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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4호]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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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금·은 철퇴 임박? 미국이 선물 증거금 올리는 이유 있다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월가이야기’ 저자 

▲ 시카고상품거래소(CME) photo medium.com
지난 7~8월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금·은선물 증거금을 단기간에 4차례나 연속 인상했다. 아주 이례적인 경우이다.
   
   원래 금과 은의 가격이 오르면 증거금을 인상할 수 있다. 한두 차례 정도 인상해서 가격 변동성과 현물인도 보장에 대처할 정도면 된다. 그런데 단기간에 4차례 인상은 정도가 심했다. 그것도 은의 경우 거의 90%나 올렸다. 진입장벽을 높이고 거래와 유지비용을 많이 들게 해 매도물량을 쏟아내게 해서 가격 하락을 노린 것이다.
   
   금·은 등 귀금속 선물시장 증거금은 두 종류가 있다. ‘위탁증거금’은 거래를 개시할 때 필요한 증거금으로 일명 개시증거금이라고도 불린다. 진입장벽을 높이는 데 쓰인다.
   
   ‘유지증거금’은 포지션 유지를 위해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하는 증거금이다. 마감일에 현물로 인도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이다. 선물시장에는 ‘마진콜’이라는 제도가 있다. 계좌의 평가금액이 유지증거금 이하로 내려갔을 때, 증권사에서 추가증거금을 요청하는 연락이 오는 것이다. 다음날 정오까지 납부하지 못 하면 거래가 강제 청산된다.
   
   이번에 금선물 증거금(1계약당 100트로이온스)이 4차례나 인상됐다. 위탁증거금이 1계약당 9020달러에서 9300(3.1%)→9570(2.9%)→1만230(6.9%)달러로 총 13.4% 인상됐다. 유지증거금 역시 8200→9300달러로 13.4% 올랐다. 여기에 더해 레버리지가 22배에서 19배로 하향조정됐다. 이는 증거금을 14.7% 인상한 효과가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연속 4차례나 인상
   
이번 증거금 인상의 초점은 금보다는 ‘은’이다. 은 시장에 신규 유입되는 투자자들이 너무 폭증한다고 본 것 같다. 게다가 금과 은은 동행성이 강해 어느 하나를 잡으면 다른 쪽에도 영향이 간다.
   
   은선물 증거금(1계약당 5000트로이온스) 역시 4차례 인상됐다. 위탁증거금이 8800달러에서 1만(13.6%)→1만1500(15%)→1만4575(26.7%)달러로 총 65.6%나 인상됐다. 유지증거금 역시 1만→1만3250달러로 32.5% 올랐다. 레버리지도 12배에서 9배로 하향조정됐다. 이는 증거금을 25% 인상한 효과가 있다.
   
   은선물 증거금이 금선물에 비해 인상률이 거의 5배 정도나 더 높았다. 특히 개시증거금을 65.6%나 올려 진입장벽을 높인 게 특징이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2011년 4월 말 CME는 은선물 마진을 2주 만에 4~5회 급격히 올렸다. 거래비용이 84%나 상승하여 전례 없는 매도물량이 쏟아졌다. 급증하는 포지션 유지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4월 28일 은 가격이 온스당 49.51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직후의 일이었다. 당시 은 가격이 20% 급락했다.
   
   그간 미국 국채의 큰손이었던 외국 중앙은행들이 최근 들어 더 이상 미국 국채를 사지 않고 있다. 수익률도 형편없고 앞으로 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은 국채에 대한 매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미국 국채 구입액이 고작 40억달러에 그쳤다. 미국 국채 발행액 3조4500억달러의 0.1%에 불과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에 미 국채 대신 금을 담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으로서는 이번 증거금 인상이 2011년 사태가 떠오르는 굉장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당시 금값이 치솟자 중국 등은 달러표시 국채 대신 금을 외환보유고에 담겠다고 큰소리쳤었다. 미국으로서는 공공연한 달러에 대한 도전을 그대로 묵과할 수 없었다. 당시 미국은 4월 말 은선물 시장 공격을 시작으로 8월에도 선물시장 증거금을 2차례 인상하고 단기금리 인상, 선물시장 대량 매도물량 투하, 투자은행들의 금 시세 조작행위 방치 등으로 금 가격을 2년 만에 온스당 1920달러에서 1100달러대로, 은 가격을 49달러에서 19달러대로 폭락시켰다.
   
   지금 미국 정부는 달러 무서운 줄 모르는 외국 중앙은행들에 뭔가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금·은선물 증거금이 추가로 인상되거나 선물시장에 대량 매도물량이 투하되면 투자자들은 조심해야 한다. 미국 정부와 연준의 본격적인 개입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 전쟁서 미국이 승리한 2011년과 달라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2011년만 해도 금 현물거래는 런던이, 금 선물거래는 미국이 주도했다. 그랬던 금 거래시장이 다변화하였다. 2014년 9월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내에 설립된 중국 상하이금거래소 이외에 싱가포르, 홍콩, 한국 등에도 금거래소가 연달아 생겨났다.
   
   1차대전 이래 금 가격은 영국 런던 주재 5대 은행이 하루 두 차례 전화 경매방식을 통해 결정했다. 그런데 2016년 5월 영국 금융당국은 금 가격을 조작한 혐의로 5대 은행 중 하나인 바클레이즈에 2600만파운드(약 44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후 금 가격 결정 시스템이 바뀌면서 2016년부터 중국은행(BOC)이 ‘런던 금가격지수’를 결정하는 8대 은행 중 하나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금값의 기준가 결정 전자입찰에 참여하는 은행은 UBS AG,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 HSBC, JP모건체이스, 소시에테제네랄, 노바스코샤은행(캐나다) 등이다.
   
   또 미국 정부나 연준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함부로 단기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투자은행들의 귀금속 시세조작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바클레이즈 이외에 JP모건체이스은행도 귀금속 시세조작 혐의로 이미 3번에 걸쳐 기소당한 바 있으며 지금도 3번째 기소 상태에 있다.
   
   더구나 지금은 금과 은의 구매 세력이 많아졌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레이 달리오 같은 경우는 지금과 같이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는 ‘현금은 쓰레기’라고 단언하며 투자자들에게 자산 방어를 위해 ‘물가연동국채’와 ‘금’을 사라고 권하고 있다. 실제 그의 헤지펀드는 이를 추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헤지펀드 업계에는 ‘기러기 떼 현상’이 있다. 대장 기러기가 날아가면 그 뒤를 좇아 헤지펀드들이 같이 날아가는 습성을 일컫는 말이다. 레이 달리오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더구나 2010년 이래 중국과 인도가 세계 금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의 연간 금 구매량은 각각 1200t, 1000t으로 세계 1, 2위다. 이 두 나라의 금 수요량은 세계 수요량 4000t의 절반이 넘는다. 금시장의 주도권이 동양으로 넘어오고 있다.
   
   만약 미국 정부와 연준이 또 금·은 시장에 개입한다면 이번에는 볼 만한 관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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