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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4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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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조원태에 밀린 ‘3자 연합’ 각자도생?

▲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정된 가운데 지난 11월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계류되어 있다. photo 뉴시스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로 함에 따라 그동안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의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던 3자 연합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이번 정부 결정에 따라 한진칼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3자 연합이란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회장과 분쟁을 벌이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을 말한다. 3자는 표면적으로는 조 회장에 맞서 힘을 합치고 있는 모양새지만 각자의 목적이 애초부터 달랐던 만큼 향후 행보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반적인 인수합병의 경우 흔히 ‘A사가 B사를 샀다’고 하지만 이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조금 다르다. 대한항공의 지주회사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데, 여기에 산업은행이 나서 8000억원을 지원해준다. 이 8000억원을 받은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7300억원을 들고 참여한다. 이로써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주사 요건을 유지할 수 있다. 유상증자 중 1조5000억원이 아시아나 인수에 쓰이고 나머지 1조원은 대한항공 채무를 갚는 데 쓰인다. ‘산업은행(8000억원)→한진칼(7300억원)→대한항공(1조5000억원)→아시아나항공 지분 63.9% 확보’의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3자 연합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를 공식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인 11월 17일 3자 연합은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이 발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민 혈세를 활용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그 숨겨진 본질”이라며 “6% 주주인 조원태 회장이 10%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결과만 낳을 뿐 다수의 다른 주주를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이 혈세로 조 회장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3자 연합’ 유상증자 중지 가처분 소송
   
   현재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은 46.7 %로 조 회장 측 41%보다 높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지분 10.7%를 확보하면 전세는 뒤바뀐다. 3자 연합의 지분율은 41.7%로 줄어들고 조 회장(37.7%) 측과 산업은행 지분은 48.4%에 달하게 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란 새로 발행하는 주식의 인수자(제3자)를 정해놓고 하는 유상증자다.
   
   3자 연합 측은 지난 11월 18일 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소송도 신청했다. KCGI는“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신주 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신주 발행이 무효라는 것은 우리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경영권 분쟁 중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위법하다는 2015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비판한 것이다. 반면 산업은행 측은 “문제없다”라는 입장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앞서 지난 11월 16일 KCGI 측이 소송을 검토하고 있을 당시 “주주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내 항공산업 구조 개편 및 경쟁력 강화라는 계약 취지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 관련 종사자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절차대로 진행하는 데 장애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까지 아시아나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산업은행과 조 회장 측의 계획이 성사된다면 3자 연합은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하고, 결국 지분을 처분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3자 연합이 ‘각자도생’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 3자 연합이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이전부터 있었다. 대한항공 경영권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도건설 측과 행동주의 펀드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KCGI, 이 둘을 끌어들여서라도 조원태 회장을 누르고 경영권 확보를 위해 애쓴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해관계가 달랐던 탓이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 KCGI 측 관계자는 “한진칼의 ‘마타도어’일 뿐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3자 연합은 계약상으로 이미 한 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각기 다른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면서 “계약을 파기했을 경우에 대한 페널티까지 계약되었기 때문에 3자 연합은 끝까지 동일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동생 조원태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photo 뉴시스

   노선 독점과 요금 인상 우려
   
   산업은행이라는 지원군을 얻은 조원태 회장은 한시름 놓은 격이 됐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라는 초대형 항공사의 출현은 여러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걱정은 ‘한국에 하나만 있는 독점기업이 탄생하는데 요금이 오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조 회장은 지난 11월 18일 기자들에게 “독과점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고객 편의 저하나 가격 인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요 장거리 노선은 한국에 두 곳뿐이었던 FSC(Full Service Carrier·대형 항공사)가 이미 독점해온 상황이다. 대한항공 측에서는 이전부터 “우리의 경쟁사는 아시아나가 아닌 외국 항공사”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실제 외항사의 국내 항공업계 점유율은 3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Out Bound(출국)’수요가 ‘In Bound(입국)’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장거리 노선뿐만 아니라 한진그룹의 LCC(저비용항공사) 계열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의 에어서울, 에어부산까지 합치게 되면 ‘초대형 LCC’의 등장까지 예고된다. 애경그룹의 제주항공 등 일부 지역 기반 LCC를 제외하면 사실상 국내 항공업계 전체가 대한항공의 손에 들어가는 셈이다.
   
   특히 문제는 중국 노선이다. 국제선 중 가장 많은 편수가 오가는 한국~중국 운수권의 경우, 중국은 한 개의 노선에서 한 항공사만 운항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른 국가에 대한 운수권의 경우, 주 8회 운항하는 노선에서 한 항공사가 5회만 운항한다면 다른 항공사가 3회의 운수권을 얻을 수 있지만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른바 ‘1노선 1사(社) 원칙’에 따라 주 9회 이하로 설정된 운수권은 1개 항공사만 운항이 가능하다. 다른 회사가 이 노선에 진입할 수 없도록 하는 이 원칙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주 7회 운항이 가능한 노선을 주 2회만 운항해 높은 운임을 매기고 높은 탑승률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1노선 1사 원칙은 최근 대부분 노선에서 폐지됐다. 하지만 대한항공, 아시아나,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이 한 회사로 모두 합쳐지면 사실상 어느 노선이든 독점 운항할 수 있는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국가가 나서 항공사의 수익을 보장해주고 있는 특수한 산업”이라며 “미국의 경우 내수가 많아 신규 항공사들의 진출과 경쟁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한국에서는 기득권을 지닌 기존 항공사가 기득권을 지켜나가기 더 유리한 구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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