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중국 송과차의 ‘뉴웨이’ 전기차. ⓒphoto 송과차
지난해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중국 송과차의 ‘뉴웨이’ 전기차. ⓒphoto 송과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그룹이 매각을 검토 중인 쌍용자동차의 인수후보로 중국의 한 신생기업이 거명되고 있다. 중국 산둥성에 본사를 둔 신생 전기차 업체인 송과(松果)자동차다. ‘도토리’라는 뜻의 송과차는 중국 산둥성 더저우(德州)에서 소형 저속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다. 송과차는 지난 6월 18일 쌍용차 서울사무소에서 쌍용차의 인기 소형 SUV인 티볼리를 반제품조립(CKD) 방식으로 생산해 중동 및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송과차는 티볼리 플랫폼을 활용한 고유모델을 개발해 연간 6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린다는 협약도 쌍용차 측과 체결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 5위인 쌍용차가 지난해 국내외에 판매한 자동차는 모두 13만5235대. 이 중 내수가 10만7789대, 수출은 2만7446대다. 송과차가 공언한 연산 6만대는 쌍용차 기존 수출물량(2만여대)의 약 3배에 달하는 상당한 물량이다. 사실상 쌍용차 평택공장의 수출물량을 해외로 이전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송과차의 한 관계자는 “산둥성 더저우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중국에서 팔고, 불가리아 공장에서 티볼리를 반제품 조립해 중동과 아프리카로 유통시킬 예정”이라며 “쌍용차의 해외영업망이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우리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판매할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과차는 중국에서 아예 쌍용차의 인수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쌍용차는 과거에도 중국 4대 국영자동차 기업인 상하이차 산하 상하이후이중(匯衆)자동차와 승합차인 ‘이스타나’ CKD 계약을 체결했었는데 CKD 계약 체결 이듬해인 2004년 상하이차에 피인수된 바 있다. CKD 계약 체결 후 피인수라는 과정을 또다시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송과차, 쌍용차 인수후보 거명

송과차는 쌍용차의 인수후보군으로 거명됐던 중국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기존에 쌍용차 인수후보로 거명됐던 중국의 토종차 업계 1위 지리(吉利)자동차나 중국 전기차 업계 1위 비야디(BYD)는 딱히 쌍용차를 인수할 만한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그간 볼보(스웨덴), 로터스(영국) 등 굵직굵직한 M&A(인수합병)를 통해 성장한 지리차의 경우 쌍용차 인수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비야디의 경우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쌍용차를 인수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리차나 비야디의 경우,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직후 다시 토해내는 과정을 생생히 목도한 바 있다.

2018년 창업 후 지난 1월에야 비로소 1기 생산라인을 구축한 송과차의 경우 이미 머리가 커진 지리차나 비야디와는 입장 자체가 다르다. 중국에서도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여서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자동차 설계나 생산기술 면에서 얻어갈 것이 아직도 많다. 실제로 송과차는 자금사정 악화로 쌍용차가 비핵심자산 매각에 나선 지난 6월 18일 CKD 생산협약을 체결하는 등 소방수 역할을 자처했다.

저속전기차를 주력 모델로 하는 송과차는 중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제품군을 다변화할 필요성도 높아진 상태다. 전기차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는 중국은 삼륜, 사륜의 저속전기차가 곳곳에 난립하면서 교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산둥성은 중국의 저속전기차들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곳 중 하나다. 중국에 있는 약 600만대의 저속전기차 중 약 300만대가 산둥성에서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산둥성 정부 방침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저속전기차를 일제 정비키로 하면서 기존 업체들이 기술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제품군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높아진 상태다.

다만 송과차의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은 한번도 검토해본 적이 없다”며 억측을 경계했다. 송과차 관계자는 “불가리아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중동과 아프리카에 판매할 루트를 확보하고 있는데, 중동과 아프리카에 아직 전기차 인프라가 없는 관계로 티볼리를 기반으로 한 모델을 먼저 팔고 그후 전기차를 판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과차는 본사가 있는 산둥성 더저우와 불가리아에 있던 중국 장성(長城)자동차 생산라인을 확보해 양대 생산기반을 구축한 상태다. 장성차는 중국 1위 SUV ‘하발’을 생산하는 업체다.

사실상의 중국 지방공기업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와 산업은행이 발을 빼는 와중에 다크호스로 떠오른 송과차의 배경도 관심거리다. 신생기업인 송과차를 이끄는 사람은 중국 투자회사 출신으로 알려진 저우하이옌(周海燕)이란 여 회장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산둥성과 더저우시가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사실상 중국 지방공기업이란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송과차의 한 관계자는 “송과차 지분의 3분의 1(33%)은 산둥성과 더저우시 등 지방정부가 갖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탓에 지난 6월 18일 한·중 양국에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송과차와 쌍용차의 생산협약 체결식에도 산둥성 더저우시 부시장을 비롯해 지방정부 측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보이며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다. 저우하이옌 회장은 지난해 12월 산둥성의 일인자인 류자이(劉家義) 산둥성 당 서기가 관내 기업인들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함께 동행했다.

자연히 한국과 교류가 빈번한 산둥성 출신들이 관계하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인지 송과차가 가장 비중 있게 기술협력을 구하는 파트너들도 이번에 협약을 체결한 쌍용차와 효림정공을 비롯한 한국 업체들이다.

송과차는 지난해에는 충남 당진을 연고로 하는 건원건설과 함께 ‘SNK모터스’란 합작법인을 설립해, 그해 서울모터쇼에 ‘뉴웨이(Neuwai)’란 브랜드의 전기차 8종과 전기오토바이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들이 송과차 본사를 방문했었고, 같은해 10월에는 삼성SDS 관계자, 올해 1월에는 삼성SDI 관계자들도 송과차 본사를 연이어 찾았다.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도 인도 쪽에 CKD 수출을 해오고 있었다”며 “송과차는 원래 전기차 생산 업체인데 산둥성 쪽에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SUV를 해보고 싶다고 요청이 들어와서 성사가 된 것”이라고 했다.

키워드

#기업
이동훈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