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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633호] 2020.11.16

단독 설립 목적 어디 가고… 부동산 투자로 몸집 키운 ‘대우재단’

▲ 대우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중구 퇴계로의 ‘대우재단빌딩’. 대우재단이 자금을 대여한 일부 투자회사가 함께 입주해 있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 ‘대우재단’이 정관에 규정한 목적사업과 관련 없는 투자 행위를 수십 년간 지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차익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물론, 부실채권 전문투자회사 등을 내세워 경매에 나온 토지·건물을 우회적으로 사들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직 대우재단 임원은 일부 투자회사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며, 해당 회사 설립과 동시에 재단 자금을 들여오기도 했다. 현재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는 재단의 이 같은 수익사업 비중이 사회복지사업 등 본래 목적사업 비중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경고 등 행정상의 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재단 안팎에선 대외적으로 복지법인을 표방하고는 실제론 수익사업체로 몸집을 키워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단 측은 “위법이나 편법은 없었다. 투자, 수익사업 자체를 정관이 정하는 목적사업 중 하나로 명시할 수 없었던 것뿐이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부동산경매 등에 183억 투입
   
   대우재단은 1978년 김우중 전 회장이 대우그룹을 이끌던 시절 사회공헌 차원에서 보건복지부 허가를 받아 설립한 일종의 복지재단이다. 정관에 따르면, 대우재단은 ‘국민복지 향상 및 학술, 문화 개발 등 사회이익에 기여함’을 사업 목적으로 삼고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보건복지·교육지원·학술·문화예술 사업 추진을 약속했고, 250억원을 직접 출연하며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다. “사욕에 연연하지 않는 무사념의 자세로 국가발전 역사에 매진하겠다는 신념에 나의 사재 완전공개와 사회 환원의 근본 연원이 있다.”
   
   이런 대우재단이 설립 취지와는 무관한 수익사업에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한 건 대우그룹 해체 후 2000년대 들어서다. 당시 그룹에서 나와 독립재단으로 위상을 재정립한 대우재단은 자산운용사를 활용한 우회 방식으로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2018년도 대우재단 정기 감사결과’에 따르면, 재단은 2013년부터 부실채권 전문투자회사인 A사와 그 자회사인 B사에 공동투자·자금대여 방식으로 다수의 토지·건물을 사들였다. 대우재단과 A·B사는 서로 관계없는 회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A·B사가 대우재단이 소유한 대우재단빌딩에 입주한 점 △A·B사 이사진에 전직 대우재단 임원 일부가 참여한 점 △2013년 A사 설립과 동시에 재단 자금이 들어간 점 등을 고려하면 별개 회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단이 A·B사를 통해 부동산 투자에 들인 자금은 총 183억4000만원이다. 이 투자금은 인천광역시 논현·중산·운북·효성동, 용인시 동천동, 익산시 송학동 등 총 6개 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쓰였다. 이 중 일부 부동산은 매각 과정에서 차익을 내기도 했다. 인천 효성동에 소재한 부동산의 경우 재단이 2015년 1월 84억8000만원에 경매로 취득했다가 2018년 4월 160억원에 매각하며 75억2000만원의 수익을 냈다.
   
   해당 부동산은 거듭된 경매 유찰, 분양권 사기, 유치권 분쟁 등으로 법적 소송이 난무했던 곳인데 이해 당사자들은 대우재단의 부동산 매입으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는 지적도 한다. 건물 공사에 참여했던 한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A·B사가 들어올 때 대우재단이 수년간 밀려 있던 공사대금 미지급 문제 등 모든 걸 해결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결국 비싸게 팔아서 차익만 남기고 떴다. 개발, 분양은 더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복지를 돕겠다는 공익법인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당시 대우재단이 작성한 투자 확약서에 따르면, 재단은 경매로 낙찰받은 부동산 소유권 취득 후 잔여 공사 및 준공 시까지 필요한 부대비용 일체를 투자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 장병주 대우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영결식에 참석한 모습. photo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제 역할 못 한 내부 감사
   
   더 큰 문제는 일련의 투자 과정에서 대우재단이 기본재산으로 소유하고 있던 서울 중구 퇴계로의 대우재단빌딩 임대보증금 전액을 부동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재단은 39개 업체에 공간을 임대해 175억원(2018년 기준)의 임대보증금을 보유해왔다. 임대보증금은 임차인의 계약 기간 만료나 중도 해지 등 우발적 퇴거에 대비해 보통재산과는 별개로 관리해야 하지만, 재단은 이를 임의로 사용한 셈이다. 재단은 이로 인해 최근 중도 해지를 요청한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 10억1900만원을 돌려줄 수 없어 금융권에서 담보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 모든 결정은 이사회 결의 없이 장병주 이사장 전결로만 이뤄졌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감사 결과다.
   
   이 밖에도 대우재단은 2003년부터 최근까지 사모펀드 전문투자사 C사가 운용하는 펀드상품에 33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는데, 재단이 투자한 이들 상품은 대부분 만기가 연장돼 당장의 현금 회수가 어려워지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재단의 본래 목적사업인 복지·교육·학술·문화 사업에 투입했어야 할 재원을 수익사업에 쏟고는 금방 돌려놓지 못했다는 얘기다. 복지부 감사에 따르면, 대우재단이 A·B사 등에 투자한 금액은 220억6600만원으로, 이는 유형자산을 제외한 총 자산의 91.8% 수준이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공익법인이 다른 데도 아니고 부실채권 투자 펀드상품 등에 자금을 투입하는 게 기본 상식에 부합하는 건가”라며 “재단 측은 운용사에 돈만 넘겼을 뿐 실질적으로 어디에 투자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하겠지만, 거액의 자금이 어느 성격의 투자처로 들어가는지 확인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대우재단의 수익사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때는 직접 토지를 매입해 차익을 내기도 했다. 2004년 32억7000만원에 사들인 서울 양평동 부지가 대표적이다. 재단은 해당 부지를 2016년에 되팔았는데 당시 공시지가는 ㎡당 265만원으로 매입 당시 공시지가보다 137만원 오른 가격이었다. 2013년엔 대우재단빌딩에 입주해 있는 D사 소유의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 토지·건물을 26억5000만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지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들 부동산 매각 관련 내용을 보고한 후 매각 대금을 상가 리모델링 등을 위해 차입한 자금 상환에 사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재단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당시 재단은 빌딩 임대수익 일부를 보건의료 지원사업에 사용한 후 그 실적을 보고하라는 지시도 따르지 않던 터였다.
   
   

   사회공헌사업 비중 33.2%
   
   결과적으로 이런 수익사업 때문에 재단의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은 저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2015~2018년 누계 기준으로 총 지출예산 대비 사회공헌사업과 관련한 목적사업비 예산은 33.2%를 기록했다. 지출예산에서 재단빌딩 운영비를 제외한다 해도 60% 수준이다. 특히 재단이 집중하는 보건·복지 분야 사업비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6억9500만원, 7억4200만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목적사업비의 24~2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건·의료지원 사업비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5000만원으로 전체 목적사업비의 2%에 불과했다. 부동산 투자 등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집행한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복지부는 이런 결과에 대해 ‘재단법인 감사가 내부 감사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데 있다’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감사 후 재단의 자금 운용에 대해 행정상 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복지부는 재단에 ‘법인의 정관상 목적사업과 관련 없는 부동산 간접 투자사업 등 수익사업 중단’ ‘투자·대여자금 조속히 회수’ ‘법인의 재산 취득이나 처분 시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 절차적 정당성 확보’ ‘기존 목적사업 비중 높일 방안 수립’ 등을 요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행정상의 조치가 내려지면 이에 대한 이행 여부를 확인한 후 미이행 시 담당자 문책이나 관련 조치를 내린다. 법인 폐지 사유 중엔 이런 미이행 등도 포함된다. 대우재단도 마찬가지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비영리법인 정기 감사는 3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대우재단은 2021년 감사에서 이행 여부 등을 다시 점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우재단 측은 적법 절차에 따른 투자였다는 입장이다. 대우재단 관계자는 “위법이나 편법은 없었다. 다만 수익사업 자체를 정관이 정하는 목적사업에 명시할 수 없었고, 해당 투자가 사회적 합의가 덜 된 행위이다 보니 주무관청인 복지부의 지적이 있었던 거다. 40년 이상 된 재단인 만큼 정관은 구문일 수밖에 없다. 재단이 대우그룹 해체 후 독립재단으로 나오면서 목적사업 진행을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워져 이런 투자를 진행한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부동산 간접투자로 얻은 수익은 100% 목적사업비로 충당됐으며, 1원도 몸집 키우는데 사용한 적이 없다. 대우재단처럼 큰 규모의 빌딩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수익사업 비중이 훨씬 높은 건 당연하다. 총 지출예산 대비 목적사업 비중이 낮게 나온 이유는 대우재단빌딩 관리·운영비가 지출예산에 함께 포함돼서다. 이를 배제하면 훨씬 더 높다. 감사를 통해 하나씩 수정·보완해 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련의 투자는 이사회를 통해 결정됐고 현재 복지부 경고에 따라 대부분의 투자금은 회수 중에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재단 이사회는 김우중 전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장병주 이사장, 김 전 회장의 둘째 아들 김선협 이사, 내일신문 대표인 장명국 이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우재단뿐만 아니라 이를 관리·감독하는 복지부 책임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허종식 의원은 “목적사업 재원 마련을 위한 투자라 할지라도 부동산 투기가 용납되는 건 아니다. 복지 재단으로선 말이 안 되는 행위인데, 여기엔 2000년대부터 이어져온 것을 지금에 와서 제재하는 복지부 책임도 크다”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문제는 공익을 목적으로 출연했던 민간 재원의 부적절한 사용, 영리사업을 이어가면서도 공익법인이란 이유로 각종 세금은 감면받는 데에 있다”라며 “한 주무관청이 수백여 개의 공익법인을 파악해야 하다 보니 법인의 부적절 투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한마디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거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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