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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8호]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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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변창흠 딜레마’에 빠진 가덕도신공항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2021-01-02 오전 2:58:35

▲ 경북 의성군과 군위군으로 이전을 앞둔 대구공항 전경. photo 대구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후임으로 경북 의성 출신의 변창흠 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내정되면서 국토부가 또 한 번 신공항 딜레마에 빠질 전망이다. 12월 23일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둔 변창흠 내정자의 고향인 경북 의성군 안계면 바로 옆의 비안면과 군위군 소보면 일대에는 오는 2028년까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공군기지(K-2)와 함께 민간공항으로 쓰는 대구 동구 동촌동의 대구국제공항을 통째로 옮겨서 민군(民軍)이 함께 사용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K-2 이전은 기본적으로 ‘군(軍)공항 이전 및 지원 특별법’에 따라 추진하는 국방부 사업이지만, 민간이 함께 쓰는 대구공항의 경우 국토부와 산하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 사업으로 국토부에서 큰 틀을 짜고 결정해야 한다. 의성 출신으로 대구 능인고를 졸업한 변창흠 신임 국토부 장관 내정자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규모와 기능이 당초 예정했던 것 이상으로 커질 경우, 부산시에서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추진 중인 가덕도신공항의 위상은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어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변창흠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동남권 신공항이 경제성 부족으로 한 차례 무산됐을 당시,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신분으로 대구 매일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만일 차기 대선공약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다시 등장한다고 할지라도 두 입지 간의 갈등은 여전히 남는다”며 “두 광역경제권의 지자체들은 공동으로 기획단을 구성하여 적정 입지를 평가하여 합의안을 도출한 후에 재추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변창흠 내정자가 학자 시절 밝혔던 소신대로라면, 대구·경북의 동의 없는 동남권 신공항의 부산시 단독 추진은 사실상 불가한 셈이다. 이에 신공항 문제는 부동산 정책과 함께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경북 의성 출신 변창흠이 쥔 열쇠
   
   지난 11월 17일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백지화한 김해신공항 대신, 동남권 관문공항의 위치가 부산시에서 미는 가덕도로 최종 결정될 경우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위상과 기능은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6년 세계 3대 공항설계 전문그룹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를 수행했을 당시, 부산·울산·경남은 물론 대구·경북으로부터의 접근성까지 고려해 지금의 부산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형태로 조성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동남권 관문공항의 입지가 기존 김해공항보다 대구·경북에서 훨씬 더 멀리 떨어진 가덕도로 정해지면,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은 남쪽의 가덕도까지 내려가기보다는 목적지와 비행편수가 더 많아 선택의 폭이 넓은 인천공항으로 향할 공산이 더 크다.
   
   대구·경북도 자체적인 관문공항을 갖겠다고 주장하면서, 신공항 규모 확대는 물론 국제선 신증설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미 대구 수성구을(乙)을 지역구로 하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검증위 발표 당일인 11월 17일, 소위 ‘4대 관문공항론’을 주장하는 등 자체 관문공항을 띄울 태세다. 홍준표 의원은 “김해공항 폐지를 전제로 한 가덕도신공항을 적극 찬성한다”며 “수도권과 강원도는 인천공항, 충청·TK(대구·경북)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부울경 PK는 가덕신공항, 호남은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통합하고 이를 격상시켜 각각 지역 관문공항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경남도지사 시절인 2015년 1월, 권영진 대구시장 등 영남권 지자체장 4명과 함께 “신공항의 성격, 규모, 기능 등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 관한 사항은 정부가 외국의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결정하도록 일임한다”는 공동성명서에 서명한 홍준표 의원의 표변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에 화답하듯 지난 11월 20일 대구를 찾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도 여야 원내대표가 협의하면 좋겠다”고 했다. 여기에 대구·경북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하는 야당인 국민의힘 역시 반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당초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기존 대구공항을 이전한 뒤 매각한 재원을 기반으로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특별법 제정으로 대규모 국비가 투입될 경우 규모와 위상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동남권 관문공항인 가덕도신공항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한정된 노선과 편수를 나눠 가지며 이도 저도 아닌 공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된 변창흠 전 LH 사장과 문재인 대통령, 김현미 장관(오른쪽부터). photo 뉴시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아직 백지 상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경우, 지난 1월 의성군과 군위군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한 주민투표를 실시한 이후 군위군이 불복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 이전 예정지만 의성군 비안면과 군위군 소보면 일대로 정해졌을 뿐이다. 신공항의 활주로 길이나 방향, 개수, 여객터미널의 규모 등 그 어느 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 활주로 길이와 개수 등 주요 사항은 국방부에서 결정한다지만, 국토부 장관의 입김이 들어갈 여지도 그만큼 커진 상태다.
   
   국토부 역시 지난 11월 12일, 대구 민간공항 이전 사전타당성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대구공항 이전 사전타당성 검토는 2016년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를 제3의 외국 전문기관인 ADPi에 맡겼던 것과 달리 아주대학교와 유신 컨소시엄이 향후 1년간 수행할 예정이다. 유신은 제주공항과 인천공항 타당성조사를 비롯 설계와 감리를 수행한 국내 정상급 엔지니어링 업체라지만, 국내 기관이 수행하면 아무래도 발주처인 국토부의 입맛에 맞추거나 정치권의 각종 민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향후 항공노선 배분도 국토부의 고유 업무다. 이 과정에서 의성 출신 변창흠 장관 내정자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경상북도는 자체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의성군 비안면과 군위군 소보면에 들어설 통합신공항의 활주로를 기존 대구공항(2755m)은 물론 김해공항(3200m)보다도 긴 3500m급으로 계획하고 있다. 에어버스 A380과 같은 F급 초대형 항공기도 충분히 뜨고 내릴 수 있는 길이다. 경북도 측은 “앞으로 외국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확대되면 장거리 항공 수요도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며 “통합신공항은 지금보다 새로운 노선 개설에 유리한 조건(활주로 길이 증가, 슬롯 증가, 커퓨타임 단축 등)을 갖추게 되어 장거리 노선도 개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장관 내정자가 비록 의성 출신이라고 해도 가덕도신공항에 별반 영향이 없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전임자인 김현미 장관이 부동산 정책 실패는 물론,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미적지근한 입장을 보이다가 사실상 경질된 측면도 있어서 비(非)정치인 출신 후임 장관으로서 운신의 폭 자체가 넓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11월 6일 국회 국토위에서 “김해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모든 행정 절차가 무효화된다”며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 검토에 들어가는 것은 법적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말해 민주당 지도부의 거센 반발을 샀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 해”라고 격분한 바로 그날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임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된 변창흠 내정자는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여당 원내 지도부와 엇박자를 내기가 쉽지 않다. 변창흠 내정자의 경우,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등 주로 주택정책 분야에서만 활동해온 터라, 신공항 등 교통문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교통차관인 손명수 국토부 2차관에게 ‘바통’을 넘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토부 항공정책실장과 서울지방항공청장을 지낸 손명수 2차관은 전남 완도 출신이다. 지난 1월 임명된 손명수 국토부 2차관은 2016년 김해신공항 결정 때 공항항행정책관으로 실무를 담당했던 인사다.
   
   
   의성 고향 오거돈도 반대 안 해
   
   가덕도신공항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에 별다른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점도 또 한 가지 이유다. 사실 2018년 지방선거 때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후, 김해신공항 문제를 국토부에서 총리실로 이관시켜 가덕도신공항을 사실상 부활시킨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고향이 의성이었다. 오 전 시장의 부친인 대한제강 창업자 오우영 전 회장은 의성 출신으로, 광복 직후 부산으로 내려와 오거돈 전 시장을 낳았다. 오거돈 전 시장은 1948년 부산 중구 부평동에서 출생했다지만, 선친의 고향이 의성인 관계로 재부(在釜) 의성향우회에서 활동을 했다.
   
   오 전 시장은 시장 재임 중에도 선대 묘소가 있는 의성을 종종 찾았고, 김주수 의성군수에게 후진 양성을 위한 장학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까닭에 대구시와 경북도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추진했을 당시, 의성이 고향인 오거돈 전 시장은 당초 예상을 깨고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해 2월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재부 대구·경북시도민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대구와 경북 인구가 500만명인데 국제공항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곳에 공항을 만들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기능이 커지면 가덕도신공항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부산시에서 강하게 반대할 것이란 당초 예상을 뒤엎는 발언이었다. 오 전 시장은 같은해 10월, 부산시 국정감사에서도 “대구·경북 인구가 500만명에 달하기 때문에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도 인정한다”면서도 “800만 주민이 있는 부산·울산·경남에 국제공항을 만드는 것에 대해 대구·경북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 공항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대구공항 이전은 기본적으로 국방부 사업이라서 국방부에서 활주로 등 주요 결정을 한다”며 “국토부에서 하는 민간터미널 규모나 주차장 등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했다. 국방부 군공항이전사업단 측은 “군공항 활주로 길이는 2700m면 전투기가 뜨고 내리는 데 충분한데 과잉요구를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민항에 관한 것은 대구시나 국토부가 활주로 길이를 3200m로 하든 3500m로 하든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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