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결정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1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photo 뉴시스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결정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1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photo 뉴시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로 인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7일 “12월 1일부터 배터리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한다”며 “LG화학이 배터리 신설법인 주식 100% 소유하는 물적분할”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이 신설법인에서 2024년까지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화학에 따르면 이 신설법인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13조원 수준이다.

배터리 사업 분사 사실이 알려지자 상당수 ‘개미(개인투자자)’들은 배신감을 나타냈다. ‘배터리 사업 때문에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분사를 하면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LG화학에게 꾸준한 이익을 안겨주는 구조인데다 배터리 사업은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배터리 사업이 LG화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개미들은 분사에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G화학 물적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 청원글 작성자는 “저희(개인투자자)들이 가진 주식이 적어서 그런지 몰라도 주주의 한 사람인 저희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채 회사의 이익을 위해 물적분할을 결정했다”며 “최소한 결정이 나기 전에는 주주들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세계 1등 배터리 기업이니 돈은 몰릴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저희의 이익으로 IPO(주식공개상장)에 몰린 돈으로 세계 일류 기업이 된다 한들 개미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기업이 될 뿐”이라고 했다.

분사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이틀간 LG화학의 주가하락폭은 11.48%(8만1000원)에 이르며 시가총액만 6조3400억원이 날아갔다.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의 순매도량은 1500억 원 규모였다.

성난 개미들이 ‘패닉 셀링(집단 매도)’움직임을 보이자 LG화학은 부랴부랴 달래기에 나섰다. 차동성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지난 17일 오후 주주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콘퍼런스콜을 진행하며 “물적분할 방식이 주주들의 이익을 결코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설 배터리 법인 상장시 자사가 절대적인 지분율을 보유해 오히려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 100%를 보유할 것이므로 기존 주주들의 이익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또 상장 이후에도 LG화학의 지분율을 70%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기존 사업 파트인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분야에 대한 투자와 M&A를 통해 사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미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전문가들은 LG화학의 분사 결정이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배터리 사업 분사의 첫 번째 목적은 대규모 자금 확보를 통한 성장성 강화이며 두 번째 목적은 사업적 시너지가 큰 파트너 확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추정된다”며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물적 분할이 효과적인데, 배터리 사업을 100% 자회사로 분사함으로써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LG화학의 ‘소액주주 달래기’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에 들어오면서 주가는 3일 만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LG화학은 18일 오후 4시 현재 전날 보다 3.26% 오른 66만6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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