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의 최대 투자처인 경기도 용인시 소재 스포츠센터 아트리파라다이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옵티머스의 최대 투자처인 경기도 용인시 소재 스포츠센터 아트리파라다이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사기 판매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옵티머스펀드의 최대 투자처인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아트리파라다이스 스포츠센터 매입과 운영에 지방 농협 자금이 대거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옵티머스펀드는 약 5100억원(설정잔액) 중 4300억원가량이 농협 계열인 NH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판매됐다. 이와 별개로 옵티머스의 2대 주주인 이모씨(구속)가 대표로 있고 옵티머스 지분 차명 보유 의혹을 받는 이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의 남편 윤모 변호사(구속)가 감사로 있는 용인 스포츠센터 운영에 지방 농협 자금까지 끌어 쓴 것이다.

특히 해당 스포츠센터 대표로 현재 구속 중인 이모씨는 경남 밀양에서 ‘대부디케이에이엠씨’란 대부업체를 운영하던 폭력조직 출신이란 설이 파다하다. 밀양 출신으로 ‘밀양의령함안창녕’을 지역구로 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3선) 측이 공개한 창원지법 밀양지원 판결문에 따르면, 공갈·협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3차례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속했다는 밀양 신동방파는 부산 동래온천장 인근에서 활동하던 조직이 밀양에서 세를 재규합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지방 농민들의 피 같은 돈이 옵티머스 관련 사업체 매입과 운영자금으로 대거 투입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옵티머스펀드 최대 판매처인 NH투자증권의 부실한 펀드심사 시스템은 물론 지방 농협의 허술한 여신심사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씨가 대표로 있는 용인 스포츠센터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몰아준 농협의 여신이 옵티머스 측의 조직적 로비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농협중앙회 측은 “회원조합인 지역 농협 차원에서 이뤄진 일로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별도 대출 중개는 하지 않는다”며 “여신 관련법상 구체적인 대출금액은 제3자에게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9개 지방 농축협, 200억원 이상 대출

이씨가 대표로 있는 용인 스포츠센터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면, 이씨는 대략 2019년 1월경, 개인 명의로 해당 사업체를 인수했다. 이 업체는 지난 2월경 이씨 개인 명의에서 이씨가 대표로 있는 ‘라피크’라는 회사로 소유자 명의를 변경하는 수순을 밟는다. 아트리파라다이스와 라피크는 옵티머스의 2대 주주인 이씨가 대표로 있는 사실상 같은 회사다. 이들 회사에는 각각 2031억원과 402억원의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간 것으로 알려진다. 도합 2433억원으로,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간 투자처 중 최대 규모다. 이씨가 대표로 있는 대부업체(대부디케이에이엠씨)에도 280억원이 흘러갔는데, 이 대부업체 역시 해당 스포츠센터 내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2020년 2월경 해당 스포츠센터가 이씨 개인 명의에서 이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 명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모두 9개 지방 농협과 축협(농협 산하) 등에서 근저당을 설정해준 것으로 등기부등본 조회 결과 확인됐다. 대구축협을 비롯해 경기도 안성시의 안성농협, 강원도 원주시의 원주축협, 충북 청주시의 오창농협, 경기도 고양시의 벽제농협, 대전 회덕농협, 세종시 세종서부농협 등에서 각각 채권최고액 기준 36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해준 것을 비롯해, 경남 거창군의 거창축협(24억원)과 합천군의 합천새남부농협(19억2000만원)에서도 근저당을 설정해줬다.

지방 소재 9개 농축협에서 용인 스포츠센터에 설정해준 근저당은 모두 2020년 2월 24일 같은 날 동시에 이뤄져 근저당순위와 접수번호가 동일하다. 근저당설정에 따른 채권최고액은 도합 295억2000만원에 달한다. 대개 근저당설정 때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채권최고액이 연체 등을 감안해 실제 대출금액보다 통상 20~30% 높은 선에서 정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9개 지방 농협이 이씨가 대표로 있는 용인 스포츠센터에 빌려준 돈은 최소 2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법률사무소 집의 원영섭 변호사는 “지방 농협들은 농민 대상 소액대출처럼 적은 금액을 많이 대출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농협이 정치 바람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을 감안해도 금액이 이례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SH의 임성욱 변호사는 “저축은행 사태 후 은행 지점이나 지역 농협 등에서는 특정 물건에 대한 대출한도를 두고 있어 ‘쪼개기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역 농협 ‘쪼개기 대출’로 자금 지원

지방 농협들이 해당 스포츠센터 건물에 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여신심사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대개 부동산 담보 대출은 지역이나 건물 사정을 잘 아는 주변의 은행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해당 물건에 대한 수백억원 규모의 대출은 모두 용인과 전혀 연고가 없는 지방 농협과 축협에서 대거 이뤄졌다. 가장 멀리는 경남 거창군과 합천군에 있는 농축협에서 근저당을 설정해준 것도 있었다. 농협중앙회 측은 “지방 농축협 여신 담당자들끼리 네트워크가 있고 조합장들끼리도 잘 아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 농협과 축협 등은 서울 등 수도권 소재 금융기관에 비해 여신심사가 비교적 허술할 뿐더러,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관계로 종종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손쉬운 표적이 된다”고 밝혔다. 용인 스포츠센터 대출 역시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실제로 지방 농축협 등에서는 룸살롱 등 유흥업소를 낀 상가건물이나 러브호텔 등에 대한 대출도 종종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자금회수가 잘되는 쏠쏠한 투자처”라고 했다.

해당 스포츠센터는 용인 최대 스포츠센터로, 돔 지붕을 갖춘 66타석 규모의 실내 골프연습장을 비롯해 헬스클럽, 수영장, 사우나, 펜싱장까지 갖추고 있다. 2019년 이씨가 인수한 직후 리모델링을 거쳐 한 차례 간판이 바뀌었지만, 화려한 겉모습만 놓고 보면 문제가 있는 물건인지 여부를 잘 판단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대표 이씨는 2018년경 자신의 이름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원영섭 변호사는 “과거 전력을 숨기기 위해 흔히 쓰는 수법”이라고 했다.

한편 지방 농협들은 옵티머스펀드가 깡통을 차고 스포츠센터 대표로 있던 이씨가 구속되면서 여신 회수를 못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으로 문제가 불거져나온 지난 7월을 전후로 옵티머스가 투자한 자산 대부분은 가압류가 걸린 상태다. 해당 스포츠센터는 옵티머스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지난 7월 10억원 규모의 가압류를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받아들였다.

해당 건물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추징보전명령에 따라 지난 9월 14일 용인시에 의한 압류도 이뤄졌다. 추징보전명령은 범죄수익이나 재산의 양도, 매매 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추징보전액은 6894억원에 달한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담보가 걸려 있으니 파산절차를 밟게 되더라도 소송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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