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내려다보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photo 뉴시스
지난 2월 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내려다보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photo 뉴시스

국내 최대 쪽방촌인 서울역 앞 동자동 쪽방촌이 공공주택 단지로 재개발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5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용산특별본부가 있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KDB생명타워에서 서울시, 용산구 등 관계기관과 함께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LH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와 공공분양주택 200가구, 민간분양주택 960가구 등 총 241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LH 사장에서 국토부 장관으로 영전한 변창흠 장관의 ‘1호 사업’이다.

이로써 한때 서울역 앞 양동과 함께 국내 최대 사창가를 형성했던 동자동 일대가 최고 40층 주거지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자동 쪽방촌 일대는 원래 남대문 밖 ‘복숭아골’을 뜻하는 ‘도동(桃洞)’이었다. 양동과 도동은 해방 이후 대규모 집창촌을 형성했다. 개발연대 전국 각지에서 서울역으로 올라온 사람들로 일종의 수요ㆍ공급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역 바로 앞 양동이 1970~80년대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과 힐튼호텔, 대우재단빌딩 개발과 함께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만큼 일변한 것과 달리 그 아래 도동 일대는 변화가 지지부진했다.

그나마 사창가의 대명사처럼 쓰인 ‘양동’과 ‘도동’이란 이름은 1970년대 각각 중구 회현동과 용산구 동자동에 편입돼 사라졌지만, 도동 사창가에서 유래된 동자동 쪽방촌은 도시빈민 주거지로 탈바꿈해 그 원형을 계속 유지해왔다. 그나마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서울역과 마주보는 한강대로 변에는 ‘센트레빌 아스테리움’‘포포인츠 바이 쉐라톤’과 같은 주상복합과 특급호텔이 들어섰지만, 그 뒷쪽은 도시빈민들이 거주하는 쪽방촌으로 각종 범죄와 질병, 위생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수도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 일대 효율적인 토지이용과 첫 인상을 헤친다는 지적도 수십년째 계속됐다.

이에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1호 사업’으로 추진되는 동자동 쪽방촌 공공재개발이 원만히 추진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동자동 쪽방촌 일대는 30년 이상된 노후불량주택이 전체의 80% 이상이다. 하지만 민간 주도 재개발의 경우 1000여명의 주민 이주대책 등에 번번히 발목이 잡혀 무산된 바 있다. 먼저 철거되는 지역에 거주 중인 쪽방주민 약 150여명을 위한 임시거주지는 사업지구 내 게스트하우스나 공원 내 조립식 주택 등을 활용하여 조성한다지만, 100여세대에 달하는 일반주택 거주자들이 선뜻 보상과 이주에 동의하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국회 통과로 전월세 세입자들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등으로 사업기간이 차일피일 늘어나다가 결국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대차 3법으로 촉발된 서울시 전역의 전월세값 폭등으로 쪽방촌 주민들이 마땅한 대체주거지를 찾기도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상태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국토부도 주민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 올해 지구지정을 끝내고, 오는 2022년 지구계획 및 보상, 2023년 임시이주 및 공공주택 단지 착공 후 2026년 입주, 2030년 민간분양 택지 개발완료라는 시간표를 세우고 있다. 가장 빨라도 줄잡아 10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국토부 측은 “지구 내 편입되는 토지 소유자에게는 현 토지용도, 거래사례 등을 고려하여 정당보상 할 것”이라며 “영업활동을 하는 분들께는 영업보상, 주택단지 내 상가 등을 통해 영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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