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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6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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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스타트업의 프런티어들]세상에서 가장 큰 옷장 만든 클로젯셰어 성주희 대표

황은순  기자 hwang@chosun.com 2021-02-26 오전 10:54:46

▲ 클로젯셰어 성주희 대표. 팝업스토어를 열고 공유 옷을 중고로 판매하기도 한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클로젯셰어는?
   
   옷도 가방도 생활용품도 이젠 사지 말고 빌려 쓰자! 같이 쓰면 지구도 웃는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한 라이프스타일 공유 플랫폼. 수거부터 대여, 세탁, 회수, 수익배분까지 책임진다.
   

   #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5년여 패션 관련 일을 하다 최근 귀국한 이지영씨. 옷으로 미어터지는 옷장을 볼 때마다 심란했다. 대부분 고급 브랜드 옷이다 보니 팔기에는 아깝고 그렇다고 마냥 옷장에 묵혀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패션 공유 플랫폼인 ‘클로젯셰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안 입는 옷을 몽땅 보냈다. 이씨는 한 달 후 통장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옷을 공유한 대가로 받은 수익금 60만원이 입금돼 있었다. 돈도 벌고 옷장도 정리하고 옷도 나눠 입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였다. 이씨처럼 자신의 옷을 공유하는 사람을 클로젯셰어에서는 ‘셰어러(sharer)’라고 한다.
   
   # 기업 컨설팅과 강의를 하는 허지원씨는 클로젯셰어에서 옷을 자주 빌려 입는다.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브랜드의 옷과 명품 백을 몇만원이면 빌려 입을 수 있다. 한두 번 입고 말 행사용 옷도 굳이 살 필요가 없다. 허씨처럼 옷을 빌려 입는 사람을 클로젯셰어에서는 ‘렌터(renter)’라고 한다. 허씨는 ‘렌터’이면서 ‘셰어러’이기도 하다. 옷을 빌릴 때도 자신의 옷을 빌려주고 받은 수익금과 포인트를 활용한 덕분에 돈 안 들이고도 새로운 패션을 시도할 수가 있다.
   
   
   세상의 옷장을 연결하다
   
   몇 년째 안 입는 옷인데 아까워 버리지도 못한다. 옷장은 미어터지는데 입을 옷은 없다. 많은 사람의 고민이다. 클로젯셰어(Closet Share)의 성주희(35)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친구 결혼식에 가려고 옷장 문을 열었는데 가득 쌓인 옷 중에서 정작 입고 갈 만한 옷은 없었다. 안 입는 옷은 빌려 주고, 필요한 옷은 빌려 입으면 안 될까? 옷장 앞의 고민이 ‘클로젯셰어’ 창업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의 옷장을 연결해 거대한 공유 옷장을 만든 것이다. 의류 공유 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제품을 사서 고객에게 빌려주는 사입형 렌털에 집중한 서비스였다. 클로젯셰어처럼 개인끼리 의류를 공유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클로젯셰어는 옷을 빌려 주는 ‘셰어러’와 옷을 빌리는 ‘렌터’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특허등록까지 했다.
   
   ‘셰어러’와 ‘렌터’는 회원가입을 하면 누구나 가능하다. 먼저 옷장 속 잠자는 옷 또는 가방을 공유하고 싶다면 클로젯셰어의 PC 또는 모바일 앱에 들어가 신청을 한다. 이때 공유가 가능한 브랜드인지 확인해야 한다. 브랜드는 중저가부터 명품까지 3000여개에 달한다. 신청 후 의류를 담을 수 있는 봉투가 배달된다. 그 봉투에 옷, 가방을 담아 놓으면 원하는 수거일에 가지고 간다. 모두 무료배송이다.
   
   가져간 아이템들은 클로젯셰어의 물류창고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입국 검사를 하듯 검수를 통과해야 한다. 오염은 없는지 정품이 맞는지 ‘매의 눈’으로 깐깐하게 검수하기 때문에 60~70%가 탈락한다. 탈락한 옷은 기부하거나 돌려받을 수 있다. 통과한 옷은 세탁, 스팀샤워, 살균을 거쳐 사진촬영을 하고 등록된다. 이렇게 등록된 제품은 렌털이 될 때마다 수익이 발생한다. 셰어러는 옷을 내놓기만 하면 회수, 세탁, 관리, 대여까지 클로젯셰어가 책임지고 수익은 일정 비율로 나눈다. 월 40만~50만원 수익을 낸 셰어러가 20% 정도이고 월 100만원 이상을 가져가기도 한다. 누적 3000만원을 번 사람이 최고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중고로 판매도 가능하고 의무기간(최소 3개월)이 지나면 다시 가져갈 수도 있다. 현재 활발하게 ‘옷테크’를 하고 있는 셰어러는 5000여명에 달한다.
   
   셰어러들이 공유한 옷, 가방은 현재 6만여점에 달한다. 이 중에는 아예 브랜드들이 입점한 경우도 있다. 재고품 처리나 신상품 반응을 테스트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협업하는 입점 브랜드는 100여개에 달한다. 브랜드뿐만 아니라 동대문 의류 플랫폼 ‘동글’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입점해 있다. 렌터들로서는 세상에서 가장 큰 옷장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렌터’는 원하는 옷을 골라 렌털을 신청하면 당일 또는 다음날 무료배송된다. 서비스는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이용할 수 있다. 매달 구독서비스(멤버십)를 선택하거나 1회권(4일권·7일권), 단기권을 이용할 수 있다. 제품 종류에 따라 렌털료는 다르다. 실시간 렌털률은 성수기인 겨울에는 50~60%, 평균 30% 선이다. 의류 멤버십의 경우는 월 5만5000원에 2회에 걸쳐 상하 4벌의 옷을 빌려 입을 수 있다.
   
   
▲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클로젯셰어의 물류센터. 15만벌의 옷을 수용할 수 있다. photo 클로젯셰어

   옷은 사는 것이 아니라 빌려 입는 것
   
   지난 2월 5일 서울 성수동에 있는 클로젯셰어 팝업스토어에서 성주희 대표를 만났다. 렌털이 안 되는 제품들은 이처럼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판매한다고 했다. 클로젯셰어의 거대한 옷장을 오픈하는 ‘웨어하우스 대개방’ 행사도 분기별로 개최하고 있다. 평소 눈여겨본 제품이 있다면 눈으로 확인하고 싼값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이다. 20~40대 직장인 여성을 타깃으로 했는데 최근에는 주부, 대학생도 많아지고 연령대도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남성복 비율은 10% 선이다. 옷 한 벌당 대여 횟수는 재질,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많지만 15~20회는 손상 없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방의 경우는 3년 내내 렌트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기부나 중고 판매를 할 수 있다.
   
   “파티복처럼 특별한 장소나 행사에 필요한 옷이 렌털이 잘 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의외로 평소에 잘 입을 수 있는 캐주얼 오피스룩이 잘 나가고 색상도 무난한 검정, 회색이 인기입니다. 코로나19 이후로는 홈웨어, 홈트레이닝복, 캠핑옷이 늘었습니다. 재택족의 영향인지 하의보다 상의가 잘 나가는 것도 변화된 현상입니다. 옷을 검수할 때도 이런 점을 고려해서 비율을 맞추려고 합니다.”
   
   성 대표의 설명이다. 성 대표는 회색 재킷과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옷, 가방 모두 렌털한 것이라고 했다. 성 대표의 옷장이 궁금했다. 성 대표는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데 제 옷장은 텅 비었다. 대부분 렌털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2016년 9월 오픈한 클로젯셰어를 키운 것은 고객들이다. 클로젯셰어가 살아남은 데는 사용한 고객들의 입소문이 큰 몫을 했다. ‘옷은 사는 것’에서 ‘옷은 빌려 입는 것’으로, 고정관념의 허들을 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객을 설득시킨 포인트는 의외의 것이었다고 한다. “옷을 다양하게 입을 수 있다? 그건 두 번째였습니다. 고객들이 환호하는 것은 ‘세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무료배송’ 시스템이었습니다.” 성 대표의 설명이다.
   
   성 대표의 사업 초기 미션은 ‘중고 같지 않은 중고를 만들자’였다. 중고숍 특유의 퀴퀴한 냄새, 입던 옷처럼 보이는 순간 실패한다고 생각했다. 세탁이 관건이었다. 첫 사무실을 구할 때 서울 역삼동을 염두에 두고 세탁소를 먼저 찾아보니 2~3곳밖에 없었다. 그중 한 세탁소 바로 옆에 17㎡(5평) 사무실을 구해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마케팅보다 뒷단의 물류에 집중했다. R&D(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해 스마트 물류 시스템 만들기에 나섰다. 덕분에 지난해 2월 경기도 광주시에 세운 4628㎡(1400평) 규모의 물류센터는 촬영, 검수, 재고관리 프로그램을 모두 자동화했다. 그동안 쌓은 빅데이터까지 활용해 브랜드만 넣으면 판매가, 보상가 등이 자동으로 나오고 촬영하면 옷 색깔, 디자인, 사이즈 등이 자동으로 입력된다. 재고관리 프로그램은 대여하고 회수한 옷의 컨디션 변화까지 업데이트된다. 물류센터에는 아예 세탁소를 만들고 역삼동의 세탁소팀을 그대로 모셔왔다. 세탁 경력 30년의 부부와 아들까지 합세한 드림팀이다. 이들은 성 대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뒷단의 물류 시스템이 단단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생각으로 덤볐다”는 성 대표의 뚝심이 결국 고객을 움직였다. 월 고객이 수백 명에 불과하던 사업 초기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시드투자를 받고 시리즈A 단계의 후속투자를 유치한 것도 투자자들이 물류 시스템에서 가능성을 본 것이었다. 물류센터는 15만벌의 옷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 클로젯셰어는 물류센터에 세탁소를 만들고 직접 세탁·살균 작업을 한다.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
   
   성 대표의 도전은 무모했다. 패션도 모르고 물류도 모르고 개발은 더더욱 몰랐다. 누구도 안 가본 길을 지금까지 헤쳐 온 것은 ‘실행력’이었다. 테스트도 빨리, 실패도 빨리, 판단도 빨리했다. 고민하기 전에 돌진하고 말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대학 졸업 후 7년 동안 4번의 창업을 통해 부딪치고 깨진 끝에 클로젯셰어를 만들었다.
   
   그는 경남 고성 출신이다.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을 앞두고 “고향 후배들에게 입시 영어가 아니라 실전 영어를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고성으로 내려가 학원을 시작했다.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어느새 입시 선생님이 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학원을 접었다. 대신 사이드잡으로 원피스만 파는 온라인 쇼핑몰을 하면서 패션의 세계를 알았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흥미로웠고 버려지는 옷이 너무 많다는 것에 주목했다. ‘패션 쓰레기’에 대한 문제인식을 하게 된 계기였다. 환경과 업사이클링을 키워드로 창업을 해보자 생각했다. 카이스트의 사회적기업가 MBA에 들어갔다. SK그룹 후원으로 젊은 창업가를 키우기 위해 2년 전액 장학금을 주고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의 모델을 만들면 시드머니 투자까지도 연계해주는 과정이었다.
   
   폐가방을 재활용한 에코백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었지만 레드오션 시장인 데다 폐가방을 기부 또는 공유받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여기서 배운 것이 ‘고객을 설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설득 없는 서비스를 만들자’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도전은 명품 가방 렌털 서비스였다. 비싼 가방을 함께 쓰면 패션 재화의 낭비를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가진 돈을 탈탈 털어 가방 100개를 사서 렌털을 시작했다. 3개월 만에 예약 고객이 500명을 넘었지만 공급을 맞출 수가 없었다. 이때 고객과 고객을 연결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옷장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로 클로젯셰어를 시작했다. 성 대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취업하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기다려준 부모님의 믿음과 지지였다”고 말했다.
   
   클로젯셰어의 강점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면 단점을 해결하는 것이 성 대표의 다음 미션이다. 성 대표는 두 가지 단점을 꼽았다. 첫 번째는 옷이 딱 하나씩밖에 없다는 것이다. 클로젯셰어의 고질적인 약점이다. 여러 명이 원할 경우 고객이 원하는 옷을 필요한 때에 빌려 입기 어렵다.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이 문제를 염두에 둔 성 대표의 해법은 큐레이션이다. “현재 5만여개에서 원하는 옷을 찾는다면 앞으로는 10쪽 정도로 압축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고객 설문, 누적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별 취향, 상황에 맞게 제안하는 것을 준비 중입니다. 큐레이션을 해서 렌털률을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확장의 문제이다. 중고제품이다 보니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들다.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코로나19가 계기를 만들어줬다. 집 밖에서뿐만 아니라 집 안에서도 렌털을 하게 만들자는 생각으로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넓히고 지난 1월부터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다른 과제는 글로벌 진출이다. 현재 싱가포르를 테스트베드로 지난해 7월 시작해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는데 그새 2배로 성장했다고 한다.
   
   성 대표는 스케일업(Scale-up)을 해야 하는 클로젯셰어에 올해는 중요한 해라고 했다. 실행력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은 그에게 단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단점도 역시 실행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대표의 개인기로 끌고 왔다면 조직이 커지면서 새로운 역할이 필요해졌다. 빠른 결정이 빠른 성장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조직관리를 위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생각한 것은 바로 실행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에게는 가장 어려운 과제일 것 같았다.
   

   다음 추천 주자는?
   ‘자란다’ 장서정 대표
   
   추천 이유 방문교사 매칭 플랫폼 ‘자란다’는 돌봄과 교육을 동시에 해결했다. 코로나19 시대 워킹맘의 필수 서비스를 만든 장서정 대표의 비즈니스 노하우 대방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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