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입구. ⓒphoto 연합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입구. ⓒphoto 연합

옵티머스펀드 사태가 권력형 비리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은 핵심인사들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 지난해부터 피해자들이 관련 기관에 문제를 제기해왔으나 이렇다 할 조치가 없었다는 점, 펀드운용사인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자들이 여권 실세들과 가깝다는 점에서 금융자본과 결탁한 권력형 비리의 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까지 사건 진행 상황을 보면 옵티머스 핵심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피해자들의 문제제기가 계속됐음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취재를 종합하면 옵티머스자산운용 무자본 인수합병(M&A) 관련 피해자들은 지난해 초부터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서울남부지검 등 관련 기관에 피해를 호소해왔으나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옵티머스펀드에 직접 돈을 투자했던 사람들이 아닌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해덕파워웨이를 M&A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본 회사 관계자들이었다. 피해가 커진 것은 관계기관들이 M&A 과정에서 피해 사례를 접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이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는 사안의 중요성을 몰랐거나, 진상조사를 막는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 등으로 좁혀진다. 전자일 경우 관계기관의 직무유기 문제이며, 후자는 권력형 게이트가 될 수 있다. 현재 검찰 수사나 언론 보도를 보면 후자에 가깝게 흘러가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의 키맨으로 꼽히는 인물은 총 세 명 정도다.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 대표,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투자받은 10여개 회사의 대표였던 이동열씨 그리고 옵티머스자산운용 설립자 이혁진 전 대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동열씨는 경남 지역 폭력조직에 속해 있던 인물로, 그가 어떤 경위로 옵티머스펀드 자금을 투자받은 10여개 회사의 대표가 됐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혁진 전 대표는 이미 다른 범죄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2018년 3월 22일 해외로 도피했다. 범죄 혐의자인 그가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하며 도피행각을 벌인 점이나 검찰이 범죄인 인도 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은 배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전반적 평가다.

김재현 대표와 이동열씨는 피해자들이 관계기관에 지속해서 진상조사를 요청했음에도 꿈쩍도 안 했다. 통상 이런 사건들이 불거지면 자산운용 임직원들은 관계기관 조사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피해자 구제책을 궁리하기 마련인데 김 대표와 이씨는 피해자들의 주장을 그냥 묵살했다. 관계기관의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다 언론 보도를 통해 문제가 커지자 이들은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급하게 돈을 빼갔고, 이씨는 도피했다. 지난 7월 7일 찾아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씨의 집은 이미 장기간 비어 있는 상태로 보였다. 그의 집 우편함엔 농협은행, 삼성생명,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보낸 10여개의 우편이 그대로 있었고, 아파트 1층 무인택배함엔 물품이 장기간 방치돼 있었다. 현관 전자출입문을 보면, 그의 집은 미등록세대로 세대호출이 아예 불가했다. 검찰은 7월 4일 이씨를 긴급체포했고, 7월 7일에는 김 대표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옵티머스 무자본 M&A 피해 업체로 지목되는 해덕파워웨이의 한 주주 A씨는 주간조선과 만나 “이동열씨는 사실상 바지사장이고 실질적인 운영은 김재현 대표가 도맡았다. 이씨의 충성심은 상당했다. 김 대표는 결국 이씨를 앞세운 회사들을 통해 돈을 빼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옵티머스 전직 직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5월 초부터 6월까지 약 813억원을 빼갔다고 한다. 그 외의 자금흐름은 아직 추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옵티머스가 그간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하겠다며 유치한 펀드 자금 2000억여원은 이모씨가 운영하는 대부업체 등 비상장사 사모사채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엔 부실기업과 매출이 보이지 않는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가 다수 포함돼 있다. 검찰은 옵티머스가 이모씨의 회사를 활용해 펀드 자금세탁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칼끝은 어디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특정 대학 출신 학연으로 얽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옵티머스 설립자이자 전직 최대주주 겸 대표였던 이혁진씨는 한양대 경제학과, 김재현 대표는 한양대 법학과 출신이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과 86학번 동기생으로 임 전 실장이 설립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상임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2012년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특보를 도맡았고 그해 19대 총선에선 서울 서초갑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옵티머스 사내이사를 맡았던 윤석호 변호사 역시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윤 이사의 아내인 이모 변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옵티머스는 자사 자문단 리스트에 정관계 인사 이름을 올리기도 했는데, 여기엔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냈던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이 있었다. 통상적으로 금융사기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이 담당하는데, 이번 옵티머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전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 또한 정관계 유착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 피해자들 사이에선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책임, 역할 등도 따져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지난 5월 말 기준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전체 펀드 판매량의 87.55%인 4528억원가량을 판매했다. 이 밖에 한국투자증권은 407억원(7.87%), 케이프투자증권 149억원(2.87%), 대신증권 45억원(0.87%), 하이투자증권 25억원(0.48%), 한화투자증권은 19억원(0.36%)어치를 판매했다. NH투자증권이 사실상 옵티머스펀드의 대부분을 떠맡은 것으로 운용사의 사기 의도를 사전에 충분히 감지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지적이다.

올 5월 옵티머스펀드에 2억원가량을 투자한 한 투자자는 주간조선에 “이 사태가 처음 공개된 건 6월 18일 옵티머스가 펀드 환매 연기를 증권사에 통보하면서인데, 투자금이 온통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증권사가 그 이전에 감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 펀드 관련 공공기관과 공사업체 담당자에게 전화 한 통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잘못된 점을 알고도 이를 계속 판매했을 거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앞서의 A씨는 “증권사별 판매 차익이 몇십 배나 난다. NH투자증권이 현장 실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옵티머스 전직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증권사가 눈을 감아준 건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김재현 대표가 NH투자증권 사내 방송에 출연해 펀드 운용 현황 등을 직접 설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런 의심에 무게가 더해지는 분위기다. 당시 그는 방송에서 펀드 상품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NH투자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키워드

#뉴스 인 뉴스
이성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