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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레이 인터뷰|스타트업의 프런티어들]  전 세계 4만 마리 소 위에 넣은 ‘바이오캡슐’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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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4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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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스타트업의 프런티어들]전 세계 4만 마리 소 위에 넣은 ‘바이오캡슐’의 마법

황은순  기자 hwang@chosun.com 2020-11-25 오후 2:58:56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라이브케어는?
   
   반추동물인 소의 위에 센서, 배터리가 내장된 ‘바이오캡슐’을 넣고, 실시간 생체데이터를 받아 질병과 발정, 분만 시기를 예측하는 스마트 가축헬스케어 서비스이다. 소뿐만 아니라 양, 말, 낙타, 돼지 등 전 세계 모든 동물의 건강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일본 홋카이도의 한 목장. 농장주의 스마트폰 앱으로 긴급 알람이 울렸다. 임신한 젖소의 분만이 곧 시작된다는 알림이었다. 분만 예정일은 10여일이 남아 있고 별다른 징후도 없었다. 준비 없이 있던 농장주는 반신반의하며 소를 지켜봤다. 소는 그날 알람이 예측한 시간에 정확하게 송아지를 출산했다. 송아지의 폐사율은 평균 12%이다. 특히 심한 조산의 경우는 35%, 난산은 55%까지 그 비율이 올라간다. 정확한 분만 시간을 아는 것은 송아지의 생명과 직결된다.
   
   충청남도 예산의 한 젖소농장. 38개월 된 홀스타인 품종의 젖소가 체온이 42도까지 치솟아 유방염이 의심된다는 알람이 농장주의 스마트폰 앱으로 전달됐다. 농장주는 즉시 해열제를 먹였고 다행히 소는 정상 체온을 찾았다. 조기 처치한 덕분에 항생제 투여는 막았다. 유방염은 젖소농가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유방염에 걸린 젖소에서 채취한 우유는 체세포수가 늘면서 상품 가치가 뚝 떨어질 뿐더러 항생제 오남용의 주범이다. 유방염을 미리 예측할 수만 있다면 농가의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농장주도 모르는 소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경고 메시지를 보낸 곳은 스마트 가축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유라이크코리아’이다. 한국의 유라이크코리아에서 어떻게 일본에 있는 소의 분만 시간까지 예측할 수 있었을까. 비밀은 소의 위 속에 있는 바이오캡슐이다. 유라이크코리아는 센서가 부착된 바이오캡슐을 통해 소의 생체 정보를 확인하고 AI(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질병을 예측하는 ‘라이브케어(LiveCare)’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이브케어의 축우용바이오캡슐 크기는 12.7×3.6㎝. 사탕수수로 만든 무독성 소재의 캡슐에는 센서, 배터리가 부착돼 있다. 이 캡슐을 반추동물(되새김동물)인 소의 위에 안착시킨 후 체온, 활동량, 사료, 물 섭취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측정한 데이터는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 전용 통신망(LoRa망)을 통해 유라이크코리아의 데이터센터로 전송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딥러닝 인공지능 시스템이 소의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있을 때는 곧바로 농장주에게 앱을 통해 알려준다. 바이오캡슐이 잡아낸 생체 데이터는 질병을 예측하고 분만 예정일, 발정기, 수정 적기를 정확히 잡아낸다. 사양관리(건강·품질관리)의 기본인 물, 사료의 섭취 횟수, 섭취량 파악도 중요한 정보이다. 현재 전 세계 4만여마리의 소 위 속에 이 바이오캡슐이 들어 있다.
   
   
   축산 빅데이터 5억5000만건
   
   기존에도 소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기기가 있었지만 목, 귀 등 소의 외부에 부착하는 형태였다. 파손 위험도 크고 정확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의 몸속에 투입하는 ‘바이오캡슐’은 라이브케어가 최초이다. 소의 반추위에 캡슐을 넣는 방식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술로 구현해낸 사람은 유라이크코리아의 김희진(40) 대표이다.
   
   지난 11월 16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유라이크코리아에서 김희진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 옆에 ‘라이브케어’의 데이터센터가 붙어 있었다. ‘바이오캡슐’로 관리하는 전 세계 소들의 생체 데이터가 로밍을 통해 이곳으로 모인다. 현재 ‘라이브케어’에 쌓인 축산 빅데이터는 5억5000만건에 육박한다. 캡슐의 기술력뿐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이 ‘라이브케어’의 핵심 경쟁력이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체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 데이터를 분류해 유의미한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예를 들어 소의 정상체온은 38.5~39.5도이지만 월령, 품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치만 기준으로 해서 소의 상태를 예측할 수는 없다. 사람도 체질별로 제각각인 것처럼 각 소별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김 대표는 컴퓨터공학 박사이다. 김 대표가 컴퓨터공학을 축산에 접목하게 된 연결고리는 축산학과를 나온 그의 아버지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친구가 하는 농장에 놀러갈 기회가 많다 보니 김 대표에게 소는 아주 친숙한 동물이었다. 그가 박사과정을 밟던 2011년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다. TV 뉴스에서 소가 살처분되는 광경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당시 예측 시스템 연구에 몰두해 있던 그는 축산에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더라도 어떻게 소의 위에 넣을 생각을 했을까. 소의 위는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제1위, 제2위에 일단 음식물을 저장했다가 다시 꺼내 씹은 후 제3위, 제4위를 거치면서 소화를 시킨다. 바이오캡슐은 저장소인 제2위에 머물러 있다. “소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바이오캡슐보다 큰 마그네슘을 소에게 먹이는 것을 봤던 터라 경구형을 어렵지 않게 떠올렸습니다. 캡슐 형태로 만들어 그 안에 일종의 휴대폰을 넣으면 되겠네 싶었던 거죠. 아이디어를 기술로 구현해내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창업을 결심하고 바이오캡슐을 만드는 데는 4년여가 걸렸다. 연구 용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빠 찬스’ ‘지인 찬스’써서 엔젤투자를 받고 하루 3시간씩 자면서 버텼다. 캡슐은 만들었지만 소에게 먹이고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은 또 하나의 산이었다. “아는 농장을 찾아가 부탁하고 소한테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농장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처음에는 캡슐 투여기를 만들 돈이 없어 고무장갑 끼고 직접 소의 입 속에 캡슐을 밀어 넣다 물릴 뻔한 적도 있었어요.”
   
   
   축산 관리를 시설 중심에서 질병 예방으로
   
   수집한 데이터가 실제 소의 행동과 맞아떨어지는지 현장 확인을 하고 질병별 데이터를 매칭하는 과정을 수년 동안 거치면서 ‘라이브케어’ 서비스는 진화를 거듭했다. 데이터가 쌓이면서 사람이 찾지 못한 것을 AI가 찾아냈다.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빅데이터, AI는 아주 생소한 단어였다. “현재 예측률은 99%입니다. 얼마나 정확하느냐보다는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농장주가 외출한 사이 젖소가 사료를 먹기 위해 먹이통에 머리를 내밀었다가 나무 사이에 몸이 끼면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됐다. 데이터로 봤을 때 움직임이 큰데 몇 시간째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농장주에게 위험 상황을 알린 덕분에 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반추동물은 위가 건강의 바로미터입니다. 그동안 축산 관리 기술이 시설 자동화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라이브케어는 질병 예방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겁니다.”
   
   바이오캡슐의 가장 큰 난제는 배터리 수명이었다. 마침 SK텔레콤의 저전력 LoRa망이 전국에 깔린 덕에 문제를 해결했다. 바이오캡슐의 수명은 5년 정도다. 대부분 소들이 4~5년 내에 도축되기 때문에 한 번만 넣으면 도축 때까지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라이브케어’는 일본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국내 축산 농가들이 기술을 배워왔던 일본에 거꾸로 기술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호주, 브라질 등 낙농 선진국들에도 진출한 데 이어 전 세계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고 한다. 호주는 소프트뱅크가 총판을 맡았다. 몽골에서는 양에게, 중동 쪽에는 낙타에게 적용하고 있다. 굿네이버스와 MOU(업무협약)를 맺어 파라과이에도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선진국에서 먼저 성과를 낸 후 후진국을 도와주고 싶었는데 기회가 빨리 왔다고 했다. 파라과이를 시작으로 후진국 사업에 적극 나설 생각이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가축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하다
   
   국내 축우는 9만9000여 농가, 380만마리 규모이다. 이 중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농가는 1% 수준이지만 2세 경영이 늘면서 이제 시작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만큼 스마트기기 활용도가 높다. 외부에서도 실시간으로 소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각 개체별 건강 상태, 번식 이력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브케어는 최근 크기가 작은 송아지용 캡슐도 만들었다. 세계 최초이다. 반추동물용 경구용 외에 다른 동물에게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돼지용은 이미 해외 론칭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자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패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세상의 어떤 문제도 기술로 풀 수 있다고 믿는다. 유라이크코리아의 가장 큰 무기는 10년 가까이 축적해온 데이터와 분석 기술이다. 유라이크코리아 데이터센터에는 축산, 물리학, 농업 경영, AI 관련 석·박사들이 포진해 있다. 후발주자들이 많이 생겼지만 김 대표는 그동안 자신들이 축적한 노하우는 쉽게 따라 하기 힘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마음이 바쁘다고 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코로나19로 해외 사업 일정이 전부 미뤄지고 있어서다. 그동안 숱하게 해외를 오가며 사업을 확장하는 와중에도 아이 둘을 낳아 육아까지 책임지고 있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아이를 업고 다시 사무실에 나와 야근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동물이든 사람이든 케어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4시간은 잔다”면서 웃었다. 직원을 뽑을 때도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우선이라고 한다. “라이브케어 덕분에 우리 소가 살았다”면서 고마움을 전하는 농장주들의 인사가 오늘도 그를 뛰게 한다. 그는 머지않아 세계 가축들이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받는 날이 올 것이라면서 말했다. “가축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합니다!”
   

   다음 추천 주자는?
   인진 성용준 대표
   
   추천 이유 글로벌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는 파력발전을 선도하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세상을 보다 이롭게 만드는 기술,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진의 노력에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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