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매물 정보 게시판이 비어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3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매물 정보 게시판이 비어 있다. ⓒphoto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또다시 ‘대책 없는 전세 대책’을 내놨다. 그가 제시한 대책은 ‘지분적립형 아파트’다. 지분적립형 아파트는 분양가의 20~25%를 지분 소유 목적으로 납부한 뒤 20~30년에 걸쳐 4년마다 추가 납부해 나머지 지분을 취득하는 구조다. 보증금으로 주변 임대보증금 시세의 30%를 입주 전에 건설과 운영을 담당할 공기업(SH공사)에 지불하고 보증금은 입주자의 지분 매입에 사용된다.

의도는 좋았지만 홍 부총리의 제안은 ‘희망고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분적립형 아파트가 실행되더라도 2028년까지 1만7000가구 공급에 그치는데, 이 정도로는 당장의 전세난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원 마련 또한 난제다. 지분적립형 아파트를 공급할 SH 등 공공이 짊어질 막대한 사업비는 곧바로 정부의 부채 증가, 국민의 세금 확대로 이어진다. 주택시장의 복잡한 작동원리를 모르는 여당 정치인들이 성급하게 통과시켜 나타난 시장의 혼란을 애꿎은 국민들이 견뎌야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전세 시장을 붕괴시킨 관련 법령의 피해사례와 해결방안을 살펴보자.

전세수급지수가 가리키는 시장 상황

민간임대특별법과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 8월 전후에 서울과 수도권 전세 시장에서 특이 상황은 없었다. 인구가 갑자기 증가한 것도 아니고 코로나19가 전세 시장을 망가뜨리지도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과 8월부터 시행된 민간임대특별법, 임대차법이 전부였다. 전세수급지수 추이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 1월에서 4월까지 150선을 유지했던 KB은행의 전세수급지수는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난 8월 180을 돌파해 180.5를 기록했고, 10월에는 190을 5년 만에 깼다. 전세수급지수는 1~200으로 이루어진다.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므로 2020년 10월 전세 물량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0주 연속 상승을,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는 64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고 서울의 전세가 상승폭은 5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호하겠다는 정치적 명분에 매몰되어 성급하게 임대차법을 시행하고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을 시장에 끌어내어 집값을 낮추려다 나타난 혼란이다.

이 같은 혼란은 일찍부터 예상되었다. 필자 또한 이 지면에서 여러 차례 선진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과속 질주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걱정했었다. 전세 시장을 망가뜨리는 데 ‘기여’한 전월세상한제는 2021년 여름에 시행될 임대차신고제를 1년 정도 지켜본 뒤 그 사이 축적될 임대료 데이터를 분석해 시행하는 것이 옳았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옥죄었으니 전세 파동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7·10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징벌적 세금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7·10 대책에서 양도소득세는 40%에서 70%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은 3.2%에서 6%로, 취득세는 4%에서 12%로 급격하게 올렸다. 세금 인상률이 과격하다 보니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대사관 직원들의 숙소 목적으로 서래마을에 보유 중인 빌라의 종부세를 면제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프랑스대사관도 종부세율을 종전 3.2%에서 6%로 거의 2배 올리는 것을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 보유자를 겨냥해 터뜨린 ‘세금폭탄’은 주택공급 사업자들에게는 폭탄세례가 되었다. 주택을 보유한 법인은 보유 주택의 수에 상관없이 취득세율 12%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택공급을 위해 낡은 주택을 매입해야 하는 법인에도 최고세율이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사업 시행자가 서울에서 도시개발 사업을 하려면 전체 토지의 67%를 매입해야 한다. 서울에 빈 땅은 없으므로 주택을 지으려면 낡은 주택을 매입해야 하는데 취득세율 12%를 부과한다면 사업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되는 상황에서 사업성 악화는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주택을 개발하는 법인에 취득세 최고세율을 적용할 때 이 같은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몰랐을까?

해법은 간단하다. 주택건설 법인이 주택을 매입할 때 취득세율 중과를 배제하되 취득한 뒤 5년 이내 인허가를 얻지 못하거나 비영업용으로 주택을 매각할 때 취득세 최고세율 12%를 부과하는 것이다. 주택개발을 위해 한시적으로 낡은 집을 보유하는 개발회사에 최고세율을 부과하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주택개발사업자에게 종부세율을 기본세율인 3.2% 대신 최고세율 6%를 적용하는 것 역시 불합리하다. 이것은 개정된 세법에서 법인이 3주택 이상 소유하면 최고세율 6%를 부과하도록 규정하면서 나타난 문제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법인들은 7·10대책으로 개발사업자들이 겪는 고통이 극심해서 생존 위협에 시달린다고 호소한다. 한 업체는 “취득세율이 급등하면 급매물은 나오겠지만 대출 규제 때문에 매수자가 한정적이어서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에서 주택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사업체들은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지난여름 정부가 규제 보따리를 내놓은 뒤 미분양이 속출하고 준공 아파트의 입주까지 지연되고 있어서다. 한 개발업체 대표는 “주택사업은 100% 분양이 불가능해 일정 부분 개발법인의 소유로 남을 수밖에 없는데 분양이 되지 않아 억지로 떠안아야 하는 주택에도 높은 취득세와 종부세를 부과한다면 주택공급사업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꼴”이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개발회사는 “규제 발표 이전에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주택에까지 일괄적으로 최고 6%의 종부세를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소급 적용으로 법적 하자가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양도세 중과 역시 큰 문제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 매도를 압박하려고 양도세를 대폭 올리자 다주택자들은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서울 등에 보유한 알짜배기 주택을 제외한 채, 지방 주택을 너도나도 내놓는 바람에 지방 중소도시의 부동산 시장은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정부의 징벌적인 부동산 세제 시행으로 지방의 빈집은 계속 늘어날 조짐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노래 부르는 현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지방 소멸’을 재촉하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심각하게 경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방 경제에서 건설 및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 아파트가 대규모 공실이나 미분양 상태로 남는다면 각 지자체가 입게 될 재정적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이것은 지자체의 세수 부족으로 이어지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교부금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는 고사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을 펼치는 문재인 정부를 보고 있자니 최근 작고한 고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일갈했던 “한국의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라는 경구가 떠오른다.

지난 11월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업무 보고를 하는 김현미 장관.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업무 보고를 하는 김현미 장관. ⓒphoto 뉴시스

주택공급사업자를 옥죄는 부동산 세제

정부 정책의 모순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7·10 대책의 후속조치로 지난 8월 12일 지방세법 및 시행령을 개정했다. 즉 개정일 이후 매매 또는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시켰다. 문제는 개정일인 8월 12일 이전, 예를 들어 8월 10일 계약한 오피스텔은 계약자의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지만 8월 12일 이후에 계약한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 포함되므로 만일 계약자가 오피스텔 구입으로 1가구2주택자가 된다면 취득세가 중과된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금까지 법을 개정해 시행할 때 해당 건물의 건축 허가일이나 분양 승인일을 기준 시점으로 정했다. 그런데 이번 법령 개정에서는 지방세법 개정일을 기준으로 주택 수 가산의 기준일로 정한 것이다. 그 결과 동일한 오피스텔에서 누구는 취득세와 지방세를 많이 내고 누구는 적게 내는 모순이 발생했다. 이것이야말로 정부가 법안을 급조했음을 알려주는 단적인 사례로 정부 스스로 자신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본보기라 할 것이다.

이어 정부는 지난 8월 18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의 핵심은 ‘4년 단기임대’와 ‘8년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 임대’ 제도 폐지인데,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개편은 전세 시장을 엉망으로 만든 대표적인 원인이다. 지난 칼럼에서 ‘2019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가지고 밝혔듯이 서울의 자가보유율은 약 50%다.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은 전체 주택의 10% 선을 차지하므로 서울시민의 최소 30%는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공임대주택이 민간임대보다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당은 등록임대사업자들을 집값 급등의 원흉으로 오판해 ‘4년 단기임대’와 ‘8년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 임대’ 제도를 엄벙덤벙 폐지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적했듯이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한지도 모른 채’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민간임대주택은 민간건설임대주택과 민간매입임대주택으로 구분된다. 민간매입임대는 임대사업자가 매매 등으로 소유권을 취득해 임대하는 것이고, 민간건설임대는 임대사업자가 임대를 목적으로 건설하여 임대하는 경우와 주택법에 따라 등록한 주택건설사업자가 건설한 주택 중에서 사용검사 때까지 분양되지 않아 임대하는 주택을 말한다. 정부가 지난 8월 등록 폐지하기로 결정한 등록 임대는 이 두 가지 유형 모두를 겨냥한 것이다.

정부의 8·18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으로 4년 단기임대와 8년 아파트 매입 임대 사업자들은 임대의무기간이 종료하는 날 임대등록이 말소되면서 다주택 보유자로 전환된다.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등록 임대한 사업자는 임대등록제도 개편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임대기간이 짧은 4년 단기임대와 가치하락이 미미할 것으로 판단되는 8년 아파트 매입 임대의 주인들을 ‘투기꾼’으로 간주해 등록 폐지한 셈이다.

정부는 건설형 단기임대주택의 건설형 장기임대 전환 역시 막았다. 주거 시장 안정을 목표로 한다는 정부가 임대기간을 단기에서 장기로 전환하고자 하는 건설임대사업자의 전환 요청을 거부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SH 등 공공은 세금을 들여 임대주택을 매입하면서 세금이 한 푼도 투입되지 않는 건설임대사업자가 단기임대를 장기임대로 전환하겠다는데 이를 막는 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기이한 현상은 등록임대사업자에서 다주택자로 전환된 사람들에게 전월세상한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월세상한제는 등록임대사업자에게만 적용되기에 나타난 모순이다. 따라서 전세 시장의 안정을 추구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의 개편은 ‘신의 한 수’가 아니라 ‘악수(惡手) 중의 악수’가 됐다. 정부가 너무 서두른 탓에 벌어진 입법 참사인 셈이다.

주택공급이 원활하도록 하려면 주택공급사업자에게 다주택자 규제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 공급사업자에게까지 다주택자 규제를 적용한다면 신규 공급이 대폭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집권당 의원들이 임대주택 선진 모델로 자주 거론하는 독일 베를린시는 신규 공급을 장려하기 위해 지은 지 7년이 지나지 않은 신축 주택의 임대료를 규제하지 않는다. 주택공급을 유도하기 위한 배려인 것이다.

전세난을 일으킨 주범은 정부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정답이 될 수 없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일정을 1~2년 앞당긴다고 해서 지금의 전세물량 부족과 전셋값 파동을 잠재울 수 있겠는가. 정부가 시행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되는 월세 소득공제 또한 해결책이 아니다. 미국에서 오래전에 시행했던 월세 소득공제는 ‘실패작’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적다 보니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월세 소득공제 하한선까지 임대주택의 임대료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는 월세 소득공제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관료들이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가 찰 일이다.

필자의 지난 칼럼(‘스위스·일본 통해 본 좌파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한 독자는 “우파정권 때 부동산 정책은 성공한 것인가? 투기를 부채질한 정책이 잘한 거라고?”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 독자의 지적은 한편으로는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틀렸다. 주택 및 건설업이 고용창출 효과가 커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높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김대중 정권이 IMF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주택건설을 통해 경기를 부양했듯, 박근혜 정부는 경기침체를 부동산을 통해 극복하려고 했고 마침 그 시절 전세물량은 부족했다. 앞서 살펴본 KB국민은행의 전세수급지수를 보면 2015년 10월 전세수급지수는 193.8이었다. 2020년 10월 전세수급지수가 191.8이었으니 5년 전의 전세 시장은 지금처럼 공급 부족이었던 것이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2014년 세월호 침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돌발적인 악재를 만나 경기가 침체하자 LTV·DTI 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 부양과 증시 부양 정책을 채택해 경기침체를 돌파하려 했다. 초이노믹스(Choinomics)라고 불렸던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부양 정책은 야당으로부터 두고두고 비판을 받았지만 주택공급을 늘려 전세가를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지난 정부에서 재건축 기한을 종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는 등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전세물량이 많지 않아 집값 급등의 위험이 상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는 ‘토건경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적어도 주택공급 정책을 과감하게 실행한 덕분에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수습 방안은 무엇인가

보도에 따르면, 주택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김상조 정책실장은 전세난의 원인 진단을 아직도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김 장관은 전세난의 원인으로 ‘코로나19와 저금리’를 꼽고 있고, 김상조 실장은 1989년 전세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뒤 전세시장의 혼란이 해소되는 데 5~7개월 걸린 사실을 거론하며 ‘시간이 약’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전과 지금의 전세 시장 여건을 어떻게 같은 잣대를 가지고 잴 수 있는지 의문이다. 30년 전에는 등록임대주택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 전월세상한제 등 시장을 망가뜨린 악법이 없었고 오로지 주택의 절대공급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당장의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기존의 등록임대주택 제도 복구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철회 등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의 고집스러운 태도를 볼 때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관련법을 대폭 수정하지 않는 한 전세 시장의 혼란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럴 때 과연 정부는 들불처럼 타오르는 성난 민심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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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부동산학 박사·WJ부동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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