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준공식 ⓒphoto 국가기록원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준공식 ⓒphoto 국가기록원

국토교통부가 세운 경부(京釜)고속도로 준공 50주년 기념비가 논란이다. 경북 김천 추풍령휴게소에 세운 기념비에 현직 김현미 장관의 이름을 넣으면서, 정작 대역사(大役事)의 주인공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국토부가 세운 기념비는 고속도로 노선명 관리지침을 규정한 국토부 예규와도 상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기념비 제일 첫머리에 등장하는 ‘서울~부산간 고속도로’다. 고속국도 노선명 관리지침을 규정하는 국토부 예규(269호)에 따르면, “고속국도 노선명은 기종점을 우선적으로 사용함을 원칙으로 하고, 이 경우 시·군 기준으로 기종점을 정하고 기종점 배열방법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여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한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나 있어 홀수번호(1번)를 부여받은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기종점 배열과 남쪽에서 북쪽으로 적는 노선명 표기원칙을 규정한 국토부 예규에 따르면 ‘부산~서울 고속도로’가 맞는다. 하지만 정작 국토부가 세운 기념비에는 가장 흔히 쓰는 ‘경부고속도로’도 아니고, 예규에 따른 ‘부산~서울 고속도로’도 아니고, 개통 당시 이름인 ‘서울~부산간 고속도로’를 그대로 썼다.

이 같은 혼란은 현실과 맞지 않는 국토부의 노선명 관리지침 탓이 크다. 국내 대부분 고속도로는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작명체계 속에서 태어났다. 가령 1968년 서울과 인천을 잇는 국내 최초 고속도로로 개통한 ‘경인(京仁)고속도로’, 1970년 개통한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고속도로’ 등에서 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 예규에 따르면, 경인고속도로는 ‘인천~서울 고속도로(서->동)’, 경부고속도로는 ‘부산~서울 고속도로(남->북)’가 맞는 표현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예규 탓에 국토부에서 쓰는 이름과 민간에서 쓰는 이름이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가령 충남 천안과 논산을 잇는 고속도로는 국토부 예규에 따르면,‘논산~천안 고속도로’지만, 민자운영사의 이름은 ‘천안논산고속도로(주)’고, 지난해 12월 해당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때 국토부가 낸 보도자료 역시 ‘천안~논산 고속도로’로 썼다. 대구와 부산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도 정작 민자운영사의 이름은 ‘신(新)대구부산고속도로(주)’다.

서울과 용인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역시 국토부 예규에 따라 ‘용인~서울 고속도로’로 쓰지만, 정작 민자운영사 이름은 서울을 먼저 앞세우는 ‘경수고속도로(주)’다. 경수(京水)라는 이름은 서울과 수지구(용인)을 뜻하는 말로, 경수고속도로의 본사 역시 용인시 수지구에 있다. 민간에서 익숙한 서울 중심 표기를 여전히 고수하는 셈이다.

현재 건설 중인 ‘세종~서울고속도로’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제2경부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도로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토부 예규에 따르면, ‘세종~서울 고속도로’가 맞는다. 향후 ‘구리~포천 고속도로’와도 이어질 예정이라서 ‘세종~포천 고속도로’가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편리하고 익숙한 서울 기준 표기법에 따라 ‘서울~세종 고속도로’라고 부르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국토부 2차관 산하 도로국에서 ‘세종~서울 고속도로’를 담당하는 부서의 이름도 ‘서울세종고속도로팀’이다. 이 부서가 2019년 12월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도 ‘서울~세종 고속도로 세종~안성 구간 착공’이다. 국토부 스스로 자신이 만든 예규와 맞지 않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세종~포천선’이라고 예규를 따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정확한 명칭은 노선명 고시법에 따라 세종~포천 고속도로가 맞는다”라고 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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