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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7호]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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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15초 혁명 틱톡이 ‘동네북’ 된 사연

김회권  국제·IT칼럼니스트 judge003@gmail.com

2014년 처음 등장한 로포소(Roposo)는 요즘 회원이 급증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다. 로포소는 1분 이내의 쇼트폼(Short-form)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앱으로 인도 로컬 서비스다. 지난 6월 29일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인도에서 유통되는 59개의 중국 앱을 금지했는데 결정이 나온 지 이틀 만에 대체재를 찾는 사람들이 로포소에 몰려들어 회원 수가 무려 2200만명이나 늘었다. 회사 설립자인 마얀크 뱅가디아는 로이터에 “지난 며칠간 겨우 5시간 잤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트래픽에 대응하랴, 서비스 과부하를 막으랴 회사 내 모든 팀이 잠을 줄여가며 일하는 중이라고 했다.
   
   원래 인도에서 쇼트폼 동영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건 중국 앱 틱톡(TikTok)이었다. 틱톡은 중국의 스타트업 바이트댄스(ByteDance)가 만들었는데 보통 15초 이내의 짧고 재미있는 동영상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다. 중국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성장속도가 빠른 플랫폼이고 수익성도 가장 뛰어난 앱이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글로벌 기준 틱톡의 다운로드 수는 3억1500만회에 달했다. 로이터는 “바이트댄스의 1분기 매출액은 56억달러로 전년 대비 130%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15초’가 가져온 중국발 쇼트폼 혁명
   
   틱톡의 핵심이자 특징은 ‘15초’다. 짧은 동영상은 밈(meme·소셜미디어 등에서 특정 콘텐츠를 다양한 모습으로 패러디하며 즐기는 현상)이 되고 Z세대를 중심으로 계속 틱톡을 찾게 했다. 동영상 제작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손가락 터치만으로 배경음악이나 효과 등을 넣을 수 있다. 이 앱 자체가 새로운 인터넷 문화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최근 iOS 및 안드로이드 기기를 합쳐 전 세계 다운로드 건수가 20억건을 넘었기 때문이다. 동영상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유튜브가 왕좌를 차지하고 있지만 적어도 쇼트폼 영상에서는 틱톡이 왕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틱톡 때문에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에 도달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이런 위상을 가진 틱톡이 인도에서 금지됐다. 중국과 국경에서 무력충돌이 생기자 인도 정부가 안보상의 문제를 이유로 59개의 앱을 금지했는데 여기에 틱톡이 포함됐다. 이 조치의 핵심은 중국에 대한 적대적 입장을 공식화하는 데 있었지만 헤드라인을 장식한 건 중국 앱의 대표로 대접받는 틱톡이었다. 중국 정부를 대신해 공격을 받은 셈인데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틱톡 사용자가 많은 나라이다. 인도에서 2019년 틱톡을 다운로드한 횟수는 3억2300만건에 달한다. 글로벌 전체 다운로드의 30.3%를 담당했던 인도에서 사용을 중지당했으니 틱톡이 입을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이트댄스 관계자는 “기업평가액 감소분을 포함하면 약 60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많은 인도의 틱톡 사용자들은 대안을 찾기 위해 로포소 같은 로컬 앱에 몰려들었다.
   
   틱톡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끈 건 미국 진출에 성공한 뒤부터였다. 정치적 풍자와 밈은 미국 대중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틱톡의 15초 동영상은 그 역할을 빠르게 수행했다. 센서타워의 추정치에 따르면 미국 내 틱톡 다운로드 수는 1억6500만회에 달하고 특히 16~24세의 젊은 사용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10월 17일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학교 강단에 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중국산 소셜미디어 앱에 갖는 긴장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가 틱톡을 직접 언급하며 “틱톡은 (홍콩) 시위에 대한 언급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미국 안에서도 검열하고 있다”며 저격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 공들이고 있는 페이스북 CEO가 중국 정부가 가장 싫어하는 ‘홍콩’이란 주제를 거론하면서까지 경쟁사를 비판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 지난 6월 20일(현지시각)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대선 유세를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금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photo 뉴시스

   미국 침공에 성공한 중국의 소셜미디어
   
   그러나 지금 틱톡은 저커버그 같은 실리콘밸리 경쟁자가 아닌, 미국 정부의 위협을 받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인도 정부의 조치를 높이 평가한 뒤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앱을 미국 내에서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일부 정치인들은 틱톡을 잠재적인 중국의 스파이로 지목했다. 지난해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주)은 “틱톡이 국가 안보에 끼칠 위험성을 정보기관들이 평가해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
   
   인도에서처럼 미국에서도 중국 정부의 대리인처럼 펀치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틱톡은 화웨이와 닮았다. 둘은 중국을 벗어나 서구의 거물들과 대결을 펼치며 성장했다. 미국 입장에선 성가신 존재다. 게다가 틱톡은 화웨이보다 더 큰 위협일 수 있다. 화웨이는 하드웨어를 만들지만 틱톡은 소프트웨어와 문화를 만든다. 포브스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미국과 유럽에 있는 수억 명 시민들의 스마트폰에 콘텐츠를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에 주류로 안착한 건 과거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젊은 사람들에게 뉴스 해설자가 된 세상에서 수억 대에 달하는 디바이스에 설치된 중국 플랫폼은 정치인들에게 두려운 존재다. 페이스북이 휘두른 힘을 보면 알 수 있는데 2016년 미국 대선의 결과를 요동치게 했던 건 다름 아닌 페이스북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무역 갈등에 코로나19, 그리고 홍콩 문제까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적대적인 시점이다. 지난 7월 7일 워싱턴 허드슨연구소에서 연설한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라고 잘라 말했다. FBI는 지금 10시간마다 중국이 연관된 스파이 사건을 해결해야 하며,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5000건에 가까운 스파이 사건 중 절반 정도가 중국과 관련돼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의 데이터를 훔치고 처리하기 위한 대규모 해킹이 이뤄지고 있는데 틱톡 같은 중국산 소셜미디어 앱은 그런 수단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워싱턴이 틱톡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이론적 근거는 베이징의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는 중국만의 기업구조를 든다. 틱톡을 위험하다고 보는 정치가들은 중국의 테크기업은 중국 정부와 ‘짬짜미’를 하는 존재이며, 둘을 동시에 위협으로 간주한다. 틱톡에서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2017년에 중국이 제정한 국가정보법이다. 이 법은 7조에서 ‘개인이나 기업은 정부의 정보 활동에 협조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14조는 ‘정보기관이 국민에게 협력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베이징의 신세를 지고 있는 대다수의 중국 기업처럼 틱톡 역시 중국 정부에 데이터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럴 때마다 틱톡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항변해왔다. 중국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싱가포르 서버에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의 의심에 매번 항변하는 사람은 중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자 월트디즈니 임원 출신인 케빈 메이어 틱톡 CEO다. 홍콩보안법 사태 때도 틱톡은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의심받았다. 틱톡이 선택한 건 홍콩 사업 철수였다. 중국 정부와 자신들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틱톡이 의혹을 불러오기도 했다. 애플의 iOS14 베타 버전에서는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이 임시로 저장되는 ‘클립보드’에 틱톡이 접속하는 걸 포착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악의적인 개인정보 수집 문제로 비화했지만 당시 적발된 앱은 틱톡만이 아니었다. 날씨 앱인 아큐웨더, 구글뉴스, 오버스톡 등 여러 앱이 같은 작업을 수행하다가 적발됐다. 결국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수정하기로 했는데 역시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 건 틱톡이었다. 수백만 대의 전화기를 염탐하는 주체가 중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 지난 7월 1일 인도 자무 지방 시위대들이 국경분쟁을 일으킨 중국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도 정부는 중국의 앱인 틱톡에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photo 연합

   젊은 유권자는 ‘틱톡 금지’ 반대 높아
   
   전문가들 중에서는 이런 접근이 과도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틱톡이 지나친 부분이 있지만 다른 수많은 앱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틱톡이 모으는 정보 역시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수집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보안솔루션 업체인 디지털배리어스(Digitalbarriers)의 잭 도프먼 CEO도 그런 의견을 갖고 있다. “앱 산업의 많은 부분이 사용자 데이터 수익화를 중심으로 구축돼왔기 때문에 수익원이 되는 표적형 광고를 부채질한다”고 지적했는데 틱톡 역시 그런 앱 중 하나란 얘기다.
   
   실제 모든 앱과 마찬가지로 틱톡 역시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다만 어떤 유형의 정보를 모으는지가 중요한데,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 7월 9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틱톡 측이 경찰 요청에 따라 보낸 특정 사용자에 대한 문서를 입수했다. 모든 소셜미디어는 적법한 요청이 있다면 범죄행위가 의심되는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틱톡이 수집한 내용은 사용자 이름, 가입일, 전화번호, 스마트폰 모델, 로그인 IP주소, 틱톡에 연결된 다른 소셜미디어 계정 등이었는데 꽤 평범하다. 미국 외교관계위원회(CFR)의 디지털·사이버보안부문 책임자인 애덤 시걸은 틱톡의 데이터가 별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난 틱톡 데이터의 특별한 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주로 10대들이기 때문에.”
   
   중국을 노리듯 틱톡을 멈추고 싶어 하는 트럼프 정부의 바람은 성공할 수 있을까. 대선을 앞둔 시점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백악관의 관심을 끌 것 같다. 지난 7월 9일 발표한 모닝컨설팅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3%는 틱톡 금지에 반대하고 있다. 찬성하는 사람은 29%였다. 특히 18~29세 연령층에서는 52%나 틱톡 금지를 반대하면서 가장 강력한 저항층으로 떠올랐다. 응답자의 48%는 정부가 금지 조치를 고려한다는 정보가 자신의 틱톡 사용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모닝컨설팅은 “틱톡이 미국 젊은이들의 일상에 깊이 파고든 데 비해 국가안보나 국제관계와 같은 이슈들은 유권자들에게 강한 동기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플랫폼에 중독된 젊은 사용자들을 멈추기에는 백악관의 논리가 힘에 부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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