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전경. (사진 아래서 위로) 제1여객터미널, 탑승동, 제2여객터미널이 배치돼 있다. ⓒphoto 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전경. (사진 아래서 위로) 제1여객터미널, 탑승동, 제2여객터미널이 배치돼 있다. ⓒphoto 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추진 등 항공업계 재편으로 인천공항의 터미널 재배치 작업이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다. 인천공항은 현재 대한항공을 위시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을 제2여객터미널,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들을 제1여객터미널에 배치하는 것을 기본틀로 지난 2018년부터 오는 2021년을 목표로 항공사 재배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2터미널은 스카이팀 전용 터미널로 사용하고, 스타얼라이언스, 원월드, 밸류 등 나머지 항공동맹체에는 1터미널을 배분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피인수될 경우, 스타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해 스카이팀으로 갈 공산이 커지면서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간의 항공사 인수합병 사례를 봤을때, 피인수 항공사가 기존 항공동맹체를 탈퇴한 후 인수 항공사의 항공동맹체에 가입하는 것은 거의 정해진 수순이다. 2009년 스카이팀 소속 컨티넨탈항공이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유나이티드항공에 피인수되는 과정에서 스타얼라이언스로 이적했고, 2010년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상하이항공이 스카이팀 소속 중국동방항공에 인수됐을 때는 스타얼라이언스에서 스카이팀으로 이적했다. 2013년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US에어웨이스가 원월드 소속 아메리칸항공에 피인수됐을 때도, US에어웨이스는 스타얼라이언스를 떠나 원월드로 옮겼다. 자연히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피인수되는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를 떠나 스카이팀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 스카이팀 이적 가능성

하지만 이럴 경우 문제가 생긴다. 인천공항 2터미널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스카이팀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커진 아시아나항공까지 품기에는 공간이 절대 부족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한항공을 비롯, 델타, 에어프랑스, KLM 등 4개 스카이팀 항공사로만 우선 개항한 뒤, 2018년 말 아에로멕시코와 중화항공 등 스카이팀 소속 7개 항공사가 추가로 2터미널로 옮겨 왔지만, 공간 부족으로 중국동방항공과 베트남항공 등 2개 스카이팀 항공사는 1터미널에 잔류 중이다. 공동운항(코드셰어)과 환승 등은 대개 같은 항공동맹체 내에서 이뤄지는데, 인천공항은 2터미널 개항 이후 오히려 환승이 불편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그나마 인천공항 측은 1터미널을 쓰던 중국남방항공이 지난해 스카이팀을 탈퇴하면서 2터미널로 옮길 필요가 없게 돼 한숨을 돌리던 상태였다. 남방항공은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179만명의 여객을 처리한 1위 외항사다. 2터미널로 옮긴 스카이팀 항공사 중 알리탈리아와 체코항공이 코로나19로 인천 취항을 중단한 것도 약간의 여유를 생기게 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남방항공보다 훨씬 많은 여객을 처리한 아시아나항공이 스카이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1808만명) 다음으로 많은 1249만명의 여객을 처리했다. 오는 2024년 2터미널 확장이 끝난다 해도, 1터미널에 잔류 중인 동방항공과 베트남항공 등 남은 스카이팀까지 모두 옮겨오는 데는 무리가 있다. 동방항공과 베트남항공은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각각 175만명과 90만명의 여객을 처리한 외항사 2위, 8위 항공사다.

가장 간단한 해법은 인천공항에서 최다 여객을 처리하는 대한항공이 큰집인 1터미널로 복귀하는 것이다. 1터미널은 44개 접현계류장(게이트)에 탑승동(30개)까지 모두 74개의 게이트를 갖추고 있다. 2터미널은 게이트가 37개에 불과하다. 4단계 확장공사로 2터미널의 접현계류장 34개가 추가된다 해도 71개로, 1터미널과 탑승동을 합친 게이트 수(74개)를 넘어서지 못한다. 대형 항공기(F급)를 주기할 수 있는 주기장도 1터미널(6개)과 탑승동(5개)이 모두 11개로, 2터미널(5개)을 앞선다. 연간 여객수용능력 또한 1터미널(3000만명)과 탑승동(2400만명)이 도합 5400만명으로, 2터미널(2300만명)보다 우위에 있다. 향후 4단계 확장이 끝나 2터미널에 2900만명이 추가돼도, 도합 5200만명으로 1터미널과 탑승동을 합친 수준(5400만명)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하지만 대한항공으로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2터미널로 옮겨 간 마당에 다시 1터미널로 원대 복귀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스카이팀 소속 항공사들을 언제까지 1터미널과 2터미널에서 두 집 살림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례로, 같은 스카이팀 소속으로 대부분 한·중 노선을 공동운항하는 대한항공과 동방항공은 인천공항 터미널이 달라 공동운항, 환승 등이 불편하다. 이는 항공동맹체 중심으로 터미널을 재배치한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 상하이 푸둥(浦東)공항 등 동북아 경쟁 공항의 추세와도 역행해 인천공항의 환승 경쟁력을 좀먹고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합병 직후 당장 손쉬운 공동운항(코드셰어)부터 들어갈 텐데, 터미널이 다를 경우 일대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적 1, 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모두 2터미널로 옮겨 가고, 1터미널을 제주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와 외항사에 온전히 내어주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사실 인천공항은 도로와 철도 등 모든 시스템이 1터미널 위주로 짜여 있다. 서울 등 전국 모든 도시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공항버스도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는 ‘칼(KAL) 리무진버스’ 단 하나를 제외하고 1터미널을 먼저 경유해 2터미널로 향한다. 공항철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항공 이용객들은 인천공항 접근 시간이 약 15~20분 이상 길어지면서 불만이 많았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과거 대한항공이 1터미널에서 2터미널로 옮겨 갈 때, 공항접근성이 1터미널에 비해 떨어지는 것에 따른 승객감소 등의 염려가 많았다”며 “하지만 돌아가신 조양호 회장이 새집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2터미널로 옮기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항공업계 재편 와중 사장은 공석

정작 인천공항은 코로나19로 인한 여객급감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LCC 3사(진에어·에어부산· 에어서울) 통합 등 항공업계 지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와중에 항공사 재배치 등 난제를 풀어갈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인천공항은 지난 9월 구본환 전 사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잡음과 법인카드 사용 등의 문제로 해임된 직후 아직까지 사령탑이 없다.

신임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명되는 인사 역시 국토부 차관 출신으로 지난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받고도 낙선한 인물이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정일영 전 사장, 해임된 구본환 전 사장에 이어 또다시 국토부 고위관료 출신이 낙하산 사장으로 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천공항이 ‘국토부 영종도 출장소’로 전락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을 한다 해도 항공동맹체까지 옮기게 될지는 모르겠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여객수요 예측의 어려움과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맞물려 당분간은 터미널 재배치 일정이 불확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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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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