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6개월간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를 시작한 지난 3월 16일 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금융위원회가 6개월간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를 시작한 지난 3월 16일 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금융당국이 오는 9월로 예정한 공매도 금지조치 기간을 연장할지 여부에 대해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연초부터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 코스피가 폭락한 뒤 급속하게 회복하면서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외국인·기관과 개인 간 제도상 불공정한 측면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8월 13일 한국거래소는 ‘공매도의 시장 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의 연장 여부를 두고 찬성과 반성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 3월 코스피는 1400후반대까지 빠진 뒤 5개월 뒤인 현재 2400을 넘어섰다. 이 같은 급속한 상승을 주도해 온 주체는 개인투자자들이었다. 통상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손은 ‘외국인’으로 꼽히고 다음이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등으로 대표되는 ‘기관’으로 꼽히는데, 상반기 장에서는 이례적으로 ‘개미’들이 장을 주도해온 것이다. 이 때문에 ‘동학개미’라는 신조어가 나타나는 등 주식시장이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 같은 움직임의 이유에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 조치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의 연장 시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시가총액이 매우 큰 일부 우량주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기업들은 공매도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내 증시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의 증시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나 불투명한 지배구조, 낮은 배당 성향 등 주주 친화적이지 않은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꼽히지만 외국인들의 대량 공매도 역시 시장 저평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당초 금지 시한으로 정해뒀던 9월이 다가오면서 공매도를 재개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공매도는 통상 종목에 대한 부정적 정보들이 가격에 반영되는 주요 경로로 꼽히기 때문이다. 회사의 리스크 요인을 사전부터 공매도를 통해 주가에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주가가 회사의 실질 가치를 더 잘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사태 때부터 국내 증시에서 떠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로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 조치를 꼽는 전문가도 있다. 고은아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는 한국거래소 주최 토론회에서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공매도 금지 이후 헤지 전략이 부재한 한국 시장을 꺼리고 있다”면서 “일부 자금은 투자 제약이 덜한 다른 시장으로 이동하는 추세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장기화한다면 그런 경향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공매도가 외국인들의 대표적인 헤지(위험 회피)전략인데, 이 같은 기능이 현재 막혀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부진하다는 설명이다.

공매도 제도의 필요성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내의 공매도 시스템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고 외인이나 기관 등 ‘큰손’에게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데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이 “대표적인 불공정 게임”이라고 할만큼 비판을 받아온 제도다. 공매도를 하려면 증권사에서 공매도를 할 종목의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대규모로만 빌려주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빌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에 비해 자금력과 신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대량의 주식을 빌리기가 어렵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비중을 보면 1% 미만인데,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전체 공매도의 25%가량이 개인 투자자”라면서 “공매도 접근성 측면에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받는 제약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