근 대학 졸업장 대신 코딩 테스트로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학교 기숙사에서 회사를 한번도 세워본 적 없는 사람들이 몇십억 명의 인구가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놀라운 일 아닌가?” 마크 저커버그가 코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빌 게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생각하는 법을 배우려면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꾼 네 명의 천재가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이 코딩(Coding)이다. 과거 영어가 필수교양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컴퓨터 언어인 코딩이 필수교양이다. ‘영어 능통자 우대’를 부르짖었던 기업들은 이제 ‘코딩 능통’ 개발자를 모시느라 바쁘다. 영국, 호주, 핀란드 등 선진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2018년 초·중·고 의무교육을 시작했다. 코딩 교육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코딩 부트캠프(bootcamp)를 내건 위코드는 그중 한 곳이다. 위코드는 단순히 코딩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개발자를 키우는 곳이다. 정확한 의미는 다르지만 개발자는 코더, 프로그래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부르기도 한다. 개발자는 최근 가장 핫한 직업 중 하나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는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난리다. 웹사이트든 모바일 앱이든 기업이 아이디어나 제품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해서는 개발자는 절대 인력이다. 그렇다 보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극심한 취업난 시대에 오히려 구인난에 시달린다. 개발자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학력, 실력 불문 코딩 능력 우선!’ 개발자 채용공고에서 이런 문구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개발자=야근+박봉’ 공식은 깨졌다. 이제 코딩이 새로운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위코드는 이런 코딩 개발자를 단기간에 양성하는 ‘신병훈련소’를 자처한다.

‘3개월, 개발자 되는 시간. 90일, 인생이 변하는 기간’. 위코드의 캐치프레이즈다. 코딩을 몰라도 3개월 만에 프로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은우(38) 위코드 대표를 만나 “진짜 가능한 일이냐”고 물으니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라면서 “충분히 가능하다, 비전공자도 얼마든지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송 대표는 화려한 경력의 개발자이다. 미국 뉴욕에서 월가의 공기를 호흡하면서 7~8년을 일했다. 장외주식거래 업체인 세컨드마켓에서 트레이딩 플랫폼을 개발하고, 온라인 광고 데이터 분석회사인 탭애드에서 빅데이터 분석가로 활동했다. 송 대표는 “미국에서 개발자는 억대 연봉에 수평적인 문화에서 창조적인 일을 하는 최고의 직업이다. 위코드를 만든 이유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전파하고 싶어서다”라고 했다.

개발자는 대부분 창업을 꿈꾼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뭐를 만들든 직접 가능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도 5년 전 한국으로 왔다.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주식 공매도 플랫폼 등 창업자 대열에 섰지만 벽은 높았다. 그러다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다. 주변에 코딩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는데 만족도가 높았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재능 공유 플랫폼을 통해 코딩 강의를 한 후 자신감을 얻었다. 미국에서 개발자 양성소로 자리 잡은 ‘부트캠프’ 방식으로 지난해 위코드를 창업했다. 미국의 코딩 부트캠프는 80~90곳에 달한다고 한다. 국내도 위코드를 비롯해 4~5곳이 있다. 위코드에 대한 반응은 송 대표의 기대 이상이었다. 1기생 9명으로 출발해 현재 30~40명 정원에 9기생까지 들어왔다. 현재 매달 새로운 기수를 뽑는데도 수강생이 몰려 두 기수가 대기 상태다. 송 대표는 “처음에는 정원을 어떻게 채울까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수용할까 걱정이다”라고 했다. 3개월 수강료가 수백만원에 달하는데도 위코드의 성장곡선이 가파른 것을 보면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개발자 풀이 국가 경쟁력”

위코드의 커리큘럼은 오프라인 기반의 실무훈련 방식이다. 팀워크를 이뤄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팀마다 멘토들이 붙는다. 기업과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다. 송 대표는 “코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적 사고”라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같은 주제라도 작가에 따라 다른 글이 나오듯 코딩도 문제의 답은 제각각이다. 위코드의 역할은 수강생에게 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게 하는 것이다. 위코드에서는 “혼자할수있어빌리티!” “할수있어빌리티!”가 마법의 주문으로 통한다. 수업으로 끝이 아니다. 위코드의 성장 배경은 활발한 커뮤니티다. 현재 수강생은 물론 수료생들도 하나의 메신저 안에서 소통한다. 취업, 컨퍼런스 등 코딩 관련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스터디그룹을 만들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도 이뤄진다. 위코드의 장담대로 이들은 90일 만에 인생을 바꿨을까.

3기 출신 배민혁(28)씨는 문과 출신이다. 패션 관련 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다 위코드를 통해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을 했다. 현재 핀테크 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정혜민(30)씨도 제조회사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하다 3기에 합류, 현재는 암호화폐 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위코드 등록 당시 코딩은 유튜브에서 생활코딩을 접한 것이 전부였다.

이들처럼 위코드 수료생의 취업률 수치는 놀랍다. 송 대표는 “취업률이 98%에 이른다”고 말했다. 위코드뿐 아니라 다른 부트캠프도 비슷한 수준이다. 키워내기 바쁘게 팔려간다는 말이다.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송 대표의 마음도 바빠졌다. 온라인, 오프라인 2호점 등 확장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해외 진출도 머릿속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 사교육의 경쟁력이라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송 대표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필수 영역이 코딩이다”라고 했다. “AI도 블록체인도 근간은 코딩이다. 앞으로는 큰 대기업이 먹여살리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는 나라가 경쟁력 있는 나라다. 실력 있는 개발자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라는 게 송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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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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