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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625호] 2020.09.14

한국 니켈광산 매각 추진? 중·일이 웃고 있다

▲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코발트 광산 전경. photo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정재계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광물공사는 부채비율 산정이 불가능할 정도의 자본잠식 상태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암바토비 광산 개발사업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암바토비 광산에서 채굴되는 니켈과 코발트 등은 국내 미래 먹거리 사업 중 하나인 2차 배터리를 만드는 핵심 소재로 전 세계에서는 이를 자원무기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암바토비 광산 개발사업을 매각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암바토비 광산 개발사업은 약 1억9000만t의 니켈 원광이 매장된 세계 3대 니켈광산인 암바토비를 개발하는 내용의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다. 광물공사는 2006년 포스코인터내셔널·STX와 한국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개시, 총 2조1000억여원을 투자하며 33%의 사업 지분을 현재까지 유지해 왔다. 한국 측은 옵션으로 15년 동안 해마다 니켈 3만t을 들여오기로 했다.(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한국이 공급받는 조건으로 전체 생산능력은 연간 6만t) 당시 한 해 평균 12만t인 국내 니켈 소비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여기서 니켈은 전기자동차와 ESS 배터리 제조 등에 없어선 안 될 차세대 핵심 원료로 꼽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니켈은 핵심소재다. 니켈, 코발트, 망간을 8 대 1 대 1 혹은 9 대 0.5 대 0.5로 사용하며 니켈 비중을 올려주는 게 배터리 기술의 핵심으로까지 부상할 정도다. 여기엔 코발트 원자재에 대한 가격부담과 수급 문제도 작용한다. 배터리 기술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근간이 되는 니켈 확보도 중요 과제다”라고 설명했다.
   
   각국의 니켈 생산량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국제니켈연구단체(International Nickel Study Group) 분석에 따르면, 2012년 산업용 소재로 활용되는 정련니켈의 전 세계 생산량은 150만t에서 2016년 200만t으로 급증했다. 2017년 기준 전체 니켈광석 생산량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책임지고 있는 나라는 필리핀(17%)으로 인도네시아(16%), 뉴칼레도니아(10%), 러시아(10%), 캐나다(10%), 호주(8%), 중국(5%)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미국과 쿠바, 남아공 등은 아직 생산량이 2%에 그치고 있지만, 생산 라인은 멈추지 않았다.
   
   세계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데엔 니켈 수요가 지속적으로 급증한 영향이 크다. 니켈의 국제거래소 재고는 2017년 초까지만 해도 46만~47만t 수준을 유지했지만 수요 급증으로 2017년 말 40만t으로 감소했고, 2018년엔 17만여t으로 급감했다. 국내만 해도 2013년 니켈을 195만t 수준으로 수입했지만 2018년엔 351만t 규모의 니켈을 사들였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이슈리포트를 통해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와 스테인리스스틸(STS) 생산량 증가로 니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니켈의 강세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급증하는 니켈 생산량과 수요
   
   니켈 가격은 코로나19 여파에도 급등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조업 활동을 재개하면서 수요를 견인하는 데다 달러화 가치 하락, 광산 생산량 감소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니켈 가격은 올해 1월 초 t당 1만4290달러였다가 3월 1만1055달러로 저점을 찍었다. 이어 상승세를 타더니 지난 9월 1일에는 1만5660달러까지 올랐다.
   
   니켈 가격이 오르면서 이를 자원무기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이미 지난 1월부터 원광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광물공사가 보유한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광산 개발사업 지분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분 매각의 주된 이유는 광물공사가 2000년대부터 떠안기 시작한 대규모 부채 때문이다. 공사는 무리한 사업 투자로 현재 6조원이 넘는 부채를 기록하고 있다. 자본잠식 직전 공시한 2016년 말 부채비율만 1만453%였다. 이에 현 정부는 광물공사의 자본잠식 확대와 유동성 위험을 막기 위해 2018년 3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직접투자 기능을 폐기하기로 했다. 당시 발표한 ‘광물공사 기능조정 세부방안’에는 암바토비 광산 개발 사업을 중단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33%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고 현재는 자문사 선정 과정에 있다. 향후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대상자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광물공사의 부채비율이 늘어나게 된 것은 고정식 전 사장 시절 투자금을 대규모로 늘렸던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사업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이 사업은 여전히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고, 멕시코 정부와의 외교 문제 때문에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정부는 일단 매각이 상대적으로 쉬운 암바토비 개발사업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광물공사의 지분을 매입하려는 회사들은 우리나라 2차 배터리 경쟁국인 일본·중국 회사들이다. 이들은 광물공사의 현재 재정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높은 가격에 지분을 사들이기보다는, 조금 더 기다리면서 한국 정부가 더 낮은 가격에 지분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광물공사와 배터리 업계에선 암바토비 사업을 매각하게 되면 향후 니켈 공급원 추가 확보가 불가피하다고도 내다보고 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암바토비에서 나온 전체 물량은 13만t(22억2000만달러어치)으로 이 중 국내에 반입되던 규모는 5만5200t(9억4000달러어치)이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양극재 업체 혹은 그 하청 업체부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배터리 가격 인상 요인으로 이어지면 국가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ESS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폭락, ESS 특례요금제 일몰 등의 정책적인 한계로 이미 ESS 사업성이 많이 위축된 상황에서 배터리 업체의 향후 원자재 수급 어려움 등으로 배터리 가격이 오르면 국내 시장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 강원도 원주시의 한국광물자원공사 전경.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시장 변동성이 낳은 광산 적자
   
   이런 이유 등으로 광물공사 이사회 내부에선 암바토비 광산 매각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광물공사 최근 2년 이사회 회의록엔 ‘니켈 핵심 자원 확보 필요성’ ‘해외 기업에 헐값으로 매각될 가능성’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향후 니켈 수요를 감안해 이를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들이 분분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측에서 매각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온 데에는 광물공사가 2014년부터 니켈 상업생산을 시작하면서 점차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암바토비 니켈광산의 상업생산량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만~4만여t을 기록했다. 다만 니켈의 시장가격이 급격하게 출렁이면서 아직 확실한 가시적 성과로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광물공사 측 설명이다.
   
   “보통 자원개발 사업은 설비 확충과 공장에서의 제련·공정으로 투자 이후 수익이 나기까지 시일이 걸린다. 암바토비 사업은 2010년대 중반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지만 2000년대 일었던 원자재 시장의 슈퍼사이클의 여파로 적자를 메울 정도로 수익이 커지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원자재 시장은 중국이 경제성장을 거듭하며 필요 자원을 대규모로 매입하면서 출렁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03년 10.0%에서 2007년 14.2%로 대폭 뛰었고 상하이 종합지수는 2007년 1년 만에 500% 상승할 정도였다. 이에 따라 원자재 수요는 폭등했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하지만 원자재 시장가는 2010년대 대폭 올랐던 만큼 이후 다시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미·중 무역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전에 비해 가격이 폭락했다.”
   
   바꿔 말하면 시장 여건의 변동으로 적자를 기록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성급하게 매각할 것이 아니라 장기 사이클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 광물 개발 사업은 보통 10년 이상 잡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되는데, 정부가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현 정부 정책 기조와도 괴리
   
   매각 반대 측에서는 암바토비 광산 매각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편다. 현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 등을 추진하며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련 산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니켈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암바토비 광산 개발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주의를 기울였던 사업이다. 1997년 김대중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사업법을 개정해 제1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참여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해당 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해외자원 확보를 위해 취임 이후 러시아와 브라질, 칠레 등 17개국을 순방하며 자원외교에 적극 나섰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니켈을 전략 광종으로 처음 지정했고, 암바토비 사업 진행을 위해 2600억원 규모의 니켈펀드까지 출시했다.
   
   이와 관련해 광물공사 이사회 구성원이었던 한 전직 임원은 “결국 문재인 정부는 그때 시행했던 사업이 잘못됐다고 보는 거다. 여기엔 정치적 이해관계도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야당의 위치에서 자원개발이 잘못됐으며 적폐라 비난하니, 지금에 와서 이를 격려할 순 없는 노릇인 거다”라고 말했다. 자원업계 관계자는 “이런 매각 결정 이면엔 자원외교가 잘못된 정책으로 비치면서 해외자원개발 사업 자체가 문제로 대두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광물공사 측은 지금에 와서 매각 여부를 두고 정부 측에 왈가불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다만 그 소유권은 국내에서 인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기업 입장에선 광산 지분을 매입하기보다 니켈을 해외에서 사 오는 게 비용이 덜 들다 보니 광산 지분이 국내로 넘어올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란 게 업계의 시선이다.
   
   이와 관련해 이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연구원은 “현 정부는 미래에너지, 신산업을 강조하지만 실질적으론 여기에 가치를 두고 관련 방안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와 비교해서도 상당 부분이 뒤처져 있다. 기존 자원에서 신규 자원으로의 대체는 기존 자원이 고갈됐을 때가 아니라 서로 대체할 수 있는 여건이 됐을 때 이뤄졌다. 이를 위한 실질적인 기틀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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