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2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해 11월 12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둘러싸고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채권단에 재협상을 요청하면서 향후 경우의 수가 많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HDC현산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인수 대금 조정을 포함한 재협상 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지난 6월 9일 HDC현산은 입장문을 내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채권단에 “인수와 관련한 조건을 재검토하자”고 요청했다. 그러자 다음날 채권단은 “HDC현산의 인수 의지 표명은 환영하나,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인수 확정 조건에 관한 조건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HDC현산의 인수 재협상 제안을 채권단이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날 인수 대상자인 아시아나항공도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HDC현산이 입장문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최근 두 달간 약 11회에 걸쳐 계약체결 뒤 발생한 사항들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충분한 공식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는데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입장문에서 “HDC현산은 거래계약 체결 이후 대표인수인으로서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대규모 인수 준비단을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상주시켜오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은 동 인수준비단 및 현대산업개발의 경영진이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하고 투명하게 제공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인수대상자가 인수 주체의 주장을 반박하는 흔치 않은 상황을 두고 “딜이 엎어질 경우 발생할 책임 소재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만약 실제로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포기할 경우 HDC현산은 전체 거래 금액인 약 2조 5000억원의 10%인 계약금 약 2500억원을 손해볼 가능성이 있다. 통상 계약금을 손해액으로 산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송을 통해 일부를 돌려받는 경우가 있어 정확한 손해 금액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반면 인수를 예정대로 끝낸다면 HDC현산은 2조 5000억원에 달하는 구주매매 및 신주인수 관련 거래계약을 끝내야 한다. 다만 채권단과 재협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인수 대금은 크게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6월 말로 정해져 있던 거래 종료 시점은 6개월 뒤로 연기됐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도 현재는 코로나19때문에 완전히 저가 매각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협상을 결렬시켜 버리고 코로나19가 끝난 뒤 다시 매각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HDC현산은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12월 27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구주매매 및 신주인수 관련 거래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가 발생하고 항공업계가 급속도로 어려워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폭락했고 당초에도 나빴던 기업의 재무상태가 더 악화됐다. 또한 재무적 투자자인 미래에셋의 재무상황 역시 좋지 못하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이 때문에 HDC현산이 계약금 포기를 감수하고 인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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