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에서 개발한 수소트럭 '니콜라원' ⓒphoto. 니콜라
니콜라에서 개발한 수소트럭 '니콜라원' ⓒphoto. 니콜라

제2의 테슬라로 평가받던 미국 수소전기차 개발업체 ‘니콜라(Nikola)’가 수소트럭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자사 기술을 과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모델의 동력 장치가 수소 기술과는 무관하며, 일부 부품은 타사 제품을 빌려왔다는 등의 의심이 일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에선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시장에선 니콜라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국내외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일 공매도 전문 리서치 기관인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는 보고서 ‘니콜라, 온갖 거짓말로 미국의 가장 큰 자동차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법’을 발간하며 “니콜라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트레버 밀턴의 수십 가지 거짓말을 기반으로 세워진 사기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니콜라는 보유 기술 능력을 과장해 파트너와 고객을 끌어들였다고 한다. 일례로 2016년 공개한 수소 세미트럭 니콜라원은 수소연료 전지 등과는 관련이 없으며, 실제로는 압축천연가스(CNG)로 작동했다고 한다. 블룸버그는 지난 6월 “니콜라원에는 기어와 모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소 연료 전지가 없다. 니콜라의 제품 생산 능력은 의문 투성”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보고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또 보고서는 수소트럭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인터버가 실제 니콜라에서 개발한 것이 아닌 타사 제품이라는 의혹도 포함돼 있다. 지난 2018년 공개한 니콜라원 주행 영상에선 니콜라원을 트럭으로 언덕 꼭대기까지 견인한 뒤 이를 굴려 촬영했다는 내용도 있다. 바꿔말하면 니콜라원이 자체 추진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니콜라는 지난 2016년 니콜라원을 공개한 뒤 1만4000대의 사전계약을 유치한 바 있다. 올해 고객 인도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까지도 생산 차량을 내놓지 않는 점은 이런 의혹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한 개인투자자인 아랍 세일럼은 니콜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그는 “이런 의혹이 제기된 데에는 회사 임원들 책임이 크다”며 “이달 9일까지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을 대변할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미국 증권소송 전문 로펌인 로젠(Rosen)도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 니콜라 주가는 40%가량 폭락했다.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까지 조사에 나서면서 사태는 커지는 분위기다.

니콜라 측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니콜라원은 자체 추진력으로 움직일 수 있게 설계된 트럭이었지만 현재 이에 대한 투자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자동차 모델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인터버의 경우 자체 생산했다고 말한 적 없으며 영상 속 트럭도 자체 추진력으로 움직인다고 말한 적 없다. 광고용으로 촬영된 것뿐이다. 투자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국내외 기업들은 니콜라의 사기 행각으로 자사에도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해외에선 독일 보쉬과 이탈리아 CNH 인더스트리얼, 국내에선 한화 등이 니콜라 수소트럭과 전기 배터리 트럭개발에 투자한 바 있다. 특히 한화의 경우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가 니콜라 지분 6.13%를 보유하고 있다. 니콜라와의 협업을 통해 수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니콜라는 GM과 제휴를 체결한 직후부터 아무런 기술과 능력이 없는 업체로 평가받았다. 상장 전부터 있던 루머도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니콜라는 실제 글로벌 수소차 시대를 주도하는 테슬라 정도의 위상은 아니다. 수소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오히려 국내 현대차 등 수소차 산업의 경쟁력이 부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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