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8호선 연장(별내선) 한강 하저터널 굴착공사 현장. ⓒphoto 뉴시스
서울지하철 8호선 연장(별내선) 한강 하저터널 굴착공사 현장. ⓒphoto 뉴시스

서울시가 서울시계(市界) 밖 지하철 직결연장 불가 원칙을 발표하면서 경기도 신도시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서울시는 지난 2월 10일, ‘서울 도시철도 연장 및 광역철도 추진 원칙’을 발표하고 “향후 도시철도 및 광역철도 연장은 직결 운영이 아닌 평면환승을 원칙으로 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위탁운영 중인 시계 외 노선은 계약만료 후 위탁운영 중단도 검토하기로 했다. 당장 불똥이 떨어진 것은 서울 외곽의 신도시 주민들이다.

특히 오는 7월부터 사전청약에 들어가는 3기 신도시는 서울지하철 직결연장이 불발될 경우, 청약 매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지하철과 직결운영을 실시 중인 대부분의 1·2기 신도시들과 달리 3기 신도시는 서울지하철을 끌어온다는 계획만 있을 뿐, 아직 구체적 노선이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하남 교산은 3호선 연장, 남양주 왕숙은 6호선과 9호선 연장, 고양 창릉은 고양선(가칭) 신설 등을 주요 교통대책으로 삼아왔다.

서울지하철과 직결연장이 불발되면 환승저항으로 인한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은 물론, 부동산 가치도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 경기도 철도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발표”라며 “3기 신도시 발표할 때 서울시장도 함께 있었는데 그렇게 하면 되느냐”고 반문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의 한 관계자도 “서울시와 사전협의가 없었다”며 “발표 후 서울시 측에 문의하니 원칙을 발표한 것이고 기존에 직결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대로 추진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서울지하철, 1조954억원 적자

그간 1호선, 3호선, 4호선, 5호선, 7호선처럼 서울 시계 밖 경기도와 인천까지 연장을 허용해왔던 서울시가 돌연 입장이 바뀐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막대한 적자 탓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이용객이 급감한 서울교통공사는 1조9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에 기록한 당기순손실 5254억원에 비해 2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손익규모만 놓고 보면 당장 서울시내 지하철을 모두 세워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오는 2021년 말에는 약 1조5991억원의 자금부족이 예상된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서울시의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서울지하철은 서울 외곽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해왔다. 1호선이 경부선·장항선과 직결돼 충남 아산(신창역)까지 운행하는 것을 비롯해, 3호선은 일산선과 직결돼 고양 일산(대화역), 4호선은 과천선·안산선과 직결돼 시흥(오이도역), 5호선은 하남(하남풍산역), 7호선은 인천 부평(부평구청역)까지 운행 중이다.

그나마 1·3·4호선은 서울교통공사가 한국철도(코레일)와 함께 공동운행을 하지만, 5·7호선은 서울교통공사가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선 중 온전히 서울에서만 운영되는 노선은 2·6·8·9호선뿐이다. 5호선과 7호선은 상반기 중 각각 하남검단산역과 석남역(인천)까지 추가 연장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4호선은 남양주 진접, 6호선은 남양주 왕숙, 8호선은 남양주 별내까지 연장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지하철 연장으로 직접 수혜를 입는 지자체들이 지하철 운영유지비 분담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연장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서울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7호선의 경우, 노선이 경기도 부천시를 넘어 인천(부평구청역)까지 연장되면서 서울 구간(온수역~가산디지털단지역)의 최대 혼잡도가 2011년 147.5%에서 2015년 161%까지 증가했다는 것이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서울교통공사의 한 관계자는 “2019년에는 해당구간 시격단축을 통해 145.6% 수준으로 낮췄다”고 했다.

안전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2016년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이후 7호선 서울시내 구간에는 스크린도어에 레이저센서가 모두 설치됐으나, 서울시계 외 경기도와 인천 구간(까치울역~부평구청역)은 미설치 상태다. 7호선은 향후 양주 옥정, 포천까지 추가 연장될 예정인데, 노선 길이만 약 106㎞에 달해 도시철도 중 최장 노선이 된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각 지자체의 ‘무임승차’ 행태에 미리 제동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결연장 대신 뽑아든 ‘평면환승’ 카드는 이 같은 운영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다. 평면환승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경우,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릴 필요 없이 평면에서 곧장 환승하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에서는 김포공항역에서 9호선과 공항철도 간에 평면환승을 실시하고 있다. 이 역시 김포공항에서 직결을 추진했던 9호선과 공항철도 간의 직결운행이 지자체 간 사업비 분담 문제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꿩 대신 닭’으로 도입됐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중국 등에서도 지나친 노선연장을 막고 환승저항을 줄이기 위해 흔히 쓰는 방식이다.

평면환승의 경우 직결운행에 비해 환승저항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몇 가지 장점도 있다. 직결운행은 지하철이 운행 중 고장날 경우 전 노선이 마비되는 문제가 있었다. 평면환승은 운행 중 차량고장에 따른 파장을 일부 구간에서 틀어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차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회전율을 높여 배차간격도 짧게 유지하고, 장기 운전으로 인한 기관사의 피로감을 줄여 안전성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김승준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장은 “지속되는 연장은 사고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등 본선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안전성을 유지하면서도 건전한 재정 환경을 바탕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평면환승을 도입하고 철도 연장 방식을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경기도 반발은 과제

하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고(有故)로 인한 서정협 권한대행(행정1부시장) 체제에서 세워진 서울시의 이런 원칙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시정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의 지하철 직결연장 불가 방침으로 날벼락을 맞은 경기도의 이재명 지사는 여야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경기도 철도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대광위를 통해 갈등조정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에 서울시의 지하철 직결연장 불가 원칙 발표가 경기도와 인천시 등의 실질적인 재정지원을 이끌어내고 서울지하철 요금인상의 명분으로 삼기 위한 ‘엄포’로만 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본 원칙은 향후 서울시와 연계되는 모든 신규 철도 사업에 적용할 예정”이라면서도 “직결연장은 서울시의 운영 원칙을 준수했을 경우에 한해서만 검토할 예정”이라며 직결연장의 실마리를 남겨두기도 했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시민의 이동 편리성을 위해 수도권 전체의 철도망 재편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며 시 역시 적극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양질의 교통 서비스 제공을 위해 무조건적인 직결연장보다는 편리성과 효과성 등 운영상의 장점이 입증된 평면환승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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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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