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보유한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 2년 새 시세차익이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hoto 뉴시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보유한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 2년 새 시세차익이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hoto 뉴시스

정부는 지난 7월 10일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를 일제히 인상했다. 현 정부가 2017년 8월 도입했던 임대사업자 양성화 정책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7·10 조치에 임대사업자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유지하겠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불과 1개월 만에 세금 규제를 일정 부분 없던 일로 번복한 셈이다. 기이한 것은 세계 10위권에 있는 경제대국이 세제 정책을 1개월 만에 번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혼선을 일으킨 당사자인 국토부 장관 등 정책라인에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정부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더니 정말 그 말을 제대로 실천하려는 듯하다.

정부가 많은 비난을 무릅쓰고도 ‘패키지 세금 인상’을 추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려면 현 정부의 일란성 쌍둥이인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되새겨 봐야 한다. 김현미 장관은 “세율 인상의 목적은 증세가 아니라 불로소득 차단”이라고 주장했다. 불로소득 차단 목적의 세금 부과는 참여정부에서 유래하였다. 참여정부가 실시했던 보유세 강화, 종합부동산세 등을 현 정부가 다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뒤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의 부동산관(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청와대 정책실장에서 물러난 뒤 참여정부의 마지막 해인 2007년 9월에 ‘응용경제’(제9권 2호)에 발표했던 ‘한국 부동산 문제의 진단: 토지공개념 접근방법’이라는 논문은 그의 부동산 세계관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다. 이 학회지에는 집값을 잡으려면 세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정우 전 정책실장의 논문과 함께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 세금 규제의 효과를 의문시하는 학자들의 논문이 함께 실려 있어 좋은 대조를 이룬다. 양측의 주장을 함께 읽어보면 현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시행 중인 징벌적인 세제 정책의 효과와 한계를 이해하는 데 유익할 것으로 판단된다.

참여정부 부동산 과세 정책의 태동

이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보유세 인상+거래세 인하, 양도세 강화 등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론을 주장한 측에서는 “참여정부의 세제 개편은 가장 급진적인 대안들을 보완 조치 없이 도입했다”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는 부동산 조세 체계를 개편할 때 보유세를 올리는 만큼 거래세를 낮추거나 과표를 현실화하는 대신 세율은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보유과세의 세율, 과표, 누진구조를 모두 높이고 거래세는 겨우 과표 인상을 상쇄하는 정도로 낮춰 세금 부담을 과도하게 늘렸다는 것이다. 심지어 참여정부가 도입한 세제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맞춰 더욱 강경하게 수정됐다고 꼬집었다. 이것이 바로 징벌적인 세금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이유다.

그러나 이 전 정책실장은 “참여정부의 정책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를 최초로 옳은 방향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강조한 뒤 “토지공개념이란 간판은 달지 않았으나 1989년 토지공개념 3법에 비해 공개념에 더 가깝고 향후 부동산정책의 성패는 일관성 유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 전 실장이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 3법을 기초로 부동산 정책을 설계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노태우 정부의 1989년 토지공개념 3법인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 통과를 높게 평가했다. 토지공개념 3법이 그 후 10년간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나대지 취득은 토지공개념 3법 시행으로 줄어들었지만 그가 말한 부동산 투기에 주택까지 포함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시기 주택시장이 안정화된 것은 정부가 1989년 집값 폭등을 경험하면서 116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1기 신도시를 건설하고, 서울시 용적률을 기존의 200%에서 400%까지 올려 주택을 대량 공급한 덕분이다. 손재영 건국대 교수는 1987~1991년의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전국 모든 지역의 주택과 토지 가격은 뛰고 전세가도 꾸준히 올랐는데 이후 주택의 대량공급으로 집값은 하락 내지 안정됐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주택가격이 정점에 달했던 1991년 5월을 100으로 할 때 1996년 11월 실질가격지수는 전국 60.1, 수도권 63.9, 서울 64.5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는데 이것은 이 전 실장이 극찬했던 토초세 등의 세금규제 효과가 주택시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뜻한다. 게다가 이 전 실장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이 신념이라고 믿고 있는 고정관념을 결론으로 비약시키는 오류를 저질렀다.

참여정부는 2003년 10·29 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으로 집값 상승을 차단하고자 했다. 종합부동산세는 이정우 교수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마련했던 세제다. 이 전 실장은 참여정부가 부동산에 무겁게 과세한 이유를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은 자본소득이고 불로소득이므로 불로소득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고 본 것이다. 그가 자본소득을 불로소득이라고 단정한 것은 자본은 땀 흘려 일하는 노동만큼의 가치가 없어서 ‘자본소득=불로소득’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의 주장은 경제학 원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경제학 원론에서 ‘생산의 3요소’는 재화를 생산하는 데 ‘토지·노동·자본’이라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전 실장의 논리대로라면 자본 없이도 집과 공장 등을 지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

보유세 강화로 집값 잡을 수 있다?

물론 참여정부의 주택정책은 실거래가를 파악하고 과세 체계를 정립하는 등 시장을 투명하게 하는 데 공헌했다. 또한 국민임대주택 건설과 다가구주택 매입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등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투기억제를 명분으로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고 조세원리를 벗어난 세제개편으로 집값 안정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종부세 신설 등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매우 비판적이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의 수요억제 정책의 핵심은 보유세 강화다. 보유세가 오르면 세금 부담이 늘어나 늘어나는 세금에 상당하는 현재 가치만큼의 주택 가격이 하락한다. 그러나 이 같은 효과는 일회성으로 나타나고 이후에 집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재산세 인상으로 집값을 낮춘다는 발상은 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토지와 주택을 동일한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토지 보유세는 토지를 보유한 사람이 피할 수 없이 부담하지만 건물 보유세는 건축물 공급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건물에 대한 보유세 부과는 건물 소유자의 수익률을 하락시켜 건물 공급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건물 감소의 결과는 임대료 상승을 낳고 그 피해는 임차인의 피해로 돌아간다. 2003년 부동산세수는 18조7385억원에서 2007년 31조9818억원으로 70.7% 증가했고 같은 시기의 서울 주택가격은 평균 56.6% 올랐다. 결국 세금을 올려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은 허황된 생각이고 정책 실패 원인을 호도하는 것에 불과한 셈이다.

참여정부의 보유세 인상 목적 역시 비판을 받았다. 서승환 연세대 교수는 “보유세 실효세율 수준 자체가 정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실효세율 1%의 벤치마크로 삼은 미국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미국이 시행 중인 ‘재산세 연기’는 “연령과 소득수준을 결합해 재산세 납부를 연기해주고, 주택 소유자의 연령이 65세가 되면 재산세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동결”하는 데 반해 참여정부는 실효세율 1%를 주장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하고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photo 뉴시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하고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photo 뉴시스

과격한 세율 인상은 공정한가?

정부의 급격한 세율 인상도 논란거리다. 미국의 주택 관련 세율은 거의 변함이 없다. 박남규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1978년 주민투표로 주택공시가격을 정해 최초 주택가격의 1.25%를 연간 재산세로 정한 뒤 지금까지 그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명목숫자만 봐서는 세율은 높지만 동일인이 소유한 기간에 공시가격이 시장가격 변화에 관계없이 유지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리처럼 과격한 공시지가 인상이 만든 ‘약탈적인 세금’을 부담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고가 주택에 대한 누진적 재산세도 없다. 소득수준에 따라 누진세를 적용하므로 주택가격에 따른 누진세는 이중과세라는 이유에서다.

납세자가 크게 반발하지 않을 수준으로 재산세를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는 독일에도 있다. 1997년 독일연방최고법원은 재산세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독일 법원은 “재산세는 다른 조세부담 등과의 복합적 작용에 의해 재산의 근간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기대할 수 있는 수익으로 재산세를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유세는 그 부담이 과도해지면서 납세의무자의 재산 상태를 손상시키는 점진적 몰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와 같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볼 때 불로소득 환수라는 편협한 정책을 목표로 징벌적 조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정부가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은 채 국민의 세 부담만 늘린다면 향후 국민이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세금 부담액은 자본화되어 그만큼 정부의 곳간만 늘어날 것이다. 반면 정부에 의해 탈탈 털린 국민의 호주머니는 그만큼 가벼워진다는 뜻이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이중적 시각

이정우 전 정책실장 등 소위 진보 계열 학자들이 스승처럼 떠받드는 헨리 조지 역시 세금에 관해서는 비판적이다. 그는 “세금은 과세 대상의 품목을 제거할 목적 또는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부과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개의 예를 들었다. 미국 대다수 주에서는 개의 숫자가 많아지면 개를 줄이기 위해 개에게 세금을 부과한다. 그러면 세금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더 이상 개를 기르지 않기 때문에 개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주택을 없애는 것을 바라지 않으면서 왜 세금을 부과합니까?”라고 반문하면서 주택에 대한 세금은 주택의 수요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영국에서는 오래된 집에 ‘창문세’라는 것을 부과했다. 이 창문세는 지금도 프랑스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센서스 보고에 의하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 창문을 전혀 달지 않은 집이 20만가구에 달한다고 조사되었다. 헨리 조지 같은 사람도 토지는 자연이 준 은총이므로 토지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불로소득으로 간주해 전액 세금으로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주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반대했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고위공직자나 집권 여당의 시각 역시 비판을 받는다. 손재영 교수는 “부동산은 자산이므로 자본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부동산 매매와 보유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즉 고위공직자 임명 때 흔히 위장전입, 농지거래 규제 위반, 부동산 과다보유, 탈세 등의 의혹이 제기되는 데서 보듯이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부동산을 자산으로 운용하면서 공적으로는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즉 부동산은 자산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집단적인 위선”이라고 일갈했다. 즉 투기행위가 공공의 복리를 해친다는 논리적, 경험적 증거가 없다면 “부동산을 이용한 돈벌이를 억제하는 정책 개입은 불필요하다”는 것이 손 교수의 지적이다. 정부는 ‘부동산은 자산이 아니다’란 허위의식을 기초로 민간주택 영역까지 개입하여 세금과 가격규제로 옥죄지 말고 오직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복지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정우 전 실장은 2012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 부족이 아쉬웠다”고 발언했다. 그의 발언을 참고해 보면 현 정권이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23번이나 되는 수요규제 중심의 정책을 고집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정우 전 실장이 2012년 대통령선거에 문재인 대통령의 출마를 처음으로 권유했던 인물이라는 언론 보도에 비춰볼 때 세금과 수요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은 이 전 실장의 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심 전역 고밀도 개발이 유일한 해결책

정세균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특정 지역을 개발하면 인근 지역 집값이 함께 오른다”라고 말한 뒤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많이 공급하고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하는데 고밀도 개발 정책은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으로 정부는 서울 도심의 용적률 상향으로 집값 급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에 의구심을 품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다행히도 서울과기대 이혁주 교수는 올가을 발표할 논문(가제 ‘유동성, 밀도 규제 그리고 주택가격: 실증 분석’)에서 실증 연구를 통해 이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처럼 주택공급 상한 규제가 시행되는 조건에서 일부 지역의 용적률을 상향하면 해당 지역의 개발이익을 키워 서울 전체 주택의 시장가격이 증가하지만, 서울 전역의 용적률을 올린다면 서울 집값이 떨어져 부분적으로 용적률을 올리는 것보다 집값 하락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주택 투기의 핵심은 다주택자 소유”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다주택자를 죄인 취급해 폭력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으로는 집값 안정은 결코 이뤄낼 수 없다. 하물며 규제 강화를 위해 부동산감독원을 만든다는 발상은 더욱 설득력이 없다. 이런 발상은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부동산감독원을 만든다는 발상은 집권세력이 전혀 공부를 하지 않고 그릇된 신념으로 국가를 통치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번 정권에서 끊임없이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고집하는 이유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이정우 전 실장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인가? 그러나 일관성과 똥고집은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은 일관성이라고 주장하는데 국민 대다수가 아니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 그것은 똥고집이다. 개인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똥고집을 일관성이라고 착각해서 망한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국가도 예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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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부동산학 박사·WJ부동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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