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형도 포테닛 대표가 새로 개발한 택배 분류용 ‘AI 로봇 파렛타이저’ 앞에 서 있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남형도 포테닛 대표가 새로 개발한 택배 분류용 ‘AI 로봇 파렛타이저’ 앞에 서 있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포테닛은?

독자적인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가지고 다양한 로봇을 만든다. 택배 분류 로봇을 새로 개발, 무인지게차, 자율이동로봇과 함께 택배 물류 업계를 혁신할 로봇 군단을 완성했다. 물류뿐만 아니라 농업, 축산, 상수도관 갱생 등 현장의 문제를 자율주행 로봇으로 풀고 있다.

택배기사들을 과로사에서 구하기 위해 AI(인공지능) 로봇이 나섰다. 택배업계의 최대 쟁점은 택배 상자 분류작업이다. 일명 ‘까데기’라 불리는 분류작업은 택배기사 과로사의 주범으로 꼽힌다. 자율주행 로봇을 만드는 포테닛(남형도 대표)이 이 분류작업을 책임질 로봇을 개발했다. 이름은 ‘AI 로봇 파렛타이저(Palletizer)’. 행선지 기반 최적화 솔루션을 장착한 AI 로봇으로 1월 내에 출시한다. 여기에 포테닛이 이미 개발한 무인지게차, 자율이동로봇(AMR·Autonomous Mobile Robot)까지 더해 택배 상하차부터 분류작업까지 택배 물류 현장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로봇 군단이 완성됐다. ‘AI 로봇 파렛타이저-무인지게차-AMR’ 로봇 3총사 2세트가 24시간 쉬지 않고 일을 할 경우 이들이 처리할 수 있는 택배 물량은 1만여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8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법으로 불리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위탁계약 갱신청구권 6년 보장 등 택배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첫걸음을 뗐지만 정작 핵심 현안인 분류작업이 택배회사 책임인지 택배기사의 몫인지에 대한 명시는 빠지는 바람에 ‘반쪽짜리 법’이라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대표 발의한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과로사로 사망한 택배기사가 15명에 이른다.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늘면서 택배기사들은 공짜 분류작업에만 매일 5~6시간씩 매달리고 있다. 택배회사들이 관행을 내세워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을 택배기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사이 택배기사들은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로봇 3총사가 바꿀 택배 물류 현장

지난 1월 4일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에 있는 포테닛을 찾았다. 연구실에서는 ‘AI 로봇 파렛타이저’를 놓고 한창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남형도(43) 대표는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근육질 팔뚝처럼 튼튼한 로봇팔이 분류작업 시범을 보여줬다. 로봇팔에 달린 진공판이 상자를 척척 들어올린 후 화물 운반용 파렛트(Pallet)에 옮겼다. 남 대표는 “현재 10㎏ 무게까지 들어올릴 수 있는데 더 무거운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힘만 센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장착해 똑똑하다. 행선지에 따라 최적의 동선을 찾아 배송 순서대로 상자를 분류한다. 여러 개의 파렛트에 동선별로 분류하느라 로봇팔이 180도 회전하는 묘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AI 로봇 파렛타이저’가 무인지게차, AMR(자율이동로봇)과 한 조를 이뤄 일을 하면 택배기사들의 일을 절반 가까이 덜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택배노동자들의 업무 시간 중 분류작업에만 43%를 할애한다고 한다. ‘포테닛’의 로봇 3총사가 투입될 경우 택배 물류센터의 풍경은 어떻게 바뀔까.

허브터미널에서 온 탑차가 물류센터에 도착하면 무인지게차가 상자들을 내린다. 다음은 AI 파렛타이저가 가까운 곳에서 먼 곳 순으로 동선을 맞춰 파렛트에 상자를 쌓는다. 완성된 파렛트는 AMR이 택배기사가 가져갈 수 있도록 순서대로 문 앞에 내려놓는다. 무인지게차가 택배기사 트럭에 상자를 실어준다. 이렇게 되면 택배기사는 손 까딱할 필요 없이 트럭에 실린 상자를 배송지에 배달하기만 하면 된다. 배달 동선도 내비게이션 앱에 따라 그대로 배달하면 된다.(계획 중) 혹은 택배기사가 기존에 하던 동선대로 AI 파렛타이저에게 지시하면 그 순서대로 상자를 정리할 수도 있다. 이들 로봇을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포테닛’만이 가지고 있는 관제시스템인 ‘멀티로봇 오퍼레이팅 시스템(Multi-robot Operating System)’이다. 여기에 인공지능까지 집어넣어 ‘MOSAI(Multi-robot Operating System + AI)’를 완성했다. 가나안 땅을 찾아가는 모세처럼 길을 찾는다고 해서 ‘모세’라고 이름을 붙였다. ‘모세’는 로봇 군단 지휘관이라고 보면 된다. 로봇 3총사 2세트와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10억여원이 든다고 한다. 감가상각 5년으로 산정하면 1년에 2억원이 드는 셈이다.

남 대표가 물류 쪽을 주목한 것은 5년여 전이다. 한 택배회사의 물류센터에 가서 본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Y자 모양의 컨베이어벨트 앞에 직원이 서서 오른쪽, 왼쪽으로 상자를 분류하고 있었다. “양손으로 물개 헤엄치듯 지역별 택배 분류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이런 단순 노동에서 인간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택배 물류 창고는 거친 현장이다. 지게차 사고도 잦다. 남 대표는 “눈앞에서 지게차에 사람이 치이는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통과로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기 때문에 로봇 투입이 경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사고 예방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라는 것이 남 대표의 말이다.

포테닛은 자체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가지고 상용화에 이른 곳은 거의 없다. 남 대표는 2010년 포테닛을 창업했다. 자율주행, AI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른 것이 불과 2~3년 전의 일이니 자율주행 분야에서 1세대인 셈이다. 남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 출신이다. 당시 KIST는 미국과 비슷한 시기인 2006년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자율주행 로봇 연구를 시작했다. 그 당시 연구를 함께했던 동료들과 뜻을 모아 포테닛을 만들었다.

자율주행은 로봇이 센서를 이용해서 지도를 작성한 후 경로를 계획해 스스로 주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때 센서는 라이더(Lidar), 초음파, 레이더, GPS 등을 사용한다. 사람도 눈으로만 방향 인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귀, 촉각 등을 모두 사용하는 것처럼 로봇도 다양한 환경인식 센서를 활용한다는 것이 남 대표의 설명이다. “‘나는 어디에 있나,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자율주행의 시작입니다. 사람과 똑같이 철학적으로 로봇에 부여된 미션입니다. 나는 어디에 있나를 계속 물어보다 보면 나는 어디로 어떻게 가나를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환경인식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을 로봇에 접목하면 다양한 로봇을 만들 수 있다. 특히 포테닛의 독자적인 기술은 로봇관제시스템이다. 로봇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기술이면 물류창고에서 수많은 물류 이동을 로봇이 알아서 할 수 있다. 현재 알리바바나 아마존도 물류로봇 ‘키바’가 배송될 물건이 있는 선반을 알아서 척척 작업자 앞에 가져다준다. 포테닛의 기술은 이보다 한발 앞선 것이다. 남 대표는 “‘키바’가 기차라면 우리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키바는 정해진 선로를 따라 움직이지만 우리는 전자지도를 기반으로 빠른 길을 찾아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무인지게차.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무인지게차.

상수도관 갱생 로봇부터 소 밥 주는 로봇까지

대기업도 포테닛의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는 무인굴착기 인지센서 시스템을 개발했고, LG유플러스와는 자율주행으로 물류를 운반하는 ‘5G 스마트 항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14년에는 상수도관 갱생 로봇도 만들었다. 노후 상수도관은 토압에 의해 찌그러져 있거나 비틀려 있는 경우가 많다. 도관 내부의 3차원 지도를 만들기 위해 정밀측정 시스템 등 로봇군단을 만들었다. 레이저와 카메라 센서를 장착하고 마치 대장 내시경을 보듯 상수도관을 조사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로 스스로 지도를 만들고 알아서 이동한다. 문제를 알아야 대책도 나온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 투입되지는 못했다. 로봇을 만들고 상수도관을 통과할 수는 있지만 기관을 통과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남 대표가 포테닛을 창업한 목적은 농업용 로봇이었다. ‘농업이 망하면 나라도 망한다.’ 어려서부터 들은 말이 머리에 각인돼 있던 남 대표는 KIST를 나와 창업을 준비하면서 인구 구조부터 살폈다. 농업 인구를 보니 현재 75세 이하로는 맥이 끊겼다. 베이비부머가 은퇴해서 농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농업용 로봇을 만들자는 것이 남 대표의 생각이었다. “1958년생들이 쓸 만한 로봇, 온라인 고스톱을 칠 수 있는 실력이면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농업 생태계를 이어가자는 것이 포테닛의 시작이었습니다.”

포테닛이 개발한 농업용 로봇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는 소 밥 주는 로봇이다. “소 밥때 맞추느라 친척 결혼식도 못 가는 축산 농가를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 남 대표의 설명이다. 로봇은 매뉴얼에 따라 소의 상태에 맞춰 정확하게 사료를 주기 때문에 사람보다 오히려 소의 품질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현재 소 밥 주는 로봇은 전남대 육우연구소에서 키우고 있는 암 환자용 소에 투입됐다. 조류독감 방지 로봇도 개발 계획에 있다. 조류독감은 100% 수인성이다. 장화 신고 사료 주러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로봇이 대신한다면 해결될 일이다. 매년 조류독감으로 인한 800여억원의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밖에도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그는 실전형이다. 농업이든 물류든 현장의 문제를 찾아 돌진한다. 남보다 먼저 창업의 길을 걸은 덕분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그 과정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후배들은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돈 벌면 멋지게 쓰고 싶은데 돈이 안 벌린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것은 전사처럼 창업가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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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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