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말도 안 되는 상품이다.”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다.”

정부가 내놓은 ‘뉴딜펀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명확하다. 펀드 투자처의 불분명한 사업성,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하겠다는 방침 등 그동안 금융시장에선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내용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반인들은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뉴딜펀드는 ‘정책형 뉴딜펀드’ ‘뉴딜 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들 펀드는 기본적으로 국가 재정 투입과 민간투자 유치를 통해 그린 스마트 스쿨, 수소충전소 구축 등의 뉴딜 관련 민자사업과 뉴딜 인프라, 수소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등의 뉴딜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관심이 쏠리는 건 정책형 뉴딜펀드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은 향후 5년간 총 7조원을 투입해 모(母)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민간에서 출자한 13조원과 매칭해 자(子)펀드를 구성·운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정부는 후순위 출자를 맡으면서 펀드 손실을 우선적으로 부담, 사실상 원금을 보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뉴딜 인프라펀드의 경우 정책형 뉴딜펀드와 민간 자율의 인프라펀드를 활용해 ‘뉴딜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고, 민간 뉴딜펀드는 민간에서 직접 투자처를 발굴해 자유롭게 조성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뉴딜펀드에 대한 비판이 나온 건 해외에서부터다. 지난 9월 7일 홍콩계 증권사 CLSA 서울지점의 폴 최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전략 보고서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매니저로 데뷔했다(Moon’s debut as a fund manager)’를 발표하며 뉴딜펀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가 작성한 다음의 보고서 내용을 보면 문 정부의 뉴딜펀드가 해외에선 얼마나 이상한 정책으로 비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재정 지원 없이도 이미 시장에서 과열되고 있는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분야의 지지자들을 만들려 하고 있다. 분명히 잘못됐는데도 당국은 이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크라우딩 아웃 효과(국가가 시중의 돈을 흡수하면서 기업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현상)로 민간투자 펀드는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 뉴딜 정책의 혜택을 못 받는 사업체들은 (정부의) 재원을 나눠 갖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산업, 금융에만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대형 거품을 터뜨릴 것이며 우리는 그 결말을 알고 있다.’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거다.’

다시 말하면, 뉴딜펀드는 이미 과열된 산업을 추가 지원하는 것에 불과하며, 국내 기업들을 해당 산업에 집중시켜 시장의 거품만 만들어낼 거란 이야기다. 여기서 이득을 보는 건 기업들이며 손해는 투자자 몫이 될 것이란 게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다.

사실 해외 국가에서 추진하는 유사 정책 펀드는 대개 상품 수익률이 일반 시중 펀드보다 낮거나, 높더라도 세금 감면 혜택으로 수익률을 제고하는 식이었다. 때문에 해외에선 한국 정부의 뉴딜펀드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우리나라처럼 국가 세금으로 투자 손실을 보전해준다거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곳은 없다. 여기서 다수의 리스크가 생기는 걸 정부는 모르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금융연구원 소속 관계자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민간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이게 잘못됐을 때 생길 후폭풍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국내 금융 연구원은 많으나 이에 대해선 아무도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가가 시행하니 문제 삼기 어려운 거다”라고 지적했다.

홍콩계 증권사 CLSA가 내놓은 전략보고서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매니저로 데뷔했다(Moon’s debut as a fund manager)’.
홍콩계 증권사 CLSA가 내놓은 전략보고서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매니저로 데뷔했다(Moon’s debut as a fund manager)’.

세금으로 손실 덮는데 어떻게 경쟁하나

CLSA를 비롯한 국내외 금융권 안팎에서 우려를 제기하는 대목은 정부가 내세운 ‘사실상의 원금보장’ 방안이다. 결국 세금을 활용해 투자 손실을 메우겠다는 것인데, 이는 과도한 정부 개입이거니와 공정성 문제 등을 불러온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폴 최 CLSA 리서치센터장도 앞서의 전략보고서를 통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손실을 세금으로 덮는 펀드매니저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는가’라며 비판했다. 여기엔 펀드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투자에 뛰어들지 않은 일반 시민들의 세금으로 대납하며 발생하는 공정성 문제도 녹아들어 있다. 이런 식의 세금 투입이 공공의 혜택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려우며, 펀드 투자자나 운용사 입장에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될 여건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 차원에서 보면 ‘과도한 정부 보증’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정책은 참여정부 당시의 ‘한국형 뉴딜정책(종합투자계획)’에 착안해 수립됐는데 이때 정부의 역할은 지금과 유사했다. 당시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을 위해 연기금 등 공적 자금을 활용한 민자 유치에 박차를 가했다. 2004년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보고서에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소요되는 재원의 많은 부분을 민간자본 또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으로부터 조달하려고 하고 있지만, 과도한 ‘정부 보증’ 없이 적절한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도록 상업적 원칙하에 추진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하고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는 이를 간과했고 ‘큰 정부’만을 표방하는 형국이다. 앞서의 금융연구원은 “투자는 투자대상의 가치와 전망에 따라 시장의 원리에 의해 이뤄지는 건데, 이것을 정부가 강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선순환의 효과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참여정부의 뉴딜정책은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끝났다”라고 말했다.

뉴딜펀드 손실보전 방안을 두고 각종 우려가 제기되는 건 근본적으로 정부의 펀드 투자처인 뉴딜 프로젝트의 사업성이나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이나 친환경 산업만 보더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낸 건 손에 꼽힐 정도다. 오히려 사업 추진에 각종 제동이 걸리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더 많았다. 풍력·태양광발전 사업은 주민수용성 문제와 국내 입지조건 악화로 확대되지 못했고, 수소경제는 폭발 위험성과 보급화 어려움 등으로 가시화되기까진 수년이 소요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익이 높은 사업은 이미 민간에서 투자가 이뤄졌다. 정부는 사업전망이 뚜렷하지 않고 수익률이 낮은 분야를 끌어안겠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사업 여건이 안정적이지 못한 곳에 재정을 투입하게 되는데, 손실은 불가피하다”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불완전 판매 조장

정부가 이야기하는 펀드 투자처와 내용이 시중 펀드와 달리 불분명한 점은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다.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투자처, 투자 위험성 등 명확히 이야기하고 있는 게 없다. 손실 보장도 당초 35%로 공언했다가 지금은 10%로 줄였다. 상품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거다. 오히려 불완전 판매를 조장하는 형국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의 뉴딜펀드는 ‘펀드’라기보다는 사실상 국가의 ‘부채’ ‘빚’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가 뉴딜정책을 추진하는 데 드는 재원을 부채로 돌리지 않기 위해 펀드를 조성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엔 당청이 당초 뉴딜펀드와 관련해 ‘3%+α’ 수익률을 거론한 것도 한몫한다. 보통의 수익률은 펀드가 아닌 채권 상품에서만 언급할 수 있는 지표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정부의 이런 방침하에 ‘KRX BBIG K-뉴딜지수’를 조성했지만 시장에선 지수 구성이 면밀하게 이뤄지지 않아 역효과를 불러올 거란 비판부터 제기하는 분위기다. K-뉴딜지수는 한국판 뉴딜산업의 대표 업종으로 꼽히는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분야에서 10개의 주요 종목을 선별해 구성한 지수다. 여기엔 LG화학, 삼성SDI, 셀트리온, 네이버, 카카오,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이미 코스피 시총 상위 기업들이 다수 분포돼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거래소에서 지수를 만들 때 보통은 기업의 성장성과 안전성, 재무, 수익성, 활동성 등의 지표를 보고 만드는데 이번 지수는 사실상 시가총액만 보고 선정했다. 이런 식으로 만든 지수는 시장에서 박살나기 마련이다. 정책 취지를 고려하면 기업 재무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도 포함했어야 한다. 이미 모두 덩치가 커진 기업들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들 종목 대부분은 선정 이전부터 시가가 약 50%씩 올랐는데 향후 이는 거품으로 전락, 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더군다나 해당 지수가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기업체들로 구성됐다는 점도 들여다봐야 할 점으로 거론된다. 정부가 목표하는 뉴딜 관련 인프라 조성 등을 고려하면 제조업 육성도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전문 투자자는 “대다수가 상장사다. 유상증자 가능성이나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아닌 거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된다 해도 기업 운영에까지 실질적인 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적다”라고 내다봤다.

현재 정부안에 따르면 뉴딜 인프라 펀드는 투자금 회수까지 10년 이상이 걸린다. 금융권에선 이 자체만으로도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친환경 사업이나 인프라 프로젝트 자체가 단기로 수익이 나는 게 아니다. 장기적으로 투자금을 묵혀둬야 수익을 볼 수 있다. 문제는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리스크 노출은 커진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투자 접근성 제고를 위해 투자 기간이 5~7년인 짧은 공모 펀드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질적으로 이것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정부가 내세운 세제 혜택, 즉 ‘투자금액 2억원 한도 내의 투자에 대한 배당소득에 대해 9%의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한다’는 규정을 고려하면 결국 중산층만이 접근할 수 있는 펀드가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정부의 세제 혜택은 곧 한 해 이자·배당으로 벌어들인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이들에게나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통으로 잘 알려진 한 전직 의원은 “한국 자본시장을 바보로 만들어 놓는 거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과 이광재 의원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걸로 아는데, 금융시장의 메커니즘을 잘 모르고 만들었다. 만나는 금융권 인사들마다 고개를 젓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성국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이런 비판은 펀드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지금의 뉴딜펀드는 과거와 달리 참여제한이 없고 투자 방식도 다양하다. SOC에 투자하는 맥쿼리인프라펀드가 20년 이상 지속됐듯 뉴딜펀드도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여당 내에서도 펀드 지속성 등 우려

정부의 이런 정책 펀드 출시는 역대 정부에서도 적지 않게 시도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펀드’와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가 대표적인데, 이들 펀드는 출범 당시엔 흥행에 성공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모두 고꾸라졌다. 녹색펀드의 경우 2009년 평균 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다 2014년 수익률 부진 현상이 나타났고 현재는 대부분의 자금이 빠져나간 상황이다. 당시 50개 이상이었던 펀드는 10여개밖에 남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는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수익률이 급락했고 현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최근 3년 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크고 작은 정책 펀드들이 많았다. 단기적으론 좋은 수익을 보였으나 장기적으로는 하나같이 잘 버티지 못했다. 법을 개정해서 만든 리츠펀드 정도가 그나마 성과를 보인 정책 펀드라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의 남은 임기가 2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뉴딜펀드 또한 그 이후 수익성 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김 위원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 내에서도 뉴딜펀드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15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판 뉴딜 투자재원 조성’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 뉴딜정책 재원 마련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날 이 의원은 “펀드 활성화를 위해선 한 기관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시장 구성원이 함께 참여해 외부경제효과를 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여기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뭘 하기보다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 민간이 움직일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과정이라 본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선 뉴딜펀드 등의 별개 투자 시스템을 설계하기보다 사회책임투자채권(ESG채권) 등 기존 채권 시스템 등을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뉴딜펀드가 과거 사례처럼 ‘관제 펀드’로 나아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사실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렇게 지적했다. “1~2년은 자금이 몰리겠지만 그 이후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이는 이미 과거에 수차례 학습한 경험이기도 하다. 전문가 집단을 조직해 해당 펀드를 롱텀으로 기획,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내에선 찬성보다는 반대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와야 해당 펀드도 견고해질 수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뉴딜펀드가 반드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적 캐치프레이즈를 넘어 구체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은 건데 그 취지와 방향은 옳다고 본다. 다만 단기적인 성과를 내려고 하면 과거 펀드와 동일한 결과만을 불러올 것이다. 정부는 조급함을 버리고 가이드라인을 세밀하게 짜서 정책금융기관이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연구원은 “정권 차원에서 정치적 효과를 목표하고 시행하는 것인지, 시대 흐름에 맞춰 시행하는 것인지에 대해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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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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