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부동산]  이재명표 ‘부동산 백지신탁제’ 생뚱맞은 이유
  • facebook네이버 밴드youtubekakao 플러스친구
  • 검색
  1. 경제
[2646호] 2021.02.22
관련 연재물

[부동산]이재명표 ‘부동산 백지신탁제’ 생뚱맞은 이유

김원중  WJ부동산연구소 대표·건국대 겸임교수 

▲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 11월 6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2020년 경기도 사회주택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부동산 백지신탁’ 도입을 주장했다. 작년 여름 제도 도입을 처음 주장한 뒤 이번이 두 번째다. 최근 국회에서 개최된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그는 “국민들이 정책을 믿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말한 뒤 “고위공직자 대상 백지신탁을 도입해서 필수 부동산 외에는 소유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공직자는 승진을 안 시키거나 고위공직에 임명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의 취지는 공감한다. 고위공무원들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에 이해관계를 갖지 못하도록 제도를 갖춰 정책을 투명하게 시행하자는 뜻일 것이다.
   
   백지신탁(白紙信託)은 공직자가 재임기간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대리인에게 맡겨 관리하게 하는 제도이다. 백지신탁의 원리에 비춰본다면 부동산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갖고 있는 부동산을 공직 업무가 끝날 때까지 신탁회사 등에 맡겨 위탁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지사가 말하는 부동산 백지신탁의 개념은 좀 다르다. 그가 생각하는 부동산 백지신탁은 백지신탁의 원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2채 이상의 주택을 가진 공무원은 고위공직에 승진시키지 않고 임명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는 심지어 이 내용을 강제하기 위해 정부·여당에 관련 입법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토론회에서 “투기와 공포 수요로 왜곡된 주택시장을 기본주택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과연 부동산 백지신탁을 도입하고 기본주택 제도를 시행하면 난장판이 된 주택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을까? 이 지사의 부동산 백지신탁 도입 주장은 생뚱맞다. 현 정부가 24번의 대책을 내놓고도 시장이 엉망이 된 것은 고위공직자들이 2채 이상 집을 보유해서, 백지신탁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세금 한 푼 들어가지 않는 재건축·재개발을 금지하는 규제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의 부동산 백지신탁 입법 제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적자치의 원칙’에 비추어보아도 지나치다. 법률로 규율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법률만능주의 식견의 발상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헌법정신에서 보더라도 공무원의 부동산 취득을 금지하거나 매각을 강제하겠다는 것은 과격한 발상이다. 이 지사 역시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린 것은 정부·여당과 똑같다.
   
   
   부동산 백지신탁으로 집값 잡는다?
   
   그가 공급 해법으로 제시한 ‘경기도 기본주택’ 역시 어설프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 기본주택은 현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과 비교하면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분양전환 공공임대, 장기전세주택 등 일반인들이 이름을 기억하기도 어려운 다양한 공공주택을 통합하고 입주조건을 무주택자로 단순화했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에 대한 세제 지원에서 발생하는 지방세 세수 감소, 저소득층 유입에서 발생하는 복지비용 증가 등으로 지자체들이 공공임대 공급에 소극적인데 이 상황을 돌파해 보겠다고 발 벗고 나선 것은 고무적이기도 하다.
   
   문제는 기존 공공임대에 입주를 신청한 지원자가 공급보다 훨씬 많아 대기수요가 까마득하게 줄을 서 있는데 기본주택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느냐이다. 2020년 여름 임대차 2법과 전월세상한제를 시행한 뒤에 대기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제2차 국민임대주택 979가구 입주자 모집에 9800명이 몰려 1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의 고덕어울림스퀘어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최고 5.7 대 1을 기록했다. 공공임대는 물론이고 민간임대까지 임대 물건이 동이 날 정도로 대기수요가 많은 것이다.
   
   2019년 기준 경기도의 무주택가구는 216만2237호로 전체가구(490만7660호)의 44%를 차지한다. 그런데 경기도 무주택자 중에서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가구는 10%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교통부의 ‘임대주택통계’에 따르면 2018년 경기도가 보유한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79만8106호였으나 2019년의 재고는 78만8754호로 감소했다.(경기도 또는 국토부 자료 정리 과정의 오류 때문일 수도 있다.) 경기도는 ‘2020년 경기도 주거종합계획’에서 2019년의 주요 성과로 건설임대 2.6만호, 매입·전세임대 2.0만호를 공급 성과로 내세웠지만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공개된 경기도의 임대주택 공급 성과는 숫자가 다르다. 경기도가 2018~2019년에 확보한 공공임대 건설 공급량은 ‘지자체 전세임대’ ‘지자체 기존 주택 매입 임대’를 포함했음에도 2018년 6786가구, 2019년 7032가구로 총 1만3818가구에 그쳤다.
   
   이처럼 기존에 공공임대 입주 신청을 해놓은 사람들에게도 임대주택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주택자로 입주 조건을 낮춰 30년 거주 가능한 기본주택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은 비현실적이다. 더 나아가 서민 주거를 먼저 챙긴다는 공공임대 정책의 사회적 합의를 망각한 채 ‘중산층 임대주택’ 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지금도 이 사회의 약자들이 거주하는 영구임대, 국민임대주택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형편이 나은 무주택자들을 위한 기본주택과 중산층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면 기존 영구임대, 국민임대 등 공공임대에 입주를 신청한 사람들의 입주 시점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도지사의 정책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로 무장한 경기도 실무 부서는 기본주택, 중산층 임대주택 공급을 중시하고 정작 보호받아야 할 서민들을 위한 영구임대, 국민임대주택 공급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정책인지 의문이 든다.
   
   
   기본주택은 어떻게 재원 마련하더라도 국민 세금
   
   재원 마련은 더 큰 문제다. 기본주택을 지을 경기주택도시공사는 임대주택 건설에 필요한 주택도시기금 금리를 1%로 인하하는 등 자금조달 방법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한 뒤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2%대 대출금리를 1%로 인하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실현 가능할까? 주택도시기금은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자동차를 등록할 때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 납입금 등을 재원으로 조성한다. 조성된 기금은 임대주택 건설자금, 주택 전세자금 등으로 대출해 주고 2%대 이자를 받는다. 주택도시기금의 대출금리 인하가 가능한지를 따지려면 기금의 조성 방법을 알아야 한다. 주택도시기금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재원은 국민주택 1종 채권 발행으로 조성한다. 2021년 2월 2일 기준 국민주택 1종 채권의 수익률은 1.48%이다. 기관투자가가 5년 만기 국민주택채권을 액면가로 만기까지 보유할 때 지급받는 수익률이 1.48%라는 뜻이다. 주택도시기금은 금리 1.48%의 국민주택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은 뒤 기금 조직의 운영비 확보를 위해 스프레드 1%를 덧붙여 2% 중반에 대출을 하는 구조다. 개인이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할 때의 할인율은 2.6922%(2월 2일 기준)이다. 할인율은 개인이 주택채권을 즉시 매도할 때 선급이자, 세금 등을 반영하여 산출한 채권 발행금액 대비 고객의 실제 부담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새 차를 등록하는 차 주인이 1000만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현장에서 매도할 때 할인율이 2.6922%면 고객 부담금은 26만9220원인 것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의 바람대로 주택도시기금이 임대주택 건설에 필요한 융자금의 금리를 현행 2%대에서 1%로 인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결 방법은 채권 가격의 인상이다. 문제는 채권 가격의 인상은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국민주택 1종 채권의 할인율이 지금보다 인상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할인율의 인상은 국민들이 국민주택채권이라는 준조세를 매입할 때 고객부담금이 증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기관투자가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전혀 없다. 기관투자가들은 국민주택채권의 수익률이 1% 미만이면 채권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의 조세저항 때문에 주택채권 할인율 인상이 어렵다면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에 출자하는 출자금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출자금 또한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이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국민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증가하는 구조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영구임대주택도 아니고 중산층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주택도시기금 융자 이율을 1%로 낮춰달라는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경기주택도시공사의 요구는 금융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에 다름없다.
   
   금융과 거시경제에 대한 몰이해는 이 지사도 마찬가지다. 앞서 이 지사는 “외국 빚에 의존하지만 않는다면 정부의 적자는 곧 민간의 흑자이고, 나랏빚은 곧 민간의 자산”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빚을 내서라도 피해가 심각한 자영업자, 서민들을 우선 돕자는 데에 이견은 없다. 그렇지만 “나랏빚은 민간의 자산”이라는 이 지사의 주장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표본이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국채 2019’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해외 중앙은행 등 외국 자본은 정부가 발행한 전체 국고채 발행 잔액의 약 16.1%(98조30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사의 기대와는 달리 외국인들이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16%를 갖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채무 비율은 2020년 43.9%를 기록하여 전문가들이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40%를 훌쩍 넘어섰다는 점이다. LH,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갖고 있는 부채를 포함하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은 60%를 넘어서서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은 일본과는 달리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세금으로 극빈층이 수혜자인 영구임대도 아니고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중산층의 주거비를 낮추는 쉬운 방법은 이미 존재하는데 정치인들은 이를 모르고 오직 미래세대의 부채를 늘리려고 동분서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 단지. photo 뉴시스

   국민세금으로 중산층 임대주택?
   
   <표1>은 필자가 공동 필진으로 참여한 책(‘서울 집값: 진단과 처방’)에 있는 내용이다. <표1-a>는 강남처럼 수요가 많은 도심 토지에서 용적률(FAR)을 올리면 개발이익(즉 땅값, 점선)은 확대되고 집값은 낮추지 못한다(실선)는 것을 가리킨다. 반면 강남을 포함한 서울 전역에서 용적률을 상향하면 <표1-b>에서 보듯이 서울의 집값, 땅값은 모두 하락한다. 규제론자들이 즐겨 말하는 ‘주택 공급=집값 상승+부작용’이라는 주장은 오직 <표1-a>에 해당하는 논리인 것이다. 그런데 규제론자들이 주장하는 이 논리는 주택 공급과 가격 사이에 존재하는 통계상의 상관관계(상호관련성)를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로 단정하는 엄청난 오류를 저질렀기에 결코 정당한 논거가 될 수 없다. 이 오류는 학계에서 이미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 전역에서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면 서울 집값은 상당한 수준으로 하락하며 무주택자의 주거비를 확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표2>다.
   
   <표2>는 서울과학기술대 이혁주 교수의 미발표 논문(‘용적률 규제 완화와 보유세 부과의 효과 비교’)에 실린 내용이다. 붉은 점선은 무주택자의 후생증가 곡선인데 증가 추세가 무척 가파르다. 이 점선은 용적률 규제가 완화되면 무주택가구의 연간 주거비는 439만원 줄어든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이 수치는 매우 보수적으로 추정한 결과다. 저자는 “주택 수요의 가격탄력성 평균치를 써서 실험하면 위 효과의 2.5배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결국 무주택가구는 연간 1000만원의 주거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2019년 기준 서울의 무주택가구가 200만가구임을 고려할 때 매년 20조원의 주거비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년 20조원이 경제활동에 쓰인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서울의 일상은 지금보다 무척 생기 있고 사회 전 분야에 긍정적 효과가 미칠 것이다.
   
   검은색 점선은 위아래 두 곡선을 1:1 똑같은 비중으로 가중 평균한 결과다. 유주택자의 연간 147만원 편익 손실(검은색 실선)과 무주택자의 편익을 더했을 때 사회적 순편익은 연간 92만원 증가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무주택자의 주거비를 더욱 낮추고자 한다면 최적 용적률(Average)은 보다 상승할 것이다. 용적률이 늘어나는 만큼 무주택자의 주거비는 감소하며 자산불균형은 그만큼 줄어든다.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주택의 담보가치 하락으로 가계의 가용소득이 감소해서 지출과 주택 구입 수요도 감소한다. 이 교수는 “이 모형은 담보가치 하락에서 발생하는 금융 효과가 없는 걸로 계산했다”고 말한 뒤 “서울의 집값 하락 효과는 위 값의 1.5배 정도로 잡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매년 수조원의 국가 재정을 쓰지 않고도 용적률 규제 완화를 통해 연간 20조원의 주거비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연간 20조원의 주거비를 절약해 생산과 소비활동에 사용할 때의 경제적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용적률 규제 완화로 유주택자는 주거 부문에서 당장은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연간 2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사회 곳곳에서 소비되므로 그들 또한 편익은 증가한다. 정리하면 경기도가 엄청난 규모의 국민 혈세를 가지고 짓겠다는 중산층 임대주택은 용적률 완화를 통해서 세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의 비싼 집값 문제는 용적률 규제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용적률 규제를 풀어야 집값을 잡을 수 있고 낮출 수 있다. 무주택가구 비율이 높은 서울에 적용되는 용적률 규제는 유주택가구에 더욱 이롭다. 용적률 규제가 심할수록 무주택자의 주거비는 늘어나고 그 주거비는 유주택자에게 이전되어 불평등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용적률의 규제 완화는 무주택가구 비율이 높은 도시에서 유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의 인상보다 불평등 개선에 더욱 효과적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주거복지 향상이 필요하다고 늘 말한다. 그렇다면 감성과 명분이 아니라 이성과 논리를 기준으로 주거복지 향상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권력만 가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올해 102세가 된 김형석 교수의 말씀에 답이 있는 듯하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