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튜터링은?

전 세계 강사와 학생을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온디맨드 방식의 1 대 1 영어회화 모바일 러닝 플랫폼. 모바일 앱에 영어 개인 과외 교사가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시스템.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시대 대표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어, 중국어에 이어 초등영어까지 론칭, 190조원 글로벌 ‘튜터링’ 시장에서 우버 같은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로 급성장 중이다.

영어 공부를 할 만큼 했지만 외국인 앞에서 입 떼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 들여 돈 들여 영어회화 학원에도 다녀보고, 전화영어도 해보고, 얼굴 보고 하면 낫겠다 싶어 화상영어도 해봤지만 예약시간 못 지키고 수강료만 날렸다. 온라인 영어 강의도 마찬가지였다. 1 대 1 원어민 회화가 효과는 있는데 너무 비싸 오래 하지 못했다. 대부분 내 이야기인가 싶을 것이다. 김미희(37) ‘튜터링’ 대표의 경험이다. 도전과 포기를 반복하면서 ‘영어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김 대표는 자신의 ‘실패 요인’을 창업 아이디어로 만들어 ‘온디맨드(On-Demand)’ 모바일 영어회화 플랫폼 ‘튜터링’을 만들었다.

‘온디맨드’는 우버처럼 플랫폼과 기술을 갖추고 수요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튜터링은 온디맨드 방식으로 모바일을 통해 전 세계의 전문 튜터와 1 대 1로 영어회화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모바일 안에 개인 과외 교사들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는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강사를 클릭하면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튜터링은 2016년 9월 서비스를 론칭해, 3년 만인 지난해 8월 회원 100만명을 넘었고 연매출 130억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튜터(필리핀 강사), 네이티브 튜터(원어민 강사)는 1500명에 이른다. 영어회화 앱 중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연평균 회원 증가율은 800%에 달한다.

튜터링의 성장속도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김미희 대표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튜터링’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한양대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했다. “엉뚱하다”는 말을 자주 들을 만큼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사람이든 물건이든 관찰하고 메모하는 것을 좋아했다. 깊이 관찰하다 보면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이 보였다. 김 대표는 그런 성격이 리더의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스타트업의 생존과 직결됩니다. 조직원의 재능을 발견하고 능력을 200%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관찰하고 그 재능을 회사의 목표와 접목하고 조직화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삼성맨에서 창업가로

김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이다. 대학 시절 주요 광고 공모전에서 큰 상을 휩쓸면서 실력을 인정받고 3학년 때 일찌감치 삼성전자 공채시험에 합격했다. 미래전략TF(태스크포스)팀에서 일하며 모바일의 성장성을 확인한 후, UX(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로 모바일 디자인과 서비스 기획업무를 맡아 갤럭시S 시리즈 성공신화를 함께했다. 그러나 ‘열정지수’가 높았던 김 대표는 갈증이 컸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되니 우울증에 걸릴 정도였다.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에 이런저런 사업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채택이 되진 않았다. 그중 하나가 오프라인의 1 대 1 과외를 모바일에 넣는 ‘튜터링’ 모델이었다. 입사 9년 차 때 카이스트 MBA과정을 밟을 기회가 왔다. 프로젝트로 비즈니스 모델 전략을 수립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김 대표는 사내공모에서 떨어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무엇보다 자신의 콤플렉스였던 영어회화에 대한 절실함이 담긴 ‘튜터링’ 모델을 프로젝트 과제로 준비했다. “본격적으로 온디맨드 러닝 시장에 대해 분석해서 발표했는데 동료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MBA과정을 마친 후 회사로 돌아가 사표를 내고 2016년 2월 ‘튜터링’을 설립했다. 김 대표가 튜터링의 미션으로 내세운 것은 “경제력이 교육을 지배하지 않는 시대를 만든다”이다. “1%가 누린 교육을 99%가 누릴 수 있도록 대중화된 가격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콜센터를 두고 운영하는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콜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건물, 관리인력 등이 필요 없으니 비용을 확 줄일 수 있었습니다.”

1회 20분 진행되는 튜터링의 수강료는 업계 평균(1만3500~1만7000원)보다 40% 낮은 8000원 선. 양질의 강사들을 확보하기 위해 강사료는 70% 높게 책정했다. 수업 시간, 인센티브, 대기료 등이 다르지만 인기 강사의 경우 그 나라의 전문직 연봉에 버금간다고 한다. 필리핀에 모니터링센터를 두고 24시간 강의 평가를 통해 전문성, 열정 등 13가지의 기준에 따라 강사들을 평가하고 걸러내고 있다. 강의는 자유 대화가 아니라 ‘튜터링’의 커리큘럼에 따라 진행된다. 기본적인 사용법을 보자. 앱을 깔고 우선 무료 레벨테스트를 받는다. 원하는 강사 스타일도 고르고 레벨에 맞게 추천받은 코스도 선택한다. 코스에 따라 다양한 토픽이 있다. 여행, 비즈니스부터 미드 영어, 외국계 면접, 감정 표현 등 650여개에 달한다. 그리고 현재 접속 가능한 강사 중에 강사 소개를 보고 원하는 강사를 클릭하면 된다. 처음 보는 강사와 얼굴 보는 것이 부담스럽다? 토픽 카드를 보면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빨리 실패하라!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곳 중 하나가 교육시장이다. 그야말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튜터링’에는 최대의 기회가 왔다. “5조원에 달하는 성인 사교육 시장과 3조원에 달하는 B2B, B2G 시장은 줄었지만 언택트 시장은 커지고 있습니다. 20조원에 달하는 초·중·고 사교육 시장도 원격교육 중심으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전통 시장의 강제적인 이동이 이뤄지면서 온라인 교육이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가 되는 시대가 된 겁니다.”

김 대표는 기회를 잡기 위해 올 들어 어느 때보다 바빴다. 2월에는 ‘원어민 울렁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AI 튜터를 투입하는 ‘튜터링 알파’를 론칭했고, 중국어판인 ‘튜터링 짜요’를 영어와 분리했다. B2B 비중도 커졌다. 기업 교육이 급격하게 온라인화하면서 삼성·CJ·GS 등 대기업들 리스트도 늘고 있다. 가장 힘을 쏟은 것은 8월 공식 론칭한 ‘튜터링 초등영어’이다. 모바일 안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영어마을’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1인당 영어 교육에 쏟아붓는 돈이 최대 2억원이라고 합니다. 또 사교육의 40%를 영어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정보력과 돈에 따라 양극화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었습니다.”

김 대표는 ‘초등영어’를 준비하면서 엄마들의 ‘실패’ 원인을 먼저 조사했다.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한 지점)’를 찾으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알 수 있다. 영어 콤플렉스라는 김 대표의 ‘페인 포인트’가 튜터링 창업으로 이어진 것처럼, ‘튜터링 초등영어’도 8살 딸아이의 ‘영어 울렁증’에서 시작됐다. “5살 때 영어유치원에 보냈는데 매일 울고불고 유치원에 안 가겠다고 하더니 영어를 아예 거부하는 겁니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슬슬 불안해서 이런저런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찾았는데 마땅한 게 없어서 아예 우리가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딸이 실험 대상이었어요. 영어 거부감 있는 딸이 하면 다른 아이들도 다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실패’는 김 대표에게 아주 중요한 성장엔진이다. 그는 무엇보다 실패를 즐긴다. 직원들에게도 “빨리 실패하라!”고 부추긴다. 이 회사에서는 실패할수록 격려를 해준다. 급성장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의 공통 고민은 조직관리다. 김 대표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급속하게 커지면서 창업 초기 성장 DNA를 이어가는 것이 힘들다. 그는 직원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을 이끈다고 믿고 있다. 누구든 어떤 주제든 발표할 수 있는 ‘타운홀 미팅’을 열고, 마발자(마케터 같은 개발자), 개케터(개발자 같은 마케터)처럼 ‘오지랖’을 권장하고, ‘성장 레시피 노트’를 만들어 위키백과처럼 문제를 공유하고 공동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모두가 실험 조직이고, 실패에서 답을 찾는다. “직장 다닐 때는 연습생 시절이고 지금이 나로 살고 있는 것 같다”는 김 대표는 “아직 목표하는 것의 1%밖에 안 왔다”고 했다. 일어 버전도 만들어야 하고,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해외에 한국어 교육도 하고 싶다. 글로벌 튜터링은 190조원 시장이다. 그 시장에서 우버 같은 기업이 되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이다.

다음 추천 주자는?

마이프렌차이즈 김준용 대표

추천 이유 프랜차이즈 브랜드별 정보를 비교·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예비 창업자들을 돕고 있다. 전 키즈노트 창업자로 한 번도 어렵다는 창업을 두 번이나 성공했다. 김 대표의 신념과 힘든 시장을 향한 도전정신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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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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