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망우 구간의 중랑철교를 통과하는 경의중앙선 전철. ⓒphoto 이동훈
청량리~망우 구간의 중랑철교를 통과하는 경의중앙선 전철. ⓒphoto 이동훈

정부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에 ‘아파트 숲’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출퇴근 교통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1만가구를 수용할 태릉 미니신도시의 관문 역할을 할 유일한 역은 태릉골프장 남단에 있는 경춘선 갈매역이다. 갈매역은 지금도 보금자리주택지구인 경기도 구리시 갈매지구 1만가구의 관문역을 하고 있는데 출퇴근 교통수요를 받아내기에 버겁다는 지적이 많다. 갈매역 초입에 위치한 청량리~망우 철로의 병목현상으로 인해 출퇴근 시간 전철을 집중 편성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갈매역 기준으로 서울 방향 경춘선 광역전철은 오전 7~8시 사이 시간당 4편성에 불과하다. 이 4편성 중 1편성을 제외하고는 서울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까지 못 가고 상봉역에서 끊어진다. 상봉역은 경의중앙선 및 7호선과 환승이 가능하지만, 1호선처럼 서울 시내 중심과 곧장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전 8~9시 4편성 중 1편성은 청량리역까지 곧장 이어지지 못하고 연결선인 망우선을 이용해 1호선 광운대역(옛 성북역)으로 올라가는 기형적 편성도 있다.

이로 인한 출퇴근 불편은 1만가구 규모의 갈매지구뿐만 아니라, 갈매지구와 연접해 단일 생활권을 이루고 있는 남양주 별내지구까지 모두 느끼는 불편이다. 2만5000가구인 별내지구도 갈매역과 한 정거장 떨어진 경춘선 별내역 하나에 의존해 있다. 2018년 3기 신도시로 지정된 6만6000가구 규모의 남양주 왕숙신도시(1지구) 역시 조성 초기에는 경춘선 사릉역 하나에 의지해야 한다. 광역교통망 개선 없이 태릉골프장에 1만가구가 들어설 경우 갈매(1만가구), 별내(2만5000가구), 왕숙(6만6000가구)까지 경춘선에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도합 11만가구의 출퇴근 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

별내, 갈매, 태릉까지 경춘선 의존

이는 갈매역 초입에 위치한 ‘청량리~망우’ 4.6㎞ 구간의 만성적 병목현상 탓이다. 이곳은 경원선(1호선), 경의중앙선·경춘선, 망우선이 삼각형 형태로 교차하는 서울 동쪽의 가장 중요한 철도교차로다. 하지만 입체화가 이뤄지지 않고 평면교차를 하고 있어 수시로 지연이 생기고, 선로용량 자체가 협소해 더 이상 철도를 추가투입할 여력도 없다.

이 중 경춘선과 경의중앙선이 통과하는 청량리~망우 구간의 선로포화도는 국내 모든 철도구간 가운데 최고다. 코레일 측에 따르면, 해당 구간은 선로용량은 163회지만, 2020년도 155회(평일)가 계획되어 있다. 선로이용률이 95%를 상회한다. 선로이용률이 높다고 지적되는 경부선 서울역~금천구청, 경부고속선 평택~오송 구간을 능가한다. 해당 구간에 KTX를 비롯 국내 모든 유형의 열차가 다니고 있어 안전사고 위험도 상존한다는 지적이다.

청량리~망우 구간의 만성적 병목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지 이미 20년이 넘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변 부지를 매입해 선로를 늘리거나, 고가화 또는 지하화해 선로에 걸리는 부하를 해결하는 데도 진척이 없다.

청량리~망우 구간에는 2010년 옛 경춘선 철도를 망우~갈매로 이설한 뒤부터 막대한 부하가 걸리고 있다. 2012년부터는 청량리와 춘천을 연결하는 경춘선 광역전철과 별개로, 좌석 급행열차 개념인 ‘ITX-청춘’도 해당 구간에 다닌다. 2014년부터는 경의선과 중앙선을 직결한 경의중앙선, 2017년 12월부터는 서울과 강릉을 연결하는 KTX 강릉선(옛 경강선)까지 해당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광역전철(경의중앙선, 경춘선), 일반철도(중앙선 무궁화), 급행철도(경춘선 ITX-청춘, 중앙선 ITX-새마을), 고속철도(강릉선 KTX), 화물철도까지 무려 7종의 각기 다른 열차가 좁은 구간을 비집고 다니는 셈이다. 오는 연말 청량리~안동을 연결하는 중앙선 복선전철이 완공되면, 250㎞의 준고속열차인 EMU-250까지 투입될 예정이다.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국토교통부나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같은 관계기관도 수십 년 전부터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왔다. 2016년 수립된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6~2025)에는 청량리~망우를 포함한 용산~망우 구간을 지금의 복선에서 2복선(복복선)으로 늘리는 계획도 수립됐다. 하지만 ‘민자(民資)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한 탓에, 첫 삽을 뜰 기미조차 안 보인다. 선로 연변에 늘어선 가옥과 부지매입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 민자사업으로는 턱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구간에 걸리는 부하를 덜기 위해 강릉선 고속철을 놓을 당시, KTX를 상봉역과 망우역 사이에서 되돌려 보내는 구상도 세웠다. KTX 정차를 위해 상봉역과 망우역 사이의 선로 옆에 기형적 구조의 저상플랫폼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이 구상은 강릉선 KTX가 서울 시내 한복판까지 진입해야 한다는 강원도 측 주장에 밀려 무산됐다. 이로 인해 서울역에서 출발한 강릉선 KTX 일부 편성은 청량리역에 서고 4㎞ 남짓 떨어진 상봉역·망우역에 또 서는 저속철로 전락했다. 자연히 해당 구간을 지나는 경춘선과 경의중앙선 광역전철의 증편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청량리~망우 구간의 2복선화는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선정 때도 빠졌다. 당시 예타 면제사업으로는 시급성은 물론 경제성마저 의심되는 소위 ‘김경수 KTX’인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가 대신 선정됐다. 남부내륙철도의 총사업비는 4조9874억원으로, 국토부가 2016년 용산~망우 간 2복선화 사업비로 추산한 1조3280억원의 무려 4배가 투입될 예정이다.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된 ‘용산~망우 간’(17.3㎞) 2복선화에 드는 사업비가 1조3280억원인 만큼, 청량리~망우(4.6㎞)는 단순 역산하면 3530억원 정도면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당시와 비교해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값이 폭등한 터라, 철도 주변 부지 매입 등을 위해서는 이제 어림도 없는 금액이 돼버렸다.

신도시 조성에 따른 인구급증에 맞춰 출퇴근 시간 경춘선 광역전철 편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해당 시간대 청량리~망우 구간을 통과하는 강릉선 KTX나 중앙선 무궁화호 등을 감편해야 한다. 하지만 열차 감편에 항의하는 다른 지역의 반발 역시 불보듯 뻔하다.

이에 “향후 태릉골프장의 교통수요를 받아내기 위해 지난 2010년 폐선 후 숲길 공원으로 조성한 옛 경춘선 선로를 되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옛 경춘선 선로를 지금의 망우~갈매 구간으로 이설한 뒤 공원으로 조성한 경춘선 숲길 공원은 6호선 화랑대역에서 육군사관학교 정문 앞의 옛 경춘선 화랑대역(폐역)을 지나 태릉골프장 끝까지 이어진다. 폐선된 선로 변에 497억원을 들여 숲길 공원을 조성한 후에도 옛 경춘선 단선철도의 노반과 철길이 대부분 남아 있다. 교통평론가 한우진씨는 “청량리~망우 병목 문제는 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용산~망우와 연계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며 “고가화하기에는 지상공간이 부족하고 결국 지하화할 수밖에 없을 텐데 결국은 돈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워드

#포커스
이동훈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