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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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프랜차이즈는?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6000여개의 정보를 한곳에 모아놓고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 비대칭을 해결함으로써 프랜차이즈 생태계를 투명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승전 치킨집’ ‘기승전 커피집’. 전공·직종 불문 정년 퇴임 후 결론은 프랜차이즈 치킨집이나 커피집 창업이라는 현실을 빗대 나온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문턱이 낮기도 하지만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전체 프랜차이즈의 20%를 차지하는 치킨집은 작년에만 전국에서 3937곳이 문을 닫았다. 3년 연속 폐업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시 ‘2019 서울의 프랜차이즈 분석결과’에 따르면 브랜드의 3년 생존율은 79.4%, 즉 10곳 중 2곳은 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준비 없는 창업의 결말은 비극으로 끝나기 쉽다. 그런데도 프랜차이즈 창업 대열에 서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2019년 기준 6000여개(본사 5100개), 총가맹점 25만개에 달한다. 매년(2015~ 2019) 4만4000여개의 가맹점이 새로 생긴다. 고용인구로 보면 2018년 통계로 125만명에 산업매출 규모 120조원으로 GDP의 6.9%를 차지했다. 국가 산업의 관점에서 결코 적지 않은 규모지만 관련 정보는 의외로 많지 않다. 특히 프랜차이즈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필요한 정보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기다려 부스마다 기웃거리고, 관심 있는 브랜드의 홈페이지마다 들어가 보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객관적인 자료보다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이나 지인 소개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는 사건 뉴스로 언론에 종종 등장한다. 김준용(40) 마이프랜차이즈 대표도 가족 중 한 명이 피해자였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 ‘창업 파트너’를 자처한 ‘마이프랜차이즈’이다.

마이프랜차이즈는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6000여개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모아놓았다. 커피, 제과제빵, 치킨 등 외식업부터 빨래방, 스터디카페, 독서실 등 최근 뜨고 있는 공간 관련 사업까지 업종별로 모든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총망라돼 있다. 각 브랜드별로 가맹점 개수, 월평균 매출액, 3.3㎡당 매출, 창업비용 등 기본 정보와 함께 가맹점 증가 추이, 가맹점 계약 현황 등 본사 정보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창업박람회를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셈이다. 이들 정보보다 ‘마이프랜차이즈’의 핵심 콘텐츠는 ‘지도 서비스’이다. 창업하려는 지역의 프랜차이즈 상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국 프랜차이즈 점포가 지도로 한눈에

‘지도 서비스’에서 서울 마포구 상암동을 보자. 검색에 상암동을 입력하고 카테고리에서 ‘커피’를 선택하면 상암동 일대의 모든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지도에 표시된다. 상암동의 경우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을 중심으로 인근에 다양한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중 한 곳을 클릭하니 브랜드 정보가 나온다. 특히 상세보기는 최근 2년 새 그 브랜드의 가맹점 수가 몇 개나 늘었는지, 가맹점과 직영점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지난해 폐점한 곳은 몇 곳인지도 나온다. 브랜드 정보뿐 아니라 상권 분석도 가능하다. 분식점 프랜차이즈를 고민 중이라면 ‘주변 정보’를 클릭해 인근 학교, 학생수를 알아볼 수 있다. ‘배후 세대’ 서비스는 원하는 반경 내에 아파트, 오피스텔 등 거주 세대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사무실에서 김준용 대표를 만났다. ‘마이프랜차이즈’는 그의 두 번째 스타트업 창업이다. 첫 번째는 공동 창업으로 ‘키즈노트’를 만들었다. ‘키즈노트’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라면 모두 아는 스마트 알림장이다. 그보다 앞선 카페 창업까지 하면 10년 동안 세 번째다. 한 번도 쉽지 않은데 세 번이나 창업에 나선 것은 웬만한 뚝심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그의 첫 직업은 안철수연구소의 B2B 세일즈였다. 공로상을 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3년 만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내 사업’을 꿈꾸던 그의 눈에 ‘1인가구 증가’와 함께 ‘카공족(카페공부족)’이 들어왔다. 20대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하는 스터디카페였다. 당시엔 생소한 개념이었다.

“1년 정도 시장조사를 했습니다. 카페도 100여군데 돌아다니고 유동인구 조사도 하고 사업계획서도 수십 번을 썼어요. 강사 초청해서 강연도 하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단골 학생 중 아직까지 연락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고려대 1호점, 이화여대 2호점을 만들 만큼 잘됐지만 그 이상 확장을 감당하기는 힘들었습니다.”

회사 사표 쓰고 ‘배수의 진’

카페를 정리하고 과거 직장 동료의 제안으로 ‘키즈노트’를 창업했다. 어린이집·유치원 교사와 학부모의 소통 도구였던 알림장 노트를 온라인 앱으로 만든 것이 주효했다. 2014년 카카오에 매각한 후 계속 대표를 맡아 회사를 흑자로 만들고 지난해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더 늦기 전에 한 번 더 창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회사 안에서 찾으면 안 되겠다 싶어 지난해 2월 사표를 내고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유망산업을 리서치하던 중이었다. 전혀 관심에 없던 프랜차이즈 산업에 눈을 돌린 것은 장모님 때문이었다. 프랜차이즈 창업 투자 사기를 당한 것이다.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뛰어다니다 보니 시장이 보였다.

“산업 규모는 큰데 정보는 충분하지 않고, 그나마 있는 정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업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가치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정보 시스템을 보면 모든 프랜차이즈 본사는 매년 업데이트된 현황 공개가 의무화돼 있지만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해 10월 법인 설립을 한 마이프랜차이즈는 그 정보를 가져와서 일반인이 보기 쉽게 시각화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사업 가능성은 ‘선수’들이 먼저 알아봤다. 네이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D2스타트업팩토리(D2SF)가 투자를 했다. 본엔젤스, 김기사랩도 먼저 투자 제안을 했다. 수익모델은 지역별 가맹점 모집 광고, 월정액제 가맹사업 업무 지원 등 프랜차이즈 본사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본사는 가맹점이 100곳은 넘어야 ‘규모의 경제’가 나오기 때문에 가맹점 확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가맹점 100곳이 넘는 브랜드는 6%에 불과하고 10개 미만이 63%에 달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말이다. 예비 창업자의 입장에서 사업 구상을 했는데, 오히려 프랜차이즈 본사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동안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는 창구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키워드 검색을 활용하거나 블로그 마케팅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뜻밖의 고객층도 있다. 공인중개사들이다. 건물주들이 원하는 점포를 유치하려는 공인중개사들이 의외로 많이 이용한다. 부동산과 접점도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본사나 가맹점주나 공생관계입니다.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정보가 투명하면 건강하게 경쟁할 수 있고 선순환의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양쪽을 연결해주는 마이프랜차이즈가 그 첫 시작입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지도 서비스 등 기능을 추가, 보완하고 관련 정보들도 추가하는 중이다. 공정위 정보의 경우 정해진 항목에 맞춰 입력하다 보니 업종별로 왜곡된 경우도 많고 브랜드의 특징을 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이프랜차이즈는 본사가 자신들의 브랜드를 자세히 소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데이터가 축적되고 그를 바탕으로 한 연구물들이 나오면 수익모델은 더 다양해질 수 있다.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유료 리포트, 컨설팅 등도 머릿속에 있다.

‘마이프랜차이즈’의 지도 서비스. 지역별로 업종별 프랜차이즈 점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브랜드 상세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photo 마이프랜차이즈
‘마이프랜차이즈’의 지도 서비스. 지역별로 업종별 프랜차이즈 점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브랜드 상세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photo 마이프랜차이즈

창업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용환경이 불안해지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은 더 늘고 있다. 소상공인 폐업 뉴스가 줄을 잇는 반면 네이버에서 ‘소자본 창업’ 검색도 급증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말이다. 특히 창업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 트렌드라고 한다. “지난해 ‘교촌치킨’ 신규 가맹점주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입니다. 취업이 안 되는 이유도 크지만 투자형 창업이 늘었습니다. 직장이 불안하니 회사 다닐 때 신용대출 받아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거죠. 무인화, 자동화가 되면서 가능해진 일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젊은 세대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한 요인입니다.”

김 대표에게 예비 창업자를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제발 공정위의 정보공개서에 나온 것만이라도 잘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인이나 주변 사람들 말만 듣고 덜컥 결정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소한 그 지역의 동일 업종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살펴보고 본사 사무실을 찾아가 대표도 만나보고 외식업의 경우 식자재는 어떻게 생산하는지 물류는 어떻게 제공하는지 등을 점검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 브랜드는 로열티가 비싸고 본사의 통제도 심한 편이다. 신규 브랜드는 자유롭지만 리스크가 클 수 있다. 김 대표는 최소한 해당 가맹점 3~4곳을 찾아가 점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업종을 선택할 때도 본인의 강점이나 경력과 어울리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성격이 적극적인 사람은 서비스업이 좋고 과묵한 사람은 스터디카페나 빨래방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마이프랜차이즈를 창업한 것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랩에서 B2B 세일즈를 했고 카페 준비하면서 예비 창업자 경험을 했고 키즈노트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해봤습니다. 마이프랜차이즈는 그 경력을 모두 필요로 하니 저한테 딱 맞는 사업인 거죠.”

청각장애 부모가 가르쳐 준 삶

김 대표는 말을 또박또박, 천천히 했다. 말할 때 유난히 손짓도 많이 사용했다. 이유가 있었다. 그의 부모님은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수화로 대화를 나눈 것이 몸에 배었다. 그는 지난 5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인 서울 ‘사랑의 열매’의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 291호 회원이다. 기부는 그의 오랜 숙제였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마음속에는 부채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 배려로 공짜 교육을 많이 받아 어린 마음에도 나중에 꼭 갚아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이면서 봉사의 삶을 실천해온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교회의 목사이다. 그는 청각장애인 신도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랐다.

그런데도 선뜻 기부를 결심하진 못했다. ‘조금만 더 벌면…’ 하며 차일피일 미뤘다. 지난 4월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며칠 후였다. 새벽에 잠을 깬 그는 “아이들이 크는 세상에 작은 기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결심이 흔들릴까봐 바로 산후조리원에 있는 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반대하면 어쩌나’ 걱정하며 ‘기부해야겠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반응은 뜻밖이었다. 흔쾌히 허락하면서 “당신을 믿는다. 늘 응원한다”는 답이 왔다. 그날 바로 사랑의 열매에 전화를 걸어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었다. 사업도 새로 시작하고 둘째도 태어나고 돈 들어갈 일만 많았다. “이러다 평생 못 하겠다 싶었습니다. 먼저 나누고 부지런히 벌자, 어차피 내 돈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는 1억원을 기부한 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100억원을 기부하는 것이다. 그는 “1억원을 기부해본 사람은 100억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려면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 그는 “세 번째 사업을 하면 성공할 확률이 크다는 속설이 있는데 맞는 말 같다”고 했다.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주변에서는 유사서비스의 경쟁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그는 “걱정 없다”고 말했다. “키즈노트도 카피들이 우후죽순 나왔지만 모두 정리가 됐습니다. 선두주자로 고객만 보고 가면 성공합니다.”

다음 추천 주자는?

하우스텝 이승헌 대표

추천 이유 인테리어 개별시공 서비스를 제공하며 폐쇄적인 인테리어 시공 시장을 혁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표준화가 어려운 영역을 소비자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기존 업계 관행과 다른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냈다. 그의 혁신 DNA가 영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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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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