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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0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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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대통령 장담에도 여당은 고개 저은 ‘2050 탄소중립’

이성진  기자 reveal@chosun.com 2021-01-06 오후 1:12:22

▲ 지난해 11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현 정부 역점 정책 중 하나인 ‘2050 탄소중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1일 펴낸 ‘2050 탄소중립선언 진단과 제언’ 보고서에서 ‘여건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을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초부터 정부 안팎에서 제기돼온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확신을 여당에도 주지 못한 채, 청와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를 ‘0(zero)’으로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8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의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처음 밝힌 후 이와 관련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과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및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을 12월에 확정했다. 여기엔 기후대응기금 조성과 녹색 분야 자금지원안도 담겼는데, 정부가 총 13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그린뉴딜 정책도 궁극적으론 탄소중립과 맞물려 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국제사회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맺었던 유엔기후변화협약(1992년), 파리기후변화협약(2015년) 등과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연구원은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세계 주요국들의 탄소중립과 국내의 탄소중립 여건을 별개로 내다보고 있다. 보고서 곳곳엔 국내 탄소중립 실현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2050 탄소중립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길’ ‘에너지집약적 탄소다배출 산업구조 전환, 탈동조화(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량 경로가 차별화되는 현상)가 쉽지 않은 상황’ ‘우리나라를 제외한 주요 OECD 국가는 탈동조화 국면’ ‘배출정점 이후 탄소중립까지 시간상·산업구조상 난항 예상’ ‘한국의 탄소 배출량, 기술·제도적 여건 고려 시 탄소중립은 매우 강한 배출 목표’….
   
   보고서는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기존 에너지 전환은 물론 그린뉴딜 추진 과정에 제시됐던 비전과 시스템,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제동을 건 셈인데, 눈여겨볼 점은 민주당 내의 이런 문제 제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거다.
   
   지난해 11월 12일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정책조정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린뉴딜에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과 같은 말)’가 나오는데, 실제로 2050년까지 넷제로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온실가스 75%부터 감축’ 권고 무시
   
   민주당의 이런 의구심은 2020년 2월 국내 전문가 집단이 내놓은 저탄소 발전전략에서도 비슷하게 제기된 바 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기에 앞서 2019년 3월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을 구성해 기후변화 정책의 장기추진안을 제안해줄 것을 의뢰했다. 포럼엔 총괄·전환·산업·수송·건물·비에너지·청년 등 7개 분과의 민간전문가 69명과 22개의 기관전문가 34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9개월 동안 60차례 논의 끝에 작성한 권고안에 따르면 한국의 실현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은 총 5개다. 이 중 가장 강력한 안은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인 7억910만t에서 75%를 감축하는 내용의 ‘1안’이었다. 포럼은 1안에 대해 “고려 가능한 모든 옵션을 포함한 가장 도전적인 안”이며 “탄소중립을 향한 저탄소 전환 최대 추진안”이라고 분석했다. 현실 여건을 고려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 100% 감축안, 즉 탄소중립은 당장 정책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민주연구원은 보고서에 이 포럼 권고안 내용을 다수 발췌해 담기도 했다.
   
   당시 포럼이 소극적인 목표안을 제시한 데엔 역대 정권이 온실가스 감축에 매번 실패해온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녹색성장을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한 5억4300만t까지 억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임기 동안 온실가스를 감축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오히려 정권 말인 2012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9년 배출량(5억9795만t)보다 1억t가량 늘어난 6억8747만t을 기록했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 채택을 앞두고 목표치를 재조정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한 5억3600만t 달성이 당시 정부의 계획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하면서도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안엔 박근혜 정부가 실패했던 이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목표를 수정 없이 그대로 옮겨 놓은 상황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30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목표 대비 15%나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는 전무했다. 박근혜 정부안을 다시 달성하기 위해선 매년 1000만t 이상을 줄여야 하는데, 최근 3년 동안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되레 2000만t 이상 늘기만 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탄소중립과 탈탄소를 분별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회수·제거 기술로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걸 의미하며, 탈탄소는 탄소를 아예 없애는 걸 말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유전물질은 탄소 화합물이거니와 탄소가 없어지면 녹색식물도 자랄 수 없다. 때문에 탈탄소는 실현 불가능한 개념이다. 근데 정부는 탄소중립을 탈탄소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탄소 제거기술 방안은 내놓지도 못한 채 매번 허황된 목표만 세우고 있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세계 주요국도 탄소중립 흐름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하는 2050 탄소중립 계획엔 아직까지 국내처럼 탄소중립을 적시하지 않고 있다. 2020년 7월 기준 영국은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80% 감축, 독일은 1990년 대비 80~95% 감축, 프랑스는 1990년 대비 75% 감축, 미국은 2005년 대비 80% 감축, 캐나다는 2005년 대비 80% 감축, 일본은 2013년 대비 80% 감축을 목표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보다 10년 뒤인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 정부 의뢰로 2019년 3월 전문가들로 구성된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이 출범했다. 이 포럼이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내놓은 5가지 온실가스 감축안엔 ‘온실가스 0%’, 즉 탄소중립안은 없다. photo 뉴시스

   국제사회 “원전 없이는 탄소중립 못 해”
   
   게다가 정부 정책안은 매번 ‘두루뭉술’했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담아내지 못했다. 정부가 12월에 내놓은 탄소중립 전략안과 2050 탄소중립 계획만 봐도 그 내용은 탄소중립 방향성과 명분 제시에 그치고 있다. 특히 공정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업종 등 석탄사업 퇴출 전략은 모호하기만 하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연구팀장은 “대안으로 공정과정에서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이른바 ‘수소환원제철’을 거론하지만 말 그대로 거론만 할 뿐이다. 이 공정에 대한 연구개발은 어떻게 할지, 실제 상용화될 경우 높아질 원자재 가격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할지 등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산업은 곧 자동차, 가전, 건설 등 국내 핵심 기간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대한 고민은 전무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오히려 기존 업계의 생존 방안 필요성만을 언급한다. 아무런 개혁도 안 하는데 업계가 어렵다는 이야기만 반복한다. 두산중공업 등 기존 석탄발전사업 영위 기업에 무조건적인 공적 자금 투입만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연구원도 이 점을 우려해 보고서에 ‘좌초산업 일자리가 청정에너지산업 일자리로 완전히 대체되기는 어려움’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탄소중립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병행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선 석탄발전 비중은 줄이고 LNG(액화천연가스)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이를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2019년 기준 전체 발전설비용량(12만5338㎿)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은 13%(1만5791㎿)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2034년까지 7만7800㎿까지 늘릴 예정이지만 발전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그 실효용량은 1만800㎿에 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만으론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LNG 발전설비의 경우 2034년까지 5만910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특성을 없앨 순 없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결과적으로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 선진국들은 원전을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략안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전무하다”라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9년 5월 보고서 ‘청정에너지 시스템 속 핵에너지(Nuclear Power in a Clean Energy System)’를 통해 “세계 각국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목표한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은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며 “원자력이 청정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바이든 미국 차기 정부 역시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에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탄소중립, 정치 의제로 삼지 말라”
   
   지난해 11월 19일 정부의 탄소중립이 본격화하자 여야 의원들은 국회에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 공청회’를 개최했는데, 여기선 정부의 안일함에 대한 비판이 다수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토론에 참석했던 강예리 국회기후변화포럼 COP25 대학생 참관단은 “정부 정책은 임기응변식”이라며 2050년 탄소중립은 다음과 같이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닌 굳건한 목표가 돼야 한다.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라는 수동적인 입장보다 주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정부안이 아닌 국민이 주체가 돼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공론화를 이뤄야 한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국책연구기관 중심으로 탄소중립 복수 시나리오를 추가로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에너지·산업·수소 등 분야별 전략을 하반기 중에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탄소중립에 대한 정부의 ‘진짜’ 의지는 해당 전략안의 구체성과 실효성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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